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판14] 다른 집

[히카산크] 농도

더할나위 없는 해결책

모험록 by 기록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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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효월의 종언 6.0

- 잭시님에게 드리는 산크 드림 글 22

- 페브 쓰려고 돌린 진단들인데 생각보다 엄청난걸 봐버렸;

- 공포 1,900자

잭산크. 그 사람이 당신을 사랑할 때,

처음에는, 당신과 같은 버릇을 발견할 때마다 새삼스러워진다.

그러다가 당신의 등허리를 쓸어내리거나 어깨를 쓰다듬는 등 스킨쉽의 농도가 짙어진다.

마지막엔 당신이 그 사람의 외모에 약한 것을 이용해 당신의 시선을 붙잡아둔다.

#당신을_사랑하는_방법

최초의 발견은 아주 사소한 것이었다.

산크레드 워터스가 말을 할 때 전에 하지 않던 손동작을 하는 것을 발견한건 하칸 아룰라크 였다. 처음엔 몰랐다. 손동작이야 사람이라면 말하다 할 수 있는 것이었고 그건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었으니까. 그러나 잭이 그것을 눈치챈 이유는 다른 곳에 있었다. 그 이유. 하칸은 자신의 버릇을 산크레드 워터스가 하고 있다고 확신했다.

그는 모르지만 자신은 아는 것이라니. 하칸은 작게 희열마저 느끼며 산크레드에게 한마디를 한다.

"산크레드, 그거 알아?"

"뭘?"

"너 그런 습관 있는거."

산크레드 워터스는 맹세코 하칸, 그가 말할 때까지 전혀 몰랐다. 알 도리도 없었다. 어떤 사람이 자신의 버릇을 스스로 눈치챈단 말인가? -물론 그런 사람은 많다. 없는건 아니다.- 그는 밀정이길 그만둔 이후로 자신에 대해 크게 곱씹어본 적이 없었다. 그는 단 하나의 여왕을 수호해야 하는 건브레이커였고 그로 인한 자신의 안위는 살피지 않았었으니까. 그런데 버릇이 뭔지 살필 리가 있겠는가?

"나한테 그런 습관이 있었다고?"

"응. 지금도 하고 있잖아. 목 뒤를 손끝으로 긁는거."

그 말에 놀란 듯 산크레드는 목 뒤로 가 있던 손을 끌어와 멀거니 내려다본다. 전혀 몰랐다며 중얼거리는 그를 보며 그날 처음으로 하칸은 산크레드 워터스에게 이길 수 있단 생각을 하고 만다.


최초의 발견 이후로 수일이 지난 날이었다. 그날도 여느 날처럼 평범했다. 의외를 받고 처리하고 다시 의뢰를 받고 처리하고. 하칸 아룰라크는 딜러와 힐러를 주력으로 삼은 모험가였기에 자연스레 탱커인 산크레드가 도우러 나섰던 날이었다. 둘은 의뢰가 일단락된 후 골목길 벽에 기대어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문득 하칸의 높다란 시선 아래로 산크레드의 곧게 뻗은 등줄기가 보였다. 딱 맞게 입혀진 코트 자락을 따라 흘러내린 단단한 근육이 옷 안에서 살아 숨 쉬는 것 같다.

저도 모르게 그의 등허리를 쓸어내리자 산크레드는 불에 덴 것처럼 화들짝 놀란다. 목 뒷께를 손 끝으로 훑으면서 말이다. 알면서도 모른 체를 하는 걸테지만 하칸은 어른 답게 모른 채를 하며 그의 어깨에 머리를 올려 웃었다. 어깨에서 느껴지는 진동에 산크레드가 헛웃음을 흘리며 입을 연다.

"뭐하는거야, 칸."

"그냥. 산크레드가 귀여워서."

"이 나이 먹은 남자한테 귀엽다고 하는 건 너 뿐일 거야."

산크레드는 머쓱한 듯 한 번 더 목 뒤를 손 끝으로 살짝 긁으며 시선을 피했다. 머쓱할 때 하는 행동이라는걸 이미 하칸은 학습해버렸다. 역시 스킨쉽의 농도가 짙어지는걸 그가 모를 리가 없지만 이번만큼은 귀여워서 넘어갔다. 산크레드 워터스의 당황이라니. 이 귀한 장면을 쉬이 놓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지막은 쉬웠다. 하칸 아룰라크는 산크레드 워터스가 얼굴에 약한 것을 이용해 시선을 붙잡았다. 세상 온갖 미인을 보며 밀정 노릇을 한 그를 외모로 꼬셔내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얼굴이라는 건 단순히 외모로 일컫는 것이 아니다. 그 사람을 사로잡을 시선과 그 사람에 대한 감정. 그것만 있다면 외모는 자연스레 다음 순위로 들어온다. 하칸은 여기에 꼭 알맞았다. 하칸 아룰라크가 누구인가. 에오르제아의 영웅이자 세상을 구한 희망이며 모두가 그를 포기했을 때 그를 구하러 온 그의 은인이기도 하다.

사람은 드러나는 것에도 휘둘리지만 드러나지 않는 것에 더 크게 휘둘리는 동물이다. 외관이 아닌 마음 깊이 감정을 가졌을 때 그것을 쥐고 흔든다면 과연 어렵지 않은 것이 있을까? 이 것에 관해 앞서 언급했듯 하칸은 완벽했다. 산크레드 워터스라는 남자의 시선을 붙잡는 것에, 아주 꼭.

하칸 아룰라크, 그가 하는 사랑에 스스로가 더할 나위 없는 해결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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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페어
#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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