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샤샤샤

Polaris

08

“하하! 도망다니는 모습이 흡사 쥐새끼 같네, 아미토!”

“젠장! 이건 반칙 아니야?”

하이엠스는 솟아오르는 바닥이나, 꿰뚫듯 달려드는 벽의 송곳을 피해 사야를 안고 이리저리 도망쳤다. 솟아오른 여섯 개의 손은 사방의 벽이나 바닥을 짚었고, 그 손은 그대로 능력을 사용했다. 덕분에 하이엠스는 지금 피하는 것이 전부였다.

“삼촌! 차라리 나를 놔! 그러면 공격할 수 있잖아.”

“조용해. 어린이는 그런 소리 하는 거 아니야. 내가 널 지킨다고 했잖아!”

사야는 하이엠스의 옷을 꽉 쥐며 각오를 말했지만 하이엠스는 들어주지 않았다. 당연한 거다. 사랑하는 조카를 지키기 위해 이곳까지 달려온 이가 그 조카를 놓을리 없었다. 사야의 손이 더욱 굳세게 그의 옷자락을 쥐었다.

“언제까지고 피하기만 해서 될 일이라 생각해? 결국 너희 둘 다 죽을 거야.”

“이게 다 계획이고 작전이다, 이 자식아!”

하이엠스는 공격들을 회피하며 뒤로 물러섰다. 그렇게 도달한 곳은 카른의 공격의 여파가 닿지 않은 복도였다. 카른의 공격 범위는 상당히 넓었지만 모든 공간을 아우르지는 못했다. 지금까지 피하면서 그 거리를 파악한 하이엠스는 안전한 거리에 망토를 두른 사야를 내려주었다. 그러고는 싱긋이 웃었다.

“여기서 잠깐만 기다리고 있어. 삼촌이 다 이기고 돌아올게.”

“…응. 꼭 이기고 와.”

“물론이지.”

씨익 웃은 하이엠스는 몸을 돌렸다. 그의 얼굴에서는 어느새 미소가 사라져 있었다. 나의 가족은 건드린 자를 가만 둘 수 있을리 없다. 불꽃이 휘감은 발이 빠르게 카른에게로 달려들었다.

“어디를!”

푸른 팔이 하이엠스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는 몸을 회전시켜 팔 위를 발로 내려찍었다. 바위처럼 단단한 손에 금이 가면서 부서져내렸다. 하지만 그것은 금방 다시 수복됐다. 하이엠스는 사방에서 날아오는 네 개의 푸른 손을 피해 허공에서 여러 번 몸을 회전시켜야 했다. 때로는 팔을 밟으면서 도약을 했고, 그 모습이 고양이가 장애물들을 뛰어넘는 거 같았다.

“쥐새끼 같은 건 여전하네!”

“쥐새끼는 너 같이 굴 파고 다니는 녀석 말하는 거고, 난 그걸 사냥하는 고양이지!”

딱, 딱!

하이엠스가 양손으로 손가락을 튕겼다. 코앞에서 강한 폭발이 일어났지만 그것은 카른의 푸른 팔에 의해 막혔다. 폭발마저도 막아버리는 강대한 손. 하지만 파괴력을 흡수하는 건 아니었는지 팔이 그대로 무너져버렸다. 하지만 그마저도 수복해버리는 회복력에 하이엠스는 질린다는 듯 말했다.

“물론 쥐보다는 플라나리아 같은 게 더 어울릴 거 같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농담은 잘 나오나 보네.”

카른의 웃음 소리가 공동을 울렸다. 푸른 손이 다시금 하이엠스를 향해 달려들었다. 몸을 가볍게 돌리는 것으로 공격을 피하는 건 쉬웠지만, 카른에게 치명타를 주는 건 하이엠스로서는 힘들었다. 그도 그럴게.

‘이 녀석의 팔은 사실상 부속품이야.’

괴물의 신체를 이용해 만들어진 팔은 상처를 입혀도 본체에게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그렇다는 건 본체에 직접적인 피해를 줘야한다는 건데, 원거리 공격은 팔로 막아내는 사이 다친 것을 수복하고, 근거리 공격은 팔 때문에 막힌다.

‘이럴 때 샤샤가 있었어야 했는데.’

사야샤와 자신이 최고의 콤비인 이유. 그것은 서로가 서로를 보완해줄 수 있기 때문이었다. 힘이 필요한 부분에서는 사야샤가, 기술이 필요한 곳에서는 하이엠스가. 그렇게 둘이 함께면 인간이든 괴수든 무서울 게 없었다. 게다가 둘의 이능력이 합쳐질 때면 그 화력은 배로 올라가 더욱 강력한 힘이 됐다. 그러니 최고의 파트너일 수밖에 없었다.

‘약한 소리 하면 안 돼. 최대한 나 혼자서 카른을 떼어내고 사야를 구해낸다.’

하이엠스는 불꽃을 더욱 일으켰다. 이 이상 능력을 사용하는 건 상당히 몸에 무리가 가는 일이었지만 후폭풍을 감안해서라도 지금 이 상황을 이겨내야했다. 하이엠스는 한 손을 들어 손 위에 하얀 빛이 나는 새를 불러냈다. 그것을 카른에게로 날려보냈다.

“네 기술에 대해서라면 이미 다 알고 있어!”

카른은 그를 비웃으며 푸른 팔로 자신의 몸을 고치처럼 에워쌌다. 흰색의 새는 빈틈 없는 고치 주변을 맴돌다가, 아주 절묘한 틈새를 찾아내 그 속을 파고들며 터졌다.

삐이이익!

강한 섬광과 함께 새 울음소리가 공간 안에 울려퍼졌다. 벽에 반사되는 통에 그 소리는 몇 배는 더 크게 들렸다. 하이엠스는 미간을 찌푸릴 틈도 없이 새가 들어간 틈새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손 끝에 불꽃이 타올랐다.

“어디 한 번 화덕 구이나 되어 보라고.”

“크아악!”

그대로 강한 불꽃을 피워올리자 카른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팔들이 들썩이자 하이엠스는 재빨리 몸을 뒤로 빼냈다. 하지만 틈새에 억지로 비집어 넣었던 탓에 속도가 늦었고, 결국 펼쳐지는 팔에 맞아 반대편으로 날아가 벽에 부딪혔다.

“으으윽! 또! 또! 이런 식으로!”

카른은 자신의 가면을 빼냈다. 그의 얼굴은 불꽃 때문에 그을린 흔적이 잔뜩이었으며 그 아래로 예전에 입은 것처럼 보이는 화상이 돋보였다. 카른은 피부를 재조립 해 그을린 피부들을 갈아치웠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화상 자국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가 저벅저벅, 걸음을 옮겼다.

“아미토. 너희가 도망친 날에 나는 지하에 있는 실험실에 있다가 이 화상을 입었지. 그걸 잊지 않기 위해 일부러 지우지도 않았어. 너희들에게 복수하기 위해서.”

카른은 핏빛 눈동자를 번뜩이며 미치광이처럼 중얼거렸다. 그의 손이 품을 뒤적거렸다. 그곳에서 총과 함께 바늘이 달린 탄환을 꺼낸 그는, 그것을 그대로 총에 장전했다.

“그 때 내가 만들던 게 뭔지 알아? 군부를 위해 이능력을 대폭으로 향상시키는 각성제였어. 그리고 이건 그걸 아주 고농축 버전으로 만든 거지. 아까 네가 봤던 실험체들한테나 쓰는 약이야. 그런 녀석들이 아니면 몸이 얼마 안 가서 무너지거든.”

“너…, 뭔 짓을 하려고.”

찰칵. 총신이 뒤로 갔다가 앞으로 돌아오며 총이 장전됐다.

“하하, 그런 거에 내가 맞을 거 같냐?”

하이엠스는 벽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카른의 움직임이 멈췄다. 그의 총이 하이엠스를 겨누었다. 그의 눈동자는 광기로 물들어 있었다.

“맞아. 너는 안 맞겠지. 그렇지만 저 아이는 어떨까?”

“…뭐?”

하이엠스가 반문하기도 전에 총구가 사야에게로 겨누어졌다. 그리고.

탕!

총성이 공동을 울렸다. 하이엠스는 두 눈을 크게 뜨며 재빨리 사야에게로 달려갔다. 사야는 자신에게 총구가 겨누어지는 순간, 자신을 두르고 있는 망토를 꽉 쥔 채로 눈을 감았다. 아아, 하이엠스는 탄식했다.

‘항상 그래왔구나. 찾아오는 절망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하이엠스의 몸이 총알보다도 더 빨리 튀어나갔다. 하지만 그 속도는 이상하리만치 느리게 느껴졌다. 사야에게로 날아가는 총알이 선명히 보였다. 찌푸려지는 아이의 표정도.

‘다시는 네가 아픈 일이 없게 할 거야.’

순간적으로 튀어나간 하이엠스의 몸이 빠르게 사야의 몸을 감쌌다.

‘너에게 절대로 나와 같은 경험을 하게 두지 않을 거야.’

사야의 두 눈이 커지는 것을 보며 하이엠스는 눈매를 휘어접었다. 그의 팔이 더욱 세게 그 작은 몸을 끌어안았다.

“괜찮아, 샤. 모든 게 괜찮을 거야.”

이윽고 총알의 주삿바늘이 제 몸에 박히는 감각을 느끼면서도 하이엠스는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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