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가

고공가, 逞

서장

현재 by 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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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 예순 명의 생원이 북재北齋, 서재西齋, 동재東齋, 남재南齋에 각 열다섯씩 입재 하였음을 고한다.

모든 생원의 조화를 추구하며,
더 나아가 세상의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임오년 춘분, 황룡장의掌議 이찬.

 

고高
공空
가歌

 

임오년 잎새달 하루, 모든 생원의 입학을 환영합니다. 찬의 말이 서당에 울려 퍼지자마자 일렬로 서있던 신진들이 이리저리 흩어지기 시작했다. 선진들은 기다렸다는 듯 각자 들고 있던 사색四色의 도포를 신진들의 종이 색에 맞춰 입혀주기 바빴다. 찬이 서낭당 나무에서부터 각 기숙사로 이어진 천을 눈으로 훑었다. 오색빛의 찬란한 비단이 끝없이 이어진 하늘을 하염없이 만끽했다. 벚꽃이 흩날리는 지금이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하릴없이 자리를 지키던 나비들이 차례대로 졸업했다. 명호는 청과 조선을 이어 내려오는 산맥의 신이 되었고, 그를 제외한 모든 나비는 경주 마학 서당으로 내려갔다. 찬이 무사히 졸업을 하고 옥황상제의 명을 받을 때까지 박사들 아래서 학업을 더 잇는 것을 택했다. 춤을 추듯 피워냈던 그들의 만개화들은 어느새 스러져 겨울바람을 타고 흩어진 지 오래였다. 이제 나비 꽃밭에는 승관과 한솔의 두 송이 꽃만이 남았다.

“찬.”

승관이 곁에 와 섰음은 애써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저와 마찬가지로 이른 아침부터 모든 신진을 마주하고 안내했을 텐데 목소리는 평소처럼 밝았다. 이제 슬슬 문을 닫자. 그의 말에 찬이 고개를 끄덕였다. 같이 가자며 단상에서 함께 내려오니 저가 색色장의임을 알아챈 이들이 인사를 하러 죄다 달려왔다. 겨우겨우 인파를 가르고 갈라 남재에서도 한참을 떨어진 서당의 입구로 향했다.

마구를 꺼내 들고 둥글게 원을 그리니 그 크기에 따라 청룡의 문양이 나타났다. 손쉽게 폐閉를 적으니 웅장한 소리와 함께 결계가 새겨진 문이 닫혔다.

이제 좀 쉬려나 싶어 기지개를 켜며 누각으로 몸을 돌리던 찰나, 콰드득 결계가 깨지는 소리가 귓전에 박혔다. 무의식적으로 소리가 들리자마자 방패를 펼친 찬 덕분에, 나무 파편이 얼굴로 튀는 불상사는 막을 수 있었다. 푸른 방패가 번쩍이다 사라졌다. 놀라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았던 승관이 겨우 마음을 추스르며 일어났다.
꽤나 두터운 목문을 뚫은 화살촉이 검붉었다. 겁 없이 다가간 찬은 튀어나온 화살대를 잡아 안으로 가져왔다. 깃에 겨우 매달려 있는 종이는 이미 너덜너덜했으며, 군데군데 붉은 액체가 튀어있었기에 곧 찢겨도 이상함이 없을 정도였다. 승관에게 화살을 맡긴 찬이 조심스레 종이를 펼쳤다.

權不十年
花無十日紅

아.

손에서 떨어진 화살이 잔디를 뚫고 바닥에 처박혀 애처롭게 흔들렸다.

다시, 전쟁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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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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