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판14] 우리 집

[라하히카] 괜찮아?

나는 네가 걱정돼

모험록 by 기록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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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효월의 종언 : 6.0

- 90 토벌전 이후

- 마지막 멘퀘 영상에서 빛전이...잠시 죽었다 숨만 붙어있는채로 오랫동안 혼수상태였다 깨어났다면

- 둘이 사랑하냐 하면 그건 아니고...그라하의 외사랑을 받아주고 있는 관계 (tmi

- 공포 7,128자

나는 네가 걱정된거라고!

빛의 신 하이델린 마저 꺾은 새벽의 동료들이 별들의 종말 앞에서 하나둘씩 무력하게 당했다. 모두가 바람에 흩날리는 낙엽처럼 스러지고 마지막으로 그녀가 남았을 때 그라하는 방패를 들고 검을 꽂아 푸른 날개로 그 앞을 지켰다. 아주 찰나였을 뿐이었지만. 방패가 깨지고 새벽이 종말의 바람에 휩쓸리는 순간 그녀는 전송 장치를 써 모두를 보내고 종말 앞에 홀로 남았다. 함교로 돌아온 그라하 티아는 옆에 있던 이들이 진정하라고 다독일 정도로 심히 불안해했다.

당연한 일이다. 그라하 티아는 여기 있는 사람들 중 유일하게 베아트리체 랄의 '죽음'을 목격하고 그 시대를 산 사람이었다.

그 끔찍한 재해를 뒤바꾸기 위해 그는 미래에서 다른 세계의 과거로 넘어가 100년 동안 세계를 지켰다. 오로지 '영웅'을 지키기 위한 한 사람의 운명에 대한 반역이었다. 그런 그녀가 이번엔 자신(들)을 지키기 위해 종말 앞에 홀로 남았다. 구하고자 한 사람이 되려 그 자신을 구했다.

채 전하지도 못한 말을 가슴에 품고 배에 돌아와 레포릿들의 걱정 어린 말들이 쏟아질 때...그라하 티아는 제 옆에서 괜찮다고 바로 웃어주던 얼굴이 없음에 무너져내렸다.

그곳으로 돌아갈 순 없다. 그러니 도와주러 갈 수도 구하러 갈 수도 없다. 그녀가 돌아오기만을 바라지만 만약, 만약 그녀가 종말 앞에 스러진다면... 그렇다면...

불안은 공포를 낳고 공포는 곧 절망을 낳는다. 사람들이 그에게 그렇게 쉽게 그녀가 죽을 것이라 생각하지 말라하며 기도하자 말한다. 닿지 않을 기도를 하는 것은 지긋지긋하나 그녀가 누구던가. 모두가 실패할 것이라 말하는 절망 앞에서도 기어코 판을 뒤엎고 돌아가는 세계의 영웅이다. 그 사실을 상기하며 그라하 티아는 채 공포로 점철된 마음을 애써 다스렸다.

긴 시간이 흐르고 함교에 새 하나가 날아들었다. 검은색의 새가 아닌 푸른 색의 새가. 무감각하던 검은 색이 아닌 청명이 빛나는 푸른 색의 메테이온은 절망은 스러졌고 그녀가 곧 돌아올 것이니 안심하라 했다. 자신이 다리를 이어주었으니 돌아올 길도 있다 말했다. 아, 비로소 안심하며 모두 그녀의 귀환을 기다렸다. 그랬어야 했다.

그녀는 돌아오지 않았고 사람들은 다시 불안해 했다.

이제는 청명한 색의 메테이온도 불안한 듯 발을 동동 구르며 초조해 했다. 다시 갈 수 없냐는 말에 지금은 힘들다며 고개를 저었다. 절망으로 찬 우주를 정화하고 길을 잇는 것에 모든 힘을 다 썼다 대답하는 메테이온의 표정은 당장이라도 울기 직전이었다. 그러고 보니 그녀는 뒤나미스를 읽는데 특화된 자,라고 했으니 이 함교에 들어찬 불안과 초조함, 공포를 느끼고 있을 것이다.

쿵쾅쿵쾅, 공포와 불안으로 거세게 뛰는 모두의 심장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다들 제각기 두 손을 모으고 기도를 올린다. 그들이 믿는 무언가를 향해. 그들이 믿는 그녀를 위해.

그녀의 귀환을 바란다. 그 소원 하나만을 빌었다.

퉁,

익숙한 텔레포트 음과 함께 사람들의 앞에 그녀가 나타났다. 그러나 그녀가 돌아온 것에 채 안도할 새도 없이 짙은 피비린내와 먼지 냄새가 주변을 감싸고 그라하 티아는 숨을 쉬는 것조차 잊고 말았다.

그녀는 말 그대로 '돌아오기만 했을' 뿐 죽은 사람과 별반 다를 바가 없어 보였다. 새하얀 머리칼은 그것을 한데 묶어주던 리본을 잃은 채 불과 먼지, 피로 점철되어 흐트러져 있었고 머리칼을 따라 흩날리던 베일은 갈기갈기 찢어발겨져 있었다. 그보다도 더 문제인 건 새하얀 피부는 상처에서 나온 피로 얼룩덜룩 피내음을 풍기고 있었으며 그녀의 입가가 피와 멍으로 범벅이 된 채로 창백한 얼굴을 띄고 있었단 것이다.

새하얀 피부가 아닌 핏기 없는 창백한 낯. 죽은 이의 모습과 다르지 않는 그 모습에 그라하 티아는 비명을 지르며 뛰어들었고, 그 다음은 알리제와 알피노가 달려들었으며 새벽이 달려와 그녀에게 치유 마법을 쏟아붓는다. 그 처참한 모습에 어찌할 바를 모르던 레포릿들은 리더인 리빙웨이의 지시에 당장 좌표를 입력해 샬레이안으로 이동할 준비를 한다.

호흡하지 않는 입, 뛰지 않는 심장. 계속해서 피가 흐르는 몸. 시시각각 죽어가는 앞에 두고 그라하는 제 8재해 당시 직접 보지 못했던 영웅의 죽음을 목도하는 것 같음에 다시금 무기력과 절망을 느꼈다. 그라하 티아는 그녀의 손을 붙잡고 나오려는 눈물을 삼키며 이제는 없어진 신에게 기도했다.

하이델린이시여. 부디. 그녀에게 가호를. 그녀에게 삶을. 당신이 그녀를 아꼈던만큼 그녀를 보살펴주길.

치료하는 이들도, 치료하지 않는 이들도 모두 눈을 감고 기도했다.

억겁과도 같은 시간이 흐르고 누군가가 외쳤다.

'심장이 뛰어!'

그 말에 그녀의 손을 잡고 기도하던 그라하 티아는 누구보다도 빠르게 고개를 들었다. 여전히 감긴 눈은 뜨이지 않았지만 심장이 뛴다. 호흡한다. 살아있다. 그 간단한 결과에 그라하는 울며 다시끔 어딘가에 있을 신에게 빌었다.

그녀가 아프지 않게 해달라고. 이대로 눈을 뜨게 해달라고.



종말을 막은 영웅들의 개선은 종말을 쓰러뜨린 영웅의 생명이 위태롭다는 연락과 함께 중단되었다. 발데시온 분관에 있던 소량의 짐과 함께 영웅은 샬레이안 내 최고급 의무실로 옮겨졌으며 그녀가 머무는 방은 매일 치유 마법이 가능한 자들과 의사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치유와 안정의 기운을 담은 잎사귀가 연신 향로에서 피어올라 의무실 특유의 향을 몰아내고 심신을 안정시켰으며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은 방안을 따뜻하게 하고 그녀의 몸을 데워주었으나 정작 당사자는 그 어떠한 것에도 반응하지 않았다.

처음 그녀의 상태를 마주했던 치유사와 의사 모두 경악하다 못해 몇 명은 먼지와 피비린내의 역겨움에 뛰쳐나가고 말았다. 다른 세계를 돌며 수많은 죽음을 목격한 새벽조차도 그녀의 상태에 기겁했을 정도니 가벼운 부상을 본 게 전부인 이들이 견디지 못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래, 그렇기에 새벽은 그녀가 지금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신께서 도우셨으며 당장 죽어도 이상하지 않단 말을 들었을 때 눈물조차 흘릴 수 없었다.

그렇게 종언의 결전 이후로 몇 달이 흘렀다.

그녀는 그동안 일반인이라면 진즉 죽었을 상처를 달고 살아있는 송장처럼 숨만 쉬고 있었다. 굳게 감은 눈을 뜰 줄 몰랐다. 그만큼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그녀는 헤매었고 사람들은 매일 밤을 그녀가 무사히 돌아오길 기도했다. 그런 그녀가 눈을 뜨고 한다는 말은 모두의 걱정이었다. 

그라하 티아는 베아트리체 랄이 눈을 뜨자마자 한다는 말이 '모두 괜찮아?'라는 걱정에 속이 뒤집힘을 느꼈다. 왜 우리를 걱정해? 그렇게 넌 죽지도 살지도 못한 애매한 상태로 몇 달이 흘렀는데, 모두 괜찮냐니. 너는? 왜 너의 상태는 걱정하지 않아? 넌 지금 죽었다 살아난 거라고.

아니, 좀 더 솔직히 말하자면 그라하 티아는 베아트리체 랄의 말에 분노마저 느꼈다. 다른 누구도 아닌 그녀 자신의 죽음으로 모두를 구하려 했던 일이다. 그녀는 죽어서는 안 될 사람이다. 영웅의 끝은 그래서는, ...

채 할 말을 고르지 못해 입술을 깨무는 순간 귀에 서릿발과 같은 목소리가 꽂힌다.

"왜?"

왜? 지금 그녀가 왜냐고 물은 건가? 귀를 의심하며 그녀를 쳐다본 그라하는 어깨를 흠칫 떨 수 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그녀가, 베아트리체가 서늘하다 못해 냉소 어린 얼굴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라하 티아는 저 얼굴을 잘 알았다. 그녀는 화가 날수록 웃었다. 웃으며 상대를 비하하고 내리깔았다. 왜 저 얼굴을 자신에게 하는 건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때마침 샬레이안에 돌아와 있던 새벽들도 그녀가 눈을 떴다는 소식에 뛰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제각기 다른 발소리들이 뛰어와 방문을 열고 들어온 순간 기척으로도 흠칫 놀라는 게 느껴졌다. 방 안이 싸늘하니, 얼어붙는다. 각자 가라앉은 분위기에 쉬이 입을 열지 못할 때 알리제가 먼저 입을 연다.

"베아트리체...?"

베아트리체 랄은 모두의 당황스러운 얼굴에 짙은 냉소를 띈다. 상처가 아물기는 했으나 아직 감고 있는 흰 붕대 사이로 보이는 아우라족 특유의 흰 동공이 모두를 꿰뚫듯이 바라본다.

"'왜?'냐는 내 물음에 답하지 않았지. 내가 역으로 물어볼까. 너희는 나를 위해도 되면서 왜 나는 너희를 위하면 안 될까. 대답해볼 사람."

순간의 정적.

"아. 나는 영웅이니까. 더욱 특별하니까 나를 내세워야한다는 식상한 대답은 빼주고 말해줘. 그런 뻔한 대답 듣기도 신물 나."

베아트리체의 말을 끝으로 정적은 깨질 줄을 모른다. 다들 말을 고르고 있는 것인지, 할 말을 잃은 것인지 모르겠으나 그녀에게서 가장 가까이에 서 있는 그라하 티아부터 맨 뒤의 에스티니앙까지. 7명의 사람들 중 그 누구도 대답하지 않고, 대답하지 못한다. 지옥 같은 침묵의 시간이 지나고 도착한 치료사들이 방 안의 이상한 공기에 들어오지 못하고 머뭇거릴 때가 돼서야 베아트리체는 축객령을 내렸다.

"나가. 답할 필요 없어."

그라하와 알리제는 무슨 말이라도 하고자 입을 뗐지만, 그라하는 에스티니앙의 손에, 알리제는 알피노의 손에 이끌려 방을 나설 수밖에 없었다. 베아트리체는 나가는 그들을 보지 않았고 그게 마지막이었다.


다시 한 달이 흘렀다. 영웅의 회복과 더불어 종말을 막은 것에 대한 축하연의 이야기가 나왔으나 그녀가 더는 대중들 앞에 서기 싫단 이유로 강력히 반대했기에 무산되었다. 대신 영웅이 머무는 방 앞과 발데시온 분관 앞에는 그녀를 향한 감사의 편지와 선물들이 쌓였다. 그녀가 축하를 거부했을지언정 사람들은 영웅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어 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베아트리체는 모든 편지와 선물을 살펴본 후 가지는 것 없이 전 세계 각지에 재앙으로 피해를 입은 이들에게 보냈다. 세계를 구했음에도 스스로에게 남는건 아무것도 없다는 것 마냥.

그동안 치료를 목적으로 방문한 야슈톨라와 쿠루루를 제외하고 방 안에 사적으로 들여보내진 건 오로지 에스티니앙 뿐이었다. 그가 같은 용기사이기 때문에 들여보내진 건지, 혹은 다른 이유가 있어서인지는 모를 일이다. 야슈톨라마저 에테르의 변화를 확인하기 위해 단 세 번만 방문했을 뿐 그 이후로는 마찬가지로 거절당했기에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 다들 추측했다.

한 번은 에스티니앙을 붙잡고 알피노가 물어봤지만, 그는 오로지 "그 녀석은 순조롭게 회복 중이니까 방해하지 마."라는 형식적인 대답을 제외하곤 그 어떠한 답도 하지 않았다. 새벽에게 돌아가며 질문을 들어서인지 며칠 후 브리트라가 의뢰를 넣었다며 라자한으로 도망가듯 가버린 탓에 더 물어볼 수도 없었다.

형식적인 대답과 침묵 속에서 그라하는 발데시온 위원회의 일로 가장 자주 붙어있는 사람인 -라고는 하지만 실상 붙잡고 물어볼 만큼 친하다고 여길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인- 쿠루루에게 혹시나 싶어 물어봤지만 역시나 비슷한 답이 돌아왔다.

"선배, 베아는..."

"말 끊어서 미안하지만 라하, 나도 물어봤어. 새벽과 대화하지 않으려는 이유에 대해서. 그 사람은...베아트리체는 아무것도 답하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았어."

"선배한테도 대답하지 않았어?"

"말은 하지 않았지."

애매한 대답에 그라하가 답을 종용하듯 침묵으로 일관하자 쿠루루는 잠시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굉장히.....슬픈 표정이었어."

"슬펐다고?"

"그 사람 특유의 담담한 얼굴이었지만...보다.....그래, 억눌러 참은 것 같은 표정을 잠깐 지었어. 다시 돌아오긴했지만."

"......"

"라하, 나는 울티마 툴레로 가지 않았기 때문에 당시 상황을 너희로부터 들은게 다야. 너희가 겪은 일이기 때문에 내가 함부로 판단할 수 없어. 나는 오로지 들은 것을 생각하고 느낄 뿐이니까. 하지만 라하, 나라도 굉장히 화가 났을거라는 생각이 들어."

" ...! 왜? 이유를 알겠어?"

답의 실마리를 잡을 것 같음에 그라하는 고조된 목소리를 내었지만 되려 쿠루루의 낯은 굳었다.

"...라하. 생각해봐. 울티마 틸레에서 산크레드는 존재를, 에스티니앙은 바람을, 야슈톨라와 위리앙제는 미래를. 너는 스스로를, 알피노와 알리제는 한걸음을 위해 각자의 이유로 길을 터줬어. 베아트리체는 그 덕에 나아가 메테이온과 마주봤고."

"그래. 그 덕에 우리는 종말을 막았지."

"결과적으로는 좋지만 그 과정에서 베아트리체는 종말과 상실을 쉬지 않고 겪은거야. 그것도 자기가 실패하면 모두 사라진다는 압박감에 시달리면서."

그라하는 말없이 듣기만 했다.

"베아트리체는 많은 상실을 겪었어. 너도 물론 겪었겠지만 베아트리체는 영웅이니까, 라는 이유로 더 많고 깊은 이별을 했을거야. 그런 베아트리체한테 앞으로 가라면서 길을 터준 사람들을 위해 해줄게 뭐가 있었을지 생각해봐. 베아트리체도 똑같이 한거야. 돌아갈 길을 터준 것 뿐인데 다들 화를 내니까 베아트리체도 화가 난거지."

"하지만,"

"그 '하지만'을 말하는 순간 너는 베아트리체의 분노를 이해하지 못했다는 증거가 돼, 라하."

"!"

"아마 에스티니앙만 방에 들인 이유도 같은 의미라고 생각해. 영웅이고 희생해야할 사람이 아니라 같은 동료로써 바라봐줬기 때문이 아닐까?"

"...뭐,"

"너희가 동료가 아니라는 뜻이 아니야. 이건...설명하기 어려운 감각이라 오해를 살만한 말이긴 하네."

"....."

"나는 모래의 집과 돌의 집에 도착했었을 때의 전후 사정을 제대로 알지는 못해. 베아트리체가 겪은건 더더욱. 어디까지나 추측인 이야기지만...라하, 한 번만 더 생각해봤르면 해. 베아트리체가 화난 이유."

"..... ....."

그라하는 생각에 잠긴 듯 입가에 손을 댄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쿠루루는 그런 그라하를 툭툭 쳐주곤 말없이 발데시온 분관의 문을 나섰다.

아무 말도 듣지 못했다고 했지만, 쿠루루는 그라하에게 많은 힌트를 던져준 셈이었다. 그라하는 그 순간부터 베아가 머물던 발데시온 분관의 방 침대에 앉아 생각에 빠졌다. 해가 지고 달이 차올라 창 밖에서 빛을 드리우고 나서야 그라하는 자신이 꽤 밤늦게까지 생각에 빠졌다는걸 눈치챘다. 열려진 창 밖의 달이 훤했다. 그 모습이 꼭, 팬던트 거주관에서 자신이 내주었던 베아의 방 창문 같았다.

역설적이게도 그 평화로운 달빛에 그라하 티아는 홀민스터 진압 작전이 끝났던 순간을 떠올렸다. 지독하리만큼 무감한 얼굴에 튄 새하얀 핏자국들. 그 위로 덧씌워진 짙은 피로와 고통. 거대한 대죄식자를 죽인 빛이 창 끝을 타고 땅에 떨어져 빛을 고여내고 있었다. 그리하 티아는 수정공이 되어 영웅 앞에 무릎을 꿇고 간청했다. 세계를 구해달라고. 그 사람이 빛을 토해 쓰러지는 그 순간까지도 세계를 구해달라 말했다. 그 모든 걸 자신이 만들었었다. 나중에 자신이 그 죄를 짊어지겠다는 허울 좋은 핑계 한마디만으로 그 모든 걸 겪게 했다.

너는 영웅이니까. 없어선 안 될 사람이니까. 그러니까 내가.....

아.

그 순간 그라하 티아는 왜 쿠루루가 자신의 말이 베아의 분노를 이해하지 못한 증거라고 말했는지 알 것 같았다.


잡담


효월...그 중에서도 울티마 틸레 부분의 멘퀘를 밀 당시에 가장 많이 했던 말은 단연컨데 "또 나만 두고가?""또 희생각 세운다 어디가냐고"였다. 마지막에 르베유르 쌍둥이와 대화할 때 알리제가 내 마음을 대신 말해줬었다.

“왜 이 사람만 희생해야해?”

정신을 차린 후에 새벽이 하는 멘트들을 보면 다시는 그러지 마라, 우리 심정이 어떻겠냐...등등 빛전에게 그러지 말라고 한다. 자기들은 희등때부터 뺀질나게 그랬으면서.

생각해보면 희등때부터 늘 그랬다. 영웅이니까. 희망이니까. 유일무이하니까. 그래서 모두가 떠받들어서 지켜주고 등 떠밀어줘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도와주는 그런... 영웅의 이야기에 동료의 도움은 필수요소라지만 밑도끝도없이 계속 반복하다보면 게임 유저인 나랑 달리 인게임 내 내가 플레이하고 있는 캐릭터는 심한 무력감이나 분노에 휩싸이겠다는 생각을 자주했다.

쓰다보니 조금 산으로 가긴했지만....베아는 반대로 새벽에게 혼자두고가게 해서 미안하다는 말이 듣고 싶었을 것 같다. 결과적으로야 뭐....아젬의 크리스탈로 소환됐을 때처럼 잘 됐다고는 하지만 어찌됐든? 그 순간 사라진건 맞으니까.

+그리고 산크레드 니가 할 소리냐. 너는 쓰러지고 일어나니까 애가 공기가 됐는데ㅠ

+ 뒤는 더 생각해보긴 했는데 글 쓰는 재주가 없어서...또 몇 달 후에나 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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