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라는 선고

0. 너는 두려워 말라. (完)

Noli Timere by YUSEONG
1
0
0

신의 탑 3부 233화를 보지 않으셨다면 스포가 될 수 있습니다. 3부 233화 끝부분으로부터 이어집니다.

로 포 비아 트로이메라이’의 IF물입니다. 자살, 자해 등의 키워드 주의. (조아라에서 연재 중입니다. 이쪽은 백업용이에요.)


「외로워.」

억제되었던 감정들이 쏟아지듯 밀려 들어오던 틈, 트로이메라이가 입에 담은 것은 그 짧은 어절뿐이었다.

인간이라면 마땅히 가져야 했으며 가져야 할 수많은 감정의 물살 속에서 그가 골라낸 것이라고는 고작 외로움 하나.

“구스트앙……, 외로워.”

직전에 불리운 이름에 구스트앙의 시선이 그에게 꽂혔다. 둘 사이에 자리한 체스판을 거쳐 트로이메라이에게 닿은 시선. 그 체스말처럼이나 결코 섞일 수 없는 하얗고도 검은색. ‘우리’ 또한 그만큼이나 달라졌다. 과거와 현재가 그러하고, 서로와 서로가 그러하다.

구스트앙, 너는 알고 있었지. 탑의 현자라면 이런 결말쯤은 예상했을 것이라고, 어렴풋한 의식 속에서도 그것만큼은 확신했다. 그러므로 트로이메라이는 그의 이름을 불렀다. 너만큼은 내 죽음을 목격할 의무와 권리가 있지 않겠나.

저 너머로 아므즈가 보였다. 그러니까, 그녀는 웃었던 것도 같다. 그 밝은 미소에 가려 네 표정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차가웠다. 무엇이? 무엇이든. 그러니까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이. 구스트앙의 눈을 포함해서. 상상 속 아므즈의 미소와. 트로이메라이, 그 자신의 눈물까지도.

그는 그에게 주어진 고통과 슬픔, 공포, 후회와 죄책감 따위의 모든 것을 ‘외로움’ 하나로 벼려냈으므로. 자신을 옭아매는 온갖 부정적인 감정들을 혼자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라 탓하는 것이 차라리 쉬웠으므로. 그리고 언젠가부터는 그 외로움조차 자신의 것이 아니라 부정했으므로. 그러니,

외로워.

패자가 됨으로서 그는 마침내 계약으로부터 자유로워졌으나, 그래서,

죽을 수 있다.

있지. 우리는 말이야,

‘우리’는 이제 용서받을 방법조차 말살된 자들이라는 것을…….

그렇다면 우리의 선택지에 죽음이라는 추락 외의 것이 있을 수 있던가?

그는 단지 죽음을 바랐다. 그리하여 아주 깊은 잠에 빠져들기를 트로이메라이는 원했다.

투명한 녹빛의 신수 조각이 팔랑거리는 것을 눈에 담으며, 그는 다만 생각했다. 그의 심장을 도려낼 저 조각은 말이다, 그가 그토록 불쾌해하던 꽃잎을 닮지 않았나.

카테고리
#2차창작
페어
#Non-CP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