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
중학생이 쓴 단편소설(?)
사람들이 북적이는 마을 광장엔 부드러운 갈색 머리카락에 예쁜 머리띠를 쓰고 사람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는 인형이 있다. 항상 예쁜 얼굴을 하고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는 인형이 부러우면서도 항상 똑같은 표정을 하는 인형에게 알수없는 거리감이 느껴져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그런 날이였다. 그 인형은 사람들 사이에 둘러쌓여 관심을 받고 나는 먼발치에서 그 인형에게 부러움과 동경의 눈빛을 보내는 그런 날 말이다.
하지만 오늘은 왜인지 이상했다. 항상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으면서 같은 표정만 짓는 그 인형에게 너무 질투가 났다. 그 인형을 찢어버리고 내가 그 자리를 차지하는 상상은 수도없이 해봤지만 실전에 옮기지 못했던 매일이였는데 오늘이야말로 그 인형의 자리를 빼앗을 용기가 나는 날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 였다. 지금만큼은 내가 차별이 판을 치는 이 세상의 중심이 되는 것 같았고 나의 말 한마디에 지금까지 유지 되어온 사회의 흐름이 바뀌고 나의 행동 하나에 모든 사람들이 주목을 하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어디서 온 건지 모를 허세 가득한 자신감을 얻은 나는 어깨를 펴고 큰 보폭으로 인형을 향해 걸어 갔다. 그러자 그 인형을 둘러싸고 실컷 떠들고 있던 사람들은 나의 자신감 넘치는 행동이 눈에 띄였는지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노려봤다. 하지만 여기서 포기하기엔 나는 이미 허세로 가득찬 표정으로 인형에게 걸어가고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따가운 시선으로 나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잠시 눈치도 보였지만 나는 그렇게 받고 싶었던 사람들의 시선들을 받아내며 마침내 인형에게 손을 뻗었다.
하지만 그와중에도 인형은 뭐가 그렇게 좋은지 입꼬리를 내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나는 질투가 나서 미치겠는데 뭐가 그렇게 좋은지 계속 미소를 띠고 있는 인형을 보니 화가 치밀어 올라서 강압적으로 인형의 어깨를 잡았다. 그러자 인형은 고개를 돌려 자신의 어깨를 꽉 잡은 나의 손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런데 인형의 어깨를 잡고 있던 나의 손에 작게 떨리는 인형의 숨결이 닿았다. 그제서야 나는 정신을 차리고는 황급히 인형에게서 손을 때고 인형을 찢어버리겠다던 패기를 저 멀리 던져버리고는 정신없이 집으로 걸음을 옮겼다.
항상 같은 표정으로 같은 말을 하며 같은 자세로 있던 나의 질투의 대상인 인형이 숨을 쉰다는 것은 나에게 너무나도 큰 충격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작게 떨리는 숨결이 나의 손에 닿았을때의 느낌을 어쩌면 평생동안 잊지 못 할듯 싶었다. 나는 질투에 눈이 멀어서 벌인 무책임한 행동에 민망함과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너무 많은걸 알아버린 탓에 머리가 아파왔고 차가운 바람을 맞아가며 집으로 계속해서 뛰어갔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 않은채로 시간의 흐름 속에서 조금의 안정을 되찾은 후에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것을 둘러싸고 있던 사람들은 그것이 인형이 아니라는 것을 알까라는 의문이였다. 그리고 나는 생각보다 빠르게 그 질문에 답을 찾을 수 있었다.
다음날 다시 마을 광장으로 온 나는 그것이 받고 있는 인간이 아닌 것을 보는 듯한 차가운 시선과 함정을 가득 품은 말들을 들었고 보았기 때문이다. 먼 발치에서 보던 그것은 한없이 아름답고 신비로운 존재였지만 가까이서 본 그것은 나처럼 숨을 쉬었고 오히려 사람들의 좋지 못한 시선을 버티고 있는 단단한 존재였기 때문이다.
어째서 그 사람들이 그것의 정체를 모르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가까이서 보니 그들에게 중요한건 함부로 입에 올리고 입맛에 맞춰서 재단하고 깎아내릴 예쁜 인형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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