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MELINE

드림 서사 정리

🅒 재규님


00_ 첫 만남

조선에서 그랑플람으로

티엔이 동양의 능력자를 찾아다니다가 잠시 조선에 들렀을 때의 일이다. 마땅히 눈에 들어오는 능력자가 없어서 수확 없이 돌아갈 채비를 하고 있을 때 우연히 그의 귀에 들어온 대화가 있었다.

“저기, 동산 위에 김 씨네 딸한테 부탁해 봐.”

“아. 담장에 죽단화 피는 그 집?”

주막 담벼락에서부터 넘어온 대화가 귓속을 슥 훑고 빠져나갔다.

“그 집 딸이 신통하게 가위질 잘하더라니까? 척을 대고 하는 것보다 걔가 더 정확해!”

감으로 알 수 있었다. 능력자다. 그는 대화 속 '신통하게 가위질을 잘하는 여인'이 쓸만한 능력자이기를 바라며 망설임 없이 발길을 옮겼고, 직접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도 더 괜찮은 힘을 갖춘 듯한 여인을 잘 다듬어 볼 생각으로 손을 내밀었다. 그랑플람으로 함께 떠날 것을 제안하며 내민 손을, 여인은 큰 망설임 없이 붙잡았다.

[관계성]

티엔→리나: 작군.

리나→티엔: (경계)

스카우터와 능력자/호감無


01_ 긴 여행에 오르다

리나의 나 홀로 여행

두 사람이 조선에서 그랑플람으로 넘어온 지 약 2주가 되어갈 즘이었다. 평생을 조선 땅에서 벗어나 본 적 없는 리나에게 처음 만난 세상은 너무나도 신기한 것 투성이라서 게으름마저도 꺾은 호기심이 자꾸만 마음 한 구석을 살살 부추겼다. 아. 세상 밖으로 뛰쳐 나가고 싶어. 좀이 쑤셔서 견딜 수가 없었다.

'더 많은 것을 보고 싶은데.'

충동적인 선택이었다. 그녀는 수련 중인 티엔을 찾아가서 전후 설명 없이 "여행을 다녀오고 싶소." 그렇게 통보했다. 목적지 없는 여행의 시작이었다.

[관계성]

티엔→리나: 지독히도 게으른 여자.

리나→티엔: 사람 참. 훤칠하게 생겨서는 되게 뻣뻣하네.

스카우터와 능력자/리나의 일방적인 호감

―잘생기면 다 좋은 거 아니오?


02_ 짧은 인연

훌륭한 동료, 도일.

홀로 떠난 여행. 그 긴 여정 중 리나는 티엔에게 죽어도 말하지 못할 사고를 쳤다. 항해 중 잠시 들른 도시에서 벌어진 일이다. 세상을 잘 모르는 여인의 귀에도 쏙 들어온 소식 하나가 있었다. 이 도시에서 모피 패션쇼가 열린다.

'모피는 동물 거죽이 아니었나?'

고작 인간의 멋을 위해 동물을 희생시키다니. 그녀는 불쌍한 동물들을 위해서라도 몹쓸 인간들을 혼쭐내야 한다고 생각하며 늦은 밤, 패션쇼장으로 숨어들었다. 여행을 떠나기 전 브루스와의 면담에서 능력을 함부로 쓰지 않기로 약속했지만…… 몰래 쓰고 들키지만 않으면 되는 게 아닌가? 그렇게 숨어든 곳에서 능력을 100% 활용해 모피 코트를 모조리 잘게 자르고 있을 때. 그녀는 같은 이유로 패션쇼장을 찾은 도일과 마주하게 됐다. 갑작스러운 타인의 방문에 놀라 얼어붙었던 두 사람은 침착하게 서로에게 '왜 이곳에 있는지'를 설명했고, 뜻을 함께하는 이라는 걸 확인한 순간 든든한 동료애를 쌓았다.

모피를 다시 쓰지도 못할 만큼 조각낸 리나를 집어 들고 패션쇼장을 빠져나온 도일은 "퍼뜩 도망가거라이." 한마디를 끝으로 건물을 날려버렸다. 두 사람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서로가 잡히지 않기를 바라며 도주했다.

*리나가 조금만 더 컸다면 도일은 그녀를 의류샵 직원으로 오해하고 목적 달성을 위해 흠씬 두들겨 줬을 거다. '작은 것'을 지키려는 그의 성정에 맞는 작은 키 덕분에 무차별 공격을 피할 수 있었다.

[관계성]

티엔→리나: ……보이지 않으니 허전한 것 같은데.

리나→티엔: (여행이 즐거워서 크게 티엔 생각이 나지 않음)

스카우터와 능력자/티엔의 미묘한 감정


03_ 얼떨결의 첩자

궤멸한 안타리우스 입장! ……해도 되는 거야?

정해진 곳 없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던 여행 중 머무른 어느 마을에서 있어난 일이다. 포교 활동 중인 안타리우스 신도들을 만난 리나. 아직 타국의 말이 익숙하지 않은데 신앙심이 가득한 종교적 단어를 알아들을 리가 있나. 결국 포교의 말을 '오. 뭔지는 모르지만 나와 친우가 되고 싶은 모양이로군!' 하고 알아들은 여인은 아주 잘못된 해석으로 인해 안타리우스에 들어서게 됐다.

안타리우스의 정숙한 분위기는 딱 그녀가 좋아하는 것이었다. 안 그래도 게을러서 움직이는 게 제일 싫은데 가만~히 있기만 하면 된단다. 근데 또 자리를 안 뜨고 얌전히 있는 게 본받아야 할 행동이라고 모범적이라며 칭찬까지?

"미사? 뭐…… 설교? 아무튼 그거참 좋더구먼."

어쩌면 그녀가 조금만 더 자유롭지 않고 메여있기를 좋아하는 성격이었다면 영영 안타리우스의 신도로 남았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주기적으로 사고를 쳐야만 하는 그 성격에(…) 이곳은 너무나도 조용했고, 때문에 슬슬 지루함이 솟구치던 중 문득 머릿속에 떠오른 이가 있었다.

"어라? 그 사람 보고 싶다."

왜인지 무뚝뚝하던 남자가 보고 싶어진 그녀는 미련 없이 안타리우스를 떠났다.

*리나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 후, 안타리우스 내에서는 '정보를 빼내기 위한 첩자가 아니었나'의 말이 나오기 시작하며 배신자로 낙인찍혔다.

[관계성]

티엔→리나: (여전한 허전함)

리나→티엔: 이리도 뜬금없이 보고 싶은 걸 보니 아무래도 그 얼굴이 정말 잘생기긴 했었군.

스카우터와 능력자/리나의 일방적인 호감 상승


04_ 여행의 끝

오랜만에 만나니 반갑소, 그대.

3년 만이었다. 뭐만 하면 귀찮아서 싫다고 말하던 리나라서 쉽게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긴 했다만, 티엔은 설마하니 이렇게나 긴 시간 동안 여인이 돌아오지 않아서 직접 잡으러 오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던 거다. 오랜만에 만나는 이는 어떻게 봐야 하는 걸까. 신경이 쓰이다가도 굳이 그래야 할 필요가 뭐 있나 싶어 덤덤하게 항구에 서 있던 티엔은 저 멀리, 해맑은 표정으로 다가오는 여인을 발견했다. 아주 오랜만에 만난 그녀는 바로 어제 만난 듯이 편안하게 인사를 건넸고, 티엔은 처음 만났던 날처럼 손을 내밀었다. 그녀는……. 그녀 역시 그날처럼 망설임 없이 저보다 한참 커다란 손을 붙잡았다.

[관계성]

티엔→리나: ……유난히 예뻐 보이는군.

리나→티엔: 인상 쓰는 거 봐. 귀여웡.

스카우터와 능력자/티엔의 호감 변화

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하지 않아도 손에 잡히면서, 떠났음에도 돌아온 최초의 존재에게 복잡미묘한 감정


05_ 수련보다 중요한 것

힘을 그렇게 사용해서는 안 된다.

그랑플람으로 복귀 후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드디어 3년 치의 수련이 끝났다.(리나: 으악!!!) 티엔은 리나가 충분히 능력을 제어할 수 있고, 이를 능동적으로 변형해 사용할 수 있는 것까지 확인한 후 공성전에 투입했다. 그녀에게는 첫 전투이지만 자신이 곁에 있으니 괜찮을 거라고. 모든 것이 완벽할 것이라고. 그는 그렇게 믿었다.

"여차하면 사람을 가르면 되는 거 아니오?"

여인의 어딘가 고장 난 사상을 마주하기 전까지는. 공성전은 취소됐다. 이대로 그녀를 전장에 풀어뒀다가는 필시 필요치 않은 사상자가 나오게 될 것이다. '능력을 아이의 손장난 정도로 생각하는 저 사고방식을 고치지 않는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를 일이지.' 브루스의 말이 맞았다. 그녀에게는 수련이 아닌 교육이 필요했다.

*교육을 받으면서 리나의 말투가 서서히 바뀌기 시작해 '하오체'를 사용하지 않게 됐다.

[관계성]

티엔→리나: 남의 말은 죽어도 안 들으면서 내 말만큼은 잘 듣는 이상한 여인. (교육 기간 동안 호감도 MAX)

리나→티엔: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말 잘 들어야지! (쌍방인 거 1도 모름)

관리자와 피보호자


06_ 구렁이 담 넘기

우린 이미 그렇고 그런 사이가 아니었나?

조선인답지 않게 터치가 많은 리나가 문제인 걸까? 그렇다면 이번 일은 전적으로 그녀의 잘못이 맞겠다. 조선에서 그랑플람으로 향하는 항해 내내 손을 잡아 오거나, 팔짱을 끼는 여인을 보며 사내는 확신했다.

 

'정숙하기로 유명한 조선인이 이런 행동을 한다니. 그렇다면 이 여자는 내게 호감을 가지고 있는 것이군.'

 

그녀가 여행을 떠나기 전까지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녀는 자신에게 스승과 제자 이상의 마음을 품은 것이라고. 그렇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었지만. 사내는 여인의 여행을 끝내기 위해 직접 움직일 때까지 어떠한 마음도 품고 있지 않았다. 허전함을 느끼긴 했으나 3년 사이 연락을 주고받은 것도 아니고,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 것도 아니었으니까. 여태껏 만난 이들처럼 잡히지 않겠구나. 그리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런데 그녀가 먼저 <보고 싶은데 귀찮아서 돌아갈 수가 없소!>하고 편지를 보내온 게 아닌가.

사실 굳이 데리러 가기 위해 움직일 필요는 없었으나, 이상하게 눈에 밟히는 편지 한 장에 '그랑플람에 도움이 될 수 있으니까.' 핑계와 함께 데리러 왔더니, 순순히 제게 잡혀서는 알고 지낸 날이 뭐 얼마나 된다고 제가 이끄는 대로 믿고 움직이는 여인이 너무나도 이상했다. 노력을 하지 않았는데도 떠나가기는커녕 찰싹 붙어 종알종알 그간 있었던 일을 떠든다. 그렇게 돌아와서는 남의 말을 귓등으로도 안 듣다가 자신의 말은 제법 잘 들으려고 노력하는 게, 참. 그 게으른 여인이 제게 맞추기 위해 아침잠도 줄여가며 부스스한 몰골로 나타나는 게 어여쁘게 보인 순간. 그때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아. 나 역시도 감정의 진전이 있었던 것이군.' 하고.

 

서로 호감이 쌓였다. 매일 얼굴을 마주한다. 심지어는 심심하다는 핑계로 겁도 없이 성인 남성의 방에 쳐들어 와서는 옆에 붙어 온기를 나누다가 나간다. 그 삶에 한 번도 없었을 관계가 형성됐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부터다. 조선을 떠날 때부터 그렇게 눈에 훤히 보이는 애정을 표현하던 리나가 최근 마틴과 자주 붙어 있기 시작한 거다. 그래봐야 일방적으로 괴롭히고, 괴롭힘을 당하는 입장일 뿐이지만(마틴: 아오) 사내의 눈에는 그게 거슬렸다.

 

"리나. 요즘은 왜 방에 찾아오지 않는 거지?"

"엥? 귀찮지 않아요?"

"아무리 그래도 연인을 귀찮다고 하지는 않ㄴ"

"에에엥? 연인? 누가요?"

 

……매일 붙어 지내면서 관계를 형성했는데. 그런데, 그렇고 그런 사이가 아니라고? 충격에 빠진 그를 보며 여인이 깔깔 웃었다.

 

"그래. 우리 연정을 쌓읍시다."

*리나는 여행을 끝나고 돌아오는 길까지 not love. 오직 잘생긴 얼굴이 좋았던 거라고.(……) 수련을 시작하면서부터 '역시 다시 봐도 잘생겼군! 좋아해!(단순)'하고 연정이 시작됐다.

[관계성]

티엔→리나: 연인이 아니었다면 그동안의 행동은 대체……

리나→티엔: 뭐야. 나 싫어하지 않았나?

연인


07-1_ 두 번째 여행

출장을 혼자 가? 절대 못 참아!

지난 여행 중 리나가 무슨 사고를 쳤는지 전혀 모르는 티엔은, 벌써 이틀 째 출장지에 따라가고 싶다며 드러누워 떼를 쓰는 여인을 집어 들었다. 여기서 따라오지 말라고 하면 무슨 사고를 칠지 모른다. 그는 두손 두발 다 들고 동행을 허락했다.

"놀러 가는 것이 아니니 조심해서 행동하도록 하거라."

"응. 옆에 얌전히 붙어있을게요."

그녀는 정말 얌전히 있을 생각이었다. 티엔이 지독히 바빠서 놀아주지 못하는 상황만 아니었다면 분명 그랬을 것이다.


07-2_ 망나니X망나니

새 친구가 하필 이글 홀든

게을러서 꼼짝도 하지 않고 한 자리에 죽은 듯이 누워있기만 10시간을 넘게 할 수 있는 여자. 그러나 하고자 하는 일이 생기면 어떤 과정을 거치더라도 기필코 해내고야 마는 여자. 그게 리나다. 자신과 놀아줄 기미가 보이지 않는 티엔을 힐끔 확인한 여인은 '걸리면 죽기 직전까지 혼날지도 모르지만, 뭐. 심심한데 어떡해.' 그렇게 기회만 노리다가 타이밍이 왔을 때 놓치지 않고 몰래 숙소에서 빠져나왔다. 탈출이다! 좀이 쑤시던 그녀는 출장지에서 가장 시끄러운 펍에 들어섰고, 뭐가 뭔지 몰라서 적당히 맥주 하나를 주문한 다음 두리번거리다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구석진 곳의 아담한 2인용 나무 테이블. 그곳에서 사람 구경이나 하려던 때에 불쑥 시비조 하나가 톡 튀어나왔다.

"야. 여기 애들 오는 데 아니다?"

"뭐야? 이 자식이 누구 보고 애래…… 너 몇 살이야, 인마!"

속에 늙은이가 들어 앉은 것마냥 버럭 내지르는 호통에 "이거 웃기는 놈일세?" 흥미로움을 숨기지 않은 이글이 은근슬쩍 제 맥주잔을 작은 테이블에 옮기며 합석했다. 오스트리아 대표 망나니와 조선 대표 망나니의 역사적인 첫 만남. 어딘가 핀트가 나가 있는 두 사람이 친해지는 건 아주 순식간이었다.

*리나의 지독한 얼빠 성향 덕에(…) 이글의 첫인상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고.


07-3_ 재회

나 기억하시오? 이리도 반가울 수가!

리나와 이글은 죽이 잘 맞아서 제법 오랜 시간 수다를 떨었다. 얼마나 떠들었냐면, 해가 지고 리나가 사라진 걸 알아차린 티엔이 온 동네를 헤집고 다닐 때까지라고 말할 수 있겠다.(티엔: 김 리나!!!!!) 껄렁한 사내가 딱 그만큼 껄렁하게 앉아있는 여인을 붙들고 한참 '지하 연합'에 대해 조잘거리던 때였다. 한시도 입을 쉬지 않던 이가 별안간 "어?" 하더니 누군가를 향해 손을 붕붕 흔들며 부르는 게 아닌가. 손짓에 응해 성큼성큼 다가온 인기척은 별안간 우뚝 멈춰 놀라움을 숨기지 않았다.

"어? 이 쪼매난 거!"

"뭐! ……에엥? 아니. 당신이 어떻게 여기 있소?"

"뭐야. 둘이 아는 사이야?"

"이야! 일단 한잔해라!"

"좋지!"

"아, 뭔데? 어떻게 아는데?"

모피 패션쇼장 박살 이후 다시 만나게 된 리나와 도일이었다. 빈자리의 의자를 끌어다 앉으며 자연스럽게 합석한 덩치 좋은 사내는 껄렁한 사내의 재촉에 못 이겨 주위를 살피며 조심조심 모피 패션쇼 사건이 있던 날의 무용담을 풀어놨다. 이 이야기를 들은 이글은 리나에게 <골 때리는 놈> 타이틀을 붙여줬다.

*이후 모든 가게를 들쑤시고 다니던 티엔에게 걸려 그대로 잡혀가는 바람에 제대로 된 작별 인사는 나누지 못했다. 

[호칭]

이글→리나: 여어, 꼬맹이, 어이, 너, 골 때리는 놈

리나→이글: 야, 너, 짜샤, 망아지, 버르장머리 없는 놈

도일→리나: 쪼매난 것, 얼라

리나→도일: 당신, 삼촌, 아저씨


08_ 불확실한 소문

자. 이쪽도 협조, 감사!

단순한 취재……보다는 거한 특종을 노리고 그랑플람 근처를 서성이던 클리브 스테플에게 일어난 일이다. 기자의 촉이라는 게 말하고 있었다. 저곳에 특종이 있을 거라고. 특종! 듣기만 해도 입에 군침이 도는 그 단어. 하지만 그랑플람 내부로 잠입 취재를 할 수 없으니 멀리서 기회만 노리고 있던 때였다.

"보시오, 기자 양반."

"왁!"

언제 다가온 건지 불쑥 나타난 작은 동양인 여성이 흥미로워 죽겠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다. 그러고 보니, 분명 그랑플람 건물을 드나들던 여인인데. 왜 내게 말을 걸어 온 걸까? 궁금증은 얼마 가지 않아 해소됐다.

"자네가 특종을 찾아서 돌아다니는 이라지?"

"그걸 어떻게 알고 있는 거죠?"

"그건 중요하지 않고. 그 특종 그거, 내가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때? 내 이야기를 들려줄 테니 그쪽도 내가 원하는 걸 하나 들어줘. 당돌한 여인의 말에 그의 머리가 팽팽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득을 챙기기 위한 계산이 빠르게 착착 진행됐다. 기자라는 게 다 그렇지. 사내는 여인에게서 일방적으로 정보만 얻어낼 방법을 찾기 위해 생각에 빠졌으나,

"할 거야, 말 거야?"

뭐에 쫓기기라도 하나. 성격이 얼마나 급한지 보채는 목소리에 계산하던 것도 전부 까먹어버렸다. 

"어떤 정보를 줄 수 있기에 자신만만한 거죠?"

"나. 내 정보."

"당신 정보가 어떻게 특종인,"

"아! 거 답답하네! 내 정보를 가진 이는 해봐야 그랑플람 인물들이 전부라서 그쪽이 독점으로 기사를 낼 수 있다고!"

"그런 정보를 제시하면서까지 얻으려는 것이 무엇이죠?"

"아. 별거 아닌데. 그저 그쪽의 이상증세. 그걸 좀 보고 싶어."

그는 흠칫 뒷걸음질을 쳤다. 여인의 눈빛은 예사 것이 아니었다.

"오랜 시간은 걸리지 않을 거야."

"뭘 할 생각인지 들어보고 정하도록 하죠."

"별거 아니래도. 그쪽이 정신을 잃으면 기가 막히도록 쌈박질을 잘한다며? 이 몸도 그쪽으로 소질이 좀 있어서 말이지."

맙소사. 위험천만한 소리를 꺼낸 여인은 이내 실실 웃기 시작했다.

"자웅을 겨루고 싶다. 이리 말하면 알아듣겠소?"

"……제 상황을 누구에게서 들은 겁니까."

"그쪽은 몰라도 되는 방법으로 알아보고 왔으니 빼지 말고 대답이나 하시오."

그래서 교환, 할 거야? 말 거야? 이미 확정이나 다름 없는 말투였으나 그는 깔끔하게 거절할 생각이었다. 그랑플람 쪽에서 아마도 여인의 이름으로 추정되는 것을 우렁차게 외치는 사내의 거친 목소리가 아니었다면 말이지. 그녀는 외침을 듣자마자 울상이 되어 "나중에 다시 만나세." 한마디를 남기고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는 이에게 호다닥 달려갔다. 색이 다른 손. 그랑플람의 스카우터. 클리브 스테플은 수첩에 글씨를 날려 적으며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그랑플람의 스카우터가 움직이기 시작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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