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샤샤샤

Polaris

09

“삼촌!”

“푸하하하!”

두 개의 목소리가 공동을 울렸다. 하나는 놀란 사야의 목소리. 하나는 이보다 더 즐거울 수는 없다는 듯이 웃어대는 카른의 목소리였다. 정작 하이엠스는 그 누구의 목소리도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두근─.

탄환에 달린 바늘에 찔리는 순간 하이엠스의 심장이 크게 뛰었다. 몸이 만 갈래로 찢어질 것처럼 활활 타올랐다. 발끝이나 손끝에서는 자꾸만 불꽃이 새어나왔고, 제손으로 제어할 수 없었다. 머리가 멍해질 정도로 차오르는 열에 하이엠스는 비명조차도 내지르지 못했다. 그 뒤로 카른이 큰 목소리로 웃어댔다.

“결국 너는 오늘 죽겠구나, 아미토! 네 사랑하는 조카를 구하지도 못하고, 오히려 네 손으로 태워죽일지도 모르겠어!”

카른은 그것이 너무도 흡족한 듯 했다. 제 손으로 사랑하는 이를 죽이는 것. 자신의 것을 태워버렸던 저 증오스러운 불꽃으로, 자신이 아끼는 것을 태울 모습을 상상하니 너무 기분이 좋았다. 그래서 공격도 하지 않고 구경이나 해댔다.

하이엠스는 울렁거리는 속을 진정시키려 애쓰면서도 슬쩍 사야를 안았던 팔을 풀었다. 손이 힘없이 땅으로 떨어졌다.

“삼촌! 괜찮아?”

“샤…, 도망가.”

“안 돼! 어떻게 그래!”

“내가 막을 테니까…, 그 사이에 너는 도망쳐. 내가 온 길로 주욱 나가면…, 분명히 내 동료가 너를 데리러 올 거야. 샤샤가 올 수도 있어. 그러면 그대로 나가.”

“삼촌!”

작게 소곤거리는 하이엠스. 하지만 사야는 바락바락 소리질렀다. 그것이 카른에게 더욱 즐거움을 선사했지만 두 사람에게는 그런 것은 보이지도 않았다. 하이엠스의 손에서 다시 불꽃이 타올랐다. 그는 몸을 천천히 일으켜세웠다. 비틀비틀거리는 몸에서 불씨가 계속해서 퍼져나왔다.

“샤…, 도망가.”

똑같은 말을 반복하며 몸을 돌린다. 카른의 입가가 살짝 굳었다가, 장갑 낀 손이 입가를 만지작거리며 근육을 풀었다.

‘저 상태에서도 움직인다고?’

그의 집념은 정말 높게 살만 했다. 저 약을 맞은 실험체들은 대부분 몸이 터져 죽는다. 이능력의 과부화를 버티지 못하는 거다. 개중에 성공한 녀석들이 자신이 흡수했던 개체처럼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걸 버틴다? 저 녀석도 좋은 실험체라는 뜻이었다.

“이대로 죽으면 내가 좋은 실험체로 써주지. 네가 그토록 싫어하는 군부를 위해 일하게 말이야.”

카른의 말은 하이엠스에게 제대로 닿지는 못했으나, 무어무어라 떠드는 말이 자신을 향했다는 것만은 확실히 알아챈 그의 입매가 올라갔다. 이런 상황에서도 킥킥, 웃음이 샜다.

“개소리하네. 이 자리에서 넌 죽어. 다시는…, 내 가족을 건드리지 못하게, 내가 그렇게 만들 거거든.”

힘겹게 손이 올라가 엄지와 중지가 고리 모양을 만들었다. 그 상태로 두 개가 성냥처럼 비스듬히 튕기면, 딱 소리와 함께 불꽃이 날아갔다. 후우웅! 짐승이 울부짖는 소리처럼 커다란 바람소리가 공동을 울리며 화염이 카른에게 달려들었다.

“이런 미친놈.”

카른은 괴물 손을 들어올려 불꽃을 막아냈다. 닿자마자 불꽃은 흩어졌지만 그 충격으로 인해 손이 무너져내렸다. 하, 카른은 이 어이없는 상황에 웃음을 흘렸다. 몸이 견디는 걸 넘어서 능력까지 쓴다. 정말 그릇 하나는 거대한 이였다. 그럴수록 입가는 삐뚜룸하게 올라갔지만 말이다.

하이엠스는 흐릿하고 어지러운 시야 속에서 그것을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손이 부서지는 모습만큼은 보았고, 그 사이를 자욱한 연기가 감도는 걸 볼 수 있었다. 그는 큰 소리로 외쳤다.

“샤! 얼른 도망가!”

“으으…, 삼촌….”

“얼른! 날 위해서라도!”

사야는 망설임 끝에 결국 몸을 돌렸다. 그의 몸이 공동 밖으로 나가기 위해 뜀박질을 시작했다. 거리는 그렇게 멀지 않았다. 애시당초 하이엠스가 그를 구해내기 위해 멀리 떨어진 복도 앞까지 데려와줬으니까. 하지만 그것을 가만히 두고 볼 카른이 아니었다.

“누구 마음대로!”

거미 다리 같은 카른의 손이 사야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 중 일부를 하이엠스가 막아섰다. 쾅! 다시금 큰 폭발과 함께 손이 무너져내렸다. 이번에는 여파가 미친 탓에 하이엠스의 몸도 기울었다. 남은 손들이 복도 안으로 파고들었다.

“으아아!”

사야는 크게 소리를 지르며 달려나갔다. 두려워서는 아니었다. 그보다는 삼촌의 말을 지키기 위한 열의에 가까웠다. 하지만 어린아이의 뜀박질은 손의 이동속도보다 느렸다.

쾅! 우드득!

복도 천장에 박힌 손이 그것을 무너뜨렸다. 사야는 급격히 걸음을 멈춰 달려왔던 길로 몸을 내던졌다. 복도가 무너지기 시작하자 빠르게 달려온 하이엠스가 사야의 몸을 감싸안고 복도를 탈출했다.

“하아, 하아….”

“삼촌….”

“괜찮아…, 괜찮아, 샤. 내가 지켜줄게.”

하이엠스는 그 말만을 읊조리며 다시 공동으로 나왔다. 이제는 손끝이나 발끝뿐만 아니라 몸의 전신에서 불꽃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까딱하면 안고 있는 샤조차도 위험에 빠뜨릴 수 있었다. 게다가 더 이상 버티지 못한 그의 다리가 무너지면서 그 자리에 무릎을 꿇었다.

“하이엠스 삼촌!”

“하하, 열심히 버텼다만 이제 거의 끝인 거 같네. 그대로 네 조카를 태우면 볼만 하겠어.”

사야는 그 말에도 몸을 떨지 않았다. 눈앞에 삼촌이 걱정될 뿐이다. 자신을 안은 품이 너무나도 뜨거운 자신의 가족을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삼촌도 마찬가지인지 그는 무너지면서도 사야를 안은 팔을 풀지 않았다.

“괜찮아, 절대…, 절대 너를 다치게 두지 않을 거야.”

그는 말에 의지를 담아서 속삭였다. 그의 몸에서 올라오는 불꽃이 점점 많아졌다. 이제는 두 사람을 모두 집어삼킬 거 같은 불꽃이었다. 그런데도 불꽃은 뜨겁기보다는 따뜻하게 느껴졌다.

“두 번 다시, 너의 손을 놓지 않을 거야, 샤.”

불꽃이 휘감은데도 비명 하나 지르지 않는 모습을 카른은 눈살을 찌푸렸다. 하, 재미없어. 그의 평이었다. 그의 남은 괴물 손이 그의 몸을 띄우고, 하이엠스와 사야에게로 달려들었다.

“그렇게까지 버틸 수 있으면 그냥 내가 처리해주겠어!”

그의 모습이 가까워지고 두 사람의 위로 그림자가 진다. 불꽃마저도 집어삼킬 듯한 어둠. 두 사람을 삼켜버릴 것처럼 거미 손이 그들에게 달려들었고, 그들을 한 줌에 재로 만들어버리려는 순간.

콰직, 콰직, 콰드득.

벽 어딘가에서 금이 나는 소리가 나더니.

쾅!

거대한 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그들의 사이로 떨어졌다. 턱, 떨어진 사람은 하이엠스의 어깨 위에 손을 올렸고, 어깨와 손을 기점으로 하여 불꽃이 한 점에 모여들었다가 마치 꽃이 펼쳐지듯이 방대한 에너지가 되어 주변으로 터져나갔다.

“으윽! 이게 무슨…!”

가까이에 있던 카른의 몸이 날아가는 것뿐만 아니라 공동 전체가 폭파의 영향에 들어 가루가 되어 사라져갔다. 그것은 깊은 지하에서 어슴푸레한 하늘이 보일 정도로 뻗어나갔으며, 그 아래 온전히 서있는 세 사람. 그 중에서도 유일하게 서있는 사람만이 활짝 웃었다.

“자기야, 샤, 나 왔어.”

사야샤가 산뜻이 웃으며 그들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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