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불의 기사&애늙은이

[잔불의 기사/올캐릭터] 견습들과 요리를 하자! 곰 스튜 편

개성적인 고깃국

* 트친인 깜 @kkam_to_kkam 님께서 해당 시리즈의 아이디어를 제공, 쓸 수 있게 허락해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 트친인 닝 @N_n1ng_ 님이 삽화 그려주셔서 추가!! 압도적 감사!!

* 올캐릭터 개그지향 / 논CP

* 그렇지만 역시 견습병아리들은 평생 집밥만 먹고 살았을 거 아니예요,,,금방 야전식에 익숙해졌겠지만,,,

* 저는 흰 사슴 파디얀, 회적색 여우 루디카, 담청색 기린 지우스가 기사서임 동기조라고 밀고 있습니다. 일단 지우스가 맥을 못 출 조합이라는 게 매우 즐거워요()

* 야생동물 및 야생에서 채취한 식​물은 함부로 먹는 거 아닙니다. 우리는 따라해서는 안 됩니다.

* 명확한 시공간을 상정하지 않았으나, 일단 4년치 사상지평 털기 전 같습니다.

* 오탈자 등은 발견하는대로/틈나면 수정됩니다


고향에서 챙겨오고 잠시 수도에서 챙겼던 모든 식자재가 동났다. 인솔 기사 측은 야전에서 식량 조달법도 강의하고 싶었던 걸지 몰라도, 아닌 건 아닌 거다. 풀떼기도 어디 한두 번이어야지. 하루 이틀이야 야전 식량으로 때울 수 있었고, 설마 저희 동선에 자그마한 촌락조차 없을까 했던 맘이 컸다. 아무리 초인적인 힘을 가지고 있어도 기사도 사람인데, 먹어야 사는 법 아니겠나 하고.

이렇게 몇 날 며칠 인적 따위 찾아볼 수 없는 첩첩산중만 골라서 다닐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고향에서 챙겨 먹던 식단에는 어쨌든간 고기반찬이 있었다. 원래 기사는 몸이 자산이라, 마을에서 고기가 생기면 기사 지망생 아이들한테 한 조각이라도 더 주곤 하는 게 일상이었다. 야영이 흔하리라 예상해 견습 기사 선발 후 고향집을 떠날 때부터 너나 할 것 없이 육포를 적어도 한 주먹씩은 챙겨왔단 걸 알고 서로들 얼마나 헛웃음을 지었던가. 동료 의식이란 이렇게 별거 아닌 것에서도 싹트는 법이다.

그렇게 서로 어떻게든 아껴가고 돌려먹었던, 인솔 기사들에게는 비밀로 꿍쳐두었던 육포 쪼가리들조차 정말로 끝이 난 거다. 눌진은 육포를 넣어놨던 주머니를 아예 뒤집어 털어 보였고 율니아를 비롯한 몇몇 이들이 어깨를 푹 늘어뜨렸다. 다른 몇몇은 아직도 즉석에서 만든 연병장(피도란스와 다랑이 칼질 두어 번을 하자, 깔끔하게 벌채됐다)을 돌고 있다. 아마 저들도 돌아와서 목부터 축이고 육포 쪼가리라도 있냐고 물어볼 텐데, 금방 울상을 짓겠지. 그렇지만 이제 정말로 없다. 눌진이 제 몫마저 쪼개서 들고 있던, 율니아에게 몰래 얹어주던 것까지도 깡그리, 완전히, 전부.

결국 눌진이 대표로 기린을 찾아갔다. 막연하게 어떻게든 해주시겠지 하는 마음 반과 이전에 수도에 처음 도착했던 때처럼 누군가가 곧 마을이라고 말해주리라는 기대 반으로 식자재가 하나도 없다고 보고했고,

“그래, 알았다.”

기대는 완벽하게 배신당했다. 전혀 그 어느 것도 돌아오는 말이 없어서 눌진은 머뭇거렸으나, 차마 인솔총괄자의 냉한 표정에 토를 달기는 무서워서(정작 지우스 본인은 아무 생각이 없었다) 무슨 말을 더 하지는 못하고 하릴없이 물러나 동기들에게 돌아왔다.

와글와글한 것이 아까 연병장을 돌던 애들도 숨 좀 돌린 모양이었다. 한쪽에 널브러진 빈 물통 몇 개, 바닥에 퍼질러진 채 헐떡이며 간간이 대화에 끼어드는 몇 명. 눌진이 돌아온 걸 본 견습 중 하나가 기대에 찬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기린 님은 뭐라셔?”

“그, 알겠다고만. 별말은 없으셨어.”

아까의 떠들썩함은 곧 불안에 찬 술렁임으로 바뀌었다. 웅성웅성. 특히나 지옥의 연병장 뛰기가 끝나고 육포 한 쪼가리라도 먹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었을 녀석들이 울상이었다. 그중 하나인 루지안이 갑자기 덜컥 어디로 뛰어가며 소리쳤다.

“나 그럼 피도란스 님한테도 물어보고 올게!”

“야! 아니, 어휴. 무슨 차이가 있겠냐고….”

“우디안 너네도 고생이었겠다.”

“루지안은 그래도 착한 녀석이야.”

“것보다 쟤 진짜 대단하다. 맨날 토할 것 같이 굴려져 놓고 저렇게 웃으면서 물어보러 갈 수 있다니.”

“그게 루지안의 장점이거든.”

누가 말릴 새도 없이 톡 튀어 나간 루지안을 뒤로 와드린이 앓는 소리를 내고 다리안은 티르에게 향해서 한숨 섞인 말을 꺼냈다. 마지막으로 투리순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어가며 감탄인지 뭔지를 내뱉었다. 하여튼 오만소리가 튀어나왔지만 견습 간의 첫 대련 때 같은 비아냥은 없었다. 그 짧은 사이에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었구나 하는 감상도 잠시, 저쪽에서 웃음소리가 크게 났다가 곧 화제의 주인공이 돌아왔다. 머리를 긁적이는 꼴이 자기가 들은 답변이 뭔지 도무지 모르겠다는 모양새였다.

“아니, 도저히 모르겠네? 피도란스 님이 막 웃더니 오늘 식사 당번은 따로 없을 거래. 이게 뭔 소리야? 우리 식량 없다는 거랑 식사 당번 없을 거라는 게 무슨 상관인데?”

“설마.”

루지안의 투덜거림을 다 들은 견이 갑자기 눈살을 찌푸렸다. 입엣말로 무어라 중얼거렸는데(그 미친 인간들이면 하고도 남아), 남한테 들릴 크기는 아니어서, 모두의 눈길이 그에게로 쏠렸다. 견습 모두에게 사령탑이라고 암묵적으로 인정받은, 저희 가운데 가장 머리가 좋고 똑똑하고 대담한 녀석. 견은 제게 모인 시선을 가볍게 훑더니 한숨을 푹 내쉬었다. 표정 변화가 압도적으로 희박한 그가 감정을 표출하니, 견습들의 분위기가 무거워졌다. 뭐지, 무슨 결론이 나와서 그러지? 진은 그런 식으로 무거운 이야기는 아니라며 운을 뗐지만, 여전히 자신의 추측이 들어맞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티가 팍팍 났다.

“사냥을 할 것 같은데―”

“정답이라네, 햇병아리들. 곰고기는 먹어본 적 있나?”

맙소사. 진짜냐. 견의 탄식은 바로 뒤이은 “가장 많은 사냥감 잡아 온 녀석에겐 고기 추가여야 하지 않겠나! 물론 내가 일등이겠지만!”이라고 새까만 닭이 외치는 바람에 묻혔다. 고기에 눈이 먼 견습들이 저마다 무기를 들고 론누가 앞장서 쳐들어간 숲속으로 달려 나가는 꼴을 바라본 견은 이내 베이스캠프에 남아있는 기사가 회적색 여우와 담청색 기린인 것을 보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베이스 지킴이 하나에 식물채집 조, 겠군요. 저는 당연히…?”

“설명할 필요가 없어서 좋군. 그리고 정정하자면 셋 다 채집조다.”

“움직이는 거 귀찮다더니, 말이 바뀌었네?”

“새까만 닭 때문에 쟤들이 고기를 얼마나 들고 올지 모르게 됐잖아. 그거 처리할 생각만으로도 벌써 골치가 아프다고.”

“며칠간 식단에 단백질이 부족했던 건 사실이야. 햇병아리들이 깔짝이던 거로는 모자라. 어차피 이러려고 했던 거잖아, 기린.”

칼같이 들어오는 타박에 지우스가 아무런 반박도 못 하고 슬그머니 자리를 피하는 모습을 조금 의외롭게 바라보자, 회적색 여우가 입꼬리를 올려 웃으며 의문을 풀어줬다.

“쟤, 내 동기야. 파디하고 같이. 어쨌든 일하러 가. 당장.”

견은 대번에 이해했다. 그렇지만 곧, 이어진 불호령에 바로 뒤를 돌아 식단의 섬유소와 미네랄을 책임지기 위해 뛰었다.

결과적으로 식량 자체는 차고 넘치게 모였다. 애시당초 사냥조를 이끈 와론 한 명만 나섰어도 지금 인원이 먹고도 남을 양을 잡았을 게 틀림이 없었다. 그런데 여기에 고기에 눈 돌아간, 아무리 견습이라지만 산짐승을 상대로 질 리가 없는 녀석들까지 풀어놨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그나마도 다행인 점이 있다면 지룬과 콰링이 고기를 외치며 돌격한 애들 중 일부를 설득해 산나물이며 버섯을 캐왔다는 점이었다. 물론 이쪽도 닥치는 대로 주워온 탓에 독초나 독버섯을 감별해야 하는 문제가 있었지만. 대충 열 바구니쯤. 기운도 좋지. 진은 제가 땄던 두 바구니 조금 못 되는 고사리며 냉이를 떠올렸다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얘들은 일단 먹을 수 있나 없나도 모르고 손 닿는 대로 뭐든 가져왔을 거다. 그러면 이제 저걸 분류해야 한다는 건데. 당장 이 작업을 안전하게 도울 수 있을 누군가 씨는 한창 두통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래서, 새까만 닭, 하나만 묻겠는데, 대체 왜 곰밖에 없지?”

“♪”

론누의 시야도 활용할 수 있는 와론이 굳이 부득불 한 종류의 짐승을 잡은 게 영 미심쩍었던 모양이었다. 하는 말을 대충 들어보니 가축에 훨씬 가까운 것들도 있지 않겠느냐는 건데, 새까만 닭은 딴청이나 피웠고 그를 쫓아가며 저 무더기의 반 조금 못 되게 힘을 보탠 견습들이 곰 군락을 봤다는 말에 기린은 멧돼지가 그냥 통구이 하면 돼서 쉬운데 귀찮은 걸 들고 왔다는 핀잔을 끝으로 터덜터덜 걸어왔다.

그런 기린에게 견은 한쪽으로 빼둔 나물과 버섯 바구니를 건넸다.

“나한테? 너도 알지 않나, 나진?”

“애매해서요.”

“하아….”

기린은 진의 뒤에 소쿠리 세 개는 쌓여있는 독초와 독버섯 무덤을 보고 깊은 한숨을 쉬더니 그대로 자리에 앉아서 감별작업에 들어갔다. 곰 더미 앞에서는 피도란스가 가죽을 어떻게 벗기는지 따위를 시연하고 앉았고, 견습들은 각자 좀 더 호기심이 생기는 쪽에 가서 인솔 기사의 설명을 흥미진진하게 듣기 시작했다.

“나진, 진짜 애매한 것들만 모아 놨군.”

“어쩌겠나요. 저희 동네 아니면 백 퍼센트 안다고 할 수가 없는데.”

“그냥 먹으면 안 되나요. 역시 몸 쓰니까 배고픈데.”

파이멜이 손을 들고 저런 질문을 하자, 아까부터 기린을 돕는 건지 아닌 건지 감별할 바구니를 모호하게 뒤적였던 다랑이 돌연 땅을 굴렀다.

“아이고! 배 아파! 지우스 씨, 아파요! 해독제, 해독제!”

“너구리 님?!”

“저렇게 뒹굴고 싶다면 먹어도 좋아. 다음은―”

“아니, 사람이 쓰러졌는데요?!”

“다랑, 물 마셔. 얘는 튼튼해서 괜찮을 거야. 신경 꺼.”

“으, 으으, 루디카. 고마워요. 아니, 근데 진짜 아파요.”

허둥대는 꼴을 보다 못한 루디카가 물 한 통을 건네 다랑을 근처 나무에 기대게 했다. 여우 님이 확실히 세심하게 챙겨주시는 편이라고 모두가 속으로 생각하던 중, 너구리가 먹은 버섯은 너희가 먹었으면 아마 죽었을 걸, 이라고 담담하게 말을 덧붙이는 바람에 한차례 소동이 일었다. 덧붙여서 다랑은 삼십 분쯤 지나니 멀쩡해졌고, 나견은 기사들은 그런 독버섯을 먹고도 배탈로 끝나느냐고 속으로 질색팔색을 했더랬다.

풀 분류 작업이 고기 갈무리 작업보다 빨리 끝나, 나머지도 여전히 세 마리는 가죽도 벗겨지기 전이었다. 한창 작업 중이던 곰 하나의 뼈와 근육을 분리하던 피도란스가 턱짓으로 세 동료에게 곰 세 마리와 고기를 먹고 싶어 눈을 반짝반짝 빛내는 율니아를 차례로 가리켰다.

‘한 사람당 한 마리. 얼른. 애들 배 곪는다.’

다랑은 곧장 제 몫에 덤벼들었고, 여우와 기린은 대체 몇 번째 한숨인지를 내뱉고 묵묵히 작업에 착수했다.

그렇지만 기사들조차 간과한 점이 있었으니.

식용으로 쓰이는 고기는 개량을 몇 번이고 반복해 온, 가축화가 된 짐승에서 얻는 법. 

그렇다면 야생동물의 고기는 당연히 살코기보다 딱딱한 근육이 많고, 누린내는 심하다. 그나마 뼈는 가축 쪽과 비교해 비슷할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다 발라둔 고기무덤 앞에서 왜 내가 알던 고기하고 다르냐고 혼란스러워하는 견습들을 두고서, 아차 하는 시선을 공유한 인솔 기사들 사이에 쓸데없을 정도로 비장한 분위기가 흘렀다. 이 순간, 견은 등골이 오싹한, 무척이나 불길한 예감을 느끼고 부르르 떨었다.

“고기는 두드리면 부드러워져.”

그러면서 피도란스와 다랑이 제일 먼저 자기들 대검을 집어 들었다.

“저기요!!”

진의 찢어지는 비명과 대검이 휘둘러진 것은 동시였다. 대검 사용자 모두 무지막지한 근력을 자랑하는 사람이다 보니 곰 고기에 딱 닿기 직전에 멈추었고 그 점을 분명하게 확인한 진은 이걸 꼭 말해야 아느냐는 투로 빠르게 말을 쏘았다. 물론 저 둘을 말리기는커녕 주먹이나 꼬나쥐고 같이 인간 고기 망치를 하려고 했던 미친 기사 놈들에게도.

“비위생적이잖아요.”

“익히고 끓이고 구우면 괜찮을 거다만.”

“게다가 대련할 때 그 무기 보면 토할 거 같아서요.”

거기까지 말하고서야 그럼 주먹으로 두드리면 되겠지, 하는 꼬락서니를 본 진은 이후로 펼쳐질 기행을 쳐다보며 기사들은 하나 같이 다 미친 자식들이라고 속으로만 학을 뗐다.

실제로도 그랬다. 대체 어느 누가 주먹으로 두드려 힘줄을 끊고 근육을 부숴 고기를 연하게 한단 말인가. 레몬즙이나 오렌지주스, 배즙 같은 걸 쓰지도 않고! 그러나 여기, 인간을 초월했음에 틀림이 없는 기사들은 그걸 해내고 있었다.

피도란스는 이거 무슨 찰흙 놀이 질감이라고 사람 좋게 웃어 보였고(육즙까지 빠진다고 도중에 한소리 들었다), 와론은 재밌는 구경 시켜준다더니 아예 고기에 벽공을 치고 앉아있었다. 그 힌셔 님의 벽공을 말이다. 오오, 하면서 탄성을 올리는 무투파 견습기사들까지 아주 환장의 콜라보였다. 근력은 거기까지는 자신이 없다는 투였던 여우도, 자기는 기사 중에서 약한 축이라고 밝혔던 기린도 아주 신명나게 고기를 패고 있었다. 견으로서는 절대 저 미친 인간들 손에는 붙잡히지 말아야겠다고 수십 번은 다짐하는, 악몽과도 같은 시간이었다.

 

그다음은 일사천리였다. 풀때기 사이에 있던 허브로 어찌어찌 누린내를 빼고, 기사들이 가지고 있던 소금으로 밑간을 하고 잠시 재우는 사이, 어디서 구한 것인지 모를 솥 몇 개에 미리 피를 빼둔 뼈와 물을 넣고 끓였다.

질긴 나물 혹은 아주 약한 독이 있는 나물부터 넣고 우여곡절이 많았던 곰 고기도 넣고 마지막에 냉이 같이 향을 내는 나물까지 잘 끓여서 무어라고 형용할 수 없는 곰 고기 스튜가 완성되었다.

“이건….”

와드린이 앓는 소리를 냈다. 솔직히 다른 애들도 상황은 비슷했다.

완성된 것은 말이 좋아서 스튜지, 실제로는 냄새가 꽤 수상하고 그럭저럭 개성 있는 고깃국이었다. 기사 측은 말없이 숟갈을 떠서 먹기 시작했지만, 배고프다고 아우성치었던 견습들은 생전 처음 보는(심지어 이 모든 조리과정을 지켜보기까지 했다) 음식에 차마 손을 못 대고 머뭇거렸다. 힐끗거리는 시선은 주로 기린과 여우에게 닿아있었다. 인솔 기사 중에서 아직 숟가락을 쥐지 않은 유일한 둘에게. 정말로 먹나요? 그렇지만 병아리들 생각에 이들 중 가장 깔끔 떨 것 같던 두 사람은 저희들의 시선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아무렇지도 않게 그 기묘한 스튜를 떠먹었다. 괜찮네, 곰 고기도. 아까 허브 캐온 게 누구였더라. 나중에 승냥이한테 연병장 뛰는 거 한 번만 반으로 줄이라고 하자, 포상으로. 상식인지 믿음인지 뭔지가 갑자기 산산이 부서지는 충격이었다. 믿을 수가 없다는 듯이 그 광경을 보던 견습 중에서 율니아가 허기짐을 도무지 못 참겠는지 국물을 떴다. 눈을 질끈 감았다 뜬 루지안 역시 거의 동시에 숟갈을 쥐었다.

누군가 시작하면 한순간이다. 서로 시선을 교환한, 한평생 집밥만 먹고 살았을 병아리들은 살기 위해 먹었다.

 


 후일담 1. 남은 고기

몇 솥을 끓였지만 고기가 남아도 너무 많이 남았다. 냉장고나 보존마법 같은 건 꿈에도 꿀 수 없는지라 식사가 끝나고 나진은 저것들을 어쩔 거냐 물었고,

“일단,”

“일단?”

“고기는, 말려.”

“무슨 소리야. 절여야지. 보존식의 기본이잖아.”

“......”

나진은 의견이 갈린 기사들을 내버려두고 자리를 피했다.

수상할 정도로 뭐든지 말리는 파와 수상할 정도로 뭐든지 절이는 파, 여기서 격돌.

(소금을 쳐서 육포 만들기로 타협했습니다)

 

후일담 2. 생각보다 맛있어!

집밥 외의 괴식은 처음이었지만, 두 번 세 번 끓이다 보니 국물 맛이 우러나는 덕에 곰 스튜는 소소하게 인기를 끌었다. 나진은 끝끝내 고개를 저었으나, 먹기는 했다.

 

후일담 3. 왜 나한테만 그러나.

곰 스튜가 소소하게 인기를 끈 덕에 다시 한번 사냥해보겠다던 와론의 이후 사냥 실적은 0.

“이상하네? 아까까진 기척이 있었는데 말이지.”

야생동물 사이에 큰곰무리가 사냥당하던 것이, 그 선봉에 있던 요란한 누군가 씨에 대한 게 싹 퍼진 덕에 와론이 움직였다 하면 야생동물들이 자취를 감추었고, 한동안 와론은 동료 기사들에게 핀잔인지 놀림인지를 듣고 말았다.

  


(원썰)

요리 묘사하고 싶으니까 요리 묘사할래요.

바구니에 이것저것 다들 담아서 오긴 했는데, 가차없이 견이가 독초와 배탈나는 것들. 그리고 독버섯들을 고르고, 그 중에서 조금 애매한 것은 지우스에게 보이는 거죠. 지우스는 왜 자신에게 보이냐고 묻노라면, 견이는 그나마 알아볼 것같은 기사라서 물어본거라 하겠죠.

 지우스는 차라리 버섯은 죄다 빼라하는 데, 버섯의 식감이 고기랑 비슷하니까 재료로 버섯이라도 넣자며 기사들과 견습기사들이 아우성이겠죠!

그 중에서 너구리가 아무버섯을 집어다가 한 입 먹어보고선 배탈나서 뒤집어진걸 보고, 지우스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말하는 거죠. 전멸하고 싶으면 넣으라며 말이죠

아무튼 약불에서부터 물을 팔팔 끓여보는 데, 생풀떼기를 끓여봤자 맛이 우러나오지 않으니까... 말린 풀같은게 다들 없나 확인할것같아요. 아니면 보급받았던 것들중에 말린 고기를 먼저 퐁당퐁당넣는데 율리아가 잔뜩 아쉬워하면서 침을 뚝뚝 흘리고 있을 것같아요.

스프 분말같은 것도 있을지도? 밀가루나 그런것들을 조금 넣어서 맛을 미리내도 좋고요. 어쨌든 수도에서 그정도 보급은 했겠지!

하지만 오랫동안 나눠서 써야하니 아주 조금만 넣어야하지 않았을 까해요. 결국 맛을 내려면 야생에서 구한 재료를 넣어야한다!

생풀은 뜨거운 물에 데쳐서 먹기로 하고 (팍 끓이면 맛없어지니) 견이가 조언을 하노라면, 율리아는 격렬하게 고기를 외칠테고. 너구리는 끄덕이고 있을 것같아요. 와드린도 그갓 풀떼기국이 배가 찬다면 얼마나 차겠냐며 한소리 하고 있겠죠.

그런데 어쩌겠어요. 그렇다면 풀떼기를 잔뜩 넣는 수밖에! 조금 독성이 있는. 향이 강한 풀은 오래 끓이는 식으로 하겠죠? 고사리같은 건- 오래끓일 수록 맛있으니깐요! 고사리를 끓이다가 팔팔 끓는 중간에 냉이를 넣어서 향을 더해도 좋겠네요.

식용풀을 감별하는 건, 기린과 견이의 몫이니 기사들 중 몇몇이 사냥을 가기로 했을 것같아요.

(김가온)이거 와론이 희희낙락 끌고가도...유쾌할거같구요... 곰 고기 먹어본 사람?하면서 막...

사실 망도 봐야하니, 모든 기사들이 가서도 안되고, 이전의 흉흉한 일들이 많아서 견습들이 다수 움직여서도 안되는 상황이기도 하니... 고민이 많을 것같은데

냅다 와론이 창을 어디론가 쏘더니, 그런거죠.

내가 일등이라네~ 내 몫이 제일 많아야하지 않겠는가~ 라며 거드름을 피워도 좋겠어요.

(김가온) 그러면 누군가 "한창 클 애들보다 어른이 많이 쳐먹겠다는 것도 웃기지 않냐"고 타박할거같고요ㅋㅋㅋ...

그렇죠 와론에겐 초 사기 나린기. 알아서 움직이는 창. 심지어 눈까지 공유하는 론누가 있었어요. 이녀석이 사냥꾼을 했더라면, 온 산의 동물들의 씨가 말랐을 거라며 견이가 혀를 찼을 거에요.

그런데 와론은 하나는 알고 둘은 몰랐어요

보통 식용으로 쓰는 고기들은 가축화된 동물들이죠. 개량을 몇번이고 거듭한거란말이죠. 야생동물의 고기는 그럼? 과연?

그것도 곰고기는?

그 두꺼운 가죽을 썩둑썩둑 잘라내고 나니, 근육이 너무 많고 누린내는 심하고 먹을 거라곤 뼈밖에 없었을텐데

그럼 뼈로 육수라도 우리자! 하니 뼈같은건 함부로 먹는게 아니다. 저런놈(와론)이 아닌 이상

(김가온) 고기...고기망치로 두들기면 연해지던가요...피도가 두들기면 연해지지 않을까요....?(급기야는

그래요. 먹을 수 있는 건 최대한 먹어야죠. 온 기사들이 모여서 근육을 다지기로 했어요. 연육을 거쳐야죠. 그런데... 도구가 없는 데 뭐로?

무기를 꺼내라 기사들아

견이가 비위생적이니까 무기는 집어넣으라고 할테죠. 그걸로 다진걸 먹었다간 대련에서 맨정신으로 무기를 못 볼것같다며 말이죠

어떻게 주먹으로 고기가 다져지는 가는.- 솔직히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지만.

되더라고요. 견이는 다시금 기사들이 별로 사람같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되냐? 그게? 왜?

정작 피도란스는 찰흙놀이하는 기분인것같다며 유쾌하게 웃을 것같지만요.

(김가온) 재밌는 거 보여준다면서 벽공으로 고기 다지는 와론도 주세요()

미치겟어요. 그러고서 지우스가 잘도 무공을 저딴 곳에... 라며 경멸어린 표정으로 봐도 좋고-

견습기사들은 벽공의 새로운 응용법이라며. 무술수련의 꿈을 키우면 좋겠네요

사람도 고기고, 근육도 고기니. 잘 다져지긴 하겠죠.

견이는 그 모습을 보며 아주 소름끼쳐할 것같네요.

아무튼 누린내가 잔뜩 나는 고기는 풀떼기향에 묻혀져서 수상하고 꾸리꾸리하지만 그럭저럭 개성적인 고깃국이 될 것같아요.

(김가온) 그래도 집밥 먹고 컸을 애들,,, 깔끔떨 것 같았던 여우나 기린마저 그냥 묵묵하게 먹는 거 보고 조금 쇼크왔다가...이후엔 승냥이한테 토할 정도로 굴려져서, 아 일단 죽어도 먹고 죽어!!로 변해도 웃길거같아요 저런 거 한 번 밖에 못 볼 풍경이겟지 흑흑...

조화라고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지만, 소금을 넣고 푹 끓여내니 그럭저럭 고기스튜같기도 하고 말이죠. 견이는 곰고기의 새로운 가능성을 엿보고, 조금 나눈 근육들을 최대한 바싹 말려놓으려하지 않을 까 싶어요.

(김가온) 기사들이 솔선수범해서 일단, 고기는, 말려(진지) 이래버리기...

게다가 두어번 더 끓이니 제법- 먹을만해져서 다시 한번 더 그 곰스튜를 먹고 싶다고 가볍게 그....녹색머리 그 아이. 단순하고 귀여운 그 아이가.

루지안이 견이의 어깨를 툭툭 치면서 눈빛을 내도 좋을 것같아요

어쩌면 누군가는 푹 끓인 곰스튜를 보틀에 집어넣고 시장할때마다 조금씩 목을 축일 지도 모르죠.

그리고 그 후로- 와론이 사냥을 나가고 싶어할때 이상하리만치 주변에 야생동물들이 접근을 안하면 좋겠어요

야생동물들은 감이 좋으니깐요

와론이 요란하기도 요란하거니와.

큰 동물이 사냥당하는 것을 보고 저것은 야생짐승이다-라며 온 산의 동물들에게 그만 소문이 나버린거죠

론누를 띄워도 작은 새나 들짐승 정도만 보이니 와론은 갸웃거리며 이상하다~라고 하고있자면

다른 기사들이 와론더러 무능하다며 핀잔을 줄 것같아요.

결국 끝내주는 곰 스튜는 그때가 마지막이었다는 그런 이야기.

끝!

 

견습들과 요리를 하자! feat. 깜님

#02. 허브티 편~파멸적인 녹색의 맛~

분명 나중에 루지안이 .. 어깨너머로 견이가 이거랑 저거랑 넣는 걸 봤어! 라며 온갖 풀들을 넣고 끓이는데

파멸적인 녹색의 맛이 나서

굴렀으면 좋겠어요

분명히 넣기전엔 녹색이었는데, 넣고나니 누렇게 되어버린 풀과

분명히 잎이 넓게 퍼져있었는데, 넣고나니 찌꺼기처럼 되어버린 풀들이 녹색의 덩어리가 되어 둥둥 떠있겠죠!

아아 루지안은 알지 못했어요. 데쳐야하는 풀과 오래넣으면 죽는 풀이 있다는 걸

견이가 그걸보고, 까딱거리더니 찌꺼기를 모조리 건져내고, 몇번이고 그 파멸적인 녹색의 국을 체에 거르고선

병에 그 국물을 넣고 깨끗한 물을 좀더 넣어 물을 희석했을 거에요. 그리고 설탕 아주 약간.

녹색의 파멸탕은 근사한 허브티가 되었을 거에요

역겹다고 느껴지던 그 짙푸른 녹음의 향이- 잎차를 잔뜩나야 나던 진한 차가 되었을 것같아요

(김가온) 한동안 진(견)이 별명...식물의 마술사였겟어요....

조금 맛이 진하지만, 그래도 먹을 만 했을 거에요.

녹빛 파멸의 탕 원액은- 숲에서 쉴때, 근처에 뿌리면 기막히게 벌레들을 쫓아낼 수 있는

천연 방충약이 되었겠죠

제라늄이나 민트 등등은 벌레들이 싫어하니깐요!

루지안이 끓였던것은 로즈마리와 민트. 그런 풀들이었을 것같다요!

(이하 김가온) 루지안의 "와, 너 진짜 마술사 같다!!"로 시작해서 견습이 시작했건 와론(?)이 시작했건, 어이 식물의 마술사~하면서 놀리기

진(견) .oO(지금 나 놀리나?)<-마술적 재능 0

기린도 도중에 웃참챌 해서 피식 해버리면 대박 배신감 느끼는 견이...

열심히 웃참하면서, 그래도 동기들하고 꽤 어울리게 되어서 다행이야. 같은 소리하기.

아 근데 저러고 있으면 여우가 기린 타박하면 좋겠어요. 과거의 너를 생각하고 그런 충고 하라고.

그렇게 썰풀이가 시작되면 즐거움...암만 생각해도 여우 기린 흰사슴 동기라서

근데 그 동기면 지우스 진짜 찍소리 못했을 거같아서

얌전히 타박받는 기린 <-꽤 놀라움

그러나 타박하는 사람이 여우면 납득

이녀석, 우리 견습동기 중에서 진짜...싸가지 없기로 유명했어. (턱짓으로 진이 가리킴) 얘 못지 않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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