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판14] 다른 집

[히카산크] 너를,

내가 지켜야하는데

모험록 by 기록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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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잭님 산크 드림 5탄

- 탐라에 돌던 '라하브레아가 산크 몸으로 빛전 죽인거니 산크가 충격 받겠다.' 라는 트윗보고 뽕차서 그만....(주절주절)

- 늘 그렇듯 짧고 캐해석 대실패입니다...

- 오탈자 체크 안 했습니다;

- 공포 8,000자

산크레드.

고요한 방의 적막을 깨는 낮은 목소리에 웅크리고 있던 남자의 어깨가 흠칫 떨린다. 흡사 벼락이라도 맞은 것 같은 모양새에 남자를 부른 다른 남자, 하칸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마도성 프라이토리움 진입 작전. 제국의 주요 거점을 치기 위해 에오르제아 3개 도시 및 갈론드 사가 합동했다. 유례없을 크기의 단결에, 그리고 영웅의 등장에 모든 이들의 고양감이 치솟았다. 시드 난 갈론드의 비행선으로 쉬이 침입한 영웅은 그 작전을 훌륭히 수행해냈을 뿐만 아니라 네로 톨 스카이와와 가이우스 반 바일사르, 그리고 아씨엔 라하브레아에 의해 되살아난 고대병기 알테마 웨폰까지 파괴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직후 영웅은 라하브레아와의 결투 도중 살해당하고 말았다. 아무도 모르는, 아씨엔만이 아는 죽음이었다. 다행스럽게도 하이델린이 내린 빛의 가호로 되살아난 빛의 전사는 다시 한 번 더 라하브레아와 사투를 벌였고 그 결과 아씨엔 라하브레아를 제압해 그에게 몸을 빼앗긴 산크레드 워터스를 되찾았으며 붕괴되던 시설에서 무사히 도망치기까지 했다.

결과적으로 보면 더할 나위 없이 경사스러운 일이었다. 오랜 적이었던 갈레말의 주요 거점이 줄줄이 박살냈으며 그곳을 통솔하던 지휘권자들도 모조리 제압했고, 무엇보다 제국과 아씨엔의 비장의 무기라던 알테마 웨폰도 파괴되었다. 에오르제아 3개 국가는 한데 뭉쳤으며 제국은 전선을 물렸고 새벽의 혈맹은 아씨엔으로부터 에오르제아를 구했다.

3개 도시 수장들이 모여 에오르제아의 평화를 선언한 행사까지 잘 마무리 된 직후 직후 이 경사스러운 일의 중심에 있던 두 남자는 각자 다른 이유로 방에 틀어박혔다. 명목상 치료를 위한 것이었지만 한명은 자의로, 한명은 타의로 방에 들어간게 차이점이었다. 뭐, 이유야 어쨋건 두 사람 다 겪은 일이 작은 것이 아니었기에 모두가 납득하고 두 사람의 쾌유를 빌어주었다. 두 사람이 이 이후에 어떻게 될지 몰랐기 때문에 벌어진 균열이었다.


하칸이 다시 눈을 떴을 땐 행사로부터 이틀이나 지난 시점이었다. 온 몸은 성한데가 없이 쑤셨으며 특히 라하브레아에게 당한 마법 탓인지 몸의 에테르가 흐트러져 꼬박 하루를 맨 정신으로 더 앓고 나서야 앉을 수 있었다. 그동안 사람들은 제각기 이유로 하칸의 방에 방문했다. 몸을 치유해주러온 야슈톨라, 대단한 결과였다면 흥분감을 감추지 못하는 알피노, 라하브레아와 알테마 웨폰에 대해 연구하러 온 위리앙제. 시드와 빅스, 웨지까지 찾아와 마도 병기가 직접 구해준 것에 놀라움을 느끼며 한창 이야기하다 갔다.

그들이 머물다 가고 저녁이 되었을 무렵, 민필리아가 방으로 찾아왔다. 조심스레 방문을 연 그녀는 몸은 어떻냐는 가벼운 인사부터 시작해 홀로 싸우게 해서 미안하다는 등, 기쁨보다도 미안함과 슬픔을 표했다. 하칸은 괜찮다는 듯 잘 움직이지 않는 손을 올려 저었다. 정말로 괜찮다는 듯이. 그 모습을 바라보던 그녀는 할 말이 있는 듯 입술을 달싹였으나 나오는 말이 없었다. 사과는 정말 됐는데, 따위의 속편한 생각을 하던 하칸에게 그녀는 의외의 말을 꺼냈다.

"산크레드는...오지 않았죠?"

"응?"

"산크레드 말이에요. 오지 않았죠?"

산크레드? 갑자기 나오는 이름에 하칸은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생각해보면 그는 오지 않았다. 그렇다고 하칸은 문병도 안 오냐고 투덜거릴만큼 속이 좁지 않았다. 당연하지 않은가. 무려 원형 아씨엔에게 몸을 빼앗겼다. 몸과 마음이 성할 리가 있겠는가. 자신만큼, 아니 자신보다 더 그의 상태가 좋지 않을 것이라며 되려 걱정했다. 그렇기에 자신이 먼저 쾌차하면 그에게 찾아가려했다. 찾아가서 괜찮냐고 묻고 고생했다고 등을 두들겨줄 요량이었다. 민필리아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하칸은 말했다.

"응, 안 왔어. 하지만 그런걸로 화낼만큼 난 성격 나쁘지 않아, 민필리아. 원형 아씨엔한테 몸을 뺏겼는데 회복이 쉽겠어? 생각난김에 물어봐야겠네. 산크레드는 어때?"

그 때까지만 해도 하칸은 정말이지, 아무 생각도 없었다.

"산크레드가.....아무하고도 만나려고 하지 않아요. 행사 이후로 방에서 나온 적조차 없어요. 있는건 확실하지만 불러도 대답도 없고... 괜찮은지 걱정이에요."

...민필리아에게 이러한 대답을 듣기 전까지 말이다.

처음엔 반문해주려 했다. 산크레드는 아씨엔에게 몸을 빼앗겼고 그 때문에 새벽의 거점을 공격 당한 만큼 당장 사람을 마주치는게 힘들 수도 있다. 시간을 좀 더 주자. 본인에게도 추스를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렇게 말하는 하칸 앞에서 민필리아는 한숨을 쉬며 고갤 저었다.

"그런게 아니에요, 하칸. 제가 왜 그 생각을 안해봤겠어요. 당신이 말해준 부분을 저 역시 이해하고, 걱정하고 있어요. 우리 새벽은 한 번 등불이 꺼졌었고 많은 동료를 잃었죠. 그 때 내 앞에서 스러져간 동료들의 얼굴을 나는 평생 잊지 못 할거에요."

하칸 아룰라크는 등불이 꺼진 모래의 집을 떠올리곤 조용히 눈을 깜빡였다. 제 손으로 시신을 운반하고 묻어주기까지 했던 그 날의 참상이 고스란히 떠오른 탓에 주먹에 힘이 들어갔으나 애써 내색하지 않았다. 더 말해도 된다는 듯 시선을 피하지 않은채 침묵을 이어가자 민필리아는 망설이며 말을 이어갔다.

"...산크레드는, 그는 평상시에도 모두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었으니 일련의 사태에 얼마나 힘들어했을지 모르지 않아요. 그 마음을 모르는게 아니에요."

"...그럼 왜..."

"제가 걱정하는건, 산크레드의 재기가 가능하냐는 거에요. 그가 쉬이 꺾이지 않는 사람인건 저도 알아요. 산크레드는 늘 든든한 오빠이자 새벽의 정보원이죠. 하지만, 이번 사건들에 그는 직접적으로 관여되고 말았어요. 그것도 아씨엔이라는 가해자의 형태가 되어서요. 그 부분을 견딜 수 있을지를 걱정하는거에요."

민필리아의 말이 끝나고 병실은 침묵에 잠겼다. 하칸은 말이 없었고 민필리아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한숨을 쉴 뿐이었다. 도시간의 정세를 따졌을 때 결과적으론 좋을지 몰라도 그 과정에서 모래의 집이 궤멸에 가까운 타격을 입었다. 많은 이가 죽었고 그 중심에 선게 제가 친오빠처럼 믿고 따랐던 이라고 한다. 물론 그가 직접 한 것은 아니었으나 그가 몸을 빼앗겨 수뇌부에 침입해있던게 문제였다. 아씨엔이라는, 인간이 해결할 수 없는 타의였음에도 무덤의 숫자는 달라지지 않는다.

이 복잡한 상황 속에서 맹주로써 중심을 잃을 수가 없었던 민필리아는 마음껏 슬퍼하지도 못했다. 저 대신 목숨을 걸고 작전을 수행하고 산크레드까지 구해온 그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무력하고 또 무력해서 할 수 있는게 없었다. 입술을 짓씹는 민필리아의 앞으로 낮고 갈라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민필리아."

그 목소리에 민필리아는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옅게 웃는 낯을 띄운 그가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가볼게."


-그렇게, 하칸 아룰라크가 산크레드 워터스의 병실로 향하게 된 것이다.

밤이 깊어 아무도 다니지 않는 복도를 따라 걷는 동안 하칸은 많은 생각을 했다. 하고 싶은 말도, 해야할 말도 많았지만 뭐부터 해야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조차 사치라는 듯 복도를 걷는 동안 다리는 후들거리고 상처는 욱씬거리며 통증을 호소했다. 당장이라도 방으로 돌아가 안정을 취하고 잠에 빠져들라고 경고하는 것 같았다. 그런 경고에도 하칸은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복도 끝의 굳게 닫힌 문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한 걸음, 한 걸음. 문이 다가올수록 심장은 요동치고 호흡은 가빠졌다. 문 앞에 도착했을 때 땀이 비오듯 흘렀고 채 아물지 못한 상처들에서 새어나온 피로 붕대가 조금씩 물들고 있었다. 솔직히, 아팠다. 당장 누워서 쉬고 싶었다. 그런데 문 뒤에 숨어버린 산크레드, 그를 두고 어떻게 돌아가란 말인가. 하칸은 벽을 짚고 있던 팔을 떼 얼굴을 한 번 문지르곤 크게 심호흡한 뒤 문을 두드렸다.

똑똑.

답은 없었다.

똑똑.

마찬가지다.

하칸은 잠시의 고민 후 문고리에 손을 올리고 돌렸다. 복잡한 마음을 비웃기라도 하듯 문을 허무할만큼 쉬이 열렸다. 애당초 잠겨있지 않았던걸까. 그 누구도 그의 문을 열어볼만큼 가깝지 않았던 것인지, 혹은 그의 문을 억지로 열지 않을만큼 배려한 것인지는 모른다. 그러나 당장 확실한건, 자신은 이 너머에 들어갈 수 있단 것이다. 아니, 들어갈 것이다. 들어가서 마주해야했다. 그에게 파여진 이 깊은 문제의 골을 메꾸기 위해 문을 열었다.

문 너머엔 침대 위에 웅크린 남자가 있었다. 작전 이후 행사에서 보았던, 환자복에 붕대를 감은 팔다리가 드러난 모습이었다. 달리 말하자면 그는 그 짧은 대화와 웃음 이후로 자신을 이 방 안에 가뒀단걸테다. 모두에게 '자신이 괜찮다' 보여준 그 순간부터 쭉, 말이다.

분명 문이 열리는 소릴 들었고 제가 들어온 것을 알고있음에도 무시하는 태도에 하칸은 눈을 깜빡였다. 그를 억지로 끌어내고 싶은 마음과 그를 어르고 달래고 싶은 마음이 충돌했다.

"산크레드."

고요한 방의 적막을 깨는 낮은 목소리에 웅크리고 있던 그의 어깨가 흠칫 떨린다. 흡사 벼락이라도 맞은 것 같은 모양새에 하칸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발을 내딛자 그의 어깨가 조금씩 떨려오기 시작한다. 한 발 한 발, 내딛을 때마다 어깨를 움츠러 들고 떨림은 커진다. 겁이라도 먹은 모양새였으나 하칸은 결심한 듯 멈추지 않았다. 방 안으로 들어와 문을 닫는다. 다시 외부로부터 공간을 차단시킨 뒤, 천천히 걸음을 옮겨 다가갔다.

이윽고 힘겨운 걸음의 끝인 침대 앞에 섰을 때도 산크레드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하칸 역시 그에게 별다른 말을 꺼내지 않았다. 그 고요하고 불편한 적막을 감싸는건 검푸른 밤과 커튼 새로 들어오는 달빛 뿐이었다. 결국 불편한 침묵을 깬건 이번에도 하칸이었다.

"괜찮아?"

다시 또 침묵. 먼저 말을 꺼낸게 무색하리만큼 산크레드에게선 그 어떠한 말소리도 흘러나오지 않았다. 그가 상처 받고 힘들어하리란건 알았지만 지금은 흡사 등껍질 속에 대가리를 쳐박고 몸을 숨긴 거북이와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그를 억지로 끌어내기에 하칸은 너무나 지쳤고, 아팠기에 우선 몸을 숙여 침대에 앉았다. 침대는 건장한 성인 남성이 눕기엔 충분했으나 두 명의 무게를 감당하기엔 부담스러웠는지 삐걱이는 작은 비명을 내질렀다. 금새 잠잠해졌지만 말이다.

하칸 아룰라크는 고민했다. 거기까지 와서 고민했다. 산크레드에게 손을 내밀지 말지를. 들어올려지지 않는 손을 겨우 뻗어 고민하고 있는 동안에도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자기 자신이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다는 듯한 태도에 하칸은 더이상 망설이지 않았다. 좋다는 말도 싫다는 말도 하지 않은건 너야, 산크레드. 하칸은 속으로 그리 중얼거렸다.

산크레드는 사실 이대로 하칸이 가줬으면 했다. 자신이 너무 비겁하고 비참하고 한심했다. 그래서 이대로 자신을 무시하고 가줬으면 했다. 이대로, 제발... 그렇게 되네이는데 손이 다가옴이 느껴졌다. 의하함을 느낄 새도 없었다. 하칸 아룰라크, 그의 팔이 자신을 끌어당겨 안았다. 작은 체구가 아니었지만 하칸의 체구는 그보다 크고 넓었기에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헉,

품 안에 끌어안겨진 산크레드는 그제서야 하지 말라는 듯 발버둥치기 시작한다. 팔로 밀어내고 또 밀어내며 거리를 두고 다신을 숨기려 들기 급급하는 그를 보며 하칸은 더욱이 밀려나지 않고 몸을 가까이 붙였다. 도망이라고 해봐야 고작 1인실의 1인 침대 위. 그것도 자신을 숨기려 웅크리고 있던 사람의 반항이 길 순 없었다. 짧은 소란이 자고 나서야 산크레드는 하칸의 품에 온전히 안길 수 있었다.

"산크레드."

하칸이 다시 그를 불렀다. 이번에도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꼭 목소리를 잃은 것 마냥 아무런 대답도 해주지 않았다. 고개를 숙인채 떠는 그의 얼굴을 조심스레 잡고 들어올리려하자 그가 고개를 홱 돌려 손을 피한다. 명백한 거부 의사. 그러나 여기까지 온 하칸이 물러날리가 없었다. 힘을 줘 억지로 들어올린 얼굴에선 짙은 피로가 느껴졌고 눈에선 짙은 후회와 절망, 슬픔 등이 넘쳐났으며 입은 고집스레 다물려있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하는 그 모습에 하칸은 한숨을 쉬며 대신 입을 열었다.

"나 많이 아파."

산크레드의 몸이 움찔, 떨린다. 눈동자가 흔들린다.

"당장 누워있어도 모자른데 여기까지 혼자 걸어왔어."

산크레드는 하칸을 밀어내려 애를 쓰던 손을 멈췄다.

"오직 너를 만나기 위해서."

산크레드는 그제서야 하칸의 상태를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얼굴에선 고통이 스쳤고 품에선 식은땀으로 젖어든 체향이 끼쳤다. 그러나 그것보다도 심각한건, 그 사이로 피비린내가 훅 끼쳤다는 것이다.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두려움으로 찼던 짙은 금색의 눈은 이제 눈 앞의 고통과 상처로 인한 두려움으로 바뀌어 차올랐다. 그 모습을 하칸은 묵묵히 눈에 담았다. 옅은 하늘색의 눈동자가 짙은 금색의 눈동자를 마주본다. 서로 눈을 제대로 마주하고 나서야 하칸은 다시 말을 이어갔다.

"네가 너무 걱정됐어. 아씨엔에게 몸을 빼앗겼기 때문에 모래의 집에 있던 사람들을 포함해서 나까지 죽었다고 생각할테니까."

침묵. 떨리는 눈동자를 바로보며 하칸은 또박또박 말한다.

" -...어느 정도는 맞고 말야."

그 한마디에 산크레드는 입술을 짓씹었으나 그마저도 하칸이 얼굴을 고정하고 있던 손의 엄지를 입안에 넣듯 끼워넣어 그러지도 못하게 만들었다. 산크레드의 자책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양, 하칸은 선언하듯 말을 이어갔다.

"그런데 그게 뭐? 아씨엔에게 몸을 빼앗길만큼 네가 홀로 책임감을 짊어지고 있었단 생각은 안 들어? 그런 틈을 파고든 아씨엔이 더 나쁘단 생각은 왜 안 해? 애당초 새벽의 일원을 죽인건 네가 아니라 제국의 망할 놈들이지. 내가 이번 작전으로 다 죽인 걔네들 말야. 사람이 사람을 자기 이익 때문에 죽였고 너는 그 속에서 구하려고 노력하다 휘말린 것 뿐이야."

"....."

"그런데 그들에게, 내게 미안하다면 넌 이러면 안 돼. 이렇게 방 안에 쳐박혀서 자책하기만 해선 아무것도 바뀌지 않아."

"....."

"산크레드 워터스."

"....."

"네가 자책한다고 떠난 이들은 돌아오지 않아. 속죄따위 될리도 없어. 하지만-...그들의 신념마저 떠나보내지 마. 슬픔을 내색하지 못 해 혼자서 울어야하는 민필리아를 홀로 두지 마. 너는 새벽의 일원이며 그들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던 사람이야. 그걸 잊지마. 잊지 말고, 포기하지도 마. 그들이 죽으면서까지 이루고자 했던 것과 새벽의 정의를. 그리고 너 자신을."

"....."

"살아. 살아서, 새벽을 다시 지켜줘."

"....."

"나는 죽지 않고 늘 곁에 있을테니까."

하칸의 마지막 말에 산크레드는 그제서야 제가 그에게 미안하다 사과하기는 커녕 구해줘서 고맙다는 감사 인사조차 하지 않았단 것이 떠올랐다. 제 상처로부터 도망치기 급급해 정작 상처입힌 이들에게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단 것을 떠올릈다.

하칸 아룰라크. 그는 자신의 어리석음에 살해당했다. 그가 영웅이지 않았다면, 하이델린의 가호를 받은 빛의 전사가 아니었다면, 그는 그대로 마도성 지하에 매몰되어 시신조차 찾지 못하고 추모되었을테다. 그런데도, 자신에게 살라고 했다. 새벽을 지켜달라고 부탁했다. 죽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자신에게 너무나도 과분한, 과분한.....감정이었다. 가슴에서 뭉쳐 넘치는 이 감정을 토해내고 싶었다.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목구멍에 차오른건 울음 섞인 절규였다.

'미안해.'

그 짧은 말이 나오질 않아 결국 산크레드는 하칸의 품에 안겨 서럽게 울었다. 울고 있는 남자와 달래는 남자. 둘 사이엔 더이상 어떠한 대화도 흐르지 않았다. 오직 시간만이 두 사람의 사이를 지날 수 있었다. 생과 사의 끝에 구원 받은 남자는 제 손에 죽었으나 자신을 구원한 남자의 손길에 하염없이 울었다.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잃어야만 했던 사람들을 추모하며, 자신에게 살해당한 이의 다짐에 울고 또 울었다.

감정을 토해내는 산크레드를 하칸은 단단히 끌어안았다. 자신의 말과 행동이 과연 그의 심경에 맞는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이 순간은 그를 위로해야함이 맞다 생각했다. 그래, 하이델린이 자신을 빛의 전사로 삼은 이상 자신은 결고 죽지 않을 것이다. 아씨엔이 내린 죽음에서조차 돌아왔기에 하칸은 확신했고, 생각했다. 하칸 아룰라크, 자신의 죽음으로써 산크레드에게 상처 입힐 일은 없을 것이다. 앞으로도, 계속. 같이 모험을 하는 이상. 결코 그를 두고 죽지 않을 것이다. 그리 다짐했다.

"...산크레드."

하칸의 부름에도 산크레드는 품에서 고개를 들지 않았다. 대신 포개져있던 둘의 다리 사이로 달빛을 받아 눈물이 반짝이며 떨어져 스며든다.

"날 봐."

난 이제 괜찮으니까.


잡담


이상하다 내 드림 포타인데 어쨰 잭님한테 주는 드림글이 최근 글의 과반수를 채우는 것 같지만 무슨 상관입니까 재밌는데(ㅋ) 오늘도 아들냄 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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