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윤이안] Coram Deo! 4
선택하라, 어느 쪽인가?
차이안은 최근 기분이 좋았다. 팔이 급작스럽게 더 호전되었다거나 어마어마한 음악적 영감이 떠올랐다거나 하는 이유는 아니었다. 다만 그에게 다른 방면의 진전이 있었고 그게 서도윤과의 약속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 중요했다.
변화의 시점은 분명했다. 서도윤에게 바이올린 연주를 들려주었던 비 오는 날. 그날을 기점으로 차이안은 서도윤을 꿰뚫은 빛을 만질 수 있었다. 처음으로 구속을 만지는 것에 성공했을 때 그가 얼마나 기뻐하던지, 차이안은 서도윤이 그렇게 웃는 것을 처음 보았다. 늘상 무심하던 표정이 봄날처럼 풀려서는 한껏 신나 달려오는 강아지가 생각날 정도였다. 이안! 방금, 방금 만진거야? 만졌지? 방금 쥔 것 같아 보였는데! 까마득해 보이던 구속 해지에 한 발 다가간 느낌이 들어 그날은 너나 할 것 없이 들떴다. 이대로라면 계절이 바뀌기 전에 구속을 풀어낼 수 있겠다고 서로 희망 찬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상황이 더 나아져서인가, 서도윤은 그날 후로 차이안에게 꽤 친절해졌다. 이안이 성당에 들어서면 이제 오냐며 반겨주고 그가 돌아갈 때가 되면 은근히 아쉬워하는 기색을 내비쳤다. 본인도 자각하지 못한 것 같았으나 매일 같이 성당을 들렀던 차이안에겐 그 변화가 한 눈에 들어왔다. 반마면서 귀엽게 구네. 차이안은 혼자 피식 웃으며 오늘 새벽을 떠올렸다. 지금 가면 언제쯤 다시 올 거냐고 묻던 표정이 몇 분 전 일처럼 생생했다. 차이안의 옷자락을 붙잡을 생각은 못하면서 시선만큼은 뚫어져라 보내오는 것이 눈에 밟혀 평소보다 늦게 나오기도 했다. 우스웠다. 팔의 회복과 구속의 해지를 걸고 거래한 것뿐이면서 어느 순간부터 정을 주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 둘 중 누가 더 바보 같이 구느냐 한다면, 그것은 서도윤일 터다. 구속에서 풀려나 자유를 되찾기 위해 거래를 제안해온 주제에 서도윤은 구속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 아는 게 없으니 구속을 풀어줄 사람이 너뿐이라며 그렇게 매달려오는 것이리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게 불쾌하지는 않았으나 언젠가는 차이안이 깨달은 바를 말해주고 싶었다. 빛줄기를 움켜쥐었던 순간, 손아귀로 스미는 따뜻한 온기를 느끼며 깨달았던 사실.
구속을 푸는 열쇠는 차이안이 아니었다.
열쇠는 서도윤이다. 좀 더 정확히 짚어보자면 서도윤의 마음.
그 비 오던 날, 서도윤의 마음이 어떤 식으로든 변화했음이 틀림없었다. 그 변화로 말미암아 차이안은 빛을 움켜쥐었으며 구속을 해지하는 데 한 발 다가갈 수 있었다. 이것을 지금 서도윤에게 말해주면 제대로 알아듣지 못해 이상하게 여기겠지만 구속을 풀고 난 뒤라면 말해주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될 것이다. 그리고는 제 팔을 고쳐주며 그날 나누었던 약속을 지켜달라고 말하겠지. 이안, 연주해줘. 그럼 차이안은 기꺼이 응하면 되는 것이다. 완전히 나은 팔로 바이올린을 쥐고 그때는 미처 연주하지 못했던 소리를 들려주며.
언젠가 찾아올 그 날을 곱씹던 찰나, 창 밖에서 소란이 들렸다. 말발굽이 바닥에 부딪치는 소리, 사람들의 웅성거림, 이 마을에선 듣기 어려운 정제되고 딱딱한 발음과 경직된 목소리, 그리고… 신전에서 사용하는 쇠 특유의 맑은 충돌음. 기묘한 불안감이 들었다. 그가 반마와 엮인 이상 무시할 수 없는 종류의 불안이었다. 제 방의 탁자에 앉아 기록을 이어가던 차이안이 손을 멈추고 반사적으로 종이를 구겼다. 신성구속에 대해 나열하던 문장이 곧은 손가락 아래서 우그러졌다. 곧 그 위로 쏟아진 잉크가 문장을 덮어 흔적을 지웠으나 잉크 묻은 손은 그것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침착하게 종이를 찢어냈다. 찢긴 종잇조각들이 쓰레기통으로 추락한다. 그것을 들여다본 이안이 켜두었던 향초를 기울여 종이 위로 촛농을 떨어뜨렸다. 촛농을 아교 삼아 종이가 저들끼리 들러붙는 게 보였다.
할 수 있는 건 했다. 계속해서 창 밖의 소란에 귀를 기울이며 차이안이 마저 움직였다. 황도를 떠날 때 챙겨왔던 종이다발을 꺼내 탁자 위로 마구 흩트렸다. 음표로 꽉 채워진 오선지들이 제멋대로 탁자 위를 구불었다. 다 채우지 못했던 오선지는 잉크 먹은 펜 옆에 두고, 잠시 꺼내두었던 바이올린을 치우려 손을 뻗은 순간이었다.
똑똑.
차이안의 손이 허공에서 굳었다. 이안 경, 문을 열어도 되겠습니까? 뻣뻣하고 체계화된 어투. 그들은 문을 여는 것을 허락받지 못하더라도 저들의 뜻에 따라 강제집행할 수 있었다. 차이안의 눈이 바이올린을 향했다가 방문으로 옮겨갔다. 바로 문 밖에 있다. 시간을 오래 끌면 의심할 것이다. 서두르는 기색이 보여도 의심할 것이다. 저들이 도착하자마자 이 여관에 발걸음 한 것도, 아니 애초에 이 별 볼 일 없는 마을에 온 것부터가 의심의 싹을 품고 있다는 증거라. 바이올린을 정리하진 못했지만 허둥지둥 움직이다 저들의 의심에 확신을 더해주어선 안 됐다. 차이안은 짧은 순간 숨을 고르고서 평소의 태도를 둘렀다. 그가 그리 급하지 않은 걸음으로 방을 가로질러 문을 열었다.
철컥.
"실례합니다, 이안 경. 이 근처에 용무가 있어 왔는데 경께서 이곳에 머물고 있다는 소식을 들어 이리 오게 되었습니다."
"괜찮습니다. 한데 방에 들어오실 수는 없으십니다. 곡을 쓰고 있던 중이라."
"아, 그렇습니까? 이해합니다. 원체 촉망 받는 재능을 가지셨지 않습니까. 황도에서 머무실 적에도 작곡 시엔 모두를 물리셨다 들었습니다. 제가 온 것도 그저 얼굴 한 번 뵙고 싶었을 뿐이니 너무 꺼려하지 마십시오. 그나저나…."
남자의 눈이 아래로 뚝 떨어졌다. 차이안의 왼팔을 향한 시선이 끈질겼다.
"팔은 좀 호전되셨습니까? 황도를 나서신 것도 팔을 치료하기 위해서라 들었습니다만."
"심려해주시는 폐하께 송구스럽게도 크게 호전된 바 없습니다."
"그렇습니까? 이 마을에 꽤 오래 머무시고 있다 들어 치료에 도움이 되는 일이 있었겠거니 했습니다. 바이올린도 꺼내두셨으니 말입니다."
철그럭대는 철 소리와 함께 남자의 검지가 한 쪽을 가리켰다. 바이올린이다. 차이안은 검지를 따라 시선을 옮겼다가 다시 남자를 보았다. 투구 너머의 눈이 보이지 않는다.
"작곡에 도움을 받기 위해 꺼내두었습니다."
"그렇습니까."
"이 마을엔 얼마나 머무실 예정입니까?"
"경께서 머무시는 만큼 머물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황도에 같이 갈 수 있으면 좋겠군요.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이안 경."
철컥.
문이 닫혔다. 차이안은 평소와 같은 태도로 호흡하며 가만히 눈을 감았다. 철그럭 대는 쇳소리가 멀어진다. 축성 받은 신전의 것이라 차이안 같은 이는 수 미터 떨어져 있어도 그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맑고 투명하고 고급스러운 무게감을 지닌 소리. 이것은 어느 새 그들의 상징이자 그들이 나타났다는 증좌가 되어 제국의 모든 사교도와 이교도들을 공포에 떨게 만들었다. 햇빛을 반사하는 갑옷 속 새하얀 예복, 누군지 특정하지 못하게 하는 투구, 이단자를 철퇴하는 신성의 상징인 푸른 검. 종교 갈등이 심해지는 현 시점에서 제국민들에게 누구보다 인지되는 이들.
이단심문관.
*
"상태는?"
"괜찮아 보이셨다. 딱히 세뇌된 것 같진 않았어."
"아직 반마와 접촉하지 않으셨나?"
"아니, 왼팔이 전과 달라 보이더군. 접촉하신 건 확실해."
"애초에 우리가 오게 된 것도 반마의 힘이 갑작스럽게 발동해서 그런 것 아닌가."
"곤란하게 됐군. 경께서 얼마나 연관되셨는지 알 수 있을 정도였나?"
"글쎄, 왼팔을 직접 살펴보면 알겠지."
"그래. 우리에게 중요한 건 이안 경이 아니야."
"그렇지."
"잊지 말도록 해."
"우리의 목표는 반마의 사살이다."
*
유독 하늘이 맑은 날이었다. 햇빛을 가리는 구름 한 점 없이 하늘은 드높고 새파랗기만 했다. 나들이를 가기도 좋고 낮잠을 자기도 좋으리라. 한겨울임에도 바람이 따뜻해 모두가 바구니 속에 샌드위치를 담아 넣었다. 차이안이 머무는 여관의 주인도 애진작 이안에게 열쇠를 넘기고 날씨를 즐기러 나갔다. 그는 이안에게도 나들이에 함께할 것을 권했으나 이안은 고개만 가로저었다. 팔 상태도 좋지 않고 해야 할 일도 있다는 이유였다. 여관 주인은 아쉬워하며 몇 번 더 권유했지만 이안은 고집스러웠다. 그때야 신성구속에 대해 좀 더 알아봐야겠다는 마음이었지만, 이제 보니 어울려도 좋았겠다 싶었다.
그랬다면 적어도 이단심문관을 앞에 두고서 차를 마시는 일은 없었을 테니까.
아니, 어차피 시간 문제인가? 차이안은 추운 날 마시기 좋게 데워진 찻잔을 빤히 내려다 보았다. 그가 왼팔을 다쳤다는 걸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이단심문관은 찻잔의 손잡이가 왼쪽을 향하게끔 놓았다. 떠보는 것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직설적인 태도에 헛웃음이 터질 뻔했다. 황도에 이단심문관들의 위상이 드높더니 다 이유가 있었군? 이안은 찻잔의 손잡이에 대해 지적할까 하다가 괜한 빌미를 주고 싶지 않아 조용히 손잡이의 방향을 바꾸었다. 시선이 따라붙는 게 느껴졌다. 부러 내색하지 않으며 오른손으로 찻잔을 들자 테이블 위로 다과가 놓였다. 황도의 티 타임에서 자주 보이는 것들이다. 정갈하게 놓인 다과엔 포크가 마치 처형자의 검처럼 꽂혀 있었다.
"황도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그립진 않으셨습니까?"
"황도로 돌아가면 다시 질리도록 먹게 되지 않겠습니까?"
"하하, 그도 맞는 말입니다."
달그락, 차이안의 맞은편에 찻잔이 놓였다. 그 너머에 앉은 이단심문관이 투구의 아랫부분을 당겨올려 차를 머금자, 이안도 제 몫의 차를 마셨다. 끝맛이 깔끔하고 향이 풍부했다. 목넘김 역시 부드러워 찻잎의 품질을 시사하는 듯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기서 아부성 칭찬을 늘어놓겠지만 이안은 그럴 기분도 아니었고 그러고 싶지도 않았다. 이안이 선택한 침묵 사이로 차를 삼키는 소리만이 오갔다.
이대로 조용히 끝나는가 싶던 차, 이단심문관이 입을 열었다.
"이안 경, 저희는 반마의 일로 왔습니다."
거두절미 할 것 없이 속이 꽉 찬 직구였다. 만약 차이안이 조금이라도 방심했더라면 찔린 속내가 고스란히 드러났을 것이다. 찻잔이 입가를 가리는 동안 스스로의 표정과 태도를 점검한 이안이 적당한 순간에 찻잔을 내려놓았다. 이 상황에서 움츠러들 수는 없다. 차이안의 은색 눈동자가 투구를 정확히 응시했다. 평소와 다를 것 없는 여상스러운 목소리가 이단심문관의 말에 단조롭게 답했다.
"그렇군요. 반마는 찾으셨습니까?"
"아직입니다. 몇 주 전의 강력한 힘 때문에 금방 잡을 수 있을 줄 알았더니, 그 뒤로 기척이 싹 끊겼지 뭡니까? 덕분에 단서를 찾아 마을을 헤매고 있습니다. 여러모로 협조를 얻고 있어 다행이지요."
"…제게 협조를 바랄 것이 있는 듯 들립니다만."
절그럭. 차를 마시기 위해 드러난 입매가 긴 호선을 그렸다. 들어 와라. 남자가 명령하자 방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이들이 우르르 들어왔다. 모두 똑같은 옷이다. 축복을 받은 갑옷, 흰 예복, 얼굴을 가리는 투구. 좁아터진 시골의 여관 방에 사람 다섯이 새로 들어오자 모든 길이 틀어막혔다. 무슨 짓을 하더라도 충돌없이 나갈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이안이 대단한 기사였어도 그건 불가능했을 것이다. 앞일을 예감한 이안이 찻잔의 손잡이를 매만졌다. 오늘은 성당에 가는 것이 늦겠구나. 어쩌면 아예 못 갈지도 모르고. 두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두렵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철걱대는 소리와 함께 긴장감이 켜켜이 쌓여갔다. 새하얀 갑옷의 이단심문관들이 테이블 하나를 두고 빙 둘러쌌다. 더 정확히는, 차이안을 가운데 두고서 포위망을 짜듯이 섰다. 대부분의 귀족도 당황스러워 하며 허둥거릴 상황에서 차이안은 평소와 똑같은 표정으로 테이블 건너편의 사내를 보았다. 이 조의 조장. 반마를 찾으려는 이들의 리더. 이단심문관들이 전부 들어온 순간부터 다시 투구의 하관을 내린 남자가 가만히 침묵했다.
남자가 다시 입을 연 것은 더 이상의 쇳소리도 들리지 않을 만큼 모두가 적격한 자리에 섰을 때였다.
"이안 경."
이안은 구태여 답하지 않았다. 이단심문관 역시 답을 기대한 것은 아닌지 침묵을 오래 끌지 않았다. 남자가 이안에게 손을 내밀었다.
"왼팔을 내어주시겠습니까?"
*
같은 시각, 서도윤은 햇살에 매달려 깜박 잠들었다. 오늘은 이안이 언제쯤 올까. 분명 해가 지기 전에 온다고 했는데. '빛'에 약한 반마의 몸뚱이가 계속해서 잠을 쏟아냈다. 몹시 피곤하고 졸렸다. 조금만 더 잘까. 조금만 더. 어차피 마을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고 여기 오려면 해가 질 때쯤이 되어야 하니까. 푸르게 맑은 하늘이 졸음으로 빙빙 도는 시야에 잡혔다. 맑고 깨끗하고 투명했다. 내가 구속에서 풀려나면 이안의 팔도 저렇게 나을 수 있겠지. 내가 모르는 언젠가처럼 연주할 수 있게 되어서, 다시 나에게 그 곡을 들려주겠지. 그걸 생각하니 별 실없는 웃음이 새어나왔다. 다 괜찮을 거다. 이안이 구속의 빛을 움켜쥐기도 했으니까. 이제 잘 될 일만 남았지…….
그런데 이안의 왼팔, 왜 내 생각보다 회복이 더뎠지?
퍼뜩 무언가가 떠올랐다. 그날, 이안과 처음 만난 날. 어둠속에서 저는 이안과 손을 잡았다. 이안을 설득하기 위해 구속되어 있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으로 힘을 짜내 왼팔의 재액을 걷어냈다. 종교적 테러에 휩쓸려 다쳤다던 왼팔, 사교도의 재액으로 다쳐 제 힘으로밖에 치료할 수 없었을 왼팔. 그 팔을 보자마자 이안의 희망이 저뿐임을 알았다. 그래서 자신만만하게 치료해주겠다고 했다. 실제로 제 예상이 맞았더라면 이안의 팔은 거의 대부분 회복되어 그를 정상 범위에 올려두었을 테니까. 그러나 제 예측과 달리 이안의 팔은 여전히 부상자의 것이었다. 전보다 나아졌어도 결코 정상 궤도라고 할 수는 없었다. 왜지? 왜 그랬지?
이안이 휩쓸렸다던 종교 테러에서 대체 몇 명이 죽은 거지?
모든 종교적 의식은 그 만한 제물이 필요하다. 제물이 많을수록, 질이 좋을수록, 종교 의식의 힘은 강화되어 강력한 뿌리를 내린다. 그걸 간과했다. 그걸 잊어버리고 있었다. 그렇게 중요한 것을 새까맣게 잊은 채, 그저 봉인에서 풀려나면 치료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그는 모든 사교도의 주인이요, 숭배의 대상이니, 구속을 떨쳐낸 저에겐 별 다른 문젯거리가 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아니었다. 틀려먹었다. 수많은 사교도들이 죽음으로써 뿌린 재액은 '반마'의 힘으로 눌리지 않았다. 희생으로 뿌린 악은 같은 값어치의 힘으로 짓눌러야 했다. 그 많은 목숨과 평형값을 이루는 것. 같은 수의 목숨이거나 혹은 같은 질의 목숨.
죽음.
서도윤의 턱 끝에서 식은땀이 뚝 떨어졌다. 멀리 있으리라 생각했던 선택의 순간이 어느 새 성큼 다가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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