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백한 말

2024. 03. 13. 발간 질잔느 if 단편집 <역사에 만약은 없지만> 수록

주의사항: 유혈, 동물의 죽음 및 민간인 학살


한 수도사가 말한다.

루앙에서 불타던 마녀를 데리고 도망친 자는 다름 아닌 전쟁영웅 질 드 레 경이였다고.

 

-

붉게 달궈진 갑옷이 살을 파먹는 기분이 들었다. 불티와 기름 타는 연기가 눈앞을 메웠다. 화염을 견딜 수 있는 육신이 생경했다. 평생 느껴보지 못한 감각에 감탄하기도 찰나, 발밑의 장작이 부스러지며 자세가 무너졌다. 사내는 아직 성한 나무토막에 검날을 꽂고 몸을 일으킨다. 죽어서도 바라던 자가 눈앞에 있다. 제가 어떤 표정을 짓는지도 모르고, 영령은 그를 향해 손을 뻗었다.

신벌이 할퀸 몸으로 성벽을 넘는다. 해자의 물에 닿은 갑옷에서 흰 김이 피어올랐다. 뭍으로 기어 나온 질 드 레는 숨조차 고르지 못했다. 제 안위보다 중요한 존재가 품 안에 안겨 있다. 기사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물에 푹 젖은, 한없이 가벼운 형상의 얼굴을 살폈다.

신원을 추정할 수 없을 만큼 뒤틀린 얼굴. 지독한 냄새가 밴 머리칼. 성배는 부름을 받은 서번트에게 검게 탄 사체를 선사했다. 질이 알아볼 수 있는 잔의 흔적은 불길에 오그라들어 펴지지 않는 작은 손과 아직도 붉은빛을 띠는 금속 십자가뿐이었다. 신은 저를 믿은 성녀의 전부를 처참한 불길 속에 던져놓고, 자신이 겪은 고난만을 이 세상에 남긴단 말인가? 만능의 잔에 빈 염원의 결과가 겨우 이것뿐이라니!

으스러지게 끌어안은 몸에서, 장작 터지는 소리가 났다.

질 드 레는 이번에도 인류사에 패배했다. 예수님, 예수님, 하고 울리던 소리는 이제 메아리조차 남지 않았다. 그가 구할 수 있는 사람은 이제 이 땅에 없다. 사내는 고개를 떨구고 흐느끼기 시작했다. 그가 붙들 자는 대답 없는 구세주뿐이었다.

병사들이 이단을 에워쌌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광경 앞에 얼어붙었던 그들은 정신을 차리고 본분을 다하기 위해 무기를 들었다. 해자에서 몇 발짝 떨어진 곳에 쓰러지다시피 무릎을 꿇은 기사의 형상은 화형대 앞에서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품에 안긴 마녀 때문에 검조차 뽑지 못하나? 웅성거리는 목소리 사이에서 야유가 들끓었다. 어떤 상황이 닥쳤는지 짐작조차 못 한 기사는 넋이 나간 이처럼 중얼거리기만 했다.

창을 쥔 누군가가 고개를 들라 외쳤다. 기사는 반사적으로 몸을 움직였다. 한 줄기 횟가루 냄새가 그의 폐부를 가득 채웠다. 코끝을 아리게 하는 감각에 놀라기도 전에, 이단을 향해 창을 겨눈 병사 하나가 쓰러졌다. 질은 눈을 크게 떴다. 아직 루앙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생각을 필두로 몇 종류의 상념이 빠르게 머릿속을 스친다. 남자가 머뭇대는 찰나 동안 그를 향해 쇄도하던 세 사람의 숨이 끊어졌다. 마지막 발악처럼 칼을 뽑은 이들도, 등을 돌리고 성문을 향해 도망친 이들도 발을 떼는 족족 목숨을 잃었다.

학살의 현장은 이내 적막한 피 냄새로 가득 찼다. 줄곧 끌어안은 이가 무사한지 확인하는 대신, 질은 단 한 사람을 눈에 담았다.

석양을 등진 이의 긴 그림자가 기사의 위로 드리웠다. 대지를 훑고 지나가는 남풍에 군기가 펄럭인다. 푹 젖은 대지 위에 당당하게 선 인영. 목소리의 주인은 고작 몇 걸음 앞에 서 있었다.

랭스에 소환된 서번트는 성배가 제게 무엇을 가져다주었는지 안다. 성배는 정말로 그의 소원을 이뤄 주었다. 금빛 테를 두른 깃발로, 저녁놀이 만든 후광으로, 줄곧 다시 듣고 싶었던 목소리로.

“떠나요, 질. 이 욕된 도시에 더는 머물고 싶지 않습니다.”

남자는 가까스로 몸을 일으켰다. 중력의 방향이 변하며 흘러내리는 눈물조차 갈피를 잃고 꺾인다. 양손에 힘이 풀리며 줄곧 붙잡고 있던 무언가가 맥없이 빠져나갔다. 싸늘하게 식은 십자가가 땅 위에 나동그라진다. 서번트 질 드 레는 막을 내린 비극으로부터 눈을 돌렸다.

성벽에서 학살극을 벌인 자들은 루앙을 떠났다. 참사의 소식을 듣고 몰려든 병사들은 죄인의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두 사람은 북서쪽으로 향했다. 질 드 레의 시선 끝에 있던 풍경은 파리도, 랭스도, 영광스러운 오를레앙도 아니었다. 그는 제게 가장 익숙한 장소로 향하고자 했고, 선봉을 맡은 기수가 자신을 그곳으로 데려가리라 믿었다.

짙은 녹음이 머리 위로 드리운다. 그림자 틈에서 굶주린 시선을 빛내던 짐승들은 침입자에게서 풍기는 벼락불 냄새에 꼬리를 말고 숨었다. 두 사람은 전장의 효시 같은 바람 소리를 배후에 품고 나아갔다.

질 드 레의 소원은 절반만 이루어졌다. 성배의 주인이 지키고자 한 이는 단 하나. 누구에게도 구원받지 못하고 모함 아래 불탄 오를레앙의 성녀. 성배는 그가 세상에 존재하지 않음을 인식했고, 이에 따라 인과율을 조금 뒤틀어 세계를 수정했다. 그 결과, 마치 생전의 재회와도 같은 풍경이 질의 눈 앞에 펼쳐지게 되었다.

한참을 걷던 와중, 기수가 숲의 한복판에서 멈춰 섰다. 한낱 부산물에 불과했음에도, 성배가 만들어낸 잔 다르크는 기사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었다. 그의 첫마디는 긍정도 부정도 아닌 명령이었다.

“세이버 질 드 레. 그대가 구하지 못한 존재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감정 가진 모든 이를 멸하십시오.”

사내의 목울대가 한 번 움직였다. 떨리는 시선에는 신을 믿는 자의 망설임이 담겼다. 그러나 저이는 내게서 눈을 떼지 못할 테지. 성배가 만들어낸 서번트는 다시 입술을 떼었다.

“아직도 구원만을 바라는 당신이 속죄할 수 있는 길은 단 하나뿐. 피를 흘려 피를 씻고 나를 위해 죄지으세요.”

“죄로, 죄를 사할 수 있다는 뜻입니까?”

“그렇습니다. 전란이 나를 구국으로 내몰았고 다시는 고향 땅을 밟을 수 없게 했지요. 이 세상에 갈등이 있는 이상 나는 결코 행복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인간의 끝은 투쟁의 끝. 이 땅의 싸움이, 그 참상을 만들 이들이 모두 사라진다면- 우리가 지은 죄 역시 사해질 겁니다. 신 역시 평화로운 세상을 바랄 테니까요."

생전이 질 드 레였다면 곧장 고개를 숙이고 그의 명을 받들었을 테다. 그러나, 불완전한 소원을 눈앞에 둔 영령의 그림자는 감히 그에게 의문을 품고 말았다.

“하지만 그는 당신을 내쳤습니다! 당신의 화형을 지켜보기만 했을뿐더러, 이어진 나의 행보마저도 벌하지 않은 자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더 큰 죄를 지어야 한다니. 역시……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하죠. 당신이 저지른 추악한 일도 결국은 사람의 감정이 만들어낸 것. 나는 그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이 나라에서 감정 가진 사람이라는 존재를 모조리 없애려 합니다. 이제는 마음이 조금 동하시는지요?”

“그렇다면 나를 먼저 베어 주시오! 비탄에 눈멀어 감히 당신을 만들어낸 이 육신이야말로 가장 큰 죄를 안고 있습니다. 이 검도, 성배도 모두 바치겠나이다. 이 만능의 잔으로 당신의 소원을 이루십시오. 나는 신에게 용서받고 싶지 않으니, 부디 그 손으로……”

잔이 고개를 저었다.

“세상이 죽어가는 것을 똑똑히 보십시오. 질, 내가 벌일 학살의 현장에 함께하세요. 그러면 가장 마지막에 베어 마땅한 당신의 목을 가져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질은 언제나 내 편이잖아. 마녀가 싸늘하게 웃었다. 기사는 그의 얼굴에 웃음이 번진 이유를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아무래도 좋다. 성배에 담긴 염원은 오로지 저 미소를 위해서가 아니었던가! 성녀는 이미 내 앞에서 두 번이나 불탔다. 세 번째는 없어야만 했다.

질 드 레는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긍정의 뜻을 읽어낸 잔은 그대로 뒤돌아 앞으로 향한다. 은빛 갑옷의 기사는 성녀의 뒤를 따랐다. 사지에 들러붙는 녹음을 헤쳐나오자, 늦봄의 초지가 펼쳐진다. 자신이 기억하는 잔의 고향과 그나마 닮은 풍경을 눈에 담으면서도, 질 드 레는 생전의 영광이 선혈로 물드는 모습을 머릿속으로 반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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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배가 불러낸 잔 다르크는 단순한 이름으로 불렸다. 화형대의 잿더미 속에서 걸어 나온 자. 한때 벗 삼았던 기사를 사악한 마술로 홀려, 살육에 눈이 멀게 한 자 – 마녀.

신성한 집행을 피로 더럽힌 죄인들은 해가 지는 곳으로 진군했다. 이야기는 입에서 입으로 떠돌았고, 루앙에서 학살극을 벌인 기사가 홀몸이었다는 진실은 서서히 정체되다 말라붙었다. 죽지 않는 마녀와 그의 호위기사에 대한 소문만이 강줄기를 타고 프랑스를 적셨다.

그들은 땅에 흘린 피에서 부와 명예가 솟길 바라지 않았다. 말과 글을 타고 퍼져나가는 공포를 원하지도, 짓밟은 땅에 남겨둔 자들이 서로를 잡아먹다 시들어가기를 바라지도 않았다. 두 사람이 진군하는 이유는 단 하나. 의도도 목적도 없는 죽음만을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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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앙의 소식을 들은 질 드 레 영주는 죽을 지경이었다.

잔 다르크의 화형이 결정된 날부터 다시는 신과 정의를 믿지 않으리라 마음먹었으나, 질 드 레 경은 원수 작위를 받은 프랑스의 전쟁영웅답게 행동했다. 그는 루앙에서 참극을 벌인 이와 자신은 동일인이 아니며, 마녀 역시 잔 다르크가 아니라고 몇 번이고 부정했다. 백성들을 지킬 의무가 있는 영주로서 모을 수 있는 군세를 총동원해 영지를 지키게 했고, 두려움에 떠는 양민들을 위해 남하의 길을 열었으며, 이웃 땅의 영주들에게 피란민을 받아 달라는 서신을 보냈다.

마녀와 동행한다던 미친 기사의 이야기가 금방이라도 자신을 잡아먹을 것 같았다. 젊은 영주는 이 두려움이 단지 헛소문과 모함 때문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여전히 머릿속 한구석에 남은 불안이 있었다. 그의 가장 내밀한 두려움은 자신이 살인마의 행적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마녀가 정말로 있다면. 그가 정말로 ‘나’를 홀려 학살을 자행했다면 - 잔이 아직도 살아 있다는 의미 아닌가!

질은 화형대에 매인 잔을 데리고 도망친 이가 자신이라는 소문보다도, 잔이 정말로 마녀였다는 사실에 안도하고 말았다. 그가 진정 성녀가 아니었더라도 좋다. 악마에게 받은 힘으로 불길에서 걸어 나올 수 있었다면 충분했다. 불경한 생각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신이 정녕 제 피조물들을 굽어살핀다면 이 배교자에게는 당장 천벌이 내릴 것이며……

고뇌의 시간은 짧았다. 앙주가 격파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두 사람의 발을 묶기 위한 최선의 시도는 막대한 힘 앞에 무너졌고, 마녀와 마녀를 받드는 기사는 낭트를 향해 진군하고 있었다. 질 드 레는 최후의 망설임을 진실로 받아들여야만 했다. 사내는 검을 갈고 흑색 갑주를 정비하기 시작했다. 작전만으로는 이길 수 없는 상대임을 직감했고, 몸에 익은 은빛 갑옷만으로 그를 상대할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수족이 되어 줄 이들을 불러모으고 지도 위에 진을 그린다. 질 드 레는 기사 이전에 노련한 위정자였기에 문자로 전장의 토대를 세울 수 있었다. 이는 질이 잔에게 가장 먼저 한 충고였고, 가장 먼저 잊어버린 조언이기도 했다. 그는 글도 배움도 없이 승리를 품에 안았다. 오를레앙 탈환에 성공한 날, 깃발을 들고 돌아보는 이의 무구한 시선이 어떤 승전보보다도 위안이 되었다.

최선의 방비책이 완성되었을 때, 질은 감히 그날의 기적을 꿈꾸었다.

 

이른 새벽, 망꾼의 비명이 들렸다.

태양을 등진 적의 모습을 알아보기도 전에 군졸들의 목이 날아갔다. 남자는 저들을 상대로 백병전을 지시하는 일보다, 선봉에 나와 결투를 청하는 제 모습이 더 우스우리라 직감했다. 이 싸움은 거룩한 성전도 결연한 수성전도 아니며, 하물며 궁지에 몰린 짐승의 발악조차 될 수 없다. 질 드 레는 병사들을 뒤로 물렸다. 대신, 응당 저들과 마주해야 할 자로서 최전방까지 달려 나왔다.

은빛 갑옷의 기사가 천천히 자세를 가다듬었다. 검을 맞대 보지 않아도 전력의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힘도 속도도 인간이 낼 수 있는 범주 밖이다. 초연한 정신으로도 이길 가망이 보이지 않는데, 나는 그를 이끄는 기수를 눈에 담은 찰나부터 동요하고 있지 않나. 저곳의 흉악한 기사는 마녀의 손짓 한 번에 나를 베러 달려들 것이다. 마른침을 한 번 삼킨 질은 가까스로 고삐를 틀어쥐었다.

예상대로, 먼저 달려오는 쪽은 자신이었다. 질 드 레는 지상의 것이라 믿을 수 없는 쇄도 앞에서 얼어붙었다. 기수의 긴장을 느끼자, 그를 태운 흰 말이 콧김을 내뿜으며 몸을 쳐들었다. 눈에 익은 두 얼굴이 자신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지만, 그들의 걸음에는 예전 같은 상냥함이 없다. 말은 금방이라도 놈을 짓밟아버릴 듯 발길질하기 시작했다.

한편, 고삐를 쥔 레 경은 분기에 찬 짐승만도 못한 존재가 된다. 사내는 감히 검을 뽑지 못했다. 압도된 가운데, 그는 준마의 목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았다. 한때 함께 전장을 달렸던 사지에 힘이 풀리며 세상이 휘청였다. 일방적 유린의 풍경 속, 익숙한 인영이 모습을 드러냈다.

심장이 멈춰버린 기분이었다.

검은 경장 차림의 여인이 눈앞에 있었다. 허리까지 오는 긴 머리칼이 장창을 휘두를 때마다 흩날렸다. 잿더미 속에서 빠져나온 듯, 색 바랜 금발이 희게 빛났다. 싸늘하게 굳은 얼굴. 오로지 앞만을 향할 회색 시선. 질 드 레 원수는 최후를 직감했다. 같은 인간이라고 볼 수 없는 힘 앞에 압도당한다. 겁에 질렸고, 한순간 절망했으며, 무력감의 끝에서 불합리한 희망을 맛보았다.

그이가 바란다면 나 역시 기꺼이 종이 되어 참살을 자행했으리라. 기적이 실존한다면 감히 이뤄내고 싶던 모습이 눈앞에 있었다. 저 기사가 차라리 나였더라면. 그를 이끄는 마녀가 조금만 더 일찍 내게 모습을 드러냈더라면. 신을 등지고 한 소녀를 구할 수 있으면 충분했다. 이 나라의 끝까지 도망쳐, 악마에게 영혼을 내주고 마녀와 혼인한 자라고 불려도 좋았다. 이 기적이 조금만 더 일찍 찾아왔더라면 5월 30일이 절망으로 물드는 일은 없었을 터인데!

살아 있는 성녀와 감히 대화하고자 입을 연 순간, 곧게 뻗은 창날이 질의 가슴을 꿰뚫었다. 잔의 걸음에는 한 번의 망설임도 없었다. 앞을 막아선 장애물을 쳐내는 것처럼 가벼운 몸짓이었다. 반격을 허용할 새도 없이 창을 뽑아낸다. 선명하게 뚫린 상처에서 피가 울컥 솟았다. 남자는 입술을 달싹였으나 말이 되지 못한 신음만이 새어 나왔다. 잔은 기사가 숨을 거둘 때까지 기다리지 않았다. 질이 저만치 앞서나가 주군의 복수를 하겠다는 병사들을 향해 덤벼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비규환이 된 전장에서 누구도 레 경의 시체를 찾지 못했다. 도망친 병사들은 해가 지도록 돌아오지 않았고 피난하지 못한 양민들 역시 집 안에서 떨 뿐이었다. 학살극이 벌어진 성벽 앞, 두 명의 승자만이 짓밟힌 몸뚱이 앞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하지만 질, 그는 분명 내 존재에 의문을 품으려 했습니다.”

“그럴 리가! 그는 분명 다시 만나 기쁘다고 말할 생각이었겠죠.”

“당신이 내게 그랬던 것처럼요?”

질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한결 격양된 목소리로 외쳤다.

“애석하게도 그는 인간이고, 인간의 목숨은 너무나도 쉽게 끊어지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그는 기쁘겠지요! 당신이 쥔 성창이 이자를 모든 고통으로부터 해방해 주었으니까!”

잔은 쓰러진 몸뚱이를 내려다보았다. 뒤틀린 사지와 우그러진 갑옷. 가슴 한구석에 뚫린 자국이 선명하다. 남자의 머리는 표정을 알아볼 수 없게 짓밟힌 지 오래였다. 이를 해방이라고 볼 수 있을까? 죽은 자에게 의문을 품어 보아도 답을 얻을 수 없기에, 잔은 그와 가장 닮은 자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줄곧 굳어 있던 질 드 레의 표정이 미소로 물든다. 기사의 얼굴은 희미하게 상기되어 있었다. 마침내 구원받은 이의 표정이었다.

 

-

낭트에서 자신이 죽은 뒤, 질은 잔이 선봉에 나서는 일을 두려워하는 듯싶었다. 먹지도 잠들지도 않고 목적조차 없어 보이는 두 사람은 이야기에서나 나올 법한 재앙이었다. 프랑스는 작위적인 복수극 속 풍경처럼 불타지 않았다. 단지 비명 속에 죽어갈 뿐이었다.

조용히 진군하던 질과 잔은 연둣빛 밀 이삭이 일렁이는 풍경 앞에 도착했다. 잔의 고향은 생전 그가 말해 준 그대로였다. 이곳 사람들은 언제든지 경을 반겨 주리라는 이야기가 머릿속에 맴돌았다.

그러나, 감상도 상념도 찰나에 지나지 않았다. 세상의 진실이 하나둘씩 시야에 들어온다.

프랑스 북서부의 막대한 영지를 소유하고 있던 질 드 레 경의 눈에, 전우의 고향 마을은 작고 초라하게만 보였다. 풍요로운 농지는 질이 상상하던 풍경보다 척박했다. 성모월을 기린다는 요정의 숲 역시 성역보다는 산짐승의 소굴 같았다.

무엇보다, 누구도 둘을 반기지 않았다.

마을 사람들은 돌아온 성녀를 향해 병장기를 겨눈다. 잔 다르크는 망설인다. 손에 든 창이, 그 끝에 매인 깃발이 기이할 정도로 무거웠다. 마녀는 화살촉이 겨눠지는 방향이 아닌 궁수의 얼굴을 본다. 망설임이 공포로, 공포가 최후의 발악으로, 무의미한 저항마저도 움직임 없는 사체의 일부로 변하는 모습을 본다.

어디선가 날아온 돌팔매가 볼을 스쳤다. 충분히 피할 수 있는 일격이었다. 서번트에게 나이 같은 개념은 무의미함에도, 잔 다르크는 그들이 제 또래라고 생각했다. 그들이 눈물을 훔치며 다시 돌을 쥐어 드는 모습 때문에 발을 뗄 수 없다. 불합리한 일이다. 죽음 역시 향수를 느끼나? 깊은 생각은 무의미했다. 낯익은 이들의 눈물은 기사의 검이 스치고 나서야 멈추었고, 잔은 다음 적을 향해 돌아섰다.

마을로 가는 길이 열리자마자, 질은 잔을 허름한 교회로 이끌었다.

“잔, 여기서 잠시 머물러 주시겠습니까? 이런 일로 당신의 손을 더럽히고 싶지 않습니다.”

이례적으로 다급한 표정이다. 숨도 고르지 못하고 입을 연 질을 보며, 잔은 가만히 눈을 깜빡였다. 그토록 말을 잘 듣던 사람이 막무가내로 구는 이유를 묻고 싶었다. 그러나, 지금의 그가 답할 수 있는 사람처럼은 보이지 않았다. 작은 끄덕임이 대답을 대신했다.

천천히 머리를 조아린 기사는 검을 고쳐 쥐고 교회 문을 나섰다. 마을에는 그녀와 함께 웃고 떠들었을 벗들이 있었다. 오를레앙에서의 영광을 함께 축복했을 신도들이 있었다. 그녀가 불탔다는 소식을 듣고 비탄에 잠겼을 - 그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 사람들이 있었다. 기필코 심판해야 하는 이들 사이, 그녀와 닮은 자가 한 명 있었고-

다 무슨 소용인가? 이 마을의 누구도 그녀를 구하지 못했는데!

 

기사는 해 질 녘이 다 되어서 교회 앞에 도착했다. 갑옷 표면이 저녁놀에 붉게 빛났다. 피비린내, 비명, 뼈를 가르는 감각, 바싹 마른 입안의 단내. 서번트의 몸이었음에도 전신이 피로했다.

여느 하나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 기관들 속, 열광에 젖은 시야만이 그를 보좌했다. 질 드 레는 교회 문을 열고 들어왔다.

눈앞의 풍경에 모든 감각이 되돌아온다.

시체 두 구가 잔 다르크의 발밑에 놓여 있었다. 불쾌한 배반의 냄새가 나무와 밀랍 향을 덮다 못해 바닥을 흥건히 물들인다. 무엇보다, 검은 망토로 가리지 못한 가슴께가 온통 피에 젖은 채였다.

질은 잔의 앞에 무너지듯 무릎 꿇었다. 같잖은 학살극에 눈이 멀어 그를 지키지 못하다니! 감히 고향을 사랑하는 그를 상상한 것이 화근이었나? 지난 삶에 대한 기억. 그날의 빛에 대한 미련은 다시금 나의 성녀를 상처입히고야 만다. 감히 그를 만들어내어 더러운 세상 속에 빠트린 일 자체가 씻지 못할 죄였다.

잔은 질을 탓하지 않았다. 어쩔 줄 모르고 거친 숨만 몰아쉬는 남자를 향해 기이한 의문 하나를 표할 뿐이었다.

“저를 알아보더군요. 그들은 나를 자네트라고 불렀습니다. 질, 그건 진짜 나의 이름입니까?”

무릎 꿇은 사내는 난데없는 질문에 고개를 들었다. 그의 전우를 자처하면서도, 함께 수많은 이들의 목숨을 앗아갔음에도, 질은 잔의 물음에 답하지 못했다. 나지막하게 목을 울린 질이 입을 열었다.

“잔, 혹시 그들이 당신을 해하려 했다거나……”

“아니요. 이 상처는 정당한 방어로 인해 생겼습니다.”

잔이 발끝으로 시체 한 구의 손끝을 밀었다. 아직 온기가 남은 손가락이 벌어지며, 끝까지 쥐고 있던 물건이 빠져나온다. 아녀자들이 품고 다니는 접칼이다. 질은 무기의 정체에 더욱 놀라고 말았다. 기껏해야 단순한 호신용 또는 집안일을 할 때나 쓰는 물건. 하물며 사람에게도 큰 상처를 입히지 못하는데, 영령에게 치명적일 리 없다.

“당신이 먼저 무기를 뽑지 않았더라면, 저들은 마녀를 죽이기 위해 어떤 수라도 썼을 겁니다.”

“질, 나는 이 정도로 죽지 않아요.”

“…… 알고 있습니다. 조금만 앉아 계시지요. 상처를 갈무리할 물건을 찾아오겠습니다.”

질은 제 앞에서 다시 등을 돌린다. 그가 예배당을 뒤지는 동안, 잔은 천천히 웃옷을 벗었다. 왼쪽 쇄골 아래 심장을 노렸을 자리가 번들거렸다. 여전히 선혈이 흘러나오고 있다는 사실이 생경했다. 지금까지의 전투 동안 사사롭게 상처 입는 일은 많았다. 그러나 이만큼 죽음에 가까운 상처는 처음이었다.

웃옷 없이 저를 바라보는 성녀의 모습에, 사내의 발걸음이 잠시 멈추었다. 일말의 망설임이 스쳤음에도 상처를 향해 손을 뻗는다. 얼마 안 되는 물을 신중히 부어 상처를 씻고, 흰 천을 기꺼이 피로 물들인다.

병에 든 물은 당연히 축성되었을 테고, 무명천은 수단이나 수의를 짓기 위해 보관한 물건일 것이다. 질 드 레는 사제 또는 사체의 옷으로 잔의 몸을 닦는 행위를 용서하지 못하겠지만, 상처에서 솟는 피를 멈추는 일이 우선이었다.

능숙히 상처를 동여맨 질이 돌연 멈추었다.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그가 떨리는 손으로 잔을 끌어안았다. 흙먼지와 혈액이 한 데 엉켜 굳어버린 갑주의 표면이 드러난 피부 위에 닿는다. 살육 끝에 힘이 풀려 기대었다기에는 작위적이었고, 친애하는 이의 나신을 보고 감히 말할 수 없는 생각을 품었다기에는 지극히 조심스러웠다. 건틀릿을 낀 손끝이 잔의 등을 지긋이 파고들었다. 질은 울고 있었다. 급히 숨을 들이쉴 때마다 판금으로 가린 등이 불규칙적으로 오르내렸다. 서늘한 피부에서 손을 뗀 질은 후회라도 하는 양 멍하니 고개를 떨구다, 거친 탄식과 함께 다시 성녀의 몸 위로 재차 쓰러졌다.

한참을 흐느끼던 질이 가까스로 입을 열었다.

“잔. 부디 그만두시지요. 부탁입니다.”

“어째서 그런 말을 하는 건가요?”

양팔에 힘이 풀린다. 남자는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그는 손끝의 떨림을 어떻게든 멈추려 하며 외쳤다.

“이 상처는 그 어떤 죄악에도 비할 바 없는 잘못입니다! 이 원정은 당신을 위한 나의 속죄. 그 도중 당신을 해하게 된다면! 저는, 저는…… 살아갈 이유가 없습니다!”

“원치 않습니다. 당신이 없다면 나는 거리의 폭도들에게 찢겨 죽고 말 텐데.”

“그렇다면 여기서 이 목을 베어 주십시오! 제가 가진 성배를 당신께 바치겠나이다. 그 힘으로 남은 복수를-”

"아니, 당신은 아직 죽을 수 없어. 나의 과업을 완수하면, 그때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겠다 약속하지 않았나요? 그전에는 안 됩니다. 당신은 나와 함께하며 생전 저지른 죗값을 치러야지요.”

무언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다. 생전의 허물에 짓눌린 사내가 무릎을 꿇으며 판금이 맞부딪히는 소리였다.

“당신이 정녕 세상으로부터 날 구하고 싶다면, 바란 대로 나를 지키세요. 세상에 아무것도 남지 않았을 때. 단 한 사람만이 내 곁에 남았을 때 그날의 약속을 지키도록 하겠습니다.”

피로 얼룩진 웃옷을 다시 걸친 잔이 나직이 말했다.

“랭스에 가요. 당신이 보았다던 그 빛을, 나 역시 눈에 담고 싶으니.”

남자의 흐느낌이 멎었다. 그는 흐린 시야 속에서 성녀의 모습을 찾는다. 희뿌연 풍경 속에서 단 하나의 빛만이 선명하다. 질 드 레는 자신의 비원을 위해 무엇을 놓아버려야 하는지 받아들여야 했다.

 

-

잔 다르크는 볏짚 위에서 몸을 두어 번 뒤챘다. 씻고 동여맨 상처가 여전히 욱신거렸다. 짚단에서 튀어나온 짧고 뻣뻣한 거스러미들이 잠을 방해했다. 얼굴을 한 번 찡그리고 돌아눕는다. 질이 아무 설명도 않고 멋대로 행동했다는 사실마저 불쾌했다. 오늘만큼은 마력을 보충해야 한다고 줄기차게 주장하던 그는, 나름대로 누울 공간이 있던 교회 대신 이 헛간으로 자신을 데려왔다.

말을 듣지 않는 기사에 대한 원망보다도, 그가 떠난 교회에서 벌어진 일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질이 다시 마을로 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아, 두 사람이 교회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질이 벌인 학살극으로부터 도망친 이들이 분명했다.

“자네트, 잔, 정말 네가 맞는 거니? 대체 왜 이런 짓을……”

기시감을 지울 수 없다. 비애로 가득 찬 얼굴이 가증스러웠음에도 곧바로 드러내지 못했다. 이게 세상의 억지력인가? 고향 땅의 성녀는 여전히 자신을 등진 이들을 동정하는가?

그들이 떨리는 손으로 꺼낸 물건은 구겨진 종이 몇 장이었다. 잔은 종이 위에 적힌 내용을 가까스로 읽을 수 있었다. 이제 막 글을 배운 자가 쓴 것처럼 엉망이고, 필요 이상으로 힘이 들어간 서체. 그 문장을 읽어야겠다는 생각보다 저들에 대한 살의가 앞서지 않았더라면, 잔은 그 자리에 한참 동안 멈춰서 종잇장을 들여다보았을 테다.

의문만이 가득했다. 저들의 간절함에 대한 의문뿐만이 아니다. 방어기제에 가까이 무기를 집어 드는 이유도, 눈을 질끈 감고 몸이 이끄는 대로 한 명의 가슴에 창날을 박은 이유도 알 수 없었다. 아직 숨이 붙어 있는 여인이 울면서 제게 달려들었다. 그토록 조잡한 일격은 처음이었다. 저자가 병사였다면 곧바로 다음 과녁으로 삼았겠지만, 죽어가는 자의 몸에서 창대를 뽑는 일조차 힘들었다.

한 뼘도 안 되는 칼날이 아직도 몸 안에서 떨리는 것 같다. 작게 신음을 흘린 잔은 웅크린 자세 그대로 눈을 내리감았다.

 

질은 한적한 마을 풍경을 멍하니 눈에 담았다. 선선한 바람에 무화과나무 잎사귀들이 물결쳤다. 모든 집은 여명을 앞두고 촛불을 껐다. 처리하지 못한 시신이 널브러진 걸 제외하면, 제법 고즈넉한 밤이었다.

문득, 성녀를 따르기로 맹세한 숲의 풍경이 떠올랐다. 잔 다르크의 곁에는 나무도 샘도 있었으나 질이 한때 들었던 요정의 거처와는 달랐다. 그곳에는 성모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화환도, 춤과 노래가 남긴 발자국도 없다. 헛간 문 뒤에서 잠들어 있을 잔 역시 이 풍경을 보고 기뻐할 것인가? 질은 확실하지 못했다.

기사가 복기에 복기를 거듭하기 시작한 이유는 단순했다. 상처를 닦을 물건을 찾기 위해 교회를 뒤질 때 보았던 기이한 풍경 때문이었다. 교회에 놓인 종이란 종이에 모두 잔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지금이라도 성녀의 무고를 증명해 달라는 호소문이었다. 단 몇 명의 백성들이 감히 글을 익혀 신에게 반기를 들었다. 질 드 레는 그들의 탄원이 어떠한 힘도 없을 것이라 짐작했다. 제아무리 그의 고향이었다 한들, 이 정도로는 판사와 심문관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 마녀를 낳은 마을이라며 불길에 휩싸이는 미래가 먼저 떠오른다.

동레미의 사람들이 아직도 성녀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는 진실은 숨겨야 한다. 하지만, 세상에 누구 하나 남지 않은들 이곳의 모습은 지금 그대로여야만 했다. 잔은 고향의 풍경을 다시 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래서, 질은 오늘이야말로 진군을 멈출 생각이었다. 지극히 개인적인 원한, 지극히 이기적인 욕심이라도 좋다. 생전의 성녀가 바란 풍경에 도달했고, 그가 이곳에서 상처 입었기에 내린 결정이었다.

돌연, 거센 바람이 불어닥쳤다. 아귀가 맞지 않던 헛간의 문이 벌컥 열렸다. 난데없는 소음에 정신을 차린 질은 헛간을 향해 몸을 돌렸다. 달빛이 기다렸다는 듯 밀려들어 짚단에 기댄 인영 위에 부딪혔다. 조각난 광채는 긴 그림자를 남겼다. 찬 바람 때문인지, 경첩이 낸 소리 때문인지. 소녀는 짚단 위에서 인상을 쓰며 뒤척였다. 문틈으로 그 모습을 바라보던 질은 조심스레 잔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였다면 금방 편한 자세를 잡고 단잠에 빠져들었을 것이다. 바람이 아무리 쌀쌀하더라도 미소를 띠고 있겠지. 애초에, 그는 친우를 밖에 세워 두는 일을 용납하지 못했으리라. 한사코 문 앞을 지키겠다고 버티는 기사를 가뿐히 끌고 들어가, 난데없는 시골 풍경 속에 빠트려놓은 뒤 환히 웃는 모습을 선명히 상상할 수 있었다.

이렇게 불편한 표정을 하고 잠든 이는 대체 누구인가? 땋은 흔적 하나 없는 긴 머리카락이 본질을 가린 은막처럼 흘러내렸다. 질 드 레는 불현듯 깨닫는다. 내가 만들어낸 존재는 완전한 위작이며, 나는 그를 지키기 위해 너무나도 많은 피를 뿌리고 다녔도다!

광기의 절벽에 부딪힌 감정들이 멋대로 포말을 일으키며 부스러졌다. 두려움인지 욕망인지 모를 충동 속, 성배의 주인이 외운 몇 마디 주문만이 서번트를 악의 길에서 떨어트려 놓았다.

질 드 레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제 선택을 되돌리고 싶다고 생각했다. 지금이라도 이 자를 소멸시키면 모두 원래대로 돌아갈 것이다. 시체의 산을 이 옳지 못한 세계에 남긴 채 어떠한 죄도 씻지 못하더라도, 더는 오늘처럼 고통받지 않으리라는 믿음이 뇌리를 스쳤다.

세이버의 손이 무방비한 목으로 향했다. 싸늘한 금속이 흰 목에 닿았다. 한없이 얇다. 서늘한 피부 아래 금방이라도 푸른 혈관이 보일 듯했으나, 피가 흐르는 소리를 전혀 느낄 수 없었다. 갑주 너머로는 당연히 느낄 수 없다. 짧은 변명을 마치고 힘을 주어 숨통을 그러쥐려는 순간, 서번트는 잠들지 않는다는 사실을 기억해낸다. 눈치채지 못할 리 없다. 금방이라도 눈을 치뜨고 일어나 무기를 겨눠야 하건만, 잔은 여전히 눈꺼풀을 내리감고 있었다.

질은 항상 내 편이잖아.

루앙을 떠나며, 숲속에서 들은 말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그러나, 이미 맹세까지 한 몸 아닌가. 아무리 허상이라 한들 제 죄를 사해줄 수 있는 이는 잔 다르크뿐이다. 기사의 검에 스러진 수많은 인간. 살인마의 손에 희생된 무고한 아이들. 자신에게 죽은 이들의 목숨도, 생전 자신이 죽였을 이들이 목숨도, 이 행군이 끝나는 순간 모두 헛된 죽음이 된다.

그만둘 수 없다.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며 이 참극의 막을 내린들, 주께서 보고 계실 것이기 때문에.

잔이 다시 뒤척였다. 얇은 목에서 손을 뗀 기사는 조심스레 짚단에 기대앉았다. 건틀릿을 벗은 팔로 잔의 목 뒤쪽을 받힌다. 사내의 팔을 베자, 기수의 표정이 조금 풀렸다. 잔은 질의 곁으로 조금 더 다가왔다. 작게 심장 뛰는 소리가 났다. 질 드 레에게 와닿는 박동은 한없이 희미하다. 이건 거리의 문제가 아니다. 갑옷을 벗더라도, 심지어는 맨몸으로 둘이 붙어 있었더라도, 잔은 언제나 아득한 곳에 있다. 두 사람을 갈라놓은 허물은 질 드 레가 인간으로 죽기 위해 바쳐야 하는 기도문의 수만큼이나 두꺼웠다.

바람이 잦아든다. 경첩 맞물리는 소리가 서서히 멀어진다. 사내는 수마를 견디지 못했다. 두 그림자가 눈을 감았다. 그들은 영도 육도 아닌 존재였지만, 이때만큼은 무척이나 인간을 닮아 있었다.

 

-

“이 마녀가! 레 경을 되살려 수족으로 부리면서 아직 부족한가? 왜 다시 여기에 얼굴을 비춘 거지?”

“네? 그가…… 어떻게 되었다고요?”

“어디서 모르는 척인가! 이 나라의 절반은 이미 그에 의해 짓밟힌 지 오래다!”

이방인을 보자마자 뛰쳐나온 패잔병 행색의 사람들. 사방에서 들이민 창끝을 눈앞에 두고 난처해하는 잔 다르크. 특정할 수 없는 좌표와 이미 너무 많은 이들이 죽어버린 땅. 특이점 수정을 위해 1431년의 프랑스에 다시 도착한 칼데아와 데미 서번트 한 기는 의문을 감추지 못했다.

이 사건의 주범, 성배의 주인으로 추정되는 적성 서번트는 단 두 기였다. 루앙의 불꽃에서 걸어 나온 마녀 잔 다르크와 생전부터 마녀에게 홀려 있었다는 질 드 레 경. 그들은 칼데아의 일행은커녕, 어느 순간 소환되어 프랑스를 떠돌던 잔 다르크에게도 무심했다.

마스터 일행은 두 사람을 쫓아 서쪽으로 향했다. 그들의 발길이 닿기도 전에 불합리한 죽음이 이어졌고, 세상은 다시 얼굴을 비친 성녀에게 창날을 겨눈다. 잔 다르크는 눈에 익은 이들의 몸을 안고 눈물 흘렸다.

그는 이 죽음이 전부 자신의 죄임을 안다. 콩피에뉴의 감옥, 루앙의 재판장과 화형대에서 한 번도 신을 향해 분노한 적 없다 한들, 프랑스를 증오하는 마녀의 망령은 여전히 이 땅을 떠돈다.

그날 밤, 잔 다르크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마스터 없는 서번트, 나라의 모두가 등진 성녀의 얼굴에는 희미한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

“그는 아마 간절했을 거예요.”

 

한편, 프랑스를 유린한 마녀와 그의 기사는 랭스로 향하고 있었다.

청명한 날씨가 이어졌다. 진군이라 둘린 두 사람의 여정은 어느 순간부터 떠돌이의 행렬과도 같은 모습이 되었다. 폭도와 짐승을 베어 가며 묻힌 피가 말라 부스러지고 있었음에도, 세계는 신이 굽어살피는 그대로 푸르렀다.

칼데아 국원들은 그들의 동기가 조국에 대한 분노라고 짐작했지만, 잔느 얼터는 줄곧 무덤덤했다. 이 세상 밖의 존재가 개입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도, 이 행군을 멈추기 위한 서번트가 소환되었을 때도, 마녀는 타국의 전황을 읊듯 이야기했다.

“질, 저들의 편에 붙은 서번트가 하나 이상입니다.”

“원군이 필요하다는 말씀입니까?”

“문제 삼을 게 있나요? 당신이 수하를 부리는 솜씨는 훌륭하잖아요.”

“아니요, 잔. 감히 부정하겠습니다. 저는 그럴 수 없습니다.”

“어째서 할 수 없다는 거죠?”

“이 나라에 대한 복수는, 당신의 분노를 해갈하는 자는 제가 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당신을 위한 제 속죄이기에.”

“…… 욕심이 많아졌네요. 그자가 진짜 잔 다르크라는 소문이 있는데도요. 그를 보면 당신이 돌아서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남자가 크게 동요했다. 목울대가 틀어막히는 기분이었다. 질 드 레는 가까스로 마른침을 삼켰다. 마스터 없는 서번트의 정체가 다른 이였다면 이만큼 흔들리지 않았으리라.

곁에 앉은 소녀가 싸늘하게 말을 이었다.

“그 마을 사람들이 살아 있었다면 난리겠어요. 이번에도 울면서 당신은 마녀가 아니라고 들러붙을까.”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이를 상대로 매몰찬 말들이 나왔다. 나는 그 사람이 아니다. 나를 만들어낸 이 역시 이런 말들을 원치 않을 테다. 다만 세상에 자리 잡고 싶다는 욕구가 고집스레 치밀어, 잔 다르크는 냉소를 이어나갔다.

“어리석은 여자. 지금의 나였다면 그 계약서에도 서명하지 않았을 텐데. 질, 당신이 바란 대로 이루어졌음에 기뻐해도 좋습니다. 스스로 마녀라 지칭하는 잔 다르크는 이제 없으니까.”

 

-

랭스에 도착한 마녀는 샤를 7세의 대관식이 이뤄진 대성당을 진지로 삼았다. 칼데아의 스태프들은 마침내 목적지가 정해졌다는 점에 안도했으나, 긴장을 늦추지 못했다.

움직임 없는 적에게 도달하는 길은 멀고도 고되었다. 사람 사는 곳을 지날 때마다 폭도와 짐승들이 길을 막았다. 이방인에 대해 더는 관대해질 수 없는 자들이 무기를 들었다. 그들 대부분은 어지러운 세상을 찢고 나온 존재였다. 되도록 적은 희생을 바랐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더 큰 죽음을 막기 위해서라는 말이 어느덧 합리화처럼 느껴질 무렵, 마스터 일행은 마침내 마지막 전장에 발을 들였다.

세 사람 앞에 버티고 선 대성당은 법정 같은 분위기를 자아냈다. 이방의 여행객을 맞이한 집행인은 거대한 건물의 위세를 등에 업어 더욱 살기등등했다. 익히 들어온 마녀의 종복, 은빛 갑옷의 기사가 성당으로 가는 길목에 버티고 서 있었다.

“질, 어째서 여기에 있는 거죠? 당신은 무고한 사람을 죽일 이가 아니잖습니까!”

기사는 대답 대신 검을 고쳐 쥐었다. 검술에 서툰 이들이 보아도 감탄할 만큼 정제된 움직임이다.

잔 다르크는 이 동작을 잘 안다. 검술이 서툰 제게 가장 처음 가르쳐 주었던 동작이었다. 빠르게 다음 상대의 급소를 노리기 위해 쥐는 방법이라며, 착잡한 표정으로 자세를 바로잡아 주던 모습이 떠오른다. 그는 기사의 도의를 다하지 못하는 이 세상에 대한 유감을 표했다. 내게 배운 것들이 당신의 몸에 익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쓴웃음을 지으며 다시 검을 들었다.

잔 다르크는 적의 얼굴을 살폈다. 생전의 어렴풋한 혈색도, 구주에 대한 신념으로 빛나는 눈도, 때때로 성격 나빠 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올라가던 입꼬리도 온데간데없다. 그는 죽은 자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마녀에게 조종당하는 기사의 소문이 진실로 다가오는 순간이었다.

검사가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다. 위정자가 치켜든 순백색의 깃대가 일격을 흘려보냈다. 위로 치켜 올라간 날붙이가 금빛 술을 베어낸다.

이 싸움은 세상의 어떤 기록에도 남지 않아야 한다. 승리한다면 마스터와 한 소녀의 기억 속에서만 살아 움직일 것이고, 패배한다면 누구도 기억하지 못하리라. 격돌하는 세 기의 서번트 위로 대성당이 그림자를 드리운다. 화려하게 음각된 외벽의 정중앙, 크게 뚫린 원형 창문만이 묵묵히 전장을 내려다보았다.

기사는 성녀를 원호하던 서번트에게 살의를 돌렸다. 죽일 각오로 싸우는 상대 앞에서 상처입히지 않고 쓰러트릴 방법은 무의미하다. 망설임 하나 없는 연격. 요란한 금속음과 함께 갈 곳 잃은 분노가 번뜩였다.

거친 호흡으로 응전해나가던 마슈 키리에라이트가 고개를 떨궜다. 배움은 둘째치고서라도, 생전 겪은 전투의 수부터 압도적인 상대다. 몇 번의 유효타를 입혀도 기세가 꺼지지 않았다. 데미 서번트의 한계를 자각하는 순간, 여명 같은 휘장이 눈앞에서 휘날렸다.

기사는 신성한 깃발 앞에 멈춰섰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어 올리자, 얼굴에 줄곧 드리웠던 그림자가 사라졌다. 한때의 혈색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던 - 창백한 비애에 찬 표정이 순식간에 당혹으로 물들었다.

이 싸움은 그의 의지다. 그는 마녀에게 조종당하지도, 정신이 나가버린 채 소환되지도 않았다. 무언가를 떨쳐내듯 거칠게 내려찍는 검 끝에서 망설임이 느껴졌다. 질 드 레는 제 앞에 선 이가 잔 다르크라는 사실을 줄곧 외면하고 있었다.

나의 오랜 전우. 사랑하던 성녀의 죽음에 미쳐 신을 등진 남자. 잔 다르크는 이것이 제가 아는 질의 마지막임을 직감했다. 그는 백년전쟁에서 활약한 기사의 명예를 버리고 살인마로 죽는다. 잔악무도한 영주가 쌓았던 시체의 산만이 떠도는 소문 속에 남았다. 그의 이야기는 이렇게 끝난다.

성녀는 옛 벗의 눈에서 선명한 흔들림을 보았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마슈의 방패가 허공을 가른다. 칼데아의 마스터는 한 걸음만 더 나아가면 그를 제압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한발 늦게 물러난 기사는 몇 번이고 공격을 허용한다. 가까스로 자세를 바로잡고, 검을 다시 틀어쥐나 싶더니, 순식간에 영체화하여 사라진다.

성당을 감싼 마력이 한 번 일렁인다. 마스터의 부름을 받은 서번트가 퇴거할 때의 움직임이라고, 관제실의 다 빈치가 중얼거렸다.

 

 

잔 다르크는 시뇽 성의 거대한 스테인드글라스를 등지고 앉아 있었다. 마녀의 앞에 소환되어 무릎 꿇은 기사는 참혹한 꼴이었다. 전장의 열기는 진작 식어가고 있었다. 자세를 바로잡으려 할 때마다 잇새로 희미한 신음이 새었다. 벌어진 상처는 한둘이 아니었다. 흉강이 오르내리며, 크게 베인 어깨에 거품이 이는 모습이 보였다.

질 드 레는 거친 숨을 두어 번 몰아쉬었다. 다 잠긴 목소리가 입술 사이로 흘러나왔다.

“잔, 지금이야말로 나의 목을 베어 주시오. 나는 이 이상 살아갈 의미를 찾지 못하겠습니다.”

그는 간절해 보였다. 동레미 이후로 한 번도 죽음이란 말을 입에 올린 적 없던 이가 목숨을 거두어 달라고 바란다. 잔은 그가 어떻게든 살고 싶어 한다고 생각했다. 여정의 막바지가 되어서야 그의 분노가 눈에 들어왔다. 그가 바라보는 풍경이 자신과 같지 않음을, 하지만 그의 시선 끝에는 항상 나 이상의 존재가 있으리라는 사실을 이해했다. 그러나, 잔 다르크는 끝내 그의 간절함을 이해할 수 없었다.

빈사의 기사는 성녀의 발을 향해 손을 뻗었다. 시야가 온전치 못해, 몇 번이고 헛손질하며 흰 피부 위에 피를 묻혔다. 구두 밑창과 발목을 받치고, 드러난 발등에 입을 맞췄다. 갑옷도 손도 차게 식어가고 있었기에, 입술이 떨어지는 감각이 선명했다.

“약속하지 않으셨습니까. 잔, 부디……”

질은 엉망이 된 잔의 발등을 보았다. 얼굴을 타고 흐르던 선혈 몇 줄기가 방울져 떨어졌다. 불충한 자의 피를 묻혔다는 사실에 몸서리친다. 애원도 동시에 끝을 맺지 못했다.

그가 마지막까지 나를 원망하길 바랐다. 죄를 고할 때마다 돌아오는 침묵이 용서가 아니기를 바랐다. 싸늘한 일격. 그보다도 매몰찬 단어들을 기다리던 찰나, 그는 이번에도 내게 묻는다.

“살고 싶지는 않았나요?”

“나는 당신으로 충분했습니다. 아니, 당신은 내게 과분했어요.”

이게 이유가 될 수 있을까? 그가 위작임을 알아도 그저 기뻤다. 영광스런 깃발이 피로 물들었을지언정, 한 번이라도 더 뒤따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했다. 그런데, 이제는 고통 없는 최후까지 맞이하게 해 준다니. 의심할 여지도 없다. 성배는 진정 만능의 원망기였다.

기수는 제 아래 무릎 꿇은 이를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지금의 그는 눈물조차 흘리지 못하는 자였다. 몸의 떨림이 잦아든다. 그가 진정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의 몸에 흐르는 마력이 희미해져서가 분명했다.

잔 다르크는 얼룩진 검을 받아들었다.

“질, 고개를 들어요.”

질 드 레는 성당 유리창을 등진 잔을 한참 동안 올려다보았다. 동요하는 잿빛 홍채. 늦은 오후의 햇살을 받아 환히 반짝이는 머리칼. 그 날 이후 다시는 보지 못할 줄 알았던 풍경이 눈앞에 있었다.

두 죄인이 시선을 마주했다. 웃는 법조차 잊었다고 생각했건만, 서로의 눈에 담긴 것은 분명한 미소였다.

“…… 마지막에 이르니 당신의 목을 베고 싶지 않네요.”

검날이 기사의 목을 파고들었다. 추수를 앞둔 사내가 휘두를 때와는 비교도 안 되는, 무거운 일격이었다. 힘 풀린 손에서 떨어진 성배가 바닥을 굴렀다. 고요한 예배당과 어울리지 않는 찬란한 광채가 황금빛 표면에서 산개했다.

 

잔 다르크는 아직 온기가 남은 눈꺼풀 위에 손을 대었다.

세이버 질 드 레의 영핵은 그의 눈이 감긴 뒤에야 부서졌다.

 

“... 적성 서번트 한 기, 영기소멸을 확인.”

만능의 원망기는 누군가의 소원을 담았다. 기원자는 같은 사람이 아니었으나, 말하지 못할 정도로 비밀스러운 소원임은 틀림없었다.

 

과거의 얼룩이 남은 군기를 뜯어냈다. 선혈이 묻은 구두를 벗고, 좌에서 내려와 땅을 디딘다. 얇은 융단 너머로 대리석 바닥의 서늘함이 전해져 왔다. 쏟아지는 빛에서부터 벗어나자 숨통이 트였다. 경장과 창 한 자루만으로 이뤄진 몸은 가볍기 그지없다.

때아닌 달음박질 소리가 엄숙한 성채를 가득 채웠다. 홀로 남은 피조물은 산책을 나섰다. 오래 방치된 정원을 빠져나오고, 짧은 풀들을 밟으며 내달린다. 기다란 머리칼이 바람에 흩날렸다. 창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간다. 희미한 미소가 번지고, 찰나의 온기가 양 뺨 위에 깃든다. 마지막 전투를 앞둔 자가 감히 즐겁다는 표정을 짓는다. 제게 적대하는 이들을 내려다볼 때까지, 성배의 주인은 한 번도 돌아보지 않았다.

산발이 된 머리, 손마디가 불거질 정도로 굳게 붙잡은 창대, 입가에 걸린 비릿한 미소. 마스터 일행이 마주한 마녀는 지금까지 만나본 것보다 더욱 분에 차 있었다.

창백한 기수의 심장은 단 한 번의 전투를 위해 고동친다. 그는 숨을 크게 들이쉬고 창날을 겨눈다. 날카로운 결의가 담긴 선언이 잔 다르크를 향해 내리꽂혔다.

“일기당천의 재주도 만부부당의 힘도 죽음 앞에 무력한 법. 되살아난 마녀의 이름으로 고합니다. 그대들이 주창하던 인류사의 기적은 한 줌 잿더미가 될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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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 긍정적인 땃쥐

    냐아아악 선생님!!!!!!!!!!!!! 이 명작을 이제서야 다 봤습니다. 정말....정말......... 미치광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그 정수가 담겨 있군요.... 미치겠습니다.... 무고한 사람들을 죽일 때 조차 얼터가 다치는 걸 원하지 않기 때문에 죽고 싶어 미치는 인간... 정말 광기의 그 자체였습니다. 크으윽........ 역시 질드레는 성스러운 괴물... 무시무시한 괴물이로군요... 너무 좋아요.... (누움) 얼터랑 세이버가 이렇게 맛도리일지 누가 알았겠습니까!!! 갸아악 광기 커플 너무 잘어울려요!!! 갸아아아악 근데 어라... 그럼 이 특이점에서의 캐스터의 발현과 프렐라티의 만남은...? 프렐라티 의문의 1패군요 (왠지 꼬숩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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