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을 부지하는 법
어렵지 않아, 그냥... 살아가면 돼. 그 또한 내 일부니까.
살짝 놀랐다.
기억하고 있었구나.
네 기억력이 좋은 건 알았지만, 그 점에 대해서는 조금 잊었길 바랬다. 뭐랄까, 그리 좋은 사실은 아니잖아. 고민했다. 너에게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괜찮은가? 생각해보면 생각보다 몸은 괜찮은 상태였다. 하지만, 정말 괜찮은가? 그에 대해 고민해보자면, 답은 하나 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좋지 않았다. 의사에게 들은 말, 계속되는 격한 행동은 몸은 망치는 일이라는 말, 하지만. 어쩌겠어. 내 행복을 위해 해야 하는 일인 걸. 그래서 후회하진 않는다. 그런 아픔 또한 나의 일부니까.
“그럼~ 괜찮아. 봐봐.”
“피는 여전히 토하긴 하지만 양은 적어. 오히려 참는 것보다 뱉는 게 더 낫다고도 하셨고. 내상으로 인한 사혈이니 뱉는 게 건강에 더 좋다 하셨다고.”
그러니, 너에게는 거짓을 고하지 않는다. 격한 행동은 몸을 망치긴 하지만, 문제는 없었다. 피는 토하긴 하지만, 이미 죽은 혈이기에 뱉을 때마다 검은 것이 나올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일이었으니까. 그래도, 네가 나를 생각하면서 약재를 모았다는 것은 꽤나 달가운 소식이었다.
내가 아픈 걸 잊지 않아줬구나.
하지만, 너의 여행에 그런 걱정을 끼치게 만든 건 아닐까 싶었다. 이내 네 목부근에 보이는, 내 왼손 약지에 있는 것과 똑같은 반지를 바라본다. 이제 저 반지는 너의 어느 손에도 잘 맞지 않겠지. 나는 여전히 내 손에 잘 맞는데, 조금은 보고 싶었다. 네가 손에 반지를 껴주는 모습을. 하지만, 그래. 어떤 의미에서 끼지 않는 것인지 아니까. 그래서인지 재촉같은 것은 하지 않았다. 너도 너 나름대로 그걸 아끼고 있다는 거잖아.
“뭐어?”
“아하하, 한세~ 그런 곳에 가서까지 내 생각을 했다니. 그정도면 중독이라고? 여행 할 때는 온전히 너만 생각해야지. 이러다가 네 인생에 온통 나라는 색으로 가득차는 거 아니야?”
“이미 그렇다면 내가 책임져야겠네.”
이런 농담거리나 하고, 그녀는 참으로 태평한 거 같았다. 아니, 그런 척을 하는 건가.
그리고 이어지는 질문에는 당황한 듯, 입은 웃고 있었으나 눈은 동그랗게 떴다. 만족하고 있냐고? 그 질문에… 어떻게 답을 해야하지? 처음 들어보는 질문이었다. 다들 잘 지냈냐는 물음, 그 이후 왜 가문을 나갔냐에서 끝났다. 만족하냐는 질문은 그 어느 누구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였을까. 예상치도 못한 질문에 어떻게 답을 해야 할지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손톱을 세우고 목으로 가려 조금 움직인 손에 다른 손으로 그것을 막는다, 그저 두 손을 모아 뒤로 쭈욱 빼고는 당황함이라는 감정은 사라진 채, 웃으며 말을 꺼냈다.
“당연히 만족하지~! 나처럼 만족감 있는 삶을 사는 사람, 여기에 없을 걸?'”
“… 언제나 말하지만. 한세, 괜찮아. 정말로. 나와 대화해주고 만나주는 것만으로도 나는 이미 충분해. 그것만으로 나한테 충분히 도움이 되었는걸? 그럼에도 후회한다면….”
작게 숨을 들이마신다. 내쉬는 법을 잊은 사람처럼.
무언가 외치려던 행동도 잠시, 다시 지어진 웃음은 평온했다.
“난 괜찮다고 믿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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