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노치카]이치카의 다이어리

meeting day Ⅰ

드림소설 '이치카의 다이어리' 백업

망각은 축복이고, 죽음은 안식이다.

그 단순한 것을 그 누구보다 오래 살아온 괴물은 너무나도 늦게 알아버렸다.

세는 것조차 포기한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아직도 자신의 어리석음은 감탄스러울 정도였다. 가족들과 헤어지게 된다는 공포에 눈이 멀어 당장 눈앞에 있는 가족들과 함께하는 나날을 저버렸다. 행복을 대가로 만든 끝나지 않는 세계는 고통과 슬픔만을 영원히 반복할 뿐이었다.

차라리 거기서 멈췄다면 한 가족만의 비극으로 끝났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죽은 가족을 되살리고 싶다는 욕심에 딸에게서 죽음이란 안식을 영원히 빼앗고, 손녀 혼자 잔혹한 세상에 보냈다. 괴물에게 남은 것이라고는 자신의 어리석은 선택이 어떠한 결과를 낳았는지 지켜보는 것이었다.

무수한 사람들의 비극이 괴물이 만든 영원히 끝나지 않는 세계인 아지랑이 데이즈에 박제되었다. 반복되는 죽음과 고통에 말라가는 그들을 보면서 그 중 몇 명은 제 뱀을 내어주면서까지 되살렸다. 물론 삶을 되찾았다고 해도 그들이 행복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뱀은 뱀에게 이끌리는 것인지, 그들이 자신의 손녀에게 다가가 친구가 되는 것을 보면 조금은 흐뭇하기도 했다. 거기서 멈추었다면 괴물은 자신의 선택을 그저 받아들일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 번 돌아가기 시작한 비극은 끝나지 않았다.

자신의 어리석은 욕심을 이용해 아지랑이 데이즈를 만들어 내라 말한 뱀. 「눈이 맑아지는 뱀」이 손녀의 곁으로 가버렸다. 괴물이 그러했듯이, 그 손녀도 바랐다. 친구들과 헤어지고 싶지 않다고. 영원히. 어리석은 소원은 이루어지지 않은 채 오래된 축음기처럼 빙글빙글 돌아가며 비극을 연주한다.

이젠 눈물조차 나지 않았다. 분노 또한 모두 연소하여 사라진 지 오래였다. 그저 후회와 회한만이 먼지처럼 켜켜이 쌓여갈 뿐이었다. 자신의 바람이 불가능한 욕심이었다는 걸 좀 더 일찍 깨달았다면 달랐을까. 최소한 그 뱀의 속셈을 미리 알았더라면 나았을까. 괴물은 초점 잃은 붉은 눈으로 허공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 시야 속으로 한 소녀가 떨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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