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세여 / 공룡] 희망이 되어

부제 ; 희망이 되어서 여러분을 구하는 거야


산들거리는 가을바람이 떨어지는 나뭇잎들 사이를 지나다니는, 모든 것이 꿈같은 완벽한 가을 아침이다.

짜증 나는 훈련들도 눈 감고 해줄 수 있을 만큼 완벽한 하루였다.

... 하루였다.

"코드 F, 코드 F, 요원들은 즉시 C 구역으로 출동해 주시길 바랍니다. 다시 말합니다-"

귀를 찢는 사이렌 소리가 IPS의 본부에 울려 퍼졌다. 사유는 C 구역의 화재. 이곳은 소방서에서 출동했을 때 위치를 알려주기가 어렵기 때문에 이런 일들은 IPS가 직접 해결해야 한다. 여러 능력자들이 이동하여 구역 C의 화재를 진압하러 가는 것이 보이자, 아이들은 괜찮을 것이라고 믿음이 가는지 그들이 위치한 구역 B의 카페에 그대로 앉아있었다.

"야야야야 우리 도와주러 가야 하는 거 아니야?"

"마음에도 없는 소리 하지 말아라-. 너 훈련 째려고 그러는 거지?"

"아앗 너무 뻔했나... 근데 도와주러 가야 된다고 생각하지 않아? 라더야 넌 어떻게 생각하니."

라더가 조용히 끄덕이자 덕개는 졌다는 듯이 두 손을 들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공룡과 라더도 따라 일어서곤 공룡을 중심으로 모이자 공룡은 초록색 파티클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안 지나, 그들이 있던 자리에는 연한 녹색의 파티클만이 자리를 지키게 되었다.


"와 잠만 너무 불이 큰데?!?!"

그들이 도착한 곳은 구역 C. 그들은 화염의 열기와 혼란과 고함으로 가득한 곳의 중심에 도착하였다. 생각보다 심각한 상황에 당황한 그들이 가만히 서있자, 그들을 발견한 수현은 그들을 불렀다.

"얘들아 왜 여기에 왔니...! 어서 안전가옥으로 돌아가!"

수현이 공룡 쪽으로 라더와 덕개를 밀며 어서-라고 말하자 그는 할 수 없다는 듯이 나침반을 꺼내곤 이동 파티클을 다시 띄우기 시작하였다. 온 것만큼이나 빠르게 사라지는 그들을 본 수현은 안심을 느끼면서도 왠지 모를 기시감을 느낀다.


안전가옥에 도착한 덕개, 공룡, 라더. 그들은 갑작스럽게 찾아온 평화와 적막에 괜히 머쓱함을 느낀다. 그들은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이 멀뚱히 서있다가 차차 흩어지곤 일상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야 빨래 시작한다! 다들 흰 빨래 내놨지?"

"어-."

투덜거리며 커다란 플라스틱 바구니를 들곤 세탁실로 향하는 공룡은 조금 우스워 보인다. 하지만 게이치 않고 걸어나가는 그. 빨래통을 세탁기 위에서 뒤집어 빨랫감들을 모두 넣은 그는 세제와 섬유 유연제를 적당량 채우곤 손을 털며 나왔다. 다시 거실로 돌아가려던 그는 이상함을 느낀다. TV소리와 게임을 하고 있는 덕개가 넣는 자체 효과음들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그는 떨리는 마음을 붙잡곤 빼꼼히 거실의 상황을 살펴본다.

"...!"

거실에 펼쳐진 상황은 짧은 시간 안에 일어났다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난리 난 상황이었다. 게임기의 매달려있는 케이블은 소파 발치에서 나뒹굴고 있고, 리모컨의 건전지는 불리되어 바닥에 굴러다니고 있었다. 소파는 조금씩 비틀어져있으며 바닥에 누워있던 양탄자는 역동적인 곡선을 만들며 한쪽으로 물러나 있었다. 그리고 그 난리 한가운데 서있는 '그'. 보지 않은지 오래되었다고 하더라도 절대 기억 못 하지 않을 얼굴이 그들의 안전한 공간 한가운데에 위치하고 있다. '그'는 혼자였으며, 그의 두 손에는 그의 친구들이 한명씩 잡혀있었다.

"흠... 베타는 어디 있으려나..."

"공룡이는 왜! 우리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거야?!"

"베타도 저의 피조물 중 하나니까요-. 자 그럼 베타는 어디 있죠?"

"하 공룡이는 IPS의 본부에서 훈련받고 있어. 우리가 구조요청을 보냈으니 각별 국장님이랑 수현쌤이랑 같이 올 거야."

구조요청...! 공룡은 조심스레 세탁실로 돌아가 돌아가는 세탁기의 뒤편으로 몸을 꾸겨가며 진입했다. 작지만 확실하게 빛나는 빨간색 스위치는 공룡이 손을 뻗어 킬 수 있도록 되어있었다. 스위치가 찰칵! 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올라가자 그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세탁기의 뒤편에서 다시 나왔다. 이제 구조를 기다리며 덕개와 라더를 구해야 하는데... 그때였다. 스위치가 다시 내려가는 소리가 들린 것은.

"????"

스위치는 2개를 한 번에 내려야 하는데, 이는 공룡의 팔로는 닿지 않는 거리에 있었다. 체구가 공룡보다 작은 라더가 조금 더 깊이 들어가거나, 팔이 공룡보다 조금 더 긴 덕개가 와서 올려야 하는 구조였다. 망연자실한 그는 다리에 힘이 풀리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는 계획을 다시 세웠다. 희망은 잡으면 된다.


"어이 연구소장! 나다!"

"야 정공룡!"

거실로 이어지는 복도에서 나온 남성은 그들이 잘 아는, 공룡이었다. 그는 그의 푸른 나침반을 손에 힘줄이 보일 정도로 꽉 잡고 있었고, 눈에는 작은 떨림이 있었다.

"오 베타, 드디어 나온 건가요?"

"니가 원하는 방향으로는 아닐 텐데."

공룡은 빠르게 순간 이동을 하며 그들의 친구들과 연구소장을 분리해냈다. 분리에 성공했지만... 잠깐의 순간 안에 덕개와 라더의 자리에는 공룡이 위치해있었다. 끊임없이 저항하는 공룡을 잡고 있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연구소장을 본 그는 겨우 입을 열어 말하였다.

"내가 아는 누군가가 말했었어..."

"허락을 구하는 것보다 용서를 구하는 것이 더 쉽다고..."

"미안해 덕개야 라더야. 나중에 보자."

그는 연구소장을 잡곤 초록색 파티클을, 다시는 못 보게 될 수도 있는 파티클을 남기곤 사라졌다.

그는 희망이 사라지자 자진하여 희망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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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d. 희망이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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