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려창호] 그것을 만약에 구원이라고 부른다면

단문

Also by 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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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빠서 430화까지만 봄 그냥 쌩 날조임

퇴고없고 아이디어도 없고 뭐라도 쓸까 해서 시작된 단문…

노동요 Billie Eilish - Ocean Eyes (Piano Cover)

 밑도 끝도 없는 곳에 계속 물을 부어본 적이 있을까?

부서진 독에 물을 채우려는 콩쥐의 이야기를 읽어본 적이 있을까?

콩쥐의 이야기는 아주 단순히 해결된다. 그는 착한 아이였고 동화속 세계는 아름다워 선한 이가 슬프지 않게 해준다.

그렇다면 나쁜 아이에게는 무슨 일이 생길까.

현실에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그것은 아주 옛날의 이야기에서 찾을 수 있다. 탄탈로스는 영원히 갈증과 허기에 굶주린다.

그리고 언젠가는 익숙해졌을 것이다.

강창호는 머리가 좋았고 의외지만 공감력역시 좋았으며 배울줄을 알았다.

그 자신의 마음역시 잘 알고 사용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두렵지가 않았다. 어떤 미래를 내다본다고 하더라도, 강창호는 자신이 할 행동을 알고 있었으며 행할 것임에 그는 분명하였다. 분명하다는 것은 두렵지 아니하게됨을 의미한다.

강창호는 아주 똑똑했고 그러나 행해야 한다면 구멍난 독에도 끝없이 물을 채워야한다면 행하는 미련스러움이 동시에 있었다.

C'est la vie!

강창호는 결코 인간사회에서 벗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이 아주 많음에도, 차라리 모든걸 포기하거나, 버려버릴 수 있음에도.

그것이 그의―

김기려 x 강창호

그것을 만약에 구원이라고 부른다면

: dreamLand, no more broken. and that said Be

金技勵 x 姜昌好

현대 사회는 아주 바쁘게 돌아간다. 어제의 슬픔을 안고 절망을 하고서도 개개인의 감상을 뒤로한채 매일 움직인다. 인간이 살아있는 이상은, 살아가야 하는 한에는 배가 고프고 밥을 먹어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누군가는 배가 고프지 않아서, 살아가고싶지가 않아 배를 곯아 죽기도 했지만 아직 생의 의지를 버리지 못했다면 모든 이들은 그렇게 바쁘게 살아가고 그것은 S급이라도 마찬가지여서 강창호는 오늘도 간단히 요리를 시작했다.

S급이 된 뒤로 어려운 일이라 함은 많았지만 그중에도 생각지못하게 어려운 것이 튼튼한 조리기구를 구비하는 것이었다. 아무리 힘이 세다고 한들 고기를 손으로 뭉개고 찢어서 요리할 수는 없으며 손을 달궈 식재료를 익히거나-모 화염술사는 가능할지도 모르겠다만- 소스를 만들어낼 수는 없었다.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맛이 있을까? 단순한 요리만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도 하루이틀이지.

매일 같은 식단을 유지하는 것이 가능한 사람이 있는가하면 아닌 사람도 있고, 까다롭고 까다로워 공주나 다름없는 강 모씨는 확연하게 후자였다. 배달해서 먹거나 요리사를 집에 부를 수도 있었지만 사람이말야. 가끔은 집에서 조용히 먹고 싶을때도 있는 법이다. 그리고 때로는 남의 손에서 만들어지기 어려운 레시피도 있는 법이고. 그래서 강창호에게는 S급도 편히 쓸 수 있는 조리기구들이 있었다. 가끔 잠이 덜 깨면 계란을 깨다가 후라이팬이 우그러지는 경우도 있었다만 생산이라 함은 많이 만들수록 싸지는 법이라서. 새로 꺼낼 것들이 여러개 구비되어있었고…, 그래서 생각보다 짜증이 나지 않았다.

“그래서, 김 선생님은 무슨일로 이렇게 행차를 하셨나.”

“예, 뭐….”

곤죽이 된 계란은 싱크대에 흘려보내고 물기를 털어낸 후라이팬을 식기세척기에 넣은 강창호는 새로운 후라이팬을 꺼내고 계란을 꺼낸다. 그리고 처음과 마찬가지로 두 개 뿐인것을 흘끗거리는 어느 SS급의 시선에 한숨과 함께 계란을 두 개 더 꺼내들고 하는 김에 소세지도 몇 개 칼집을 내 기름 위에 올리니 표정 변화는 없지만 시선의 방향이 강창호에게로 고정된 것을 느끼면 속으로 참 노골적이란 말이지. 그런 말을 중얼거리게 된다. 저 알기 어려운 엽사는 때로 아주 알기 쉽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것이 주는 미묘한 우월감을 인지하면 그것도 우스운것이라 강창호는 모른체하며 김기려 몫의 햇반을 꺼내어 아침상을 마저 차렸다. 좀 더 여유가 있었다면 밥을 새로 하기도 했겠다만 불청객이 있을때 그렇게까지 여유를 부리고 싶지는 않아서.

“그래서, 무슨 일이지? 혹시 내가 모르는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날 예정이기라도 하나.”

농담처럼 던졌으나 농담이 아니었다. 기묘할정도로 정보를 꿰고 있는 이 엽사는 종종 기묘한 정보를 물고오거나 대비하기도 했다. 더군다나 쓸데없이 영역을 파고들지도 않는 신중함과 배려심-강창호 생각에는-을 가져 이렇게 불쑥 찾아오는 일도 거의 없었다. …아니 없었던것 같은데. 확신을 하지 못하는건 최근 우연히 마주치는 일이 늘은 탓이다-대부분은 정말 우연이었다만 강창호에겐 그런것들마저 의심스러운 정황이 됨은 어쩔 수 없었다-.

하, 젠장. 세수 제대로 했던가. 오늘은 정말로 하루종일 집에서 느긋히, 혼자서 지낼 예정이었기에 그토록 게으름을 부린것에 짜증을 내며 아까까진 있던 식욕이 사라져 머리카락만 만지고 있는동안 김씨로 시작하고 기려라는 이름의 헌터는 태연히 잘 먹겠습니다. 인사까지 하고 식사를 시작하는게 보였다. 그 말에 강창호도 김이 빠져 아직 따뜻한 식재료를 입으로 나르긴 했지만 여전히 입안이 껄끄러워 몇 입 먹고 물로 입가심을 했다. 그래도 적어도 잘 먹고 있으니 더 보채지는 않았다. 먹는 꼴을 보고 있으면 이상하게 기분이 나쁘지 않기도 했고. 잘 정리가 되지 않는 머리카락을 결국 가볍게 땋고 있으면 빤한 시선이 달라붙는걸 느껴 또 이상한 기분이 들면 그것도 이상하기도 했다. 어쩌면 지금의 이 상황이 꿈이거나 그런 것이 아닐까. 라는 망상마저 들 쯤 김기려의 식사가 끝나 강창호는 다시 채근했다.

“…그래서 정말 왜 왔냐니까? 혹시 식사하러 왔어?”

말하면서도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돌아오는건 침묵이다. 침묵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강창호는 어쩐지, 이 침묵이 수긍으로 느껴져 눈매가 좁아졌다. 아니, 설마. …설마.

강창호는 가끔은 그의 눈치가 좋은 것이 참 성가시게 느껴지기도 했다. 지금 이 순간처럼….

“….”

“…. 밥 값 드릴까요.”

“하….”

순간 이 멍청할정도로 이타적인 엽사의 속주머니까지 탈탈 털어낼 생각이 들지 않은것은 아니었으나 강창호에게도 -놀랍게도-양심이 있었다. 비록 모처럼의 휴일을 방해받은데다가 불법침입을 하고 후라이팬까지 하나 해먹게 했지만, 적어도 그에게는, 김기려에게는 그런것에 대가를 치르게 할 생각이 들지않아 강창호는 한숨만 내쉬고 상을 치웠다. 종종 귀찮으면 넘기는 관대함때문이 아니라, 그가 김기려이기때문에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 참으로 기이한 일이다.

김기려가 강하기 때문은 아니다. 강창호는 필요하다면 무슨 짓이든 저지를 수 있었고 S급이라고 할 지라도 신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으며 S급의 규격까지 넘어설듯한 힘을 가진 이조차도 어떤 가능성을 만들자면 할 수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기도 했으나….

“…얼마…드리면 됩니까.”

…. 이런 부분때문에 김이 빠진다. 살금거리는 작은 머리통을 쥐고 쓰다듬고 싶은 충동을 참기위해 양 팔꿈치를 쥐고 골똘히 생각을 하고 있으면 어쩐지 땀을 흘리는 모습이 연상되기도 한다. 그럴리가 없는데도. 비뚜름히 고개를 기울여도 미동조차 없는 모습에서 긴장을 읽어내는것도 우스운 일이다. 저, 절대자이자 마치 구원자처럼 구는 이가. 그럴리가…. …없는데도.

어쩌면 많이 피곤한걸지도 모르겠다고 강창호는 생각하며 이상하게 뻔뻔스러워지기 시작한 구원중독증으로 의심되는 헌터를 끌고 자주 쓰는 거실로 이끌었다. 얼마전에 사다놓은 쿠키에 우유라도 데워주면 적당히 먹을것이다. 비록 강창호가 커피를 마시지 않는 친절까지 베풀어줄 수는 없었지만 은근히 단 것을 좋아하는 김기려라면 그정도는 감내하겠지. 그런 생각속에서 또 한가지를 깨닫는다. …어쩐지 너무 익숙해지지 않았나.

“풀코스로 접대는 못하겠지만 디저트 정도는 내어드릴 수 있지. 위대하신 김기려 헌터님에게는 말야.”

김 기려 헌터.

출생 분명, 병명또한 분명 했으며 외계인이 아님이 확인된 존재.

지극한 이타심과 공명심으로 유명하지만 그의 행보는 때로 기이하게 관측되기도 한다.

죽고싶어 미친게 아닌가 싶었고 죽을 것이 분명했으며, 그러나 그것이 오늘이 아니고 또한 수없이 많은 위기로부터 인류를 구한 구원자. …로 불리는 존재. 그리고 강창호마저 때로는 그에게 희망을 걸게 만들게 하기도 해 때로 입맛을 잃게 하는 인간이다. 어쩌면, 하는 말도 안돼는 기대를 자꾸만 품게 하고 많은 것을 이루어낸다. 현대인류를 중독시키기에 적절했고 만약에 그들의 삶이 하나의 소설이라면 주인공이라고 부를법했다.

그렇기에 강창호는 한숨을 참았다. 김기려를 알게되고 의심하고 이해한 모든 과정의 편린을 떠올리자면 제 거실에서 멍청히, 아무런 목적도 없이 우유와 쿠키를 먹고 있는 김기려를 또다시 의심하게 되는 그의 본성을 억누르느라 더욱 피곤했다. 또한 저런 모습을 보고있음에도 어딘지 모르게 기대를 품게 되는 그 자신이 짜증스럽다.

밑도 끝도 없는 곳에 계속 물을 부어본 적이 있을까?

부서진 독에 물을 채우려는 콩쥐의 이야기를 읽어본 적이 있을까?

그렇다면 현실에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강창호는 아주 똑똑했고 그러나 그가 할 수 있는 일이 아주 많음에도, 차라리 모든걸 포기하거나, 버려버릴 수 있음에도 행해야 한다면 구멍난 독에도 끝없이 물을 채워야한다면 행하는 미련스러움이 동시에 있었다.

그것이 그의 선택이었는데도 어느날 나타나 모든것을 바꾸어버린 한 인간이 강창호를 엉망으로 흔들었다.

절대로 채울 수 없는 독을 채울 수 있을것처럼 보이는 인간을 목격해 강창호에게 기대를 품게 만들었다.

물론 강창호는 바뀌지 않고 낙관주의자역시 아니었기에 모든게 잘 될거라는 멍청한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희망을 빚어 만든듯한 인간을 보고 있자면….

“…. 저한테만 인가요?”

“뭐가?”

“…밥, 해준다던가.”

“……, 갑자기 들어와서 밥차리라고 하는 놈도 처음이고. 거기에 대접을 해준것도 처음이긴 하네.”

“다른 사람이 와도 해줄 겁니까?”

“미쳤어?”

“….”

“욕한게 아니라. 하…. …그래 김기려 헌터님에게만 해주는 특별 서비스야.”

“그렇군요….”

모 대마법사의 마음속에서 역시 강창호 헌터는 나를 좋아하는군. 하고 증명 점수에 +10점이 되는 것도 모른채 강창호는 그냥 생각을 그만두기로 했다.

강창호는 바뀌지 않는 인간이라 포기할줄도 모르고 행해야 할 것을 외면할 수도 없지만 종종 이런 나른한 낮을 만드는, 잠을 한시간 더 깊이 잘 수 있게 만들어주는 자라면 가끔은 구원자라고 불러도 나쁘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결정내리기로 했다.

“마음에 들면 더 줄까?”

“!”

그건 그거고,

“자. 이제 가라.”

“네?”

휴일은 소중하기에 품에 쿠키 한상자를 넣어주고 내쫓기로 했다.

강창호로서는 참, 관대하고 다정한 처사였고 덕분에 대마법사는 좋아하는 건가요 싫어하는 건가요 라는 내용의 검색을 더 했다.

그런 날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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