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달라붙는
챌린지 2주차
꾹 눌러야 돼, 그래야 소리가 나.
손가락 살을 파고드는 느낌에 주춤거리던 손 위에 다른 손이 겹쳤다. 아픈 건 질색이나 압력에 못 이겨 손을 뗄 수가 없었다. 반항의 표시로 미간을 잔뜩 구겼지만, 요지부동인 오른손만 뚫어져라 보는 너 때문에 별 수 없이 손가락을 튕겼다.
연주라기엔 짧고, 선율이라기엔 퉁퉁거리는 소리에 의아해하는 나와 달리 너는 함박웃음을 지었다.
잘하는데?
거짓말, 입에 침도 안 바르고 하네. 애초에 왜 이러고 있었더라. 이번에 연주할 곡 들어달래서 왔고, 치고 있는 걸 그냥 쳐다보고 있었더니 해볼래? 하고 물어오기에…. 거절하기도 귀찮아서 그냥 기타를 넘겨 받은 게 실수였다.
쟤가 칠 때는 되게 가벼워 보였는데. 애꿎은 줄만 팅팅거리다가 어깨가 아려올 때즘에 기타를 넘겨주었다. 애초에 음악이라곤 수행평가 때 부른 즐거운 나의 집, 정도가 끝인 나한테 기타는 무슨. 기타를 받자마자 손가락을 움직이는 널 보고 괜시리 지쳐 가만히 쳐다만 보았다.
조금은 삐걱거리는 소리들과 박자를 맞추는 듯 탕탕거리는 발바닥, 음표를 바삐 쫓아가는 눈. 뭐가 즐거운지 살짝 미소를 띄고있는 널 보자니, 가방 맨 앞주머니에 들어있는 밴드가 떠올랐다.
손가락 끝에 송골송골 핏방울을 매단 채 이리저리 활보하고 다니는 널 보고, 가방에서 굴러다니던 밴드 하나를 내밀었었다.
괜찮아, 이거 붙이면 감각이 안 느껴져서.
그러면서 묻지도 않은 얘기를 해댔다. 자기가 다음주 토요일에 요 앞 광장에서 기타를 친다고. 그동안은 촬영만 해댔는데 드디어 사람들 앞에 선다나 뭐라나.
문득 지나간 기억에 네 손을 쳐다봤다. 굳은살이 단단히 박혀 이제는 아프지도, 어떻지도 않을 손가락. 손 끝에 상처가 생기고, 아물고, 다시 벗겨지고 붙고….
그 과정 속에서 넌 밴드따윈 붙이지도 않았겠지. 어쩐지 울컥하는 감정이 솟았다. 그정도로 좋아하는 걸, 나도 찾을 수 있을까? 고통도 기뻐하며 받아들이고, 상처는 성장의 거름이 되는, 그런 게 내게도 있을까?
그런 때가 되면 나도 너에게 알려주고 싶다. 어색한 네 몸짓에 웃음을 터뜨리고 하나하나 알려주며, 내가 좋아하는 이유들을 들려주고 싶다.
그때가 되면 나도 근질거리는 감각을 벗겨낼 수 있을 테지. 밴드가 들러붙은 자리에 자국처럼 남는 그 감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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