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김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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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떻게 운디네를 붙잡겠어, 감히.” “그럼에도 자네는 운디네를 붙잡겠지. 아니, ‘제대로 포기하기 위해’ 운디네를 위한 모든 수를 다 쓸 게 아닌가. 나도 마찬가지일세. 언젠가 포기하더라도 지금은 내 모든 수를 다 쓰고 싶을 뿐이네. 자네의 경호도, 중앙의 입김도. 모두 그 아이를 포기하게 될 때를 위한 나의 수일세.” “대체 그 아이는 누구길
“...대마법관님.” “내, 그래도 정리한 걸세.” “이게요..?” 손님이 온다고 기대한 게 잘못이었다. 자료건 뭐건 필요하다면 무작정 구해와 쌓아놓는 것 또한 아르크의 나쁜 습관 중 하나였는데, 그 양이 보통이 아닌지라 집무실뿐 아니라 응접실까지 짐이 넘어오는 경우가 허다했다. 어차피 평소에는 서류 결재를 받기 위해 찾아오는 마법사들이 대부분이라 크게
하늘을 향해 뻗은 손을 활짝 펼친 노아가 그림자 틈새로 태양을 바라보았다. 겨울이라지만 그래도 끝물인데, 하늘은 여전히 청명하고 태양은 하얗게 빛났다. 손끝에서 맴도는 바람이 아직 차다. 그래도, 방아쇠를 당길때마다 반동처럼 내려앉는 서리만할까 싶다. 마법을 발동시킬때마다 용케 부서지지 않는다 싶을 정도로 얼어붙고 녹기를 반복했으니 말이다. 한참 멈춰있던
[첫 번째 인공정령 ‘비엔토’ 배양 성공 발표] ‘인공정령 배양 프로젝트, 통칭 ‘샬레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나우 중앙 연구소의 레인 연구팀은 물의 정령 운디네의 마력 분자(magic atom,이하 마가)를 용암석에 이식하여 인공정령을 배양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하였다. 수석 연구원 레인은 운디네의 마나와 용암석의 분자 구조의 일치율이 높고 ···배양된
노아의 손이 뻣뻣한 목깃 위에서 멈췄다. “왜 입니까?” “당신이 더 다칩니다. 아무것도 하지 말고 그냥 있어요. 아니, 거절하세요.” “싫다면요?” “...처음부터 이럴 생각으로 시내까지 쫓아온겁니까?” 그 말에 노아는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난다는 게 어떤건지 알 수 있었다. 다짜고짜 찾아와서는 이게 뭐 하는 건지.- 침대 한 구석에 뭉쳐놓은 이불을
‘원래 색이 저랬나…?’ 흐릿하던 시야가 정리되고나니 샛노란 천장이 눈에 띄었다. 익숙하게 보아온 무늬나 정렬은 분명 의료실이 맞는데 색이 달랐다. 하지만 얼마지나지 않아 단순한 착각인 것을 깨달았다. 고개를 조금 돌려 창문을 바라보니, 하늘 높이 떠있어야 할 태양이 산등성이를 타고 저물고 있었다. 넓게 퍼지는 석양이 흰 천장을 물들이고 있던 것이다.
“쓸데없는 짓거리를.” 얼음 파편과 눈이 짓밟혀 깨지는 소리가 노아의 등 뒤에서 들렸다. 못마땅한 기색을 여과 없이 드러낸 목소리는 정돈된 고요에 불협화음처럼 끼어들었다. 하지만 노아의 신경은 목소리보다 다른 곳으로 향해 있었다. ‘기척이… 있던가?’ 레인과 얘기를 나누는 와중에도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시선을 돌리는 간극은 고작 3초 안팎의 짧은
“무슨 말씀이신지? 지금까지 뭘 들으신겁니까?” 레인의 말에 노아는 순간 자신이 만든 냉기에 소망이 뒤섞인건가 싶었다. 이럴리 없는데, 그 모든 걸 알고도 이렇게 태연히 얘기할 수 있던가? 마법사라는 자리가 어떤 것인지 아는 사람들은 콩고물이라도 얻기 위해 노아에게 달라붙었다가도, 그 마법사들이 모인 중앙 마법사단이 그에게 대하는 태도를 보면 언제 그랬
‘콰가각!!’ 아슬아슬하게 레인의 곁을 비껴간 얼음이 땅바닥에 박히며 균열을 일으키가, 스틱을 뻗고 있던 습격자가 공격을 피해 옆으로 몸을 날렸다. 얼음 표면에서 뿜어져 나오는 희고 푸른 냉기가 어찌나 매섭던지, 꽤 멀리 피했음에도 습격자의 몸이 크게 떨리고 있었다. 보기와는 다르게 감은 날카로운 모양인지, 그리 날린 걸 가뿐히 피해버린 것에 언짢아진
“꺄아아악!!!” “‘마법 테러’다!!!” “도망쳐!!!” 사방에서 비명이 들리고 겁에 질린 사람들이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모습은 아비규환이 따로 없었다. 새까만 연기가 뭉게구름처럼 피어오르고 매캐한 냄새까지 풍기기 시작했다. 정신없이 도망치던 사내 한 명이 노아에게 부딪쳤다. 겨우 모은 서류들이 또다시 바닥으로 흩어졌다. 하지만 이젠, 그런건 중요치 않았
첫인상과는 전혀 다른 의외의 사실에 노아가 그제야 뒷장에 딸린 부가자료를 세밀히 살피기 시작했다. 이 두꺼운 서류뭉치의 절반 이상을 별다를 것 없어보인 사람이 차지하고 있었다는 것을 그제야 알았다. “대마법관님, 이건…” “자네가 보기엔 어떤가?” “...정말로 이 자가 운디네의 계약자입니까?” “제대로 봤다면, 그래. 레인은 운디네의 정령사이기도 하고
작은 균열 사이로 들어오는 바람이 더 매섭다던가. 숨을 고르는 잇새 사이로 들이쉬는 열기 가득한 바람은 마치 불길 휩싸인 폭풍처럼 폐부 깊숙한 부분까지 훑었다. 메마른 혀 끝에서 텁텁하고 까끌거리는 모래 알갱이가 굴러다녔다. 부서진 장벽위로 올라선 이의 그림자가 벽을 타고 내려와 지면에 고였다. 망설임없이 뛰어내릴 높이는 아니었기에 하마터면 구명줄인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