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웅태섭] 펜팔 上

-하얀색 평범한 A4용지. 글씨는 정갈한편이지만 가로줄이 맞지 않아 뒤로갈수록 점점 밑으로 내려간다. 줄 맞춰 써본다고 노력한 흔적은 보이지만 결국 전체적으로 기우뚱한 모습-

태섭선배에게.

오늘 아침엔 등교길마다 보이던 고양이가 없었습니다. 유난히 쌀쌀한데 어디 따듯한데에 가있었으면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치만 언제나 보던 고양이가 안보여서 조금 궁금했습니다.

 2학년 교실은 찾기 어려웠습니다. 가다가 멍청이랑 만났는데 옆반이라서 그녀석 따라갔습니다. 이제 길 외웠으니 절대 멍청이녀석 뒤를 쫒진 않을겁니다.

 오늘 농구부 모집은 언제부터 하냐고 같은 반 애들이 물어봤습니다. 잘 모르겠어서 그렇게 말했습니다. 2학년이 중간에 입부가 가능하던가요. 다 받으면 농구부 인원이 많아질거같습니다.

 조용한 코트도 좋지만 많은 사람이 다같이 농구를 해도 재밌을 것 같습니다. 올해가 기대될 것 같습니다.

 추신. 오늘 점심은 매점에서 산 초코롤빵과 우유였습니다.

 -노트 한 페이지를 조심스럽게 찢은 종이. 끄트머리를 삐끗했는지 안쪽으로 깊게 찢어져 있다. 글씨체는 동글동글한편. 꾹꾹 눌러쓴 정성이 보인다.-

 태웅이에게.

 편지 고맙다. 갑자기 왠 편지지? 그치만 기왕 받은거 답장이나 써볼까 싶어서 나도 몇자 적을게.

 오늘 벚꽃이 활짝 폈더라. 고양이 말고 꽃이랑 하늘도 봐봐. 자전거 타면서 졸지 말고. 매번 볼때마다 사고 나면 어쩌나 걱정한다구. 넌 우리 에이스니까 너만의 몸이라고 생각하지말아줘. 너의 고양이도 꽃구경을 갔을거라고 생각하자. 다음에 다시 찾아올거야.

 3학년 교실은 높더라. 올라오면서 운동하기 나쁘지 않네 라고 생각해버렸지뭐야. 2학년 교실은 나도 처음엔 좀 헤맸어. 백호랑 옆반이라고 달라붙어서 싸우진 말고.

 네 말대로 입부신청이 엄청 늘었어. 한나랑 소연이가 신청서 한아름 들고 왔었거든. 연습끝나고 정리하기 시작했는데 벌써 한밤중이야. 그래도 그 부원들중에 주전으로 뽑을만한 운동신경있는애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우리가 솔직히 벤치가 좀 약하잖아. 이번 전국대회는 재패해야지.

 추신. 근데 태웅아. 갑자기 왠 편지야?

 -역시나 A4용지. 처음에 검은 펜을 쓰다 잉크가 다 달았는지 중간이 흐릿하다 마무리는 파란펜. 처음 편지에서 느낀점이 있었는지 기우뚱 기울어지는 글씨를 끌어올리려 노력한것이 보인다. 노력이 가상하지만 여전히 기우뚱-

 태섭선배에게.

 답장…감사합니다. 생각지 않은 선물 받은 느낌이라 기뻤어요.

 손목은 안아프신가요. 냉찜질 꼭 하셔야합니다. 그래도 안가라앉으면 병원 가보세요. 오늘 선배 넘어지는거 놀랐습니다. 다치지 마세요. 선배는 우리 주장이니까.

 그래도 오늘 연습경기는 재밌었습니다.-여기부터 글자가 흐릿하다-

 한나선배가 1학년 입학생들 중에 작년 농구경기 보고 북산에 진학한 후배도 있다고 해서 놀랐습니다. 팀에 많은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고양이는 다시 돌아왔습니다. 여전히 그때 그 자리에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제 매일마다 다시 찾아오겠죠.

 내일부터 꽃샘추위라고 합니다. 감기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추신. 편지…쓰면 안되는건가요?

 -하늘색 편지지. 구름이 뭉게뭉게 그려진 예쁜편지지이다. 동생의 것을 하나 훔쳐왔다고 편지 귀퉁이에 적혀있다.-

 태웅이에게.

 편지 쓰지 말란 얘긴 아니었어. 갑자기 줘서 놀랍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이렇게 너랑 필담으로 얘기 나누는 것도 재밌는거 같다. 너만 괜찮다면 이렇게 계속 주고받을까? 펜팔친구 하는거지. 펜팔친구치곤 매일 만나지만.

 손목은 이제 괜찮아졌어. 애초에 살짝 삐긋한건데 다들 왜 그렇게 호들갑이었던거야. 달재에 백호랑 너까지. 주전들이 동요하면 밑에 애들도 다 동요한다고. 그래도 걱정은 고마웠다. 네 편지 읽고 냉찜질하고 병원도 다녀왔어.

 내일은 근처 서점에 가 볼 생각이야. 나도 전국대회 끝나면 은퇴하고 진학준비를 해야하는데 그러려면 공부부터 해야할 것 같아서. 너도 이번엔 낙제 하면 안된다.

 추신. 아까 연습때 줬던 초콜렛 맛있던데, 어디꺼야?

 -분홍색 편지지. 하트가 여기저기 그려진 사랑이 넘치는 편지지이다. 줄이 그어진 편지지라서 기울어지지 않은 글자들.-

 태섭선배에게.

 펜팔친구…좋아요. 앞으로도 계속 주고받고 싶어요.

 책은 좋아하지 않는데 서점은 좋아질 것 같아요. 조용하고 종이냄새도 좋고. 그치만 그 다음에 갔던 레코드 가게가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 선배 덕분에 좋은 노래 많이 알게되었어요.

편지지 사주신 것 감사합니다. 근데…-고민을 한 듯 잉크가 좀 번져있다- 종이가 부담스럽습니다. 그래도 사주신 편지지는 다 쓰겠습니다.

 수업시간에 깨어있는건 힘들어요. 계속 잠이 옵니다. 선배는 수업시간에 깨어있나요? 낙제는 안하도록 공부하겠습니다.

 내일 연습경기는 멍청이랑 다른팀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선배랑은 같은 팀이고 싶습니다. 선배랑 하는 농구는 재밌습니다. 나중에 원온원해요.

 추신. 누나가 사온거라 잘 모르겠습니다. 나중에 포장지 달라고 해볼게요.

 -태웅과 같은 편지지.-

 태웅이에게.

 노래가 좋았다니 다행이다. 나도 네가 추천해준 노래 잘 들었어. 생각보다 너랑 나 이런쪽 취향 잘 맞을지도.

 나도 아직 수업시간에 깨어있는건 힘들어. 그치만 주장이 모범을 보여야한다는 생각에 억지로 깨어있는거에 가깝지. 너도 북산의 에이스니까 라고 생각해봐. 그래도 잠이 온다면… 점수가 어떻든 낙제는 낙제니까 너나 백호나 똑같다는 소리 듣고싶지 않으면 적어도 백호보다는 성적이 좋아야지? 이번에 소연이랑 중식이가 백호랑 같은반이라 둘이 백호 붙들고 공부시킨다더라. 파이팅 서태웅!

  나랑 하는 농구가 재밌다니 영광인걸. 언제든 원온원 받아주마. 나도 너랑 하는 농구 즐거워. 물론 다른애들과 함께 연습게임 하는것도 재밌지. 농구를 하게되어서, 너네랑 같이 해서 행복하다. 이런거 말로 하긴 쑥스러운데 글로 적으니까 좀 괜찮네.

 추신. 네 누나분에게 초콜렛 맛있었다고 전해줘. 내 동생도 좋아하더라고. 그치만 한박스나 주시는건 좀 부담 아니셨을지 걱정이네.

 -노란 개나리가 그려진 편지지. 어설프게 붙은 반짝이 별표 스티커가 상단에 붙어있다. 살짝 구겨졌다 편 듯 한 자국이 남아있다.-

 태섭선배에게.

 누나가 동생이 있는 줄 알았다면 더 챙겨줄걸 그랬다고 아쉬워했어요. 직장인한테 그정도는 절대 폐가 아니니까 신경쓰지 말래요.-펜을 뺏길 뻔 한 것 처럼 옆으로 죽 그어진 자국이 있다-

 죄송해요. 누나가 편지를 뺏어가서. 누나 얘긴 안한다고 하는데도 자꾸 뭘 궁금해 하는지.

 자꾸 쉬는시간마다 멍청이가 찾아와서 자기는 공부 열심히 하고있다고 낙제 안할거라고 시끄럽게 굽니다. 멍청이주제에. 이번 시험은 최소한 멍청이보단 잘 보겠습니다.

대신 진짜로 잘 보면 소원 하나만 들어주실 수 있으실까요. 부담스러우시다면 거절하셔도 괜찮습니다. 어떤 소원인지는 이기고 나서 말씀 드릴게요.

 부실에 찾아왔던 사람들 내쫒으실때 도와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최대한 뛰어간다고 했는데 그렇게 빨리 내쫒으실줄 몰랐어요. 멋있었어요.

-보라색 라일락이 그려진 편지지-

 태웅이에게.

 내가 들어줄 수 있는 소원이라면 들어줄게. 무슨 소원일지 긴장되긴 하는데. 시험 잘 봤어? 나는 한나랑 가채점 해봤는데 낙제는 피한 것 같아. 부원들 앞에서 면이 섰네. 한나한테 칭찬받아서 오늘따라 연습을 좀 헐렁하게 한 것 같아서 그건 조금 후회되는 것 같아. 

 이건 너한테만 먼저 말해주는 건데 능남과 연습경기 할 거 같아. 오랜만에 타교랑 경기 할 거 같아서 기대된다. 치수선배가 없는 자리가 낯설긴 하지만 이거도 몇번 하다보면 익숙해지겠지.

 그날 내가 멋져보였다니 다행이야. 사실 좀 무서웠긴 했지만, 주장으로서 센척한거에 가까워서. 되도록이면 앞으로 그런 일이 안생겼으면 좋겠다 생각해.

 추신. 이번 주말에 엄마랑 동생이랑 외식을 하려고해. 혹시 가족과 먹을만한 맛있는 곳 알고있다면 연습시간에 말 해 줄 수 있을까?

 추신2. 평소랑 다르게 추신이 없어서 낯서네. 몇번이나 주고받았다고 벌써 네 편지가 익숙해졌나봐.

 -하늘색 구름이 그려진 편지지. 태섭이 일전에 보낸 편지지와는 다르게 하얀 구름이 편지지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손으로 그린 비행기가 작게 한 귀퉁이를 날고있다. 비행기가 그려진 그 부분은 구겨졌다 편 흔적이 남아있다.-

 태섭선배.

추천해드린 가게는 입맛에 맞으셨을까요. 가족들이랑 가끔 가던 곳인데 저는 맛있었습니다. 사실 가게 이름이랑 위치가 기억 안나서 누나한테 알려달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그 쪽지는 누나 글씨입니다. -글씨를 알아볼 수 없게 검은 펜으로 북북 그은 흔적이 있다- 누나 글씨체는 어땠는지 감상을 알려달라고 하네요. 왜 자꾸 선배에게 관심을 가지는지… 앞으로는 편지도 몰래 써야 할 거 같습니다.

 시험기간 내내 편지 못쓴다고 말씀해주셨는데도 막상 못받으니까 허전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오랜만에 편지 주셨을때 왠지 신나버렸습니다. 낙제가 없으셔서 다행입니다. 저도 모든 과목 어쨌든 낙제는 아닙니다. 멍청이는 하나 낙제 했으니 제가 이긴겁니다.

 소원은…. 선배의 주말 하루를 제게 온전히 주셨으면 합니다. 선배가 가능한 날짜 말씀해주시면 그날 맞춰서요. 전에도 적었다 시피 부담되시면 거절하셔도 괜찮아요. -머뭇거린듯 잉크가 좀 번졌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들어주셨으면합니다.

 추신. 추신은 추가로 적고싶을때 적는 거라고 배웠는데.. 저번 편지에는 딱히 쓸 말이 없었어요. 선배가 좋으셨다면 앞으로도 계속 써볼게요.

 -물에 젖은 듯 얼룩덜룩한 종이. 그래도 글씨 쓴 데 까지는 번지지 않았다.-

태웅이에게.

오늘 즐거웠어. 너가 주말에 뭘 하자고 할지 궁금해서 그간 편지 쓰는것도 잊었지뭐야. 너도 잊고있었는지 알고있으면서 기다렸을지 궁금하다.

 주말 하루종일 빌려달라길래 진짜 토나올때까지 원온원 할 줄 알았는데 평범해서-잘못 쓴 듯 가로로 줄이 그어져있다- 약간 데이트 하는 것 처럼 신나게 놀았네. 나중에 누군가가 데이트코스 추천해달라고하면 오늘 너랑 놀았던거 말 해주고 싶다.

 오늘 하루종일 이야기 했는데 굳이 편지에 또 쓸필요는 없겠지. 요즘 점점 더 날씨가 더워지는 걸 보니 여름이 본격적으로 오나보다.

 이번에 기획한 합숙일정 어땠어?

 하하, 이런거 얼굴 보고는 못 물어볼 것 같은데 글로 쓰니까 생각보다 쉽게 나오네. 다들 괜찮다고 하는데 너무 내 기준으로 무리하게 짠 건 아닐까 걱정된다. 너네 2학년들끼리는 혹시 얘기 주고받은게 없니?

 이번 전국대회도 잘 해보자!

 추신. 그 쪽지 글씨는 동글동글해서 귀여웠다고 전해줘. 내 동생이랑 비슷해서 조금 놀랐지 뭐야.

 -대충 찢어 삼각형에 가까운 매끈한 재질의 종이. 구깃구깃 구겨져있다. 포스터를 찢었는지 뒷면엔 누군가의 팔뚝이 보인다. 급하게 휘갈겨쓴 필기체.-

 선배.

 본의는 아니었어요. 죄송해요. 볼 생각도 들을 생각도 아니었어요. 그런 상황인 줄 알았으면 찾아가지 않았을거에요. 잘못했어요.

하지만…울지 마세요. 제발.


뜬금없이 받은 편지로 시작하게된 태웅과 태섭의 펜팔. 

바쁠땐 주고받지 않았을거고... 어차피 매일 만나서 얘기하니까 

사이사이 생략된게 많겠죠? 라고 생각하면서 썼어용

사이사이 뭔일이 있었는지는... 읽는 분들의 생각에 맞겨볼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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