란과 미드할배

개인 해석 다수

1. 묵약의 탑에서 첫만남

첫인상은 와 정말 크고…… 위압감 넘치고 간지난다고 생각함 그 상황 자체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었음 미드가르드오름은 이 한량 같은 녀석이 빛의 가호 + 초힘을 다 가지고 있다니 반신반의하며 시험해 보기로 함

빛의 가호를 뽀려가긴 했지만 란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음 그 시절의 란은 자기가 뭐든 다 해낼 수 있다고 믿고 있었으며 하이델린의 능력이 없어도 자기는 충분히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음 꼬마친구 폼으로 변신한 미드가르드오름을 틈만 나면 뽈아먹으려고 해서 할아버지가 번번이 매우 화내면서 뽕 사라짐

이런 무드로 지냄(할아버지 개뭐라함)

그러나 빛의 가호가 없으니 아씨엔들에게 좌표가 발각되고 민필리아는 납치됐으며 개싸움이 나고 문브뤼다는 희생했음 란은 이 일련의 과정에 너무나 충격을 받음 러프하게 표현하자면 ‘나는 허접이구나’를 깨닫게 됨

2. 살리아크 비석 앞에서

문브뤼다를 추모한 후 새벽 애들은 먼저 돌아가고 란은 비석 앞에 앉아서 생각에 잠겨 있었음 그때 할아버지가 뿅 나타나서 말하기를

- 빛의 가호도 없이 어둠의 존재를 물리치다니…… 인간도 마냥 어리석기만 한 건 아닌가 보군. 허나 비로소 하나의 위협을 제거했을 뿐…… 아직은 널 인정할 수 없다.

란은 줄곧 뭔가 생각하다가 뒤늦게 깜짝 놀라서 할아버지 뭔말했어요? 이난리침 미드가르드오름은 그냥 들어갈까 하다가 이녀석의 생각을 들어 보기로 함

- 동료를 잃어서 슬픈 것이냐?

- 그것도 그런데…… 저는 제가 한 번도 약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거든요? 저보다 강한 인간은 흔치 않았거든요, 시간이 갈수록 더욱. 그런데 에오르제아에 자리잡은 후로는 줄곧 제 힘이 부족하다고 느낄 일만 생기는 것 같아요.

란은 뭔가 시무룩해져서 할아버지 쓰다듬음(할아버지는 슬쩍 피함)

- 어둠의 존재들에게 위치를 발각당한 것은 빛의 가호가 없었기 때문이지……. 나를 원망하지 않는 것이냐?

- 할아버지 탓으로 돌리면 마음은 편해지겠지만, 그렇다고 현실이 바뀌는 건 아니잖아요. 내 힘으로 지킬 수 없었다는 현실이. 나중에 정말로 하이델린이 주신 힘이 없어지기라도 하면 그때는 누구를 원망하죠? 내가 더 강해야 모두를 지킬 수 있어요. 사실 이런 책임감 따위를 느끼는 게 싫어서 어딘가 소속되지 않고 지내고 싶었던 건데……

란은 자신이 혼자 지내왔던 십 년간의 모험 이야기를 들려줌 미드가르드오름은 관심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모를 리액션으로 다 들어줬음

- …… 아무튼, 결론은 내가 더 강해야 모두를 지킬 수 있다는 거겠죠. 너무나 막연한 목표지만요.

미드가르드오름은 용의 별을 침략한 오메가 병기들을 떠올리며 마냥 힘만을 좇는 이가 어떤 비극을 일으키기는지 생각함

- 강한 힘을 가졌다고 하여 모든 것을 지켜낼 수는 없는 일이다.

-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해요?

- 지키고 싶은 게 무엇인지, 어떻게 지켜낼 것인지를 잊지 말아야 하느니라.

이때의 란은 미드가르드오름이 일곱 개의 알을 품고 우주를 건너왔다는 사실 따위는 전혀 모르고 있었음 그냥 자기를 위로해 준다고 생각함

- 에테르를 더 능숙하게 다루고 싶다면 마법을 배워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 엇, 그러네요! 마침 제 친구들이 마법을 엄청 잘하거든요. 애들 한가할 때 가르쳐 달라고 해야겠다!

란은 기운이 나서 벌떡 일어나 할아버지에게 고마워함 그러고는 문득 물었음

- 할아버지도 무언가 지켜내지 못한 적이 있어요? 어쩐지 경험담처럼 말하시네요.

용은 길게 침묵하다가 그렇다고 이야기함 무언가 더 들어보기도 전에 뿅 사라짐

이후 암흑기사 퀘스트를 해서 란은 동료들을 지키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스스로를 지키는 일임을 깨달았음 그걸 알고 나서야 더 강한 힘을 동경하는 건 그만두게 됨

3. 이슈가르드 입성

- 역시 인간의 본성은 혐오스럽다…… 그리 생각하지 않느냐? 하이델린의 사도여.

- ㄹㅇㅋㅋ

4. 창천의 이슈가르드

란은 티오만을 죽인 것에 대해 미드가르드오름에게 매우 미안해함

- 더 나은 방법을 찾아보고 싶었지만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어요. 죄송해요, 할아버지. 빛의 가호를 영영 돌려주지 않으신대도 할 말이 없네요.

- 나는 그저 인간의 선택을 지켜볼 뿐……. 이대로 멈출 생각이 아니라면 계속해서 네 의지를 내게 보여라, 하이델린의 사도여.

란은 멘스대로 쭉 진행했고 미드가르드오름은 줄곧 지켜봄 종종 같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누군가 오면 급하게 인벤토리에 집어넣음(할아버지 잠깐만 여기 계세요!!) 주로 란이 이것저것 떠들어 대고 미드가르드오름은 듣고만 있었음

- 용들과 인간이 한때 사이좋게 지냈다는 상징 같은 유적이래요. 할아버지는 이미 알고 계시겠죠?

- …….

- 이슈가르드 인간들은 왜 갑자기 용이 마음에 안 들어진 걸까요? 저는 할아버지랑 같이 지내는 게 좋은데. 이걸 만든 인간들도 용을 엄청나게 좋아했을 텐데 말이죠.

저도 언젠가 할아버지 조각상 만들어 드릴까요? 하고 웃으면 미드할배는 까분다고 꼬리로 툭 침 그래도 이런 시시콜콜한 대화를 많이 주고받으며 점차 유대가 쌓이게 됨

그렇기에 하이델린의 사도로서, 의지를 가진 인간으로서 뿐만 아니라 그저 인간으로서의 란도 미드가르드오름에게는 호감도가 무척 쌓였음 자기도 모르게 할아버지 호감작을 마구 해 놓은 란

이토록 의지가 굳은 자는 본 적이 없다는 말에 란은 할아버지가 인간을 많이 안 만나봐서 그렇다며 너스레를 떨었음

이후로도 할아버지가 란을 도와준 건 단순히 그 녀석이 하이델린에게 선택받았고 의지가 강하기 때문만은 아니었을 거임 란이라는 존재에게 긍정적인 마음을 품었기 때문이기도 할 것

사실 이건 모든 빛전들에게 다 그럴 것 같애 아님 말고

란 또한 미드가르드오름을 무척 믿고 신뢰함 자기 인생의 두 번째 스승으로 여기고 스승이 지혜로운 용이라니 자기는 엄청 복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할듯

5. 차원의 틈 오메가

창천 이후로 할아버지는 말없이 잠을 자는 일이 많아졌지만 그래도 란은 할아버지의 환체와 함께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줌 대답을 할 때도 하지 않을 때도 있었지만 란은 그저 좋았음 이때까지 란은 할아버지가 계속 자기 곁에 있어줄 거라고 생각함

그러다가 오메가 관련해서 도와주겠다고 자처했을 때 란은 조금 의아했음 할아버지가 갑자기 왜 우리를 도와주려는 걸까? 그것도 이렇게나 직접적인 방식으로…… 창천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그리고 점차 알게 되었음 할아버지는 용의 별에서 오메가들을 줘패다가 자식들을 지키기 위해 이 별까지 오게 되었다고

할아버지가 자기를 구해주고 다시 잠들어 버렸을 때 란은 정말정말 슬펐음 껍데기만 남은 환체를 꼭 안아주고 시무룩해진 알파도 같이 안아줬음 그러고는 오메가에게 말했음

- 이 별의 생명들은 약한 존재를 배려하고 있어. 강자만 살아남을 수 있었다면 약체를 포식자가 모조리 잡아먹고, 그 포식자를 또다시 누군가가 해치우고…… 그런 방식으로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되었을걸. 미드가르드오름이 너희처럼 생각하고 행동했다면 이 별은 그가 정착하자마자 폐허가 되었겠지. 그러나 그는 약한 사람들을 공격하러 온 기계 병기와 함께 동귀어진하기를 선택했어. 약자와 강자가 공존하는 이 별의 섭리를 따랐던 거야.

- 긍정…… 미드가르드오름의 행위를 우리로서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미드가르드오름은 상위의 개체에게서 명령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만, 그것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많습니다.

- 그것 봐. 너는 똑똑한 척 지껄이고 있지만, 결국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지. 미드가르드오름도, 이 별의 생명들도, 그리고 나도!

나는 너희와 달라. 강함을 동경하지도 않고, 싸움 같은 건 지겨워진 지 오래야. 그렇지만 계속 싸울 거야. 네가 이 세상에 미치려는 위협을 없애고, 또다른 악의가 별을 물들이려 한다면 그 또한 싸워서 없애고, 그래서…… 약하디약한 소녀가 눈밭에서 얼어붙지 않는 세상을 만들어갈 거야.

오메가는 대답하지 않음.. 대답할 가치를 느끼지 못한 건지 그저 이해하지 못했던 건지 알 수는 없었지만 아무래도 중요하지 않았음

- 됐어. 마음이 없는 자에게 이런 소리를 해 봤자 벽에다 대고 말하는 것보다도 무의미하겠지.

알파 2층에서 오메가가 전성기의 미드가르드오름을 재현해 주었을 때 란은 그 모습을 지켜보며 전율함 자신이 알던 새카만 용의 모습과는 딴판으로 생기 넘치고 갈기는 불타오르고 있었음 란이 멍하니 있어서 시드가 얼른 란 데리고 귀환했음

그러나 란은 그렇게 동경하는 스승의 전성기 시절과 한판 싸워볼 수 있다니 대 흥분한 상태였음 란은 싸움이 지겨워진 사람이지만 젊었을 때 자기보다 강한 자에게 악착같이 달려들어 이겼을 때의 쾌감 정도는 기억하고 있었음(생각해보면 이럴 만큼 강한 상대가 적어져서 싸움을 안 좋아하게 된 것 같기도 함) 너무 좋아서 용기사로 냅다 들어가서 할아버지와 치고받고 싸웠음 얻어맞고 만신창이가 되어도 란은 마냥 기뻐했고 오메가는 란에게서 이상할 정도의 흥분을 감지함 지금껏 그 누구와 싸움을 붙여도 이러지 않았는데…… 물론 그런 반응은 다시는 찾아볼 수 없게 되었겠지만

3층과 4층을 잘 처리하고 미드가르드오름의 부탁을 받은 흐레스벨그가 란과 시드 일행을 구하러 오고…… 지상에서 미드가르드오름은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 줌 자식들을 구하기 위해 갈기가 불탈 만큼 험난한 여정을 거쳐 이 별에 도착한 자애로운 용이라고

란은 그거 듣고 구석에서 찔찔 짬

시드: 어이 잘 해결됐는데 왜 우는 거야

란: 흐어어어어엉 할아버지에게 너무 미안하고 그렇게 멀리 날아왔다니 넘 마음 아프고 흐어어어어엉

네로: 얘 운다 울어

알파: 꾸에에

시드: 흐레스벨그가 말했잖아? 미드가르드오름은 꿈을 꾸면서도 이 세계를 계속 지켜보고 있을 거야. 그러니 미드가르드오름에게 보여줘, 너의 의지가 결코 사그라들지 않는다는 걸!

6. 오메가 이후~현재

이후로 란은 종종 묵약의 탑에 올라가서 대답 없는 환룡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풀곤 했음

- 저만큼 의지가 강한 자는 본 적 없다고 했잖아요? 광활한 우주를 넘어 이 별에 내려앉은 할아버지의 의지가 훨씬 대단했는걸요. 저도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요? 오로지 지키겠다는 마음 하나만으로, 나 자신을 불사르면서.

힘만으로는 지킬 수 없다고 했던 말씀, 이제 조금 이해가 돼요. 저의 힘은 할아버지보다 훨씬 모자라니 머나먼 별을 넘으며 동료들을 구할 수는 없을지도 몰라요. 그래도 저는 제가 갈 수 있는 곳까지 갈게요. 제 여정은 할아버지보다는 훨씬 덜 고독할 거예요, 이전에 별을 건너왔던 할아버지의 의지를 제가 아니까요.

에테르 축퇴로 만들 때 브리트라가 구해온 미드가르드오름의 비늘도 란이 꼭 안아줬음

잠깐 깼으면서 자기에게 기별도 안해줬다고 서운해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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