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irst Letter
#반려_데카리오스의_답서
🎵 John Lennon - Oh My Love
첫번째 글자 / 연서
게일에게
먼저, 이 숨은 내 숨이 아니었어. 기이한 중력으로 나를 끌어당겼던 손이 이 공기로 나를 이끈거야. 마법은 늘 네 숨이자 숨을 곳이지, 게일. 세상으로부터.
나는 숨을 곳이 없어서 지붕없는 세상에서 그대로 비를 맞으며 살았어. 폐부를 찌르는 유독한 열기도 내장 깊은 곳에서 울리는 배고픔도, 내 자신의 몸에서 탈출하고 싶어지는 추위도 누리면서 말이야. 어디서도 받아주지 않는 부랑아, 이후에는 세상 물정 모르는 떠돌이, 문맹으로.
어떤 지면에도 내려 앉을 수 없는 감각은 네 어깨를 짓누르던 기대와 사뭇 다르면서도, 비슷한 점이 있었을거야. 나는 그 어떤 것도 원한 적 없어. 널 만나기 전까진.
사랑을 증명하겠다고, 너는 여러 번 말했지. 세상에서 나같은 사람에게는 평가를 내릴 권리도 권한도 없다는 걸 너는 전혀 모르는 것 같았어. 하지만 너를 달콤한 환상에 젖어 있는 채로 버려두고 신비롭게 떠나기엔 우리는 너무 연결 되어 있었지. 물론 올챙이 얘기 뿐만은 아니고.
네가 보여주는 세계가 좋았어.
내가 그 전까지 단 한 번도 은하수를 본 적 없단걸 너는 몰랐겠지. 암시야도 없이 어둠 속을 한없이 바라보며 형체 없는 두려움을 응시하다보면 하늘을 올려다 볼 수 없게 돼. 너는 내 고개를 들어 네 눈을 보게 했고, 내 세상을 넓게 만들어주었지.
너와 처음 눈을 뜬 아침에 풀잎에 맺혀 떨어지던 빗방울 소리를 기억해. 내 숨은 그 때부터 영원히 바뀌었어. 너와 함께하는 세상은 더 이상 예전 같지 않아. 너의 눈으로 읽어내는 세상은 더욱 선명하고 사랑스러워.
그리고 이제 나의 모든 시간은 “게일 데카리오스”와 함께 하게 되었지. 자그마치 100일 동안, 그리고 영원히 말이야. 내 글에서 너의 향기가 묻어나니? 매끄러운 언어로 중력을 벗어난 듯이 공기를 가르는 황홀함이 너에게도 느껴졌으면 해. 그게 내가 너를 보며 느끼는 감정이니까. 우리는 더 이상 아무것도 두려워 할 필요없어.
내 육신의 불꽃이자 영혼의 유일한 닻. 사랑이라는 고대의 주문에 내 뿌리를 엮어 준 나의 돌풍,
사랑해.
어쩌면 너무 많이.
언제나,
너의 리비.
추신. 이 편지를 쓰며 질 좋은 양피지를 한참 버렸어. 나는 어쩌면 너를 위해 낭비하기 위해 아름다운 거짓들을 모아왔나봐.
추신 2. 참고 문헌은 없어. 양해 바래, 네가 내가 읽은 유일한 책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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