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프노시스마이크

겐라무 / 빛의 바다

촤아아, 파도 밀려오는 소리가 꼭 아스팔트를 내달리는 타이어 소리처럼 들렸다.

그러나 이곳엔 코끝을 새까맣게 물들이는 익숙한 매연도, 굳이 피하지 않은 채 어깨를 부딪치며 걷는 인파도 없다. 겐타로는 손으로 눌러 쓰고 있던 모자를 벗었다. 모자 아래 짓눌렸던 머리카락이 바닷바람에 나부꼈다. 뺨을 때리는 결이 무딘 가윗날처럼 따갑고 가려웠다. 겐타로는 손가락을 들어 눈가에 붙은 머리카락을 떼어냈다. 흐느적거리며 휘감기는 머리카락과, 바다를 아낌없이 비추는 한낮의 아찔한 햇살에 너무나도 눈이 아파, 이 시야 자체에 불가해한 저주가 깃들어 자꾸만 자신의 눈을 감기는 것만 같았다.

겐타로는 눈을 질끈 감았다 떴다. 만년필로 콕 찍어놓은 듯한 초록색, 빨간색 점이 날아다니더니 이윽고 현실이 원래의 색을 띠었다. 빛이 넘실거리는 바다, 먹구름이 조금 낀 하늘, 그 한가운데에 서 있는, 채도 낮은 민트 색깔 후드.

크기가 작은 손이 후드를 벗자 선명한 분홍색 머리카락이 팟 튀어나왔다. 마술사 모자에서 비둘기가 튀어나오는 것처럼. 자연적이지 못한, 그래서 이곳에서 이질적인 색깔이 바람에 마구 휘날렸다.

그가 뒤돌아보더니, 크게 손을 흔들었다. 겐타로, 이것 좀 봐. 바다야.

거대한 양의 물이 넘실거렸다. 색을 칠하다 물감이 떨어져 대강 메운 듯이 어느 부분은 파란색이었고 어느 부분은 초록색이었다.

겐타로는, 네에, 바다네요, 라고 대답했다.

겐타로는 바다를 보러 왔다.

라무다와 바다를 보러 왔다.

이유는 단순했다.

겐타로가 바다를 보러 가자고 말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말을 꺼낸 사람은 다이스였다. 주머니에 동전 하나 없는 그가 푸념으로, 아아, 바닷가였다면 물고기라도 낚아서 먹었을 텐데, 라고 투덜거렸고, 라무다는 커다란 눈을 깜빡거리며, 물고기가 바다에도 있어? 라고 물었다. 학교는 공부하러 가는 곳이야? 라는 질문만큼 너무나 당연하고 상식적인 물음이었다. 그러나 라무다는 정말로 모른다는 표정을 짓고 있어서, 만약 그 표정이 거짓말이라면 겐타로는 라무다의 길이 랩보다는 연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

당연하지 않느냐는 대답에 라무다는, 그렇지만 나 바다에 가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는걸, 이라며 웃었다.

그렇구나, 그렇구나, 바다에는 사마토키 님이 가라앉힌 사람들이 살고 있고, 물고기도 살고 있구나.

응응, 하고 고개를 끄덕거리는 라무다를 보며, 겐타로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실은……,

라무다의 눈동자가 깊은 바닷물처럼 가볍게 일렁거리는 것이 보였다.

소생도 바다에 가본 적이 없답니다.

그렇게 시부야에서 곧장 차를 타고 달렸다.

멀리까지 가지 못했으나 보리 색깔 모래와 지구 가장자리까지 물이 펼쳐진 해변에 도착했다. 어릴 적 봤던 청량하고 투명한 바다는 아니었다. 그러나 라무다는, 와아아아, 소리치며 들뜬 어린아이처럼 해변을 내달렸다. 커다란 신발이 모래에 푹푹 빠졌으나 용케 넘어지지도 않고 달렸다. 허리를 숙여 조개를 줍기도 하고 바닷물을 마셔보기도 했다. 그는 겐타로를 보며 외쳤다.

겐타로, 물고기는 어디에 있어?

조금 더 바다 안쪽에 있답니다.

그래? 알았어.

라무다는 응응,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한 발 한 발 바다를 향해 걸었다. 소금물이 신발을 적시고 종아리까지 차오르고 무릎을 넘어 찰랑거려도, 그는 바다로 걸어 들어갔다. 겐타로는 다급하게, 라무다! 하고 불렀다. 목소리가 갈라져 평소의 듣기 좋은 저음이 쩍 찢어져 나왔다. 라무다는 그 자리에 멈춰 서서 어깨를 떨며 웃었다.

겐타로는 이대로 그가 터벅터벅 걸어가 저 우주같이 넓은 바다로 사라질 것 같았다. 그리고는 두 번 다시 나올 것 같지가 않아, 무너지는 모래를 짓밟고 바다 가까이로 뛰어갔다. 라무다는, 인어의 비늘 같은 눈동자로 똑바로 겐타로를 보며 말했다.

겐타로, 고마워. 그 거짓말도 나를 배려해준 거 맞지?

나는 말이야, 다른 사람을 동정해주고 생각해주는 겐타로의 거짓말이 좋아.

너희들이… 좋아.

초록도 파랑도 되지 못한 바닷물이 울렁거리며 파도를 일으키고 있었다.

처음엔 작았던 물결이 점점 다가오며 키가 커졌다. 해변까지 밀려온 포말은 하얀 이빨 같았다. 해변을 조금씩 먹어 치우는 이빨. 바닷물은 눈길이 닿은 끝까지 차 있었고 눈부신 볕이 비쳐 수면이 반짝반짝 빛났다. 파도에 발을 걸치고 있는 라무다, 그 속에 둘러싸여 있는 라무다. 마치 빛이 사람을 잡아먹는 것 같았다.

그러나 라무다는 그 빛을 찢고, 수억 년 전 처음으로 육지에 발을 딛으러 올라온 생명체처럼, 천천히 겐타로가 있는 곳까지 걸어 나왔다.

카테고리
#기타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