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세여 / 각별] 가면

부제 ;; 가면을 쓴 얼굴은 무서웠지만, 벗은 얼굴은 추악했다.

“코드 B, 코드 B. 연구소의 전 인원은-”


그날. 나는, 보았다


당신의 주변에서는 사이렌이 귀를 찢는 소리를 내뱉고 있습니다. 그것 때문에 놀라지 않았더라도 당신은 당신의 앞에 혼란스럽게 뛰어다니는 사람들과 고함들, 듣기 싫은 비명들 때문에 당황함과 두려움을 느낍니다. 당신의 마지막 기억은 뾰족한 바늘이 당신에게 다가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끼는 것입니다. 끔찍하군요. 당신의 주위에는 깨어날 때마다 수도 없이 보던 여러 트레이가 담긴 수레들과 흰색 가운의 의료진들이 없습니다. 아, 그 수레들은 멀리 밀려나있군요. 당신은 이해하지 못합니다.

당신은 시간이 조금 지나서야 당신의 몸을 내려다봅니다. 당신의 팔에 연결되어 있는 얇은 플라스틱 줄을 바라봅니다. 그 생명줄이자 동시에 썩은 동아줄인 그 선은 당신을 옳아메는 느낌입니다. 그 줄은 당신의 손에 의해 끊어집니다. 바늘구멍에서 시작되는 가느다란 붉은 선이 그어집니다.

당신은 몸을 천천히 움직입니다. 살갗에 닿는 옷이 이질적이게 느껴집니다. 하얗고 매끄러운 바닥이 당신의 여린 발과 접하자 맑은 정신이 서서히 돌아오기 시작합니다. 냉기가 당신의 신경을 타고 오릅니다. 당신은 높은 의료용 침대에서 조심히 뛰어내립니다. 시야가 확 낮아짐을 느끼는 당신은 갑자기 세상이 다르게 보임을 느낍니다. 당신이 알던 모든 것이 다르게 보였습니다. 익숙한 루틴이 깨지자 당신은 어찌할 줄 모릅니다.


드디어 그 역겹고 추악한 가면이 벗겨지는 것을.


“알파! 도대체 무엇을 한 거야!”

당신은 얼음이 되어 멈춥니다. 온몸에 두려움이 흘렀으며, 당신의 근육들은 벌써 그 말 후에 날아올 구타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반사적으로 손을 들어 막습니다. 그러자 당신의 앞에 서있는 가면 쓴 자는 저 멀리로 날아갑니다. 당신은 잠깐 당신이 무엇을 했는지 인식합니다. 그러고 보니 당신의 팔에는 거북한 노란색의 팔지, 검은색 고딕체로 알파가 쓰여있는 그 팔지가 없군요.

당신은 당신이 오랫동안 얻지 못했던 ‘자유’라는 것에 머뭇거리는 것도 잠시입니다. 당신은 당신의 모습을 투명하게 바꾼 후 오랫동안 머릿속에서 기다려온 행동을 시행합니다. 자유는 달콤했으며, 꿈꿔오던 것보다는 시끄럽고 혼란스러웠지만, 좋았습니다.


하지만 모순적이게도, 그의 가면이 없어지자, 나는 그 가면이 그리웠다.


“헉... 헉. ㅂ 밖이다!”

당신은 투명화를 풀고 앞으로 뛰어나갑니다. 곳곳에 불길로 추정되는 열기가 느껴졌으며, 자잘한 파편들은 날카롭게 깨져있습니다. 평소에 안 쓰는 여러 근육들이 불타오르는 느낌이었으며, 여린 발은 폭발로 인한 시멘트 파편들이 괴롭혔지만 당신은 게이치 않습니다. 출구를 나타내는 초록색과 흰색의 빛이 코앞입니다.

당신은 앞으로 계속 달려 나갑니다. 다리가 욱신거리고 팔에서는 자그마한 핏방울이 낙하합니다. 아드레날린이 분출했으며, 심장은 더욱 빠르게 뛰고 호흡은 점점 더 가파졌습니다. 당신은 마지막으로 ‘출구’라고 적힌 문의 손잡이에 손을 올립니다.

하지만 그것뿐이었습니다. 문을 열자마자 가면을 벗은 그가 있었으니까요. 당신은 가면을 벗은가면 쓴 자의 얼굴을 보았습니다. 당신은 온몸에 전율을 느낍니다.


가면은 벗겨지면 안 되었었다. 나는 그걸 모르고 있었다. 근데 알았다고 해도 달라진 게 있었을까?


“알파... 실망이에요. 저는 알파를 믿었는데 말입니다...”

가면 쓴 자의 이마에서는 피가 흐릅니다. 당신은 그것이 당신이 그를 던져버렸기에 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죄책감을 느낍니다. 여리고 작은 당신의 마음은, 당신이 아는 세상이라고는 희디흰 방밖에 없는 당신은 죄책감을 느낍니다. 그리고 이곳은 그곳이 아닙니다. 이 사실은 불안함과 초조함을 만들고 당신을 휘감습니다. 산소가 폐로 들어가는 한 동작 한 동작이 당신을 더욱 흔들리게 만듭니다. 손이 조금씩 떨리기 시작하고 그 떨림은 곧 온몸으로 전달됩니다.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습니다. 이렇게 복잡한 감정에서, 이 나쁜 상황에서 당신은 조금이라도 빨리 벗어나기 위해 당신은 조금 헐떡이며 입을 엽니다.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습니다. 몇 번의 시도 끝에 간신히 한 말은 지겹도록 반복해서 말하여 이미 혀 근육이 익혀버린 말이었습니다.

“ㅈ 죄송... ㅎ 합니다....”

“그래요. 알파. 알파는 알파가 무엇을 잘못한지 알겠죠? 그럼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요?”

그다음 말은 당신이 차마 말할 수 없습니다. 너무나도 무서워 온몸이 떨리는 말입니다. 분명히 숨을 쉬는데 머리로 산소가 가지 않습니다. 산소가 부족합니다. 당신은 호흡을 빨리합니다. 나아지지 않습니다. 어쩔 수 없지만 당신은 마지막으로 머리를 짜내어 마른 입술을 움직여 대답을 합니다.


그때. 그때 바로 탈출했으면 어땠을까. 밖으로 순간 이동을 해도 되고, 염력을 사용해서 그를 또 날려도 되었을 텐데. 온전한 자유와 나의 사이에는 고작 하나가 있었을 뿐인데.

왜...

.

.

.

End. 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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