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TERA+

햄쮸님이 주신 루테라

드림 커플 중 한 쪽이 죽는다면?

테드 파워즈. 관에 묻히는 순간에도 본명이 아닌, 가명이 적혀있는 비석을 보고 테트라는 작게 코웃음을 흘렸다. 어쩌면 이런 면마저 그 헌터 답다고 생각해야 하는 걸까. 비석을 가만히 바라보던 테트라는 처음 그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를 떠올렸다. 그걸 듣자마자 바로 이번엔 웬 죽은 척이람? 하고 생각했었지. 며칠 지나면 태연한 얼굴로 저 안 보고 싶었습니까? 같은 뻔뻔한 대사를 날리면서 나타날 거라고 예상했다. 이대로 정말로 죽어버린다면, 그에겐 너무 시시한 결말일 테니까.

루드비히 와일드와 테트라 지오메트릭. 돌이켜 보면 이 두 사람은 물과 기름처럼 맞는 구석이 좀처럼 없는 상극이었다. 처음에는 갑자기 제 죽음을 의뢰받았다면서 찾아오더니, 사사건건 자신이 하는 일에 트집 잡지 않나. 특히나 매주 주말마다 사서 먹는 애플파이를 평범하다고 모욕한 건 아직도 테트라의 기억에 남아있다. 그러던 두 사람이 정신 차리고 나니 멘토와 제자가 되어있었고, 루드빅은 어땠을진 몰라도 테트라에게 그는 일주일에 제법 많이 만나는 사람으로 자리 잡았다.

그래서, 우리는 무슨 관계였냐고?

"내로라하는 헌터의 진짜 이름을 알고 있는 그 정도지."

테트라는 조용히 가지고 온 꽃다발을 비석 위에 올려놓았다. 그러고 보니 이 남자가 좋아하는 꽃 하나조차도 몰라, 꽃집에서 그저 제일 크고 화려한 꽃다발을 샀다. 조문하러 온 것치곤 맞지 않을진 몰라도, 루드빅이 봤더라면 좋아했을 것이다. 아마도. 

"다음에 또 올게요."

우리가 그 정도로 친밀했습니까? 테트라의 혼잣말에 마치 누군가 대답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적어도 안 친하다고 볼 순 없죠. 어쩐지 한결 홀가분해진 표정으로 뒤돌아선 테트라의 발걸음이 마찬가지로 가벼웠다. 이 무덤에 직접 찾아오기까지 얼마나 오래 걸렸으며, 어떠한 결심을 하고 왔는지 그는 아마 평생을 모를 테다. 그 점이 못내 아쉬웠지만 뭐, 어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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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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