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한 조각

일반

삶을 비유하는 단어는 많으나 A에게 삶은 퍼즐이었다. 그가 원하는 대로 조립한 퍼즐. 들어갔으면 하는 퍼즐은 끼워 넣고, 없었으면 하는 퍼즐은 버린다. A 역시 사람이기에 원하는 대로만 일이 풀리지는 않았지만, 그에게는 남들과 달리 기회가 더 있었다. 그러니까, 이미 끼운 퍼즐을 뺄 수 있다는 것은 A에게 찾아온 행운이었다. 그 기회 때문일지, 원래 그의 성정이 그랬을지, 그가 어딘가 뒤틀려있다는 것은 아무도 모른 채로, A는 그의 생애를 맞춰나갔다.

맞춰나갔‘었’다.

지극히 본능적이고 생리적인 공포감이 그를 옥죄어 온다. 인류의 근본적인 공포가 죽음에서 기인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그러나 A의 생각은 죽음에 대한 공포 위로 더 짙은 질투가 얼룩져있다. 내 사랑, B, 여보. A는 죽음을 결심한 사람답지 않게 침착하다. 당신을 내 곁으로 데려올 수만 있다면. 그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총을 든 손에 잔뜩 힘을 줘 손마디가 희게 변한다. 부들거리는 손은 두려움이 아니라 결심에 의한 것이다.

B는 A에게 있어 퍼즐의 중심이자, 가장 큰 조각이다. 그녀 없이는 그림이 완성될 수 없다. 가장 중요한 조각을 잃어버린 지금, 그에게 남은 선택지는 언제나와 같이 퍼즐을 다시 맞추는 것이었다. 내가 직접 뒤엎을 수 없다면, 뒤엎게 만든다. 순백의 퍼즐 사이에 핏빛 조각 하나를 끼워 넣어서. 그에게는 B가 본인을 살릴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알량한 동정과 죄책감이 만들어낸 지금의 역사는 다시 바꿀 수 있다. 옆자리에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있다는 걸, B도 낯설어했으니까. 나는, B의 남편이니까. 괴이하게 뒤틀린 이 집착은 A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본다면 기함할 만한 것이었다.

빈 탄창에 준비한 총알을 차곡차곡 집어넣다가, 한 발이면 충분하겠다 싶어 그만둔다. 철컥하는 소리와 함께 탄창이 총에 완전히 삽입된다. 여유롭고 부드러운 손짓으로, 그래, 마치 퍼즐을 맞추는 기분으로 A는 총을 장전했다.

“널 되찾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어, B야.”

섬뜩하게 들릴지도 모를 고백이 주인을 찾지 못하고 허공에서 흩어진다. 유언이라 할 수 있는 그의 마지막 말은, 어떻게 보면 황홀하게 들렸다. 지그시 눈을 감고, 방아쇠 위에 올라간 검지에 힘을 준다. 굉음과 함께 끔찍한 고통이 찾아오고, 의식이 뚝-, 끊긴다.


삶이라는 퍼즐은 기묘한 면이 있다. 들어맞지 않을 조각은 절대 들어맞지 않지만, 정해진 답 없이 오롯이 나의 선택으로 결정되는 것이 삶이다. A의 퍼즐은 기묘한 면이 하나 더 있었다. 맞춘 퍼즐을 다시 뺄 수 있는,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그런 면이 있‘었’다. B를 너무 사랑해서, 단지 그녀가 힘들어하는 모습이 너무 안타까워서, 과거로 돌아갈 마지막 기회를 썼는데, 그 결과가 내 자리를 빼앗긴 것이라서. 그의 눈동자에 질투가 일렁였다. A는, 그에게 직접 고칠 기회가 사라졌다면, 무슨 짓을 해서라도 조각이 빠질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사람이었고-.

“당신 누구야!”

그가 사랑해 마지않는 갈빛의 생머리가 흔들리고, 당황한 B가 뒷걸음질 친다. 그런 B의 앞에는 또 다른 B가 있었다. B가 시간을 돌린 것이다. 잠시 멍하니 있던 A의 얼굴에 참을 수 없는 미소가 번진다. 입꼬리가 올라가고, 눈이 예쁘게 휜다.

“진정해 자기야.”

B에게 하는 말인지, 그 자신에게 하는 말인지. 환희에 휩싸여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A의 머릿속에서 차마 B 앞에서 입 밖으로 꺼낼 수 없는 말들이 빗발친다. 날 살리려고 왔구나! 난 당신을 위해 목숨을 내놓을 수 있어. 당신은 내가 내놓은 목숨을 다시 돌려주기 위해 과거로 돌아온 거지? 그는 B가 본인을 살리기 위해 시간을 돌릴 것이라 예측했다. 아마도 A는 그런 확신을 가지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예측과 현실이 맞아떨어질 때, 덜 놀랄 것인가? 아니, 오히려 더 짜릿하다. 역시! 짧은 감탄사가 A의 입속을 가득 메운다.

여전히 당황스러워하는 B를 보고 A는 다시 침착을 되찾았다. 그를 마주 바라보는 B의 눈동자는 사정없이 떨리고 있었다. 아직, 멀었다. B와 함께 할 미래는 아직 완전히 A의 손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 거슬리는 것을 다시 치워버리지 않는 이상.

“당신은 과거로 갈 수 있는 능력이 있어.”

차근히, 하나씩. 당신과의 미래를 위해.


아래는 서비스 시입니다!

퍼즐

달칵.

퍼즐이 맞춰지는 감각은 즐겁고,

탁.

다시 분리해 내는 것도 나쁘진 않고.

맞은편에 앉아 함께 맞추는 것이 당신이라면

퍼즐 위에 내 피가 흩날려도

나는 행복하겠지.

당신과 마주 앉아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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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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