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수거함

[스파패] 제목없음

스파이패밀리 / 단문, 아냐와 베키와 차남

to be continued... by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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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 2024/09/10

수정: 2024/09/12

아냐와 베키와 차남으로, ‘미남’인 아버지에 대해서.

새삼스러운 이야기이긴 한데, 아버지 미남이구나 하고 아냐는 생각했다.

아니 아버지의 용모가 아냐의 주관적 미추 기준에서 취향이거나 아니거나 하는 이야기는 아니고. 조형적으로 잘생겼다거나 아니라거나 그런 종류의 이야기하고도 약간 다른. 그러니까… 얼굴의 신뢰도?

베키의 초면부터 호의가득했던 반응에서 사실 생각할 수 있는거긴 했는데.

어머니가 좀 이상한 사람이긴 하지만, 초면인 남자와 위장결혼 같은 일을 기꺼이 한것도 생각해보면 얼굴이 믿을만해서였겠지. 어머니의 시청 동료들에게도 저 사실은 이 사람의 남편입니다 같은 갑작스럽고 당황스러운 소개를 했어도 해도 그런가하고 통했던 건 역시 미남이어서였을 것이다.

그러니까 꼭 외형의 이야기가 아니라.

…어머니가 미인 인것과는 좀 다른 이야기라고 해야하나.

“그러니까 미남이란게 무슨 얘기냐면, 아냐의 아버지는 미남이지만 삼촌은 그렇게 부르기가 애매한…거 같은?”

그러니까 그거다. 유리 삼촌은 어머니를 닮아서 미형이다. 사진만 보인다면 베키도 와 미남이야 라고 말할 얼굴이라고 생각한다. 아버지보다 10살은 젊으니까, 오히려 우리 또래 애들보고 누가 더 잘생겼냐고 묻는다면 아버지보다 유리 삼촌 쪽이 더 잘생긴 오빠...같을 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유리 삼촌은 대충 잠바를 입고 머리도 어정쩡하게 긴 채로 방치해서는, 그야 직장에서 퇴근 후에 바로 들린다거나 할때처럼 정장 입고 챙길 때는 챙기지만. 별로 사생활에서도 그러진 않는다고 할까. 가끔은 여기저기 다쳐서 밴드같은 거나 붙이고 있고.

그냥... 학교 남자애들 같다.

‘미남’이 아니다.

“하아? 뭔 소리야 그게.”

방금 아냐는 차남에게, “차남의 형은 미남인데 차남은 미남이 아니야.”란 이야길 해서 섬세한 소년의 마음에 강렬한 스크래치를 낸 참이다.

그 말을 들은 순간 ‘에? 둘다 좀 그늘진 인상이긴 한데 굳이 말하자면 그... 생긴 것만으로 한정하면 다미안 쪽이 아직 그나마 전망이 있지 않아?’라고 생각했던 베키가 ‘질투 작전? 아님 순수하게 취향이 그쪽?’하고 아냐를 한참 뚫어져라 쳐다봤을 정도다.

다미안이 눈을 부릅뜨고 노려보자, 아냐는 그제야 울상이 된 얼굴로 변명인지 설명인지 무어라 우물쭈물 더하긴 했는데 도저히 맥락을 알아들을 수 없어 설명도 보충도 안됐다.

다행히 여기에 있던 것은 그 둘만은 아니었던지라, 아냐의 지지부진하고 애매모호하고 생각한 것중에 말할 수 없는 절반정도를 빼버리기까지 해 앞뒤가 제대로 연결되지도 않는 설명을 듣고서도, 베키는 간신히 어떻게든 하고자하는 말을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과연 아냐의 가장 친한 친구를 자부할 만한 의사소통능력이었다.

“그렇구나. ‘몸가짐’에 대한 이야기인거지.”

애매한 아냐의 말을 듣고난 베키는 그 긴 중언부언을 싹둑 한 단어로 정리했다.

“아냐의 기준은 아버님이니까. 이해는 해. 응응.”

그 아버님을 좋아하는 조숙한 소녀는 거기까지도 빠르게 납득했다.

드문 사람이다. 오스타니아의 남자들은 보통은 멋부리는 걸 별로 남자답다고 생각하지 않는 편이고, 외모를 신경쓰는 부류조차도 과시적이거나 감각이 촌스럽다.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 정도로, 적당히 억누르면서, 그렇지만 청결감있고 세련된.

그런 신사는 의외로 드물다.

재벌가 따님으로서 자신을 치장하는데 돈과 시간만큼은 넘쳐나는 아저씨들을 본의아니게 많이 봐왔던 베키가 하는 말이다. 그런 감각이 있는 남자는 정말 드물다. 있어도 보통… 자기자신에게 밖에 흥미없는 나르시시스트거나 아니면 5다리 정도를 기본으로 하는 바람둥이다.

설령 젊을 때는 세련된 타입이었다 해도 시일이 흘러 건실하게 아이가 있고 결혼까지 한 남자가 되면 더는 이성에게 보이게 될 자신의 외양 따위에 신경쓰지않는다. 그 '신경쓰지 않아도 됨'을 일종의 스테이터스로 여기게 되기 때문이다. 혹은 일부러 치장하지 않는 것으로 나는 그런 것에 신경쓰는 바람둥이가 아닙니다를 어필하는 방향이 되어버린다고 할까.

그러니까 까놓고 말해서 아저씨가 된다.

그렇다고 아저씨들이 아내와 가족을 사랑하지 않게되는 건 아니지만.

학교에 다닐 나이의 아이가 있는 사람이, 아내도 있는 사람이, 어디까지나 기혼자란 분위기를 감돌게 하면서도 저렇게까지 세련된 건 솔직히 베키는 처음 봤다. 아저씨가 아닌 성인 남자가 있을 수 있다니. 약간 개안하는 기분이었다.

불륜은 안되니까, 이젠 딱히 아냐의 아버님을 연모하는 건 아니긴 한데요.

아냐의 아버지는 말하자면, 베키에게 있어서는 일종의 희망이다.

언젠가 결혼할 상대가 나이를 먹어도 우리 아버지 같은 ‘아저씨’는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희망. 결혼해도, 아내에게 익숙해져도, 아이를 키워도. 그래도 멋진 남자로 계속 있을 사람이 세상 어딘가엔 있을 거란 그런 증거 같은 존재 말이다.

아냐는 잠시 자신이 처한 상황도 잊고 그런 베키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속으로 잠깐 생각했다.

아냐의 아버지, 어머니랑 진짜로 결혼하지 않았고 아이도 낳지 않았어. 베키의 이상형 전혀 아니니까…….

“그런 의미라면 나도 좀 동감일까. 확실히 다미안보단 형님 쪽이 더 어른인걸. 아냐의 이상형은 그쪽이 더 가까울지도 모르겠네. 응.”

베키는 아냐가 어느새 자신을 동정의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도 깨닫지 못한 채로, 그렇게 소년의 마음에 대못을 박았다.

계속 너무 무거운 것만 쓴거 같아서 손풀기용으로 적당히. 그러나 애매해서 일단 분리수거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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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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