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 화 - 마이너스와 마이너스 (3)

“꺄아아악!!!”

“‘마법 테러’다!!!”

“도망쳐!!!”

사방에서 비명이 들리고 겁에 질린 사람들이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모습은 아비규환이 따로 없었다. 새까만 연기가 뭉게구름처럼 피어오르고 매캐한 냄새까지 풍기기 시작했다. 정신없이 도망치던 사내 한 명이 노아에게 부딪쳤다. 겨우 모은 서류들이 또다시 바닥으로 흩어졌다. 하지만 이젠, 그런건 중요치 않았다.

“제길..!”

시내 밖으로 향하는 인파와 달리 안으로 향하는 노아의 발걸음이 다급했다. 황급히 비상 호출기를 작동시켰으나 언제 수사관이 도착할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마법테러라고?’

홀스터의 잠금이 풀렸다.

-

나우에서 마법을 다루는 이들은 마법식을 정립하기 위한 연구원과 마법을 사용하고 관리하는 마법사 두 부류였으나, 연구원은 이론을 세우는 것에 특화된 이들이기에 실질적으로 마법을 제어하는 것은 마법사들이었다. 그렇기에 마법사고에 대응할 수 있는 사람 역시 마법사뿐이었다. 

‘쾅!!!!’ 

혼란스러운 와중에 두 번째 폭발음이 들렸다. 첫 번째 연기가 피어오른 곳을 향해 달리던 발걸음을 급히 돌렸다. 쾅,쾅! - 세 번째, 네 번째. 굉음이 연이어 들려왔다. 무언가 이상했다.

‘테러란게, 원래 이렇게 제멋대로던가?’

사람들을 겁박하기 위한 의도라면 이미 달성하고도 남았다. 하지만 그 폭발은 인파를 향하지도 않았고, 불규칙적으로 이동했으며 간극마저도 예측이 안 될 정도로 중구난방했다. 보통 테러라 하면 눈에 띄는 ‘장소’에 일으키지 않던가. 움직이지 않는 표적이 시내에 널리고 널렸지만 오히려 시가지는 멀쩡했다. 

마치, 누군가가 유인이라도 하듯이.

위화감을 깨달은 노아가 고개를 돌렸다. 

‘목표가 장소가 아니었어!’

사람이 테러의 목표라면, 이 일대에 표적이 된 사람이 향할 곳은 한 군데 뿐이었다.

급격히 유입된 인구의 대부분은 아카데미 입학을 위해 타 도시에서 온 학생들이었다. 그에 맞춰 아카데미는 기숙사를 증축하기로 하였고, 아카데미에서 멀지 않은 시내 외곽에 터를 닦고 있었다. 한창 땅을 다지는 그 곳은 당연하게도 공터가 되었다.

노아의 생각을 뒷받침 하듯 공터 부근에서 굉음이 울렸다.

이를 악물고 달리던 노아가 외곽으로 향하는 골목에 들어섰다. 주택가가 밀집된 곳이라 빽빽하게 펼쳐진 지붕과 담장이 부서져 잔해가 널려있었고, 큰 잔해 덩어리가 떨어진 길은 움푹 패여있었다. 그나마 건재한 벽도 금이 가 얼마 버틸 수 없어 보였다. 골목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연기가 짙어져 시야를 제대로 확보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최선의 방향을 찾기 위해 노아는 계속 생각했다. 길을 떠올렸다. 

“...젠장.”

거친 욕설을 내뱉는 노아의 손에 총 한 자루가 들렸다. 언뜻보면 장난감 리볼버처럼 생겼으나 엄연한 마법사의 스틱이었다. 그리고 그건, 순간의 가능성이기도 했다. 

하늘을 향해 총구를 치켜든 노아가 방아쇠를 당겼다. 

‘탕!!’  

탄창이 위치해있을 자리에 셋팅된 푸른 보석이 빛났다. 툭, 투툭- 돌로 된 길 위에 물방울이 부딪혀 산산조각나기 시작했다. 볼을 타고 흐르는 빗물을 손등으로 쓸어내린 노아가 홀스터에 스틱을 집어넣었다. 공기중의 수분이 결정체를 맺는건 얼음이나 비나 같아서, 마법식을 살짝 비틀면 이런식으로도 응용할 수 있었다.

세차게 내리는 비에 연기가 서서히 가라앉았다. 어느정도 길이 보이기 시작하자마자 노아가 아수라장 한 가운데에 뛰어들었다.

-

‘어디부터지? 언제부터?’

공터 한 쪽에 높이 쌓인 자재뒤에서 레인은 의미없는 생각만 반복했다. 

그래도 아직 순발력은 높다고 자부했는데, 몇 년간 책상 앞에만 있었더니 그것도 세월에 좀먹은 모양이었다. 한계를 모두 끌어올려 달린 탓에 다리에 힘은 진작 풀려서 서 있는 것이 고작이었고, 매캐한 연기 사이를 뚫고 들어온 탓에 목은 아팠다. 욱신거리는 어깨에 손바닥을 지그시 누르며 레인이 자조했다. 뜨거운 액체가 손가락 사이에서 빠져나와 팔을 타고 흘러내리는 것이 느껴졌다. 

“하.. 하긴, 사방에 그물을 쳐 놨는데 빠져나가면 그게 이상하지.”

탑은 물론이고, 아카데미를 지나 시내 구석의 관광 안내소까지 제 얼굴이 박힌 팸플릿이 있는데 저를 모르는게 오히려 이상하다. 허나, 이건 굳이 감시책을 붙이지 않고도 일거수 일투족을 파악할 수 있는 꽤나 영리한 방식이기도 했다. 누군가 레인을 공격하고자 마음먹는다면 소문을, 무리를, 사람들을 따라 움직이기만 하면 된다. 예상을 벗어나도 괜찮다. 소동에 혼란을 더해 혼돈을 만들어내면 그만이다.

숨을 크게 들이쉰 레인이 바닥에 마른침을 뱉었다.

“테러? 웃기지도 않아. 거기서 누가 테러인걸 안다고 단정지어 외치지?”

그 와중에 누군가 외친 그 말은 다분히 의도적인 것이었다.

그 때였다. 레인의 머리 위에 그림자가 드리웠다.

 “그러니까. 난다긴다 한다던 것들이 고작 그 한 마디에 그림자도 놓고 갈 정도로 도망치던데. 나라면 면상 팔려서 당장 짐 싸들고 돌아가겠다.”

최악이다. 레인의 등 뒤엔 철근이 절벽처럼 쌓여있었고, 유일한 길은 그로 인해 나아갈 수 없었다. 소용없지만 그래도 기싸움마저 지고 싶지 않았던 레인이 두 눈을 부릅떠 그를 쳐다보았다. 금 간 안경알 뒤의 시야는 흐리멍텅했지만, 그가 배를 부여잡고 폭소를 터트리는 것은 보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와, 무섭네, 무서워. 듣던대로 만만치 않은데말야-”

관자놀이를 타고 땀방울이 흘러내린 동시에 레인의 몸이 공중으로 떠올랐다. 숨쉬는 걸 잊을 만큼 커다란 통증이 레인의 등을 타고 덮쳐왔다. 철근 아래로 힘없이 흘러내린 레인이 멀어지는 의식을 간신히 붙들고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생각처럼 몸은 움직여지지 않았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었다.

“그저 그 뿐이지. 이런 허약한 연구원 나부랭이가 뭘 한다고 그렇게 난리야?”

바로 앞까지 인기척이 다가온 것을 느꼈다. 모든것에 체념한 것처럼, 레인의 고개가 힘없이 떨궈졌다. 

“.....운디네.”

하지만 아직  포기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모순적이게도 부르고 싶지 않았던 이름을 입에 담았다.

레인과 습격자의 주변을 에두르듯, 푸른 빛의 원이 새겨지고 테두리를 따라 원 안쪽에 알 수 없는 기호가 동시에 펼쳐졌다. 벌어지는 일이 범상치않음을 안 습격자가 자리에서 주춤거렸다. 정식 마법사가 아닌지라  레인이 펼치는 마법식을 읽을 수 없었으나, 불법으로 손에 넣은 스틱에 새겨진 문자와 기호의 형태가 같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거기까지 깨닫고 나서야 레인이 마법을 사용한다는 것을 알았다.

“연구원은 마법 못 쓴다며!!”

“그래, ‘연구원’이라면 말이지.”

그제야 여유를 되찾은 레인이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허약한 연구원 나부랭이가 그냥 허약하기만 한게 아니라서 말이야. 미안하지만, 그 말은 취소해주셔야 겠습니다.”

획이 거듭 더해지며 마법식이 완성되어갔다. 그러나, 한 획만을 남겨두고서 마법식은 빛을 잃었다.

‘...이것도 무리인거야, 운디네…?”

다시 미소를 가져간 것은 습격자였다.  

-

노아가 찰나의 이변을 감지한 것은 골목을 완전히 빠져나온뒤였다. 

수면에 잔잔히 퍼지는 파동처럼 물결이 밀려와 발목을 적시고 심장으로 스며드는 낯선 느낌이었다. 

……아니, 낯설던가? 

‘두근,두근-’

손목에서 날뛰는 맥은 낯선것을 대하는 것이 아니라 아는 것이 증폭되었을때와 같았다. 주먹을 불끈 쥔 노아가 이변이 느껴졌던 방향으로 달려갔다.

*

“콜록…!”

흙먼지속으로 레인이 나동그라졌다. 충격을 줄이기 위해 몸을 웅크려 감싸안았지만, 발길질을 따라 전해지는 통증을 참을 수 없어 마른 기침이 연신 터져나왔다. 어깨가 잘게 떨렸다. 하지만 제 분을 참지 못한 습격자는 씩씩거리며 화풀이하느라 여념 없었다.

“마법사도 아니면서 누굴 엿먹이려고!”

그가 가진 울분은 레인이 아니라 마법사에게 향한것이었다. 시험을 망친게 레인이 아닌걸 알면서도, 그 모든걸 망친게 자신이면서도. 본인도 되지 못한 마법사를, 사용할 수 없는 마법을 연구원 나부랭이가 뭐라고. 

“네 까짓게 뭐라고… 위협만 하고 오라 했지만, 손이 삐긋 했다하면 그 치들도 어쩔 수 없겠지?”

발길질을 해대던 습격자가 슬슬 지치는 모양인지 숨을 거칠게 내쉬었다. 그리고는 흰 보석이 박힌 작은 막대-놀랍게도 마법사의 스틱이었다-를 꺼내 레인에게 끝을 겨누었다. 밭은 숨을 몰아쉬던 레인이 막대를 보고 눈을 크게 떴다. 

“어째서, 어떻게…! 당신이 그 속성의 샬레를…!”

“내가 알려줄 의무는 없잖아, 안 그래?”

“그게 어떤건지 알고 덥썩 쓰는겁니까?! 멍청한 짓 하지말고 그거 내려둬!!”

“뭐가 되었든 네 말을 들을 이유도 없지.”

“죽고 싶지 않으면 좀 들어!!!”

안타깝게도 절규하다시피 외친 레인의 목소리는 그에게 닿지 않았다. 보석에서 서서히 빛이 나기 시작하자 레인은 눈을 질끈 감을 수 밖에 없었다.

이 또한 업보일테지, 그렇지만…

‘누구라도, 제발…’

그 작은 간절함이 통한 것일까,

“그만둬!”

누군가의 목소리와 함께 날선 얼음이 습격자를 향해 날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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