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TT
총 12개의 포스트
X□년 ▽월 O◇일 며칠 전부터 상태가 좋지 않아보였는데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신경써주지 못했다. 구급차에는 가족만 함께 탈 수 있다고 해서 택시를 타고 쫓아가는 중이다. X□년 ▽월 XX일 몇 가지 검사를 더 했다. 진단을 받았다. X□년 ▽월 X△일 같이 살자고 했다. 제정신이니? 라길래 솔직히 아닌 것 같다고 대답했다. X□년 ▽월 X▽
청춘의 한 페이지를 채워주세요. 포스트잇을 붙여주시면 학생회가 전달해드립니다. 카이토는 짧은 문장 아래 붙어있는 수많은 포스트잇을 멀거니 보았다. 조그마한 포스트잇에는 급식으로 나왔으면 하는 음식이라거나 가고 싶은 수학여행 행선지라거나 누군가의 이름이라거나가 빼곡히 적혀있다. “카이토!” “카이토, 어떻게 됐어?” 포스트잇 하나하나에 두고 있던 시선을
앞선 글 - 010. 트루먼쇼 : https://withglyph.com/tt_/1395097759 요즘 메이코가 이상하다. 어떤 점에서 그렇게 보이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말하는 게 우습기는 하지만 메이코가 이전보다 조금 더 저를 살펴보고 있다는 점이다. 짧은 새에 스치듯 지나치는 시선 횟수가 늘어났다든가 길게 봐줘야 1초쯤 길어진 눈맞춤 따위의,
앞선 글 - 005.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 https://pencil.so/tt_/614599836 데뷔하기 전에 대표가 당부한 말이 있다. 너희들이 성공하려면 각자의 캐릭터를 잘 잡아두어야 해. 실제 성격과 유사한 캐릭터가 연기하기는 좋겠지만, 어느 정도 꾸밈도 있어야 하니까 실제와 연기를 잘 구분할 수 있게끔 설정해. 그걸 구분하지 못하는
메이코는 빌라 앞에 서면 주변을 한 번 둘러본다. 현관문 가까이 다가가서도 한 번 아닌 척 둘러보고, 문을 열기 전에는 문이 잘 잠겨 있었는지 본다. 출근 전에 끼워두었던 작은 종이 세 조각이 전부 그대로 있다면 문을 연다. 들어서서는 불을 켜기 전에 귀를 한 번 기울인다. 웅웅,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라든가 닫힌 창문 너머로 나는 바깥의 소음이 들린다
앞선 글 - 006. 저는 사실 : https://penxle.com/tt_/1614550879 카이토는 일찍이 거절을 배웠다. 가장 처음으로 기억하는 건 태어난 저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며 밀어 치우던, 저를 열 달 동안 배에 품고 있던 어머니다. 카이토는 목구멍으로 숨이 들어오는 순간 목이 찢어져라 울다가 그 질겁한 손짓에 울음을 그쳤다. 제가
메이코는 죽었다. 메이코의 가장 첫 기억은―이런 걸 첫 기억으로 쳐도 될지는 모르겠다만, 누군가 제 몸을 통과하는 묘한 감각이다. 거품기로 몸속을 휘저었다 뺀 것처럼 무언가 엉켜 딸려나가는 감각. 그러다 다시 되돌아와 빈 공간을 채우는 그런 낯선 감각. 속이 메슥거려서 헛구역질을 하다 눈을 떴더니 웬 거리 위에 서있었다. 메이코는 그 자리에서 멀뚱히
* 발매일 기준 설정 나이 기반, 메이코 카이토는 불명이라 좋아하는 숫자로 했습니다.> 메이코 22세(2004), 카이토 22세(2006), 미쿠 16세(2007), 린렌 14세(2007), 루카 20세(2009)> 루카 합류 연도 기준 : 메이코 27세, 카이토 25세, 미쿠 18세, 린렌 16세, 루카 20세 메이코 씨는 만약에 시간을 되돌릴 수
앞선 글 - 002. 가장 소중한 추억 : https://penxle.com/tt_/1543189411 탁. 책상 위에 놓인 건 권총 한 정이다. “기회는 여섯 번, 당첨은 딱 하나야. 자, 순서를 정할까.” 그동안 카이토가 눈을 뜨기를 기다려왔던 건 아주 많았지만 그 중 특히 중요했던 일은 하루하루 늘어가는 병원비와 장기 휴직으로 인한 통상해고
“예를 들면 어떻게?” “갑자기 자연재해가 마구 쏟아지는 거지. 해일이라거나, 지진이라거나, 화산 폭발이라거나.” “운석이 떨어져도 되겠다.” “아니면 핵 폭발.” “핵은 좀 너무했다. 그건 아예 생태계가 망가지잖아.” “어차피 멸망인데 뭐 어때.” “이자식 이거 안되겠어. 이기적이야.” “아, 왜! 지구 멸망이라며, 인류 멸망이 아니라! 둘은 다른
누구든 그렇겠지만 메이코에게도 몇 가지 습관이 있다. 예를 들면 기분이 상했는데 티를 내고 싶지 않을 때에는 검지 손가락에 엄지 손톱을 꾹 눌러박는 것. 피곤한 날에는 쓴 맛이 짙게 나도록 내린 커피를 마시는 것. 배가 고프면 한 번씩 앞에 있는 물건을 톡 두드리는, 그런 것들. 붉은 손톱이 아직 반쯤 남아있는 커피잔을 두드린 채로 멈춘 걸 보면서 카
안드로이드는 감정 회로가 존재하지 않는다. 당연한 명제다. 아 아― 아…… 희미하게 들려오던 목소리가 점차 사그라진다. 카이토는 목도리 안쪽으로 손을 넣고서 목을 울리며 손끝으로 진동을 느끼다가 문이 열리는 소리에 손을 내렸다. 성큼, 큰 걸음걸이로 방을 나오는 메이코는 늘 그렇듯 정면을 바라보고 있다. 그렇게 세 발짝 걷고 나서 대기실 소파 방향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