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판14] 다른 집

[히카산크] 눈물

다 알고 있었어?

모험록 by 기록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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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잭시님 산크 드림글 4444

- 단문입니다. 짧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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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산크은/는 평소와 똑같은 얼굴로 눈물 한 방울을 흘렸다.

"너, 다 알고 있었어?"

#자캐가_눈물을_흘릴때

산크레드 워터스는 눈물을 한 방울 흘린다.

잭은, 그 앞에서 웃는다. 아니, 웃으려고 노력한다. 차마 그의 얼굴에 대놓고 말을 할 자신이 없었다. 그의 감정을, 시간을, 산크레드 워터스라는 남자 그 자체를 알기에 침묵이 섞인 웃음을 골랐다. 그 무언의 긍정에 기어코 눈물 한방울이 흘렀다. 산크레드 워터스는 다시 한 번 더 물었다.

"너, 다 알고 있었어?"

낭떠러지에서 떠밀린다 하더라도 그것보다 괴로운 목소린 아닐 것이다. 남들이 보기엔 평온한 어조였으나 잭, 그는 그가 당장 주저앉아도 이상하지 않다는걸 눈치채고 있었다. 그만큼 잭은 산크레드를 잘 알았다. 산크레드가 잭을 아는만큼, 아니, 그것보다도 더. 그야 당연하지 않은가. 산크레드의 사랑보다도 더 오래된게 잭의 사랑이었다.

잭은 태연함을 가장한채 웃었다. 이럴 땐 산전수전을 다 겪은 영웅이라는게 그렇게 고마울 수 없었다. 남들 앞에서 능숙히 표정을 갈무리하고 제가 원하는 것만을 띄우던 피곤함을 이렇게 써먹고 싶지 않았다. 설령 쓴다 하더라도 산크레드, 그에게만은 다른 형태로 보이고 싶었다. 친구이자 동료로써. 언제나 든든한 사람으로써. 그 뿐만을 바란 것 뿐인데.

침묵하고 싶었다. 상처주고 싶지 않았다. 그에게 상처를 주느니 영원히 침묵하는 것을 선택할 터였다. 그러나 지금 필요한건 침묵이 아닌 답임을 알았다. 피하고 싶다고 피할 수 있는게 아니었다. 결국 침묵이 아닌 답을 종용하는 그 얼굴에 영웅의 표정은 짝사랑하는 한 남자의 표정으로 바뀌었다.

"...내가,"

잭의 입이 열린다.

"너에 대해 모르는게 있을리 없잖아."

그 씁쓸하고 자조적인 한문장에 산크레드는 당혹감으로 쥐었던 주먹이 식은땀으로 젖어드는걸 느꼈다. 잭은 다 알고 있다는 듯 웃었다. 산크레드는 비로소 자신의 질문이 자신의 오랜 감정을 들켰다는 부끄러움보다도 그의 오랜 감정을 헤집어 파헤쳤다는걸 깨달았다.

잭의 한마디 이후로 둘의 사이엔 침묵만이 흘렀다. 지독한 짝사랑들은 곱게 포장된 선물 상자가 아닌 이리저리 구겨지고 숨겨져 흉한 모습이 된채로 서로에게 보여지고 말았다. 그것을 차마 수습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잭은 침묵을 선택했고 산크레드는 눈물을 선택했다. 위로할 수도 없었다. 대관절 누가 자신의 사랑 상대에게 사랑을 위로 받고 싶어하겠는가.

산크레드는 눈물을 닦았고 잭은 미소를 닦았다. 그 고요 속에서 산크레드는 차라리 어색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말았다. 서로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어색해했으면. 그로인해 바보같은 웃음을 흘리며 부끄러워했으면 차라리 나았을까. 차라리, 차라리...

"산크레드."

상념을 가르는 목소리가 들린다. 앞엔 저와 다르게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은 남자가 서있다.

"두려워하지마."

"...뭘."

"자책하지도 말고."

"...그러니까 뭘."

"그 질문에 대한 답은...굳이 하지 않을게."

어차피 말하지 않아도 알잖아, 라며 잭은 돌아섰다. 먼젓번 여러 일을 겪었으나 그가 등을 보인 것은 처음이었다. 정확히는 도망치는 것이 처음이었다. 그는 늘, 자신의 뒤에 있을지언정 도망치지 않았다. 그는 에오르제아의 영웅이자 새벽의 등불이었다. 그는 결코...

아.

산크레드의 입에서 스스로도 비웃을만한 멍청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가 한 행동은 도망이 아니다. 회피도 아니다. 이 모든 것에서 도망치고 싶어하는 자신 대신에 자리를 비켜주는 것 뿐이다. 사실 도망치고 싶었던건 자신이건만. 왜, 왜. 내가 뭐라고. 네가...

"......"

홀로 남겨진 산크레드는 곱씹었다. 결국 자신은 하나도 발전하지 못했다. 도망치듯 한 행동에 주변 모두가 상처를 입었고 그 피해는 자신이 되돌릴 수 있는게 아니었다. 그 중에 그가 있으리라곤 생각치도 못했다. 자신이 늘 미안해하며 쫓아다녔던 뒷모습은 자신을 거둬주신 아실리아의 아버지와 자신이 지키지 못한 민필리아와 자신이 두고 온 딸, 린이 전부라 생각했다. 그는 강하기에 아무래도 상관없는 줄로만 알았다.

그래, 바보는 나였다.

그 생각이 들자마자 산크레드는 그가 사라진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폐부에 땀이 차고 눈동자는 사라진 그의 뒷 모습을 찾아 헤매기 바쁘며 갑작스레 달리는 다리는 제멋대로 휘청인다. 하지만 그에게로 향할수만 있다면 어떠랴. 이번엔 놓치지 않을 것이다. 않아야한다. 그가 자신을 사랑하는 것처럼, 자신도 그를 사랑한다. 이 헤묵은 감정이 가슴 속이라는 흙에서 드러나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마침내, 비로소, 자신의 무지를 뒤늦게라도 깨달은 남자가 그를 사랑하는 남자에게로 달린다.

아, 보인다.

마침내, 비로소, 산크레드 워터스는 자신의 감정의 원인이자 결과에 도달했다.

마주한 그의 감정은 환히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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