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테라+루테라 / Light, On!
페닝님이 선물해주신 달의서커스IF 테트라 / 화테라+루테라
자, 오시라, 오시라! 오늘도 달은 떠오르고, 천막은 위로 솟아오른 채, 달그림자 아래에서 당신을 기다립니다! 광대가 전단지를 뿌리며 돌아다니고, 땅에 버려진 전단지를 본 경찰들이 단속을 하며 쫓아간다. 사람들은 그것을 또 하나의 구경거리로 여겼다. 폭죽음이 들려온다. 그것을 따라 가까이 갈수록 경쾌한 음악이 섞이고, 아하하, 하하, 광대들의 웃음소리가 섞인다. 그것이 곧 관중의 웃음소리가 될 순간이 머지않았다.
자, 웃어요! 박수쳐요! 번쩍이는 빛, 빛을 기대하게 하는 어둠, 그리고 또다시 화려한 빛. 전부 당신의 즐거움을 위한 것이랍니다, 웃어요! 그리고 놀라 환호를 질러요! 모두가 두려워하지만 궁금해하고, 동경하면서도 경멸하는 것들이 이곳에 전부 모여 있으니, 즐겨요, 놀아요, 그리고 불러요!
무대 위에 오르는 것은 한 명의 마술사와 여러 명의 광대, 능력자들, 삐걱이는 인형 사이로 같이 춤추는 동물들과 정신없이 날아다니는 공, 폭죽, 펄럭이는 천들. 당신의 정신을 앗아가고 즐거움만 남기는 것들을 마주하시라.
팔다리가 늘어나는 광대가 당신을 향해 웃고, 목각인형과 아름다운 춤을 추는 붉은 머리의 마녀가 무대 위를 휩쓸며, 현실인지 꿈인지 모를 것들이 나비와 함께 하늘을 메운다. 흥을 돋우듯 코끼리가 울고, 그것에 맞추어 공을 타고 달리는 광대의 뒤로, 공중그네가 요란하게 흔들린다. 탁탁, 마술사의 지팡이가 무대를 두드린다. 박자에 맞춰 움직이던 이들이 한 걸음 뒤로 물러나 공중그네를 가리킨다. 주욱 늘어난 광대의 팔이 그것을 붙잡으며 순식간에 위로 올라가면, 반대편에 있던 회색 머리의 여자가 그네를 붙잡은 채 뛰어내렸다. 모두가 놀라 비명인지 환호인지 모를 것을 지르면 두 개의 공중그네가 허공에서 겹치고, 공중에서 빙글 한 바퀴 돈 여자의 손을 광대가 붙잡았다.
그대로 광대의 팔이 늘어나 아래로 내려오며 빙글 또 돌고, 마무리하듯 아래에 있던 트램펄린을 타고 뛰어오르면 방금까지 아무것도 없던 허공에 꼭 유리 조각 같은 것들이 번지며 반짝였다. 딱. 마술사가 손가락을 한 번 튕긴다. 그것을 따라 회색 머리의 여자가 손가락을 튕긴다. 그러면 천막 아래에 흩어져 있던 입자가 한 번에 바스라지며 마치 첫눈처럼 내렸다. 조명이 반사되어 형형색색으로 물든 빛의 눈이 하늘에서 내린다. 그것을 보며 사람들이 환호하고 박수를 치는 동안, 위에서 내려온 광대가 트램펄린을 밟고 한 번 더 튀어 올랐다. 그 탓에 같이 튀어 오른 여자가 트램펄린에서 무대 위로 내려와 마술사의 옆에 서면, 춤을 추던 나무 인형과 춤을 추며 그 주위를 몇 번 돌다 마술사로 파트너를 바꾸었다. 고조되는 분위기와 음악, 다 같이 춤을 추는 서커스 단원들, 폭죽 소리와 함께 장식하는 피날레.
달그림자를 걷어낸 빛이 사그라들고, 음악은 잦아들며, 관중은 돌아간다. 그렇게 고요해진 천막 안은 분주하게 정리를 하는 이들로 정신이 없었다.
“테트라.”
그 사이에서 마찬가지로 정리를 하던 회색 머리의 여자를, 점잖은 정장으로 갈아입은 마술사가 불렀다. 백금발을 단정히 쓸어 넘긴 마술사는 그녀에게 봉투 하나를 건네었다.
“단장님.”
“추가 공연입니다. 할 수 있겠죠?”
추가 공연. 그 말에 테트라의 입술이 조금 나온 것도 같았다. 피곤한데. 그러나 화이트 클라프는 웃고 있었다. 눈은 웃고 있지 않다. 그걸 잘 알고 있기에, 테트라는 봉투를 열어 내용을 확인했다.
같이 들어있는 사진에는 금발의 남자가 찍혀있었다. 티샤가 이따금 얘기하던 소중한 사람은 능력자 헌터라고 했다. 그런데, 이 남자가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이 사람이 왜요? 잡아 오나요?”
“아뇨,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사냥개를 부르는 건 쉽거든요.”
“사냥개 목줄을 잠깐 대신 잡아드릴까요?”
화이트 클라프는 테트라의 말에 씩 웃었다. 잘 알아들은 것이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혼자 가기는 심심한데. 라이샌더에게 같이 가자 권해볼까. 테트라는 천막 뒤편으로 향했다. 탈의실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나오면, 그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라이샌더가 추가 공연에 대해 물었다.
“테트라 님, 어디 가요?”
“이 사람이 실수한 거 대신 처리하라고, 단장님이 시켰어.”
그렇게 사진을 보여주면, 라이샌더의 반응이 영 심상치 않았다. 아는 사람인가? 라이샌더가 말하기 싫어하는 눈치기에 테트라는 더 묻지 않았다. 굳이 묻지 않아도, 직접 마주하게 되었을 때. 싫어하는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뭡니까, 당신?”
일부러 뒤를 밟게 놔두길래 한 번 떠본 것뿐인데. 테트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투명한 입자 벽을 친 채로 루드비히 와일드의 뒤로 붙었다가, 그가 바로 발차기를 해오는 것에 벽을 보강했다. 보이지 않는 벽에 막힌 것에 당황하긴 했으나 빛으로 그것을 태우려 들었다. 태울 수는 있겠지. 하지만 부술 수는 없다. 아예 구조를 바꿀 정도의 빛을, 그 온도를 정확하게 알 리가. 빛 때문에 번쩍이는 장벽 너머에서 회색 머리의 광대가 웃는다. 쯧. 혀를 찬 루드비히가 발을 거두고 나면, 테트라도 혀를 찼다.
“쓸데없이 이런 걸 보내고.”
“단장님 부탁 아니었으면 저도 안 왔어요.”
헌터는 무슨. 테트라는 그를 두고 먼저 타겟이 있는 건물로 들어갔다. 나약하기 짝이 없던 그 광대와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루드비히 와일드는 그렇게 여겨 그냥 두었으나, 정보가 샌 것인지 매복하고 있던 이들이 총을 겨누고 있었다. 피할 수 있다. 하지만 마구잡이로 쏘아대면 일일이 피하긴 어렵다. 저 여자도 별수 없을 것이다. 아까 저를 막았던 벽도 총알에 깨진 것을 보았다. 그러나 굳힌 입자가 깨지면, 테트라는 그 파편으로 총알의 궤도를 틀어냈다.
“공연은 연습도 중요하지만, 결국 과학이거든요.”
회전하며 날아오는 총알을 튕겨내고, 제게 맞지 않게만 만든다. 이따금 덜 틀어져 스치는 것들이 있었으나 그녀는 개의치 않았다. 튼튼하긴 한 모양이지. 루드비히는 그 뒤로 따라 들어가 의뢰를 받았던 금고를 찾았다. 금고는 속임수다. 진짜는 서랍 안에 있는 평범해 보이는 서류 봉투. 그것을 들고 밖으로 나오면, 이상하게 고요했다. 고요해진 로비에서 회색 머리의 광대가 인사라도 하듯 허리를 한 번 숙였다가 펴고, 기지개를 켜고 있었다. 마치 공연을 끝내고, 막이 내려, 고요해진 무대 위에서 홀로 인사를 하는 것만 같았다.
“늦네요, 당신.”
그리고 아직 꺼지지 않은 조명으로 고개를 돌린다. 금발의 남자와 눈이 마주친다. 이곳에 서 있는 건 테트라와 루드비히 뿐이었다. 방어적으로 보였는데, 착각이었나. 쓰러진 이들은 어딘가가 베이거나, 잘리거나, 눌려 으스러진 부분이 많았다. 피는 남았지만 그녀의 몸에는 피가 묻어있지 않았다. 철저하게 흔적을 남기지 않도록 교육받은 게 분명했다. 깔끔하게, 드러나지 않게, 숨기고 숨겨, 가면에 웃음을 드리우는 것. 누가 가르쳤는지 뻔하군. 루드비히 와일드는 불쾌한 것을 보는 눈을 하면서도, 약간의 흥미는 지우지 못했다.
“앞으로 눈에 띄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루드비히는 경고하듯 말했다. 그러면 테트라는 겁을 먹거나, 혹은 역으로 도발하거나 하지 않았다. 그저 무시하곤 서커스단으로 돌아갈 뿐이었다.
한 번 열린 무대의 막은 아직 내리지 않았고, 두 사람을 비추는 조명도 여전하니, 어느 한 쪽의 조명이 꺼지지 않는 한 결국은 마주치게 될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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