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상온 구간시간 발간 후기
뱅상온 종료 후 기록용으로 쓰던 후기였는데 이제야 마무리 해서 올립니다
마지막 문단은 오늘 쓴 거 ㅎ
나는 누구인가.
마지막 참여 동인행사가 어언 78년 전이 되어버린 사람.
어째 나이를 한 살 두 살 먹어갈수록 더더욱 폐쇄적이고 내향적인 인간이 되어버려서 영영 오프라인 행사에 참여할 생각도 없었고, 회지 낼 생각은 더더욱 없었는데
우연한 기회로 뱅상온에 위탁 참여를 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시작되는 소설의 구성단계
발단
인간의 무모함은 어디에서 기원하는가
여름날의 더위에 출처를 알 수 없는 열정이 별안간 치솟았던가?
결과적으로는 감사한 기회로 부스 위탁을 진행하기로 한 바, 이때가 아마 6월 즈음이었을 것이다
일상적인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가다가 어쩐지 그럼 나도 위탁으로 뱅상온 참여~!~!! 하게 되었던 것 같은데 정확히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사실 기억력이 좋지 않아서 철저히 흐린 기억에 의존해서 쓰고 있다
이래서 새삼 기록이 중요한 것이군아
분명 시작은 대충 한 달 잡고 쓰면 되겠지~ 라는 단순한 생각이었다
당장은 별다른 소재가 안 떠오르고 행사는 8월이라니까~
하며 시간을 흘려보낸 것을 후에 후회하게 된다
전개
갑작스럽지만 나는 무척이나 계절을 타는 편으로 특히 더위에 굉장히 취약하다
그런데 이번 여름이 어떠했던가
지금 내가 살아있는 것이 기적인 수준이 아니었던가
찜통 더위 속에서도 시간은 흘러가고, 글을 써야 뭐라도 만들 수 있으니 일단 착석
막연히 떠오른 이미지의 박병찬X기상호를 중심으로 무언가를 쓰기 시작했다
그런데 쓰다보니 어째 길이가 감당이 안 됨
중철본을 생각했으니 40p가 넘어가면 위험하단 말이다(내가
심지어 기승전결이 다 나온 것도 아니고 구멍 숭숭 뚫려 있는 스토리라인인데 분량 감당이 안 되는 것이다
일단은 살려보자는 마음으로 쳐낼까 했는데 뭔가 분량 때문에 짧게 쳐내고 싶지 않았다
아무래도 웹발행이 디폴트라 이렇게 되어버린 걸까?
음.
이건 안될듯.
미련없이 I‘m out.
위기
그리하여 두 번째 원고를 시작하다
두 번째는 생각보다 금방! 쓰고 싶은 내용이 떠올라 초반부를 슈슈슉 썼는데 어김없이 문제가 발생합니다
왜냐하면 아직 소설의 구성단계 중 위기 단계이기 때문입니다
신나게 쓰다가 별안간 내 안의 이성을 되찾고 이것이 배포하기에 적합한 내용인가를 돌아보다
배포본은 전연령 기본, 많이 봐줘야 15세 관람가 정도로 생각했는데 쓰다보니까 수위가 간당해지는 것이다
선을 넘을 거면 확 넘어버리자는 주의라 어중간하고 싶지 않아
그리고 이것도 만만찮게 길어질 것 같은데 첫 번째 원고와 같이 내용을 쳐내고 싶진 않았다
나는 현실에서 정말 말이 없는 사람인데 글 쓸 때는 말이 좔라 많아지는 사람이구나
솔까 지금도 말 개많은듯
늘 반성합니다
여튼 그렇게 두 번째 원고도 날려보내고 뱅상온은 한 달도 채 남지 않게 되었다.
절정
대충 어떻게든 되겠지~ 정신으로 널브러져 있다가 정확히 8월 12일(원고 파일 생성일)
물러날 곳이 없는 마감 기한을 맞닥뜨린 자는 발등에 불이 떨어지다 못해 숯불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세 번째 원고 스타트를 끊었고 다행히 쭉쭉쭉 써서 ‘구간시간’이 되었습니다
사실 가장 초기의 구상과 결과물이 좀 달라지긴 했습디다
시작은 오랜만에 크라잉넛을 시작으로 조선펑크 좀 듣다가 갑자기 단어 자체에 꽂힘
어? 조선펑크? 재밌는데? 하여, 조석시대 개화+발전으로 스팀펑크 가상역사를 떠올렸는데
여기서 주의 할 점 : 여차하면 또 겁나 길어질 수 있다
그래서 너무 설정을 넣지 말자는 생각으로 덜어내고 덜어내 모진 풍파를 받지 않은 현대의 조선을 떠올리며 대체역사를 깔았습니다
현재의 우리에게 조선은 철저한 과거의 느낌인데 반대로 현대사회의 모습을 보이면 재밌을 것 같았음
정 반대의 이미지가 공존하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상호의 연구실 근처에 예스러운 산골마을을 배치했습니다
(이 부분은 다른 이유도 있긴 한데 그냥 넘어가겠습니다)
이래저래 불필요한 설정을 많이 쳐내는 과정을 거치긴 했지만 큰 틀은 크게 달라지지 않아서
- 비행사 박병찬의 추락
- 추락한 비행사를 줍는 기상호
- 재회
의 구조는 그대로 유지되었네요
그리고 웹발행 댓글 중에 어린왕자를 언급한 댓글이 있었는데 정확합니다.
알아봐주실 줄 알았습니다.
‘비행사의 추락’하면 떠오르는 것이 생텍쥐페리가 아니겠습니까(저는 그래요
게다가 즌1 여우상 기상호에 영원히 갇혀 사는 오타쿠에게 어린왕자와 여우 조합은 연관검색어 자동완성인 겁니다
아무래도 나는 어린왕자와 장미보다 어린왕자와 여우의 관계가 더 조으니까
여기서 잠깐 사견 대방출.
사랑이라는 개념은 여전히 어렵지만 그래도 내가 이해한 걸 나름대로 풀어서 설명하자면 일방적으로 누군가를 길들이는 관계가 아닌 서로에게 길들여지는 것이라고 생각함
서로에게 물들고 적응하면서 익숙해지는 것, 그래서 서로에게 흔적을 남기며 살아가는 것
그게 결국 사랑이라는 관계 맺음이라고 보았을 때 여우는 어린왕자가 자신을 길들였다고 하지만 어린왕자 역시 여우에게 길들여진 것이고 그것 또한 사랑이지 않을까
여우는 그 자리에서 어린왕자가 오길 기다리겠지만 어린왕자 역시 여우에게 가야한다는 의지를 가지되는 것이 일방적이지 않고 서로에게 안정적인 사랑의 형태인 것 같어
갑자기 주절거리게 되었는데 요약하자면 대충 저런 생각을 베이스로 썼다고 보시면 됩니다
어쨌든.
그리하여 인쇄소에 넘길 시간을 감안하여 나에게 남은 시간 일주일 동안 빠르게 써내려가다
다행히 한국인은 삼세판 정신인 건지 브레이크 걸리지 않고 잘 쓰였음
그리고 탈고 전 무한 수정의 굴레에 갇히다
왜 원고를 다시 볼 때마다 수정해야 하는 문장이 끝도 없이 튀어나오는지
진심 볼 때마다 머리 쥐어뜯으면서 수정하고 수정하고 수정함
나는 누구보다 내 글을 좋아하지만 일주일 내내 틈이 날 때마다 하나의 글만 보면 정신병이 옵니다
그래서 결국 진짜 마지막으로 딱 한 번만 최종 수정을 보고 저장 갈긴 다음 인쇄소에 넘겨버리자는 나와의 합의를 보고 진짜 넘겨버림
그래서 혹시 배포본에도 오탈자나 비문이 있다면 그건 그냥 리미티드 에디션이라고 생각해주시길
맨정신으로 탈고한 게 아니라 어쩔 수 없다는 변명을 건네어 봅니다.
표지는 사실 디자인 무지랭이라 뭘 많이 넣으면 어수선 할 것 같아서 텍스처 위주로 잡음
파도 텍스처인데 얼픽 보니까 산맥 같아보이더라고요
온리전 행사명과 글 내용이랑 어울리는 것 같아서 색 보정만 해서 휘뚜루마뚜루 만들었습니다
결말
배포본 발주 수량은 총 70권이었는데요
보통 인쇄소에서 파본 대비해 몇 권 더 보내준다고들 하던데 현장에 몇 권 더 갔을 수도 있겠네요
배포본을 수령하신 분들의 후기가 궁금하긴 한데 머.. 후기 이벵을 진행할 것도 아니라 그냥 그렇게 있었습디다 ㅎ
미처 수령하지 못한 분들은 아쉬우시겠지만 웹발행으로나마 즐겨주시길...
사실 저는 발주 넣기 전까지도 아..~ 씁,, 너무 많은가,..? 하며 남아돌지 않을까 걱정을 했더랬죠
괜히 재고 남으면 위탁 맡아준 고마운 지인에게 피해가 될까 싶어 행사 당일까지 좀 심란했읍니다
다행히 배포본이 전부 소진되었다는 연락을 따로 주셔서 넘나뤼 안심했지요
다시 한 번 위탁을 맡아주심에 깊은 감사의 말씀을.. 꾸벅 (- -)(_ _)
써두었던 후기를 다시 보니 간만에 회지를 만들어서 좀 많이 우당탕탕이었지만 제법 즐거웠네요
자고로 회지 만들기란 스불재인 법이지요
스스로 불러들인 마감이라는 재앙에 파묻혀 고통 받는 맛
간만에 그 맛을 보았던 것도 벌써 한 달 전이고, 그 사이 이런저런 일이 있었군요
미래는 정말 알 수가 없습니다
뱅상온 배포본으로 구상했다가 멈춘 원고1과 원고2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뱅상온 마무리 후에 손 봐서 올릴까 했는데 솔직히 지금은 딱히 손이 가지 않습니다
더 솔직히 말해 요며칠 포타도 안 들어가다가 오늘도 다른 링크 정리 중에 글리프에 들어온 거라 ㅎ
언젠가 끝맺지 못한 이야기를 정리하고 싶어지면 올리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기는 아주 가끔 쓰는 오타쿠적 블로그가 되지 않을까 싶긴 하지만 이것도 확답은 못 드리겠어요
그리고 다시 한 번, 덕분에 즐거웠습니다
안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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