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마후]비

카미시로 루이×아사히나 마후유

프세카 b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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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컾해석○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1학년의 어느 날, 언제나 똑같았던 일상의 단면에 닦이지 않는 색깔이 있었다.

*

비가 내린다. 나는 엄마가 가방에 넣어주신 우산을 쓰고 학원에 가려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학원까지 가는데 걸리는 잠깐의 시간. 그 속에서 흑백영화처럼 흐리게 보이는 길거리의 풍경은 나의 흥미를 끌어내지 못했다. 조금이나마 남아있는 관심을 긁어모아 주변을 둘러보면 우산이 없어 가방을 뒤집어쓰고 뛰어가는 사람, 하나의 우산을 둘이 나누어 쓰고 가는 사람, 편의점에서 싸구려 비닐우산을 구매하는 사람. 저마다 각자의 방법으로 비를 피하려 애쓰고 있었다. 나는 그런 무의미한 것들을 어딘지 모를 저편으로 흘려보냈다. 그런데, 흐리다 못해 녹아버릴 듯한 세상에 이질적이게도 선명하게 보이는 것이 있었다.

평상복으로는 보이지 않는 화려한 복장의 남성. 그는 어떻게든 비를 피하려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온전히 비를 받아들이며 오히려 빗물이 몸 전체에 닿길 원한다는 듯 몸을 휘적거리고 있었다. 그의 옷과 머리에 무수히 많은 빗물이 녹아내리고 있었음에도 그는 꼿꼿이 서서 웃고 있었다.

연극이라도 하는 걸까. 어느순간부터 하늘에 구멍이라도 생긴 양 억세게 내리는 빗소리 탓에 말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렇지만 특유의 과장된 몸짓이라든가 그와 같은 화려한 연출들이 연극의 내용을 충분히 설명해 주고 있었다. 그 외의 출연자는 없었다. 관객도 없었다. 그는 비가 만들어 낸 벽에 둘러싸여 고립됐다. 그는 자신을 보고 있는 사람이 없음에도 웃었다. 당신은 무엇을 위해 웃고 있을까. 누구를 위해 웃고 있는 걸까. 나로서는 전혀 알 수 없었다.

비 때문에 모습이 자세히 보이지 않을 지경이 되어서야 그의 연극이 멈췄다. 인사를 하는 그의 앞엔 아무도 없었다. 차가운 바닥에 부딪히는 빗소리만이 주변을 가득 채웠다. 그는 빗소리가 박수 소리라도 된다는 듯이 웃으며 인사했다. 잠깐 그와 눈이 마주쳤었나. 중간부터 놓아버린 우산을 주우려 몸을 숙인 탓에 보지 못했다. 옷이 상당히 많이 젖었다. 시간도 많이 지났다. 우산을 대충 걸치고 스마트폰을 열어보니 학원과 엄마에게서 온 부재중전화 목록이 쌓여있었다. 화면에 뜨는 숫자들이 학원이 끝날 시간을 나타내고 있었다. 집에 가야지.

원래 학원으로 가려던 길에서 집으로 향하는 길로 방향을 틀었다. 학원에 가지 않은 건 엄마한테 뭐라고 말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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