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필멸
그 방의 존재를 가장 먼저 알아차린 건 파우스트였다. 놀라울 일은 아니었다. 파우스트는 이 버스를 만든 사람이었고 그 버스에 통로를 붙인 것도 그였다. 직접 만든 것이니 밝혀지지 않은 것이 있다면 알고 싶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 속으로 걸어 갈 이유는 그것이면 충분했다. 그 중 심히 이상한 방이 있었는데 그 방은 다른 방에 비해 문이 아주 작았고 또
아주 오랜만에 온화한 꿈을 꾸었다. 기다란 원피스를 걷어 올린 채로 커다란 소 위에 올라타서 시골의 논두렁을 지나가는 꿈이었다. 곁에는 그리운 시절의 그가 있었다. 그는 마구 흔들리는 소 위에서 불안하게 흔들리는 소녀를 보며 은은하게 웃었다. 균형을 못 잡고 쓰러질 것만 같을 때 그 손을 잡곤 균형을 맞춰 주었다. 이상의 옆엔 벗이 두 명 있었다. 오랜 여
태양을 독점하고 싶었다. 해가 공평하게 세계를 비추듯 소녀는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다정했다. 지나치며 마주치는 모든 사람들에게 반갑게 아침 인사를 건네고 제 몫의 식사를 나눠주었으며 때로는 손을 붙잡고 앞으로 이끌었고 소리 내어 웃었다. 남모르게 소녀를 연모하는 이들이 늘었다. 소녀 본인은 알지 못했던 것 같았지만 소녀가 검계의 많은 조직원들에게 사랑받고
기억 추출은 다소 급하고 빡빡한 스케줄로 진행되었다. 처음 버스 안에 모습을 드러냈을 땐 여려보이는 겉모습이 무색하게 건강하고 활기찼지만 황금가지를 수거하러 버스가 출발한 이후로 ■■는 빠르게 쇠약해졌다. 앓는 일이 늘었고 잠이 부쩍 늘었다. 이상의 노력으로 로쟈와 공명한 황금가지를 꺾어올 때 쯤엔 족쇄를 차고 버스 안을 돌아다닐 수 있을 정도의 자유를 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