궤도 파괴
5회차, 혜주 님
5월의 마지막 주제 <유령이 된 나는 어디로 가면 좋을까>
언젠가 너는 지나가는
말로 꼭
죽은 것을 본다고 한 적이 있다
그것은 정확히
어깨에
머리위에
혹은
등전체에
매달린 채 웃고
바람으로
비로
혹은
눈으로
머무는 것은 없다고
또 너는 한 마디를 덧붙였다
그럼에도 생과 사는
너무 멀어서
그리고
너무
아
득
해
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마도 영영 영일 테라고
고로 나는
지금 이 기억을 가지고 죽기로 했다
나도 늘 말했지
사랑해서
행복함은
영이야
그런데 세상이 너무 탁해서
이런 게 저런 게 너무 꼬여서
혹시나 실감하지 못할까 봐
고로 나는
지금 이 기억을 가지고 죽기로 했다
죽어서
정확히
정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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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
토닥이는 앵무새
영이라는 단어의 숫자와 한자 사이에서 여러 고민을 하게 됩니다. 머물지 않는다면 그것은 사라질까요. 너무 사랑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영인, 영혼인, 혹은 아무것도 없는? 탁한 세상에서, 죽어서, 정확히 아득하게, 너라는 사람 등에 매달리고 싶었을까요? 머릿속에 작은 카세트 테이프가 흘러 흘러 지나갑니다. 꼭 그것을 볼펜으로 풀어헤치는 것 같은 시였어요. 좋은 의미입니다! 생의 궤도를 저버리고 사의 아득함으로. 모쪼록 후속이 있다면 그것을 알고 싶고 저 시의 화자로부터 사랑받고 싶은 그런 시입니다. 읽게 해 주셔서 고마워요.
수집하는 나비
제목이 정말 좋습니다 생과 사(죽음)와 사랑과 행복을 제목에서 연상 되는 우주의 개념들로 대치해보는 것도 이 시를 더욱 매력적으로 살릴 수 있겠다 하는 생각을 했답니다! '아 / 득 / 해 / 서' 이 부분의 표현법이 좋았어요 화자의 크고 깊은 아득함이 잘 느껴졌던 것 같아요 제목이 정말로 좋았어서(ㅋㅋ 강조하는 자신이 좀 웃기네요) 다음엔 이 주제를 가지고 새로운 걸 써보시면 어떨까 싶은 마음도 들었어요
HBD 창작자
일단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영영 영일' 거라는 문장이 좋았습니다. 시에서는 이런 과감한 문장을 마음껏 쓸 수 있다는 게 참 좋은 것 같아요. 혜주 님의 시는 이번에 처음 보는데 귀한 분을 스터디에 모실 수 있어 참 영광이라고 생각했답니다. 그런데 사실 다른 표현보다 저는 가장 마지막 연이 제일 오래 맴돌았어요. 죽어서 / 정확히 / 정확히…… 점 여섯 개로 끝나는 게 참 여운이 깊습니다. 나는 늘 말했지 / 사랑해서 / 행복함은 / 영이야 < 이런 문장 때문인 건지 시 전체가 가사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유령이 된 나는 어디로 가면 좋을까, 라는 질문에 혜주 님께서는 바람, 비, 눈, 나아가 無라는 대답을 돌려주셨군요. 다음번 시는 어떻게 쓰실지 무척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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