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해

마탄의 사수 외전 2기 휘태커 피셔 엔딩

그에게 정확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완벽히 아는 사람은 아마 아무도 없을 것이다. 요한조차 전례가 없는 일을 신의 섭리에 대한 이해로 추론해 짐작해왔을 따름이니까. 그러니까 이 지극히 거룩하면서도 지나치게 개인적인 사건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과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질 때. 그 방향이 사람의 예상을 조금 엇나갔대도 그렇게 이상한 일은 아닐지 모른다. 어쨌거나 하나의 영혼에 대한 일이 그 영혼이 본디 지닌 결에 영향을 받지 않기도 어려운 법이고. 그러니 이건 공교롭게 전혀 다른 삶을 살았으나 결과적으로 아주 닮은 두 인격이 다시 하나의 그릇에 담길 때의 이야기다.

요한이 이미 예언하고 경고한 바가 전부 이뤄지지 않은 건 아니다. 휘태커는 40일 동안 차츰 먹어본 기억도 없는 음식을 그리워하고, 날아본 적 없는 날개로 떠오르는 감각을 느끼고, 이유 없이 울고 살을 에는 추위에 갇혔다. 어렸을 때부터 당신과의 6년까지의 기억은 대부분 잊어버렸고, 남은 일부는 적어놓은 수첩을 보고 활자로 학습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대신에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대전쟁에서 어깨를 맞대고 싸운 이들에게 그리움을 느꼈고, 종말을 막기 위해 발버둥쳤던 일들에 대하여는 거의 다 떠올렸다.

다만 끝까지 ‘원래’ 썼을 법한 이름 하나만은 떠오르지 않았다. 별 수 없이 정부가 만들어준 새 ID에도 휘태커의 이름이 들어갔다. 마탄의 사수로 각성하던 순간에 등을 떠밀던 목소리를 제외하고 새 인격은 뚜렷하게 분화되어 드러나지 않았다. 당신은 아마도 좀 헷갈렸을 수도 있겠다. 비슷하게 웃고 비슷하게 말장난을 하고 비슷하게 찡그리는 그에게서 옛것과 새것을 구분하느라. 위로가 될지 모르겠지만 당사자들 역시도 그랬다. 휘태커는 자고 일어날 때마다 늘어나는 기억의 빈 자리에 채워지는 남의 기억을 느끼면서, 작품에 깊이 몰입한 독자처럼 모든 감정과 선택을 지극히 그러할 만한 것으로 여기며 공감해갔다. 때로는 근거가 될 기억을 잃은 스스로의 습관이나 행동보다 먼저 돌아온 기억 속 인물을 더 가깝게 느끼기도 할 만큼. 아마 그 역도 성립한 모양이다. 이름 모를 새 친구는 어렵지 않게 본래의 자신과 같은 방식으로 사고하고 판단하고 느끼는 데 적응한 것처럼 보인다. 왜냐하면,

“휘태커.”

“왜 그래요?”

당신은 어느새 약속된 40일이 지났다는 걸 깨닫는다. 눈 앞에는 다정한 눈을 한 그가 있다. 사람은 무엇으로 정의할 수 있는가? 해묵은 질문 앞에 당신을 세우면서. 그를 과거와 연속된 존재로 오해하든 혹은 누군가 그의 거죽을 덮어쓰고 당신을 기만하고 있다고 여기든 그건 받아들이는 당신의 자유에 맡긴다. 당신이 어떻게 판단하든 그는 낡은 노트에 남은 숙제를 해가면서 구두를 신고 나무에 문구를 깎고 음식을 선물하고 엽서를 선물 받으며 살아갈 예정이었다.

.

* 새 인격도 기억 나지 않는 자기 이름 대신 휘태커 이름을 쓰면서 대충 살기로 합니다. 성은 아마 바꿨을 것 같네요.

* 이름 미공개에 대해 부활자 친구들을 위한 변명 … 대충 3차 아마겟돈 때도 별명 참새로 불리던 친구여서 그것만 기억에 남고 본인도 잊어버린 기억은 친구들도 잘 떠오르지 않는 쪽으로 해주시면 기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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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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