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겐아엘] 사랑은 묘약
계절의 시작과 함께 시작된 사랑은 계절이 자나갔음에도 한결같았다.
뜨뜻미지근하게 애매한 관계로 보냈던 봄. 겐이치가 고백해 온 여름. 아엘라스가 어렴풋이 알고 있던 감정에 겐이치의 고백이 닿자, 이름없던 마음에도 이름이 생겼다. 그리하여 여전히 아엘라스가 여전히 사랑을 느끼는 가을. 겐이치의 눈빛이, 목소리가, 스쳐가는 손짓 하나조차 당신을 사랑한다고 외치고 있는 겨울.
익숙함은 평온함을 의미했고, 한 해가 마무리 될 때쯤 아엘라스는 겐이치와 있는 순간이 참으로 평화롭다고 종종 생각했다. 또 새로운 봄을 함께 하게 되겠구나, 조금 설렘을 가지기도 하면서.
그러나 사람이 다른 사람을 온전히 아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고, 그렇기에 아엘라스는 겐이치에 대해 아직 온전히 알지 못했다. 아엘라스가 평화롭네~라고 웃으면서 말하던 순간이, 겐이치에게는 마냥 평화롭지만은 않았다. 몇 번의 계절이 지나고 나서야, 아엘라스는 겨우 눈치챘다. 겐이치와 함께 있는 시간이 거듭되고 늘어날 수록, 어느 순간 보였다. 뜬금없이 붉게 달아오르는 귀끝이라든가, 고요한 공기를 타고 울려퍼지는 요란한 심장소리라든가, 아주 오랫동안, 혹은 찰나의 시간 동안 마주하고 있다가 멋쩍게 피해버리는 시선같은 것이, 아엘라스에게 보이기 시작했다.
아엘라스는 사람의 영원함을 믿지는 않았지만, 단 하나 세상에 영원이 있다면.
저를 향한 겐이치의 마음이 아닐까, 생각하고 어쩐지 굉장히 행복해져서 볼을 잔뜩 붉힌 채로 크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아엘라스씨? 왜 그러십니까? 하는 연인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아엘라스는 비밀,이라며 입을 다물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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