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판14] 다른 집

[히카산크] 깨달음

왜 그랬는지 알겠어

모험록 by 기록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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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월의 종언 6.0

- 잭님 산크드림 헌정글 333

- 짧습니다 아주 짧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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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산크의 문장,

「당신이 왜 스스로를 무기로 취급했는지 알겠어요. 당신 자신을 닳고 닳도록 쓰고서 내던지고 싶어서였군요. 쓰러진 인간은 때로 구원받지만 망가진 무기는 누구도 다시 쥐지 않으니.」

#오늘문장

#진단메이커

산크레드, 이제는 좀 알겠어.

잭은 산크레드를 바로 내려다보았다. 산크레드 워터스는 그 시선에 꿰뚫리는 느낌을 받았다. 저도 모르게 한걸음 물러났다. 산크레드는 맹세코 쌍검이 아닌 건블레이드를 쥔 이후로 결코 뒤로 물러나지 않았다. 종말의 앞에서조차 모두가 쓰러졌을 때 그만이 두 발을 딛고 서 종말에게 칼 끝을 겨눴으니까.

그런데 잭, 그의 시선은 그것보다도 강렬했다. 그것보다도 압박감이 느꼈졌다. 그것보다도 두려웠다.

시선이란 본디 많은 것을 함유하고 있다. 누군가는 그 시선만으로도 진실과 거짓을 알아차리며 감정을 알아차리고 그 사람에 대해 알아차린다. 그만큼 담고 있는 것은 무궁무진했으며 사람마다 제각기 달리 내보이는 수많은 창이었다.

그래,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게 다른만큼 알아차리는 것도 다른 일이었을테다. 그만 아니었다면. 잭, 그만 아니었다면 산크레드는 결코 드러내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 드러낸다는 단어 자체가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다. 정말이지 약점이라고 밖엔 감히 말할 수 없는 관계에서 산크레드는 잭의 입이 열림에 뒷걸음질쳤다.

"...산크레드."

"말하지마."

귀를 틀어막고 싶었다.

"비로소 알겠어."

"말하지 말라니까."

"네가 왜 스스로를 무기로 취급했는지."

"......"

"...너 자신을 닳고 닳도록 쓰고서 내던지고 싶었던거겠지.  그렇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었던거야."

"......"

"쓰러진 인간은 때로 구원받지만 망가진 무기는 누구도 다시 쥐지 않지. 그러니 망가뜨린거야. 부순거야."

"말하고 싶은게 뭐야."

"..... .....너는, 누군가에게 다시 사랑 받아 구원 받는게 두려웠던거야. 아니야?"

그 말에 산크레드 워터스는 말문이 막힌 듯 입을 다물었다. 잭의 말은 구구절절 틀린 것이 없었다. 자신은 구원을 받았고 구원을 받아 삶을 영위했으나 그 구원은 이내 손을 빠져나가고 말았다. 그런 자신이 한 아이를 구원해 그 삶을 이어줬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생각했다. 자신의 삶 따위는 듸돌아보지 않았다. 더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해서 지킬 것이 없는게 아니었다. 자신은 새벽의 검이자 방패였으며 한 아이에게 등을 보인 아버지였다. 과분하리만큼 얻은 수식이 많다. 그래서 그 압박감에 못 이기는 척 내려놓고 싶을만큼 상실감을 견딜 수가 없었다.

잭은, 새벽의 희망이자 등불은, 에오르제아의 영웅은, 산크레드의 앞에 다가왔다. 그리고 천천히 끌어안았다. 아우라족 특유의 뿔에 상처입지 않도록 조심히 그를 끌어안고 정수리에 턱을 기댔다. 그의 품에서는 쇠와 먼지, 피와 세월의 무기가 묻어있었다. 꼭 너만 그런것이 아니라는 듯, 나도 그러하다는 듯한 그 모습에 산크레드 워터스는 천천히 손을 뻗어 그의 갑옷자락을 붙잡았다.

울음은 끝내 터져 나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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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페어
#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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