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미카] 얼굴 없는 콰이어 제군에게 고하노니

#밸런타인데이 #솔로 라이브 #사탕반지

※허구와 날조 100%, 공식 설정과 다른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2월,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미카의 솔로 라이브가 열린다는 소식에 슈는 당연하다는 듯 스케줄을 조정해 귀국했다. 전날까지 스케줄이 꽉 차 있었기에 전부 해치우고 항공편에 올라탔더니 시간이 촉박한 바람에, 그야말로 공항에 내리자마자 공연장으로 직행해야 했을 정도였다. 어찌되었든 당당히 어깨를 펴고 관계자석 쪽에 나타난 그 모습을 보고 먼저 와서 앉아 있던 아라시가 미소를 지으며 손짓하자, 슈는 고개만 살짝 끄덕이고는 그 옆자리로 가서 앉았다. 

그리고 자리에 앉으려다가 이미 의자에 자그마한 무언가가 놓여 있는 것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이게 뭐지? 누군가가 부주의하게 잊고 간 짐인가…?" 

"어머, 아냐. 관객들 전원에게 나눠 주는 선물. 오늘, 밸런타인데이잖아? 미카쨩이 팬들에게 주는 거야." 

 

아라시가 윙크하며 대답하자 슈는 말없이 그것을 집어들고 자리에 앉아, 곰인형 로고로 가득한 포장지를 풀어 보았다. 작은 꾸러미 속에서는 이번 라이브를 위해 새로 촬영한 미카의 포토카드와 짧은 메시지가 적힌 카드, 한입 사이즈의 작은 초콜릿, 그리고 사탕이 달린 장난감 반지가 나왔다. 

 

"…." 

"어머, 뜻밖이네." 

 

꾸러미를 풀어서 내용물을 확인한 뒤 아무 말 없이 다시 집어넣고 재킷 안주머니에 넣은 뒤 팔짱을 끼고 자리에 털썩 앉는 슈를 보고 아라시가 고개를 갸웃했다. 두 눈을 감고 있던 슈가 한쪽 눈만 떠서 아라시 쪽을 슥 쳐다보았다. 

 

"뜻밖이라니, 무엇이 말이지?" 

"이츠키 선배라면 작은 소품이라도 더 깐깐하게 굴 줄 알았거든. '이런 하찮은 짓거리를 할 바에야 무대의 완성도에 더욱 심혈을 기울이라는 것이다! 설마 사소한 선물로 관객들에게 아첨을 떨어 공연의 부족함을 눈속임하고 넘어가려는 것은 아니겠지!' …라고," 

"너는 내 어머니라도 되는 건가? 나를 퍽 잘 아는 것처럼 말하는군." 

"…미카쨩이, '스승님'이라면 그렇게 말할지도 모른다고." 

 

슈는 눈썹을 움찔하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 생각이 들지 않은 것은 아니다만." 

"들긴 들었구나." 

"이것은 Valkyrie로서의 일이 아닌, 카게히라 개인의 일이니 내가 참견할 영역이 아니라는 것이야…. 이런 행위까지 전부 공연의 일환으로서 기획했다면 일개 관객인 나로서는 일일이 트집을 잡는 것보다, 그것을 순순히 향유하는 것이 의무일 터. 예술 앞에서 그런 야만적인 행위를 할 만큼 분위기를 읽지 못하지는 않는다." 

 

아라시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정말 많이 바뀌었네, 이츠키 선배." 

"너희는 대체 나를 뭐라고 생각하는 거지? 나도 아이돌이라는 것이야. 게다가 관객들에게 초콜릿을 나누어 주는 행위로 말하자면 졸업 전 '쇼콜라 페스'의 경험도 있지. 물론 납득하고 참가한 것은 아니고, 불가피한 이유가 있어서였다만." 

 

그렇게 말하던 슈가 흘끔, 한 곳을 쳐다보았다. 

 

"…단, 이렇게 반지를 불특정 다수에게 경솔히 선사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다소간의 교육이 필요하겠군." 

 

슈의 시선은 아라시의 손가락에 끼워진 사탕 반지에 쏠려 있었다. 슈의 품 속에도 하나가 들어 있고, 아라시의 손가락에도, 또 앞, 뒤, 양 옆자리 객석의 모든 팬들에게도 공평하게 하나씩 주어진 플라스틱 사탕 반지. 미카의 눈동자 색에 맞추어 파란색과 노란색 중 랜덤으로 하나씩 들어 있다고 카드의 메시지에 씌어 있었다. 

 

"어머나, 한 개에 겨우 100엔도 안 하는 사탕 반지야. 이런 어린애 장난 같은 걸 가지고 그렇게 진심으로 화내다니, 참 속 좁은 남자네." 

"…." 

 

슈가 무어라 대꾸하려 하는데 공연장 안의 불이 꺼지고 곧 공연이 시작된다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아라시가 설레는 표정으로 휴대전화 전원을 끄는 모습을 보면서 슈는 결국 입을 다물고 무대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밸런타인데이라고는 하지만 미카의 취향답게 다소간의 호러 테이스트가 섞여 있는, 사랑스럽되 마냥 사랑스럽지만은 않고 그야말로 가시를 숨긴 장미 같은 밸런타인 공연의 시작이었다. 

 

 

*** 

 

 

"응아아, 스승니임~! 은제 왔나?! 왔으믄 대기실에 먼저 들러 주지~! 내 스승님 얼굴 보고 시작할라꼬 끝까지 기다렸는데에~!" 

 

마지막 앵콜 무대까지 마치고 대기실로 돌아온 미카가 한 걸음 늦게 들어오는 슈를 보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달려왔다. 하얀 뺨이 라이브 직후의 흥분으로 상기되어 있는 모습을 보니 분명 미카 혼자만의 무대였는데도 방금 전까지 자신이 함께였던 듯한 착각에 사로잡힐 뻔해, 슈는 고개를 살짝 돌리고 헛기침을 했다. 

 

"시간에 딱 맞춰 오게 되어서, 할 수 없이 객석으로 바로 들어왔다는 것이야. 오기 직전까지 하던 일이 있어서…. 음, 나쁘지 않은 공연이었다, 카게히라. 다섯 번째 순서의 그 곡, 2분 31초 부분에서 늘 손끝이 2도 오른쪽으로 덜 움직이는 습관이 있다고 내가 늘 지적했었는데 오늘 보니 고쳤더군. 노력을 칭찬하마. 그리고 그 후 토크 타임에 시선 처리가…." 

"응아, 응아응아…." 

"자, 자! 아이 참, 이츠키 선배! 방금 무대 마치고 내려왔는데 벌써부터 반성회를 시작할 건 또 뭐야! 미카쨩, 정말 수고했어! 관객들 모두 미카쨩한테 새삼 반했을 거야~! 팬서비스, 정말 만점이었어~!" 

"에헤헤, 고맙데이, 나루쨩. 나루쨩한테 하트 맹그는 거 배운 보람이 있었구마." 

 

슈의 장광설이 시작되기 직전 아라시가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와 말을 가로막으며, 미카에게 시원한 주스를 건네면서 활짝 웃었다. 그러고 보니 호러 밸런타인데이 라이브라는 이유로 오늘의 미카는 무대에서 '만인의 (해골) 연인'을 연기했다. 관객 전원에게 선물한 사탕 반지도 공연 콘셉트의 연장선상이어서, 마치 해골 신부에게 프러포즈하는 듯한 분위기로 음울하고 달콤한 앵콜곡을 부르며 귀여운 해골 신랑 차림의 미카가 품에서 수줍게 사탕 반지를 꺼내 내미는 장면이 연출된 순간 객석은 채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곳곳에서 저절로 터져나오는 앓는 소리를 꾹 눌러 참는 바람에 진동이 공명하여 웅웅대는, 마치 지옥의 한 구역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고 말았다. 

 

"농! 다시 한 번 말하지만, Valkyrie의 무대였다면 결코 허가하지 않았을 것이야." 

"응아~ 당연하제. 오히려 내 솔로 무대라꼬 허락을 해 준 기 신기하데이…. 캐도 마, 신선하고 재밌었다 안카나. 참, 스승님도 사탕 반지 받았제?" 

  

미카가 눈동자를 굴려 살짝 슈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슈는 고개를 끄덕였다. 

 

"좌석에 포함되어 있는 세트라고 하기에 받아 두었다. 지금 당장은 예정에 없지만 갑자기 당분이 필요하게 될 경우 먹도록 하지." 

"응아? 무, 묵을 끼가…?" 

"사탕과 초콜릿을 먹지 않고 어디에 쓰지? 카게히라, 음식을 선물받아서 바로 먹지 않고 오래 보관해 두려 하는 네 나쁜 버릇은 아주 잘 알고 있다만 그것은 고쳐야 해. 먹을 수 없게 될 때까지 음식을 내버려두는 것은 곧 음식을 소홀히 하는 일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야. 그래서는 벌을 받을 것이다." 

"으, 응아… 글켔제…." 

 

슈는 금세, 자신이 귀국할 때마다 사 오곤 하는 고급 디저트 종류를 늘 어떻게든 보관하려 애쓰는 미카의 노력에 대해 질타를 시작했다. 미카는 어깨에 힘이 쭉 빠진 채 헤실헤실 웃었고 아라시가 그런 미카 옆에서 어깨를 토닥거렸다.

 

 

***

 

 

"응아아… 나루쨩 봐래이, 다들 인증샷 올려 주는구마. 에헤헤, 다 이쁘데이." 

"그야 당연하지. 라이브에서 아티스트에게 받은 선물을 함부로 취급하는 팬이 어디 있어? 게다가 이번 미카쨩 밸런타인 라이브, 티켓 구하기 진짜 힘들었다고 다들 그러잖아. 처음으로 선보이는 소극장 프러포즈 콘셉트였으니까." 

"내도 스승님이 준 꽈자 저래 보관해 놨다가 들켜가, 보는 앞에서 할 수 없이 묵은 적 있데이…." 

 

라이브가 끝난 직후부터 미카의 밸런타인 라이브에서 받은 사탕과 초콜릿을 소중히 유리 케이스 속에 보관하고 그것을 예술적으로 꾸민 인증샷들이 속속 SNS에 올라오고 있었다. 라이브 다음날, 카페테리아에 앉은 미카와 아라시는 그 사진들을 확인하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캐도 마, 설마 그기를 그냥 '사탕과 초콜릿'이라꼬 할 줄은 몰랐다 안하나…." 

"아하하, 정말. 그 사람 쓸데없이 로맨티시스트인 주제에, 묘한 데서 드라이하다니까~." 

 

밸런타인 라이브에서 관객들에게 작은 선물을 주자는 아이디어가 나왔을 때 사탕을 넣자는 것은 물론 미카의 아이디어였다. 그러나 기획 회의에 참여한 아라시가 '기왕이면 사탕 반지로 하는 게 어때? 스승님도 이번에 짬 내서 온다면서? 얼렁뚱땅 이 기회에 스승님한테도 반지를 주는 거야.'하는 말을 던지는 바람에 미카는 얼굴을 새빨갛게 붉혔지만, 그 후 예산안에 사탕 반지 항목이 조심스럽게 올라와 있는 것을 보고 아라시는 까르르 웃었다. 

자그맣고 수줍음 가득한 미카의 마음으로 슈에게 당당히 반지를 건넨다는 게 불가능한 일이라는 건 아라시도 잘 알고 있었으므로, 은근슬쩍 이렇게 시도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설마, '음식을 소홀히 하면 안 된다'고 야단만 맞고 끝날 줄이야. 

 

"역시 스승님한테 얼렁뚱땅 싸구려 사탕 반지로 마음을 전한다는 기, 첨부터 틀려묵었나 보구마…." 

"으응… 그 사람이 물건을 단순히 값어치로 따지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아무래도 성의가 없긴 했지? 후훗, 다음에는 더 잘 해 보자. 미카쨩, 미카쨩과 이츠키 선배한테는 아직 시간이 많잖아." 

"응아~ 맞데이, 앞으로도 다른 방식으로 시도해 볼끼다! 내는 인자 인간이니께, 포기하지 않고 인간답게 계속해야제! 생각해 보니께 스승님이 그 사탕 반지를 손가락에 끼는 것도 상상이 안 되는구마!" 

 

친구와 얼굴을 마주보고 환하게 웃다가, 문득 아라시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고 보니 그 사람, 처음엔 분명 '불특정 다수에게 반지를 뿌리다니 경솔하다'고 화를 냈던 것 같은데…?" 

 

 

*** 

 

 

미카의 솔로 라이브에 맞춰 슈가 당연히 귀국할 것을 예상한 프로듀서가 미리 짜 놓은 며칠간의 스케줄을 한바탕 소화한 뒤, 겨우 한숨 돌릴 시간이 난 Valkyrie의 두 사람은 슈가 묵고 있는 호텔방에 마주앉아 홍차를 마시며 쉬고 있었다. 

 

"하에에~ 안즈쨩은 우리가 소나 로봇인 줄 아는가부다. 내는 인제 손가락 하나도 까딱 몬하겠데이…." 

 

눈이 빙빙 돌 정도로 바빴지만 그래도 스승님과 함께 하는 오랜만의 Valkyrie 스케줄이었기에 미카의 얼굴에서는 연신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호텔 불랑제리에서 사 온 크루아상을 앞에 둔 채 그런 미카를 가만히 바라보던 슈가 문득 입을 열었다. 

 

"이제 찬찬히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났으니 자백하거라, 카게히라. 대체 무슨 생각이었지?" 

"응아? 머가 말이고?" 

"밸런타인 라이브에서 객석 전체에게 반지를 선물한 일 말이다." 

 

미카가 입을 다물었다. 단순히 '사탕과 초콜릿'이라고만 인식하는 줄 알았던 슈의 입에서 명확히 반지가 거론되는 것을 들으니 창졸간에 식은땀이 줄줄 흐르기 시작했다. 차마 경애하는 당신에게 단둘이 있는 자리에서 반지를 줄 용기가 나지 않아 그런 치졸한 방식을 택했다고는, 입이 찢어져도 대답할 수가 없었다. 경멸 섞인 눈빛을 받을 것이 두려워 온몸이 쪼그라드는 듯했다. 

 

"마, 그, 그기는 마, 쪼매난 기믹이라고나 할까, 밸런타인이니께 여흥으로…." 

"농! 메시지에 뭐라고 씌어 있었지? 아름다운 네 눈동자 색깔을 따 와서 파란색과 노란색, 둘 중 하나의 색깔을 띤 사탕이 들어 있다고? 티켓을 구매해서 공연에 찾아와 준 손님들에게 성의를 보이는 것은 물론 훌륭한 마음가짐이지만…." 

 

슈가 손을 뻗어 미카의 뺨을 살짝 어루만졌다. 미카가 어깨를 파르르 떨었다. 

 

"네 눈동자를 핥을 권리까지 저 구름떼같은 군중에게 함부로 배포하다니, 나는 그런 걸 허락한 적이 없다는 것이야." 

"응아? 스승님?" 

 

자신을 가만히 바라보는 슈의 보랏빛 눈동자 깊은 곳에서 일렁이는 묘한 불길이 있었다. 미카는 그 불길 속에 몸을 던지듯, 저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실은… 몇 달 전에, 프리티 5의 모임에서 결혼 이야기가 나온 적이 있었데이." 

 

슈는 미간을 찌푸렸지만 이야기를 계속하라는 듯 턱짓을 했다. 

 

"우리는 나이도 아직 어리니께… 결혼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 없었는데, 나루쨩이 그라는기다. 혹시 스승님이 결혼하믄 우얄끼냐고." 

"내가…?" 

 

슈 역시 생각도 해 보지 않았던 이야기였기에 당황스러운 기분이었지만 미카의 표정이 너무나 심각했기에 코웃음으로 넘길 수가 없었다. 

 

"내는… 죽을지도 모른다캤다. 내가 죽을지, 스승님이 죽을지, 스승님이랑 결혼할 사람이 죽을지, 그기는 그때 가 봐야 아는 거겠지마는… 아무튼, 그때는 잠깐 머리가 어케 돼서 그런 말을 내뱉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외부에서 참견할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드마." 

"카게히라…?" 

"그치만, 아무리 생각해도 딱 하나 참을 수 없는 기 있었데이." 

 

미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자신의 가방을 뒤적거렸다. 그때 밸런타인 라이브에서 배포하고 남은 사탕 반지 몇 개가 분명히 들어 있을 터였다. 하나를 꺼내 가지고 온 미카는 포장을 뜯어, 허락도 구하지 않고 슈의 왼손을 잡더니 약손가락에 그것을 끼웠다. 

 

"딱 하나만, 내 주제넘은 소리라는 거 알믄서도 말하는기다. 소원이 딱 하나 있다카이. 스승님, 딴 사람은 다 된다. 예술가하고만은 결혼하지 말아 도." 

"…." 

"내 스승님 결혼식 때 웨딩플래닝도 도와줄 수 있데이. 손님들한테 인사도 하고, 식탁에 음식 차리는 일도, 하다못해 신부 웨딩드레스 디자인까지도 다 할 수 있데이. 그치만 예술가만은 안 된다. 스승님 옆의 예술가 파트너 자리는, 그것만큼은, 내 양보 몬한다."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아직도 자신의 왼손을 꼭 잡고 있는 미카를 흘끔 본 슈가 긴 한숨을 내쉬었다. 

 

"상당히 큰 것을 바라는 것치고 대가가 지나치게 약소하군그래." 

"응아아, 미, 미안타…." 

 

얼굴이 붉어진 미카가 서둘러 사탕 반지를 빼내려 했지만, 슈는 주먹을 꽉 쥐어버려 그것을 저지했다. 

 

"한 번 준 것을 다시 회수해 간다는 고상하지 못한 행동을 내가 허락할 것 같으냐? 하아… 카게히라, 나는 내 결혼식 준비를 네가 돕게 할 생각도 없거니와, 그런 마음이 담긴 반지를 그날 라이브에 참석한 수백 명의 관객들과 똑같이 받아야 했다는 사실에 화가 났다는 것이야." 

"응아… 잘못했데이, 스승님…. 내 인간으로 아직 한참 부족해가꼬… 이 방법 말고는 생각이 안 났데이…." 

 

슈가 자리에서 일어나 침대 옆 작은 서랍장에서 무언가를 꺼내 왔다. 그것을 본 미카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대기실에 들를 시간을 미처 내지 못해, 공연장 안으로 바로 들어갔다고 하지 않았느냐? 마지막까지 이 공정을 마무리하느라 손을 뗄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카게히라, 안타깝게도 나는 세간에서 꾀까다롭다고들 하는 평판이 있는 자이기 때문에 같은 예술가가 아니면 인생의 파트너를 맺을 수가 없는 것이야. 그리고 그 자리는 이미 채워졌지. 내가 왜 또 다른 누구를 원하겠느냐?" 

"스승님?" 

"네가 지불한 것은 이 작은 사탕 반지 하나가 아니라, 너 자신의 파트너 자리라고 생각하거라. 내가 네게 줄 수 있고, 네가 내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것. 서로가 그것을 교환해 버리면 아무도 죽지 않고, 가장 평화로운 결말이 나지 않겠느냐?" 

 

슈가 미카의 손을 잡고 약손가락에 끼워 준 것은 심플한 로즈골드 밴드에 미카가 좋아하는 빨간 맛 사탕처럼 생긴 작은 루비가 끼워진 아름다운 반지였다. 

 

 

*** 

 

 

슈가 파리로 돌아가고 나서 얼마 후, 라이브 방송을 켜고 지난 밸런타인 라이브에 대한 감상을 이야기하던 미카의 손가락에 낯선 반지가 끼워져 있는 것을 본 댓글창에서는 난리가 났다. 

한 박자 늦게 그것을 알아차린 미카가 활짝 웃으면서 "이거는 스승님이 주고 간 기다!"하고 자랑하자 댓글창은 평소 상태로 돌아가 흐뭇한 분위기를 자아내다가, 미카가 반지를 빼서 안쪽을 카메라에 비춰 보이며 "봐래이~ 속에 스승님이 직접 각인도 했데이! 근데 내는 막 한번에 이해하기 어려븐 멋진 말 같은 걸 써줬을 줄 알았는데 스승님 이름이다 안카나~ 응후후, 내는 스승님 사인을 손가락에 끼고 다닌데이~."하고 설명을 늘어놓자 다시 폭발이 일어났다. 

그날의 실시간 트렌드 순위는 이랬다.

 

1 발키리 결혼 

2 자기 꺼 

3 이름 써놓은 

4 마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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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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