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보석과 빛을 바쳐서

쿠로아이 / 마피아 AU

책갈피 by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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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하라 아이리는 쿠로오 테츠로가 자신을 좋아하는 것을 믿어 의심한 적이 없다.

그것은 성애적이거나, 로맨스의 범주에 속하는 의미는 아니었다. 물론 그런 식으로든 그렇지 않은 식으로는 쿠로오 테츠로는 아이하라 아이리를 좋아했고 나아가 사랑한다 해도 모자라다고 홀로 생각하고 있었으나, 아무튼 입 밖에 내지 않았으니 아이하라 아이리는 알 길이 없었다. 단지 꽃다발을 내밀고, 짐을 들겠다며 매번 가방을 가져가고, 전해 준 선물을 만지작거리며 웃는 표정을 보면 자신을 좋아한다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그것이 모시는 아가씨에 대한 애정이든 부를 수 없는 친구로서의 애정이든 아이하라 아이리는 좋았다. 아이하라 아이리 또한 자신이 쿠로오 테츠로를 좋아한다는 점에 믿어 의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기 때문이다.

아이하라 아이리는 쿠로오 테츠로를 단순히 조직원 이상으로 생각했다. 친구라고도 생각했고 행복했으면 좋겠다고도 생각했고, 자신과 있는 시간이 즐거웠으면 좋겠다고도 생각했다. 쿠로오 테츠로도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을 것이다. 아마 쭉 그럴 것이다. 어릴 적에 쿠로오 테츠로를 만난 이후부터, 조금 어색한 얼굴로 시선을 피하던 그, 지금보다 작던 남자애를 무의식적으로 찾게 된 순간부터 그랬다.

“아가씨랑 총은 안 어울려요.”

그래서 그런 말을 들었을 때는 조금 당황하고 만 것이다. 아이하라 아이리는, 쿠로오 테츠로는 모르겠지만 총을 다루며, 그 실력을 따지면 조직원들 중 꼭대기에 있을 것이기 때문에.

“……그럼 나한테 어울리는 건 뭔데?”

날카롭게 놓인 총들을 보면서 관리가 잘되어 있네, 하고 아무렇지 않게 평가하던 아이리에게서 총을 빼앗아갔을 때는 그저 웃겼지만 지금은 달랐다. 눈을 깜박이던 아이하라 아이리가 시선을 깔며 아무렇지 않게 물었다. 쿠로오가 새하얀 원피스를 입은 아이리를 가만 보며 대꾸했다.

“예쁘고 고운 것들이요.”

“예쁘고 고운 것?”

“아가씨가 좋아하는 꽃, 자주 입는 하늘하늘한 원피스, 날이 더우면 쓰는 연분홍빛 양산……. 그런 것들이요.”

그렇게 말했다가 쿠로오 테츠로는 잠시 웃었다. 흐린 기색 하나 없는 미소였다.

“그냥 아가씨는 세상에서 제일 예쁘고 좋은 것만 보면 좋겠어요.”

그 덤덤하고 부드러우며 다정한 말에 아이하라 아이리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쿠로오 테츠로는 아이하라 아이리가 남기고 보아 온, 세상에서 제일 예쁘고 좋은 것 중 하나였다. 설사 본인은 자신이 가장 어두운 곳에 오래도록 몸담았다 생각할지라도.

그렇지만 쿠로, 나 또한 결국 이곳에서 자랐는데.

결코 자기 자신이 어둡고 우울한, 그런 밑바닥을 닮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렇다기에는 아이하라 아이리가 지금껏 받아 온 사랑이 그토록 컸다. 하지만 쿠로오 테츠로가 애지중지 소중히 여기며 쥐면 꺼질까 불면 날아갈까 유약하고 사랑스럽게 보는 그 자체는 아니었다. 아이하라 아이리는 총을 쥘 수 있었고, 이미 쥐어본 바 있었다.

꽃을 꽂고 하늘하늘한 원피스를 입은 채 연분홍빛 양산 아래 검은 총신을 숨길 수 있는 사람이었다.

“……쿠로는 날 참 소중하게 생각하는구나?”

깜박거리던 분홍빛 눈동자가 곧 부드럽게 휘었다. 고개를 돌리고 있었으므로 쿠로오 테츠로는 그 빛이 어떤 색을 띠는지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 단지 그는 아주 어릴 적부터, 지금에 와서까지 변하지 않을 사실에 답했다.

“무엇보다도요.”

그것이 당신이 손에 피를 묻혔든 묻히지 않았든 그저 계속 빛 아래 서 있길 바라는, 사랑하는 이에게 바치는 헌사라는 것을 알지 못해서 아이하라 아이리는 생각했다. 쿠로가 내가 총을 쥐었다는 걸 몰라서 다행이야,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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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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