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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해우 by 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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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이었다. 물론 여전히 어린 그녀였지만, 지금보다 훨씬 어릴 적. 정말로 친한 친구가 있었다. 그녀보다 조금 더 키가 작고, 귀여운 얼굴을 가진 소녀 S. 두 사람은 흔히 말하는 단짝 친구였다. 새카만 흑빛이 도는 S의 머리는 어린 그녀의 눈에도 참으로 아름다웠다. 스스럼 없이 예쁘단 말을 입 밖으로 내면서 S의 머리를 만지작거곤 하던 그녀는 서툰 손길로 흑빛 머리칼을 묶고, 땋아 주었다. 쫑쫑 땋아내린 S의 머리는 촌스럽다는 놀림감이 될 수도 있었겠지만, S에겐 그런 느낌 없이 잘 어울렸고 S도 그녀가 땋아준 머리를 좋아했다. 후에는 S가 먼저 제 머리를 땋아 달라고 그녀를 조를 정도로 말이었다. 그럴때면 그녀는 귀찮은 내색 하나 없이 S의 머리에 제 손을 가져갔다. 즐거웠고, 행복한 순간들이었다. 같이 있으면 마냥 좋아서, 두 사람의 사이에는 행복한 웃음 소리가 끊이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그리 따뜻하게만 흘러갔으면 좋으련만. 불안한 기운이 고개를 들어버렸다.

열다섯의 겨울이었다. 매서운 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나면 뺨이 봉숭아 빛으로 물들어 버릴 정도로 추운, 그런 겨울. 찬바람마냥 서늘한 소문이 그녀의 귀를 스친 것은 그 계절 안의 어느 날이었다. 그들이 다니던 중학교의 학생 하나가 기말고사 전에 무언가 수를 써 미리 시험지를 받았다는 소문이었다. 단편적으로 스쳐 들었던 소문이었기에 그녀는 별 생각 없이 그러려니, 했었다. 어차피 자신이 그 소문의 주인공이 아니기에 더욱 외면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실수였다는 것을 깨달은 건 봄이 지나고 나서였다. 3월, 개학이라는 날을 필두로 조용하던 학교에 다시 활기가 도는 날. 다시 마주하게 되었던 소문은 어느새 무성하게 부풀어 있었다. 그리고, 그 화살도 어느새 명확하게 표적을 가리키고 있었다. 늙수그레한 수학 선생님 한 사람과, 제 단짝 S. 평소 S를 바라보던 선생의 눈빛이 심상치 않았다더라. 저쪽 길 모퉁이 모텔 앞에서 그들이 나오는 것을 옆반의 누가 보았다고 하더라. 와, 같은 그들의 나잇대엔 어울리지 않는 저급함 가득한 이야기가 소문을 더욱 자극적으로 만들었다. S는, 제가 아는 S는 그럴 사람이 아님을 그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데. 이미 소문의 부피는 너무나 거대해서 그녀 한 사람이 부정해봤자 별 다른 타격을 주지 못하는 상태였다.

그 이후로 S는 며칠 간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그녀와의 연락마저 끊어졌다. 이런 적이 없었기에 그녀는 S를 만나기 위해 노력했지만 다시 소녀를 만날 순 없었다. 아, 만나긴 했었다. 다만, 예쁘게도 웃음짓던 얼굴과 제가 좋아하던 흑빛 머리칼이 아닌 자그마한 유골함이었다. 스스로 제 숨을 끊었다고 전해 들었다. 그리도 고통스러웠을까. 저와의 연락마저 끊고, 스스로 싸늘하게 식어갈 정도로 고통스러웠던 것일까. 그녀는 S의 유골함 앞에서 가슴을 꽉 부여잡고 눈물을 후두둑 떨궈내었다. 미성숙한 몸뚱아리는, 울음 소리도 제대로 내질 못했다. 너무 속상했고, 너무 화가 났다. S를 나락으로 몰고 간 모든 이들이 너무도 증오스러웠다. 그러나 그것은 타인들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는지. 사람들은 더 이상 그 애를 애도하지 않았다. 잊혀진 S. 다른 이들은 그녀 또한 그랬을 거라고 가볍게 여겼으리라. 하지만 그녀에게, S는 잊혀지지 않았다. 잊혀진 그애를 기억하는 유일한 사람. 그것이 그녀였다.

그리고 많은 시간이 지났다. 그녀는 고등학생이 되었다. 많은 것이 달라졌다. 그녀는 좀 더 성숙해지고, 영악해졌다. 하지만 달라지지 않은 것이 하나 있었다. 팔찌 하나만은 여전히 그녀의 손에 감겨 있었다. S가 늘 차고 다니던 팔찌였다. 그녀는 절대 그것을 풀어내는 법이 없었다. 세월이 덕지덕지 묻어 빛 바랜 팔찌는 이젠 늘 그녀와 함께였다. 팔찌가 눈 앞에 스칠 때마다 S의 얼굴이 떠오른다. 조금은 어리숙하게 땋여있는 머리 꽁지가 눈 앞에 스친다. 가슴이 저릿해진다. 그런 생각이 든다. S는, 어쩌면 제겐, 친구 이상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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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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