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노치카]이치카의 다이어리

wander days Ⅲ

드림소설 '이치카의 다이어리' 백업

다시 눈을 떴을 때, 제일 처음 보았던 것은 새하얗고 몽실몽실한 구름이 떠다니는 푸른 하늘이었다. 어째서인지 나는 하늘을 바라보며 태양 열기에 뜨거워진 길바닥 위에 누워있었다. 어리둥절하게 몸을 조금 일으키니 누워있던 자리가 내가 떨어졌던 바로 그 위치라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나는 저 위 옥상에서 추락한 사람이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로 멀쩡했다. 삐거덕거렸던 몸은 상처 하나 없었고, 내 주위를 붉게 물들였던 피도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아까 그 일은 전부 꿈이었던 건지 알아채기도 전에 나를 다급히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덕분에 앞뒤 상황 파악도 하지 못하고 어디론가로 가야만 했다.


며칠 뒤. 내가 간 곳에는 이상해 보일 정도로 온통 흰색과 검은색이 가득 채워져 있었다. 새하얀 국화꽃이 내가 가는 곳마다 여기저기 널려있어 그 향에 코가 아려오는 것만 같았다. 꽃을 든 사람들은 온통 검은색 차림을 한 채, 마찬가지로 검은 원피스를 입은 나를 바라보았다. 무채색으로만 가득한 그 장소에서 유일하게 무채색이 아닌 아버지의 얼굴이 검은 액자에 끼워져 회색 향 연기에 의해 갈라지고 있었다.

이것만은 알 수 있었다. 이 광경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실제로는 처음 보는 광경이었지만 그걸 모를 정도로 어리지도, 바보도 아니었다. 그렇지만 이걸 받아들이는 것은 어려도 늙어도, 바보여도 천재여도 쉽지 않은 일이겠지. 이 광경의 의미를 부정해 버리고 싶은 마음에 두 눈 가득 눈물이 고이며 뿌옇게 변하면서 그와 동시에 눈 안쪽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으... 아아... 으아아!!!"

주변의 여러 시선에 차마 큰 소리는 내지 못하고 이상한 신음을 내며 울었다. 몇몇 사람들이 내게 위로의 말을 건네주었지만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아빠가 돌아가셨다.

사인은 차량 전복. 커브 길에 속도를 줄이지 않고 그대로 달리다 전복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사망 추정 시간은 내가 건물에서 떨어지고 약 30분이 지난 후. 급히 시체를 찾아보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근처를 아무리 샅샅이 뒤져봐도 찾을 수 없었다고 한다. 전복하면서 튕겨 나간 줄 알았지만, 안전밸트는 매어져 있었던 상태. 마치 그 자리에서 증발된 것처럼 사라졌다고 한다. 곳곳에서 이상한 일이라며 수군대는 소리도 들려왔다.

그때 눈물로 흐릿해진 시야 너머, 나무로 만들어진 관의 내부가 보였다. 어이없고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끊임없이 나오던 눈물이 멈추며 온 정신이 멍하게 변해버린다.

관 내부가 보인다.

아빠의 시체가 담겨있지 않은 텅 빈 관 내부가.

순간 울음이 멈추고 멍한 시선을 고정했다. 아무리 봐도 어디론가 한쪽 면이 없어진 관의 내부는 아무것도 담지 않고 있을 뿐이었다. 관 안에 아무것도 없는 것은 당연했다. 그야 시체를 못 찾았다고 했으니까. 그런데 어떻게 관 내부가 보이는 거지?

"이치카..."

당신이 다가왔다. 모든 일의 원인인 당신이. 보고 싶지 않았지만 이미 내 목은 반사적으로 당신을 향해서 돌아가고 있었다. 나와 눈이 마주친 당신이 뭔가에 놀란 듯 뒤로 주춤거렸다. 그 푸른 눈동자에 「놀람」과 「공포」가 보였을 때, 나는 갑자기 찾아오는 어지럼증과 뜨거움에 그대로 정신을 잃고야 말았다.

─그 후 모든 것들이 적나라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두 눈이 붉게 빛나면 내겐 볼 수 없는 것이 없었다. 건물이나 물건의 내부도, 그리고 나를 향한 사람들의 감정들까지도...

...왜 나한테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왜 아빠는 나한테 살라고 부탁한 걸까.

왜 나는 이런 능력을 가지게 된 걸까.

이런 의문들에 답할 시간도 없이 나는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나만 볼 수 없는 붉은 눈을 바꾸는 것에 열중했다.

카테고리
#기타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