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진장 지랄맞은 걔,
챌린지 1주차
내 동생은 무지 새하얗다. 그리고 성질이 지랄맞다.
장난 한 번 친 걸 가지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친구라도 데려오면 혼자 싫다고 시위한다. 그러면서 우리 노는 건 궁금한 지, 아닌 척 옆에서 뻗댄다.
식탐은 또 많아서, 뭘 먹을라 치면 한 입만 달라고 고집 부린다. 세상에 맛있는 게 넘쳐나는 걸 벌써 깨달았는 지, 밥은 그대로 두고 고기만 싹 먹어치운다. 그러면서 뒷정리는 안 돕고 방바닥에서 뒹굴거리지.
더운 걸 싫어해서 햇빛 쨍쨍한 날엔 나가자 해도 싫단다. 그러면서도 공원이라도 가면 여기서 저기까지 달리느라 난 신경도 안 쓴다. 이제 가자고 해도 안 들리는 척을 하기에, 두고 간다고 몇 번을 소리쳐야 돌아볼까 말까다. 맘대로 해라, 하고 먼저 가면 어느새 뒷꽁무니에 따라 붙어서 힘들다 투정부린다.
하도 새하얗기에 눈 오는 날엔 신경이 곤두선다. 눈 속에 파묻혀 새까만 두 눈을 감고 있으면, 어디에 있는 건지 도통 감이 안 온다. 혹시라도 잃어버릴까 초조한 마음이 들어 이름을 몇 번 부르면, 어디서 불쑥 나타난다. 조금 차가워진 몸을 끌어안고 성난 마음을 달랬다.
아, 그리고 의외로 과묵하다. 평소엔 몇 마디 안 하면서, 지 화날 땐 갖은 심술을 부린다. 물론 그 반응이 재밌어서 더 괴롭히는 거지만. 영상통화라도 하면 얼굴만 슬쩍 비추고 쏠랑 저리로 가버리고, 사진 좀 보내달라 하면 잔뜩 흔들린 사진만 몇 장이다. 그거라도 좋았어.
그래서 그랬을까? 아픈데도 조용히 있었다. 평소처럼 밥 먹고, 놀고, 뒹굴거리고, 잘 준비 다 마치고 다같이 인사하고 방에 들어갔을 때. 혼자 조용히 나와서 거실 바닥에 엎드렸던 건 너가 말이 없어서 였나?
한 달이 안 되는 시간을 남겨두고 남들보다 조금 어린 채로 먼저 가버린 건, 돌아왔을 때는 전부 끝나있어서 싱숭생숭한 마음을 계속 끌어안고 있는 건, 아직도 침대 한 켠을 비워두고 있는 건, 청소할 때마다 하얀 털이 하나씩 나오는 건, 버리지 못한 네 물건이 여기저기 있는 건, 널 닮은 아이를 보면 웃으면서도 눈물이 차오르는 건, 익숙한 감각들이 조금씩 무뎌지는 건, 무지개를 보면 널 떠올리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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