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로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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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선 피아노 반주를 더 살려서 가는 게 어떨까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연습실의 창을 뚫고 비치는 햇살이 피아노 악보 위를 스쳐 지나간다. 크롬과 바네사는 신년 음악회를 위해 피아노와 바이올린 협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어느 날 갑자기 바네사 찾아와 바이올린 연주회를 하려고 하는데 반주할 사람이 없다면서 찾아온 것이었다. ‘제가 피아노를
“자네, 오랜만에 보는군!” “아슬란님, 오셨습니까?” “일어서지 말게. 아직 완전히 회복한 게 아니라고 샬롯 경이 말하더군.” 아슬란의 배려에 크롬은 고개를 주억거리면서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아슬란은 그의 옆에 앉으며 크롬의 몸 상태를 슬쩍 보았다. 며칠 전 임무에서 크게 부상을 입은 크롬은 팔을 다쳐서 부목을 하고 있어야 했다. 한 가지 다행인
크롬은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 “크롬 경, 한 번 쳐보시지 않으실래요?” 그는 제 앞에 놓은 하얗고 검은 건반을 보았다. 9살 이후론 만져본 적도 없는 피아노였다. ‘내가 잘못 말해서….’ 크롬은 침을 삼켰다. … 아발론은 정말로 파티를 좋아하는 나라였다. 플로렌스에서도 연회를 자주 열고, 왕의 기사단의 얼굴로 종종 참석하곤 했지만, 그 연회와는
“난 네가 인간이 아닌 줄 알았어.” 뜬금없는 그녀의 말에 크롬은 목검을 닦다가 고개를 왼쪽으로 갸우뚱 기울였다. 프라우가 어깨를 으쓱이자 크롬은 다시 목검에 묻은 먼지를 닦아냈다. “괜찮소. 다른 사람들도 다 그렇게 말하오.” 크롬은 구태여 어떤 사람들인지 말하지 않았다. 프라우는 몰라도 될 사람들이었다. 허구한 날 결혼하라고 재촉하는 제라
(크롬은 좌석에 앉아 무대를 응시하고 있다. 무대 위에는 검은색과 하얀색의 갑옷을 입은 배우들이 각자의 깃발을 흔들면서 연기하고 있다.) 프라우: (과장스러운 표정을 짓고 옆에 앉으며) 이봐! 재밌게 보고 있어? 크롬: (좌석 등받이에 등을 기대지 않고 꼿꼿이 허리를 세운 자세로 앉아 있다가 프라우 쪽을 본다) 재밌게 보고 있소. 프라우: 거짓말, 전혀
“어때?” 크롬은 자신의 머리가 어색한지 제 목을 쓸었다. 머리를 만지면 기껏 단정하게 빗어넘긴 머리 모양이 흐트러질 것만 같았다. 마치 깃털로 허술하게 짠 둥지를 머리에 올려놓은 듯, 크롬의 온 신경은 정수리로 향했다. “어색합니다.” 어쩌면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어색해서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는 것인지도 모른다. 평소에 자신이 어떻게 생겼는지
나인 말투 설정 날조 있음. “이것 봐! 루미에가 혹한의 조각을 줬어!” 나인은 자랑스럽게 컵 안에 든 빙수를 솔피에게 보여주었다. 투명한 유리잔에는 새파랗게 언 얼음 조각들과 갖가지 과일들이 장식되어 있었는데, 루미에와 주방의 마리 부인의 합작인 듯 했다. “이번엔 그 괴식 요리사가 안 나서서 다행이네.” 솔피의 비아냥거리는 목소리를 뒤로 하고 나
“아발론의 군사 편제는 그렇게 되는 것이군요.” 크롬은 수첩에 열심히 필기하던 손을 멈췄다. 아발론의 기사로 새로운 시작을 할 기회를 얻은 크롬은 모든 인수인계의 과정에 적극적이었다. 한때 플로렌스의 기사 체계에서 꼭대기를 차지하고 있었던 일은 마치 꿈이었던 것처럼, 크롬은 자신에게 설명하는 모든 기사들에게 후배의 태도를 보였다. 비록 그들이 저보
“이런 가격에 이런 품질은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요.” 상인이 연신 손을 비비면서 장신의 기사에게 아첨을 떤다. 곧 그의 눈썹 밑으로 짙어지는 그림자에 상인은 흠칫하면서 눈치를 보았다. “마음에 안 드시나 봅니다.” “아니오. 마음에 들 것이오.” 기묘한 그의 대답에 상인은 눈썹을 꿈틀거린다. 그저 눈매가 사나워서 눈빛만으로 살해할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