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베라

✶4 회고 (22.05.30 재업)

되돌리고 싶은 순간에도 무너지지 않기 위해| 아샤 라히로

ESAVIR by Riv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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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있을 시간은 없었다. 과거를 회상하는 것은, 자신이 나아가야 할 길을 위해 생각을 계속할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아샤 라히로는 기본적으로 효율을 추구하는 존재였고, 그것은 여태껏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지 않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눈을 뜬 어느 날의 달이 어슴푸레 밤하늘을 밝히는 촉촉한 새벽이라던가, 험한 비로 어디 움직일 수 없게 된 날의 잠시간이라던가, 옹기종기 모여서 진심으로 사랑을 속삭이는 가족을 볼 때는, 괜찮지 않을까. 혹시나 이렇게 되지 않을 수 있었던 순간을 그리는 것도, 미래를 위해 더러워지는 길을 택해서 지금껏 걸어오고 있는 과거의 나를 잊는 것도.

✿ 

아샤 라히로에겐 몇 차례 기회가 있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비슈누를 만났을 때, 라오 리즈를 만났을 때. 어쩌면 그보다 많은 몇 번의 기회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기억에 남아있는 건 그 두 번밖에 없긴 했지만.

“남들은 흔히 가지고 있지만, 지금의 너한테는 하나도 없는 것… 하지만 미래에는 생길 수도 있는, 그 무언가를 포기한다면 난 네가 원하는 힘을 주도록 하지.”

미래에는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은, 생길지 안 생길지 모른다는 뜻이다. 하지만 생긴다고 가정했다면. 그때의 내게는 하나도 없다는 것이 '있었다가 없어졌다'는 뜻이었다면. 너무 간단하게 버렸던 그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았었더라면.

“당황할 거 없어. 이런 실수는 누구나 하는 거란다. 아저씨가 처리해 줄 테니 울지 말고 이리 오렴.”

자신을 보호해주려고 했던, 내가 저지른 일을 똑바로 보았으면서도 격려해주려고 했던, 그 사람을 택했더라면. 불분명한 힘이 아니라, 행복을 택했더라면…

✿ 

짝!! 

커다란 소리가 났다. 인간이 자신의 살갗에 힘을 가했다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격한 소리였다. 제 손 모양으로 붉게 물든 뺨에서 손을 떼지 않고 그대로, 움직임 하나 없이 아샤는 멈췄다. 이내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보는 푸른 눈은 너무나 곧고 흔들리지 않았다. 그 눈의 주인이 해왔던 짓을, 그리고 지금 각오한 짓을 떠올리기엔 너무할 정도로 자신의 신념이 굳게 잡혀있는 눈이었다.

제 뺨을 내리쳐 과거에서 벗어나온 아샤 라히로는 다시금 앞으로 나아갔다. 그 기회들을 걷어찬 과거의 자신을 위해, 자신이 바라던 그것을 얻기 위해. 과거에 잠식되지 않았다. 벗어나왔다. 정신계 초월기를 대비하기에는 꽤나 좋은 방법이었다.

그리 생각하며, 아샤 라히로는 잠시 눈을 감았다.

힘을 위해서, 정상에 서기 위해서.

살아남기 위해서.

아샤 라히로는, 다시 한 번 미련을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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