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시즈

[카르시즈] 차원을 넘어서 너에게로

너에게로, 너와 함께, 마지막으로 너만을.

하고프 2차 by 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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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마 씨, 하늘이 이상해요.”

“네 눈이 이상한 거겠지.”

에너지 드링크를 사 왔다며 건네주러 온 시즈는 한참 동안 창밖을 바라보다 말을 꺼냈다. 사건을 파헤치는 탐정처럼 고개를 기울이고 눈썹을 찡그리다가 반응이 돌아오지 않자 카르마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카르마는 그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 느긋하게 답했다. 오늘 하루가 어땠는지를 묻는 것처럼 태평하기 짝이 없는 말투였다.

시즈는 창문에서 떨어져 카르마의 앞까지 걸어가 책상을 가볍게 두드렸다. 몇 달 전보다 더 창백하게 질린 얼굴을 보며 가볍게 한숨을 쉬고는 창밖으로 보이는 하늘을 가리켰다.

“보세요, 저 하늘! 뭔가 균열이 생긴 것 같지 않나요?”

“균열이 생기는 건 네 머릿속이고. 상식이 조각나셨나?”

하늘에 어떻게 균열이 생기는지…. 참 상상력도 풍부하다니까. 카르마가 귀찮다는 듯 작게 중얼거렸다. 그러나 거리가 가까워 결국 그 말은 시즈의 귀에도 들어갔다. 일부러 노렸을 것이라고 시즈는 확신했다.

“우와…. 진짜 한 마디를 지지 않으시네요.”

시즈는 온몸으로 질색한다는 것을 표현했다. 카르마는 누가 보아도 재수 없다고 생각할만한 비웃음을 보이며 의자에 깊이 몸을 기대었다.

“질 상대가 아니잖아. 그래서, 계속 헛소리 할 거면 그냥 자는 게 어때?”

“어라? 평소에는 네가 잘 시간이 어디 있냐며 구박하셨잖아요.”

“오늘은 영 상태가 아닌 것 같아서 그런다, 왜. 옆에 있어봤자 방해만 될 것 같고.”

이 사람이 어떤 일로 날 걱정해주지, 라며 의심 반 감동 반의 표정을 짓던 시즈는 뒤이어 붙는 카르마의 말에 일그러진 얼굴이 되었다. 저 사람이 그럼 그렇지! 눈을 가늘게 뜨며 카르마를 한참 노려보던 시즈가 결국 패배했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자신이 봐주겠다는 의도가 다분한 행동이었다.

“뭐, 알았어요. 마침 피곤하기도 했거든요.”

요즘 들어 유독 그런다니까요. 작게 중얼거리는 시즈를 카르마가 고요하게 쳐다봤다. 시즈가 그 시선을 눈치 채지 않게 그는 다시 시선을 내려 책장에서 툭 튀어나온 파일을 건드려 시즈의 시야에서 감췄다. 영영 시즈에게 보여줄 생각이 없는 파일이었다.

“좋아요. 그럼 이만 들어가 보겠습니다!”

혼자 결론을 내렸는지 싱글벙글 웃는 얼굴이 된 시즈가 밝게 소리쳤다. 잠시 입을 다물고 있던 카르마는 턱을 괸 채 무심하게 시즈를 놀렸다. 단순한 고물 정령. 뭐예요?! 왜? 사실을 말했는데. 그게 어딜 봐서 사실인데요? 사실인 건 어디로 보든 사실이지. 사실을 보지 못하는 넌 눈이 나쁜가 보군? 아니지, 머리가 나쁜 건가? 카르마가 한 쪽 입꼬리를 느슨하게 올렸다.

“…이 멍청한 브로콜리가!”

시즈가 카르마를 향해 손가락질을 하다가 문을 쾅 닫고 나갔다. 카르마는 재미있다는 듯 가볍게 큭큭 웃다가 시즈의 발걸음 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게 되자 웃음을 멈췄다.

“뭐라고 해도 전부 변명이겠지…….”

하늘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건 꽤 오래 전부터였다. 모두의 눈에 보이는 것은 아니었으며 그러다 보니 기사가 떠도 헛소리 말라는 식으로 치부되기 일쑤였다. 사진에도 찍히지 않았다. 그럼에도 정보의 정령인 시즈가 혹시나 알아챌까봐 카르마는 시즈가 잠든 사이에 몇 번이고 정보를 조작했었다. 밖에 나갔다 온 시즈가 균열에 대한 얘기를 듣는 횟수가 늘어나자 데이터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삭제되도록 손을 썼다. 처음에는 미안한 마음에 손이 떨렸던 것도 같은데 이제는 퍽 자연스러워졌다.

죄책감이 들지 않는다면 거짓이다. 해서는 안 될 짓임을 알고 있다. 하지만 카르마가 아는 시즈는 누구보다도 선한 사람이라 세계가 멸망한다고 해도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이곳에 머무른다고 할 것이었다.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온 힘을 다해 소중한 이들을 지키려고 하겠지. 멸망한 세계에서의 정보 통신은 결코 원활한 수가 없으며 그로 인해 자신이 무너지게 될 것을 알아도 그 모든 걸 감내하려고 하면서 말이다. 카르마는 도무지 그것을 두고 볼 수가 없었다.

균열의 시작을 알았고, 세계가 곧 끝나갈 것이라는 것도 알았다. 카르마는 곧바로 시즈가 모르게 게이트를 만들기 시작했다. 세상은 눈 깜빡할 사이에 발전되어가고 다른 대륙으로 워프하는 것조차 이젠 간편한 일이 되었으니 카르마에게 그러한 시도는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차원을 넘어가는 입구, 흔히 디멘션 게이트라고 부르는 것을 만들기 위해 카르마는 과학 기술과 룬의 힘을 접목시켰다. 이미 깨지기 시작한 세계를 회복시키는 것이란 불가능한 일이었기에 살아남을 방법은 오로지 이것뿐이었다. 안색이 창백한 것도, 다크서클이 심해진 것도 새벽 내내 그것을 만들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시즈는 모를 것이다. 그렇게 고생한 결과, 게이트의 완성을 앞두고 있었다.

“……한 달.”

세계가 멸망하기까지 한 달 정도가 남았다. 빨간 머리 모험가 일행에게 몇 개의 게이트를 넘겨주면 그들을 선두로 하여 사람들의 대피가 이루어지겠지. 아무래도 인맥이 넓어 보였으니까 수월할 테고.

카르마는 시즈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침체된 표정으로 방을 나섰다. 정보를 건드렸으니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피로가 심할 것이었으며 더군다나 이번에는 잠드는 즉시 모든 정보와 연결이 끊어지도록 해놨기에 상태가 나빠질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는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남아야 했다. 진실을 알고 아파할 시즈에게 네 몫까지 내가 다 했다고, 그 말을 전하기 위해서.


게이트가 완성되었다. 어느 차원의 어떤 시간대로 갈 지는 설정할 수 없지만 일단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에 도착할 수 있도록 만들었으며, 혹여 종족이나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을까봐 게이트를 넘어가면서 알아서 조정되도록 했다. 게이트가 잘 작동하기만 한다면 완전히 낯선 세계에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그리 힘들지는 않을 것이다.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카르마는 시즈의 방을 향해 걸어갔다. 조용하게 눈을 감고 있는 시즈는 혼이 빠져나간 사람처럼 고요하기만 했다. 저번에 확인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시즈의 상태는 평온할 뿐이었지만 카르마는 종종 시즈가 숨을 쉬고 있는지 확인하곤 했다. 생애 처음으로 시도하는 일은 언제나 두려움을 남겼고, 강박적으로 확인하지 않으면 무언가가 잘못될 것만 같았다.

“시즈.”

어쩌면 전부 다 털어놓고 함께 하는 게 최고의 선택일지도 모르지. 가장 좋은 효율을 보이고 큰 문제없이 모든 게 잘 끝날 수도 있다. 그러나 카르마는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정보의 흐름이 깨지게 될 세계에게 과연 시즈가 얼마만큼이나 버틸 수 있는지 그것을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수많이 사람들의 대피가 끝날 때까지 시즈가 견딜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없었다. 시즈의 정신력과는 별개로 그저 ‘정보’의 정령이라는 점이 문제였던 것이다.

카르마는 침대에 걸터앉아 잠들어 있는 시즈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쓸어 넘겨주며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괜찮을까.”

처음 마주한 진정한 멸망은 카르마에게도 아무렇지 않은 일이 아니었다. 인간이 갖고 있는 생존 본능은 하루 빨리 이곳에서 벗어나라고 매일매일 경고하고 있었고 균열이 점점 더 커지는 하늘을 볼 때마다 카르마는 호흡하는 것조차 힘들어졌다. 시즈가 깨어있을 때만 해도 이렇게까지 심하지는 않았는데 이제는 목이 졸린 것처럼 헐떡이며 가쁜 숨을 내쉬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그럼에도 참아야 했고 버텨야 했다. 시즈를 홀로 보내고 시즈의 몫까지 남기로 택한 이상 카르마가 해야 할 일은 이미 정해진 것과 마찬가지였다. 자리에서 일어난 카르마는 시즈의 책상 위에 놓여 있던 종이를 조그맣게 찢어 글을 썼다. 손 떨림이 심한 탓에 상황을 납득시켜 줄 긴 글은 쓰지 못하고 찾아가겠다는 짧은 말만 적을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시즈는 괜찮을 것이다. 갑작스럽게 닥친 상황에서 어쨌든 열심히 살아보려 할 것이다. 찾아가겠다는 쪽지가 있으니까.

다시 한 번 시즈가 숨을 쉬는지 확인한 카르마는 쪽지가 차원의 틈에 떨어져 시즈가 보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정갈하게 접어 주머니 안에 꼭꼭 넣었다. 

카르마는 허리를 숙여 시즈의 이마에 짧은 키스를 남겼다. 

낯선 세계에 홀로 떨어진 네가 너무 많이 울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괜찮을 거야, 시즈.”


세계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청명했던 하늘에는 균열이 생기며 핏빛으로 물들어가고 대지는 메말라갔다. 찬란하게 개화했던 꽃들은 잠깐 사이에 바스러져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되었고 낮과 밤이 합쳐지며 별들은 빠른 속도로 낙하했다.

생과 사가 뒤바뀌는 순간은 처참할 정도로 아름다웠으며 비현실적인 광경인 기이한 전율을 일으켰다. 

카르마는 한참동안 창밖을 바라봤다. 무엇으로 인해 세계가 무너지는지 아직까지도 그 대답을 찾지 못했다. 카르마의 머리로도 이 현상은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가 없는 일이었다.

“…다행이네. 네가 이 멸망을 보지 않아서.”

시즈의 방에는 온기가 남아있지 않았다. 조용한 저택에 남은 생명이라고는 카르마가 유일했다. 

시즈의 방을 나서기 전에 카르마는 책상 위에 있던 액자에서 사진을 빼내었다. 작년에 찍은 사진이었다. 둘 만의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다음 해에도 잘 부탁한다는 의미로 찍었던 사진. 구겨지지 않도록 코팅된 사진을 조심스레 잡고 카르마는 주인 없는 방에 나지막하게 말을 건넸다. 

“시즈, 나중에 만나자.”

벌써부터 네가 보고 싶다.


홀로 남은 시간은 생각보다 외로웠고 적막했다. 카르마와 시즈가 언제나 함께 붙어 있던 것은 아니었지만 이렇게 영영 닿을 수 없이 떨어져 있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시즈의 완전한 부재 이후로는 그 고요함에 싫증이 났고 쓸쓸함이 밀려 들어왔다. 카르마도 온전히 혼자 설 수 없는 사람이었기에.

카르마는 쉐어 하우스 문 앞에 서서 이쪽으로 오기로 한 모험가 일행을 기다렸다. 그들에게 이곳으로 오라고 미리 말을 전해뒀었다. 길이 엇갈려서는 안 되며 아무 곳에나 있다가 부상을 당할 수도 있으니 보호 결계를 만들어 둔 이 하우스가 제일 안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이봐.”

다 무너져 가는 땅을 밟으며 조심스럽게 이동해 온 그들은 퍽 지친 모습이었다. 종종 세계가 불안정할 때는 있었지만 이토록 명확한 종말을 마주한 것은 그들에게도 낯설 테지. 다크서클이 짙게 내려온 카르마는 무심하게 고개를 돌리며 모험가 일행에게 따라오라고 손짓했다.

거실에서 나지막한 목소리로 설명하는 카르마의 계획은 언뜻 보면 단순했다. 혹여 아직 이 세계에 살아남은 사람이 있다고 그들을 다른 차원으로 인도해주는 것뿐이었으니. 다만 그 과정에 어떤 변수가 생기는 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었다. 각자 구역을 배분한 후 카르마는 그들에게 몸을 보호하는 장치 또한 나눠주며 말을 덧붙었다.

“우리가 죽어서는 안 되니까.”

그래, 죽어서는 안 된다. 희생만 하다가 죽는 엑스트라는 딱 질색이었다. 시작을 했으면 끝을 봐야 했고, 그 끝 이후에는 시즈를 만나러 가야만 했다. 찾아 간다는 말만 남겨두고 떠나버리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조심해라.”

그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서로 절대 다치지 말고 각 담당한 구역에 생존자가 없는 것을 파악하면 즉시 떠나기로 하자며 약속했음에도 다들 불안한 얼굴이었다. 시즈가 떠난 뒤 제대로 잠을 자본 적이 없는 카르마는 흐린 낯으로 빨리 가라며 그들을 보내버렸다.

피로가 누적된 상태로 정신을 유지하는 건 역시 할 만한 일이 안 된다고 생각하며 카르마는 쉐어 하우스를 둘러보았다. 소중한 것을 두고 가지는 않는지 꼼꼼히 체크하고는 그대로 집을 나섰다.

이건 너에게 떳떳하기 위함이라고, 네 말을 듣지도 않고 멋대로 판단한 내가 다시 너를 만났을 때 네 몫까지 하고 왔다며 말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라고.

카르마는 황폐해진 풍경을 보며 스스로에게 다짐하듯 중얼거렸다.


“이쪽으로.”

“네, 네…!”

생각보다 생존자가 많지 않았다. 다들 이미 차원으로 넘어가버린 것인지 아니면 살아남지 못한 것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카르마는 전자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차라리 긍정적인 쪽이 나았다. 불안정함과 부정적인 사고가 만나면 정신을 차리고 있기 힘들 테니.

“감사합니다…. 감사해요….”

또 다른 생존자가 게이트를 넘어갔다. 카르마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곧바로 자리에서 이동했다. 이 구역을 며칠 동안 돌아다녔는지 기억하기 힘들었다. 당장 내일이 막막한 삶에서 과거가 어땠는지를 기억하는 건 사치였기에 의식적으로 떠오르지 않도록 한 탓이었다.

통신이 막힌 지는 오래라 모험가 일행의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아마 이 구역과 비슷한 상태라면 저쪽도 거의 다 끝나가고 있겠지만 역시나 확신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아.”

“…어어…….”

마지막 생존자는 아이인 듯 했다. 몸을 작게 웅크려 쓰러진 나무 뒤에 몸을 숨기고 카르마를 향해 경계와 희미한 안도가 섞인 눈빛을 보내왔다.

“아저씨도, 가족이랑 헤어졌어요?”

조심스럽게 묻는 말에서 어느 정도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가족과 같이 떠나려다가 갈라지는 땅 때문이든 혼란에 빠진 사람들 때문이든 어찌 되었든 손을 놓쳐버린 듯 했다. 카르마는 한쪽 무릎을 굽혀 아이와 시선을 맞추고 손을 뻗었다.

“뭐, 그렇지. 그러니 일단 나와 봐.”

“왜요…?”

“이곳보다는 안전한 곳을 아니까. 아마 네 가족도 그곳으로 갔을 테고.”

아이가 고개를 돌려 주변을 바라보았다. 어디가 되었든 이곳보다 안전할 거라 생각한 것인지 카르마의 손을 붙잡았다. 

“그곳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손 내밀어도 따라가지 말고.”

“…그 정도는, 저도 알아요.”

“어, 그래….”

카르마는 아이의 걸음 속도에 맞게 천천히 발을 움직였다. 이런 상황에서는 본인이 아이를 안고 가는 게 좋다는 걸 알았지만 카르마에게 그 정도의 체력은 남아 있지 않았다.

“저기, 근데요, 아저씨 가족은요…?”

“내 가족은 먼저 보냈지.”

“안전한 곳으로?”

“어.”

“왜 같이 안 갔어요?”

어느 정도 기운을 차린 아이는 카르마를 힐끗대며 물어왔다. 

“나는 해야 할 게 있었거든.”

“같이 하기는 곤란했어요?”

“…그렇지.”

“그럼 여태껏 아저씨도 혼자였겠네.”

카르마는 아이의 말에 점점 걸음이 느려졌다. 그러게, 혼자였네. 처음 홀로 돌아다녔을 때는 외로움이 밀려 들어왔고 며칠이 지나가 점차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익숙하다고 해서 괜찮은 것은 아니었지만 죽을 것 같은 수준은 아니었다. 그 이후로는 정신없이 생존자를 찾으러 다녔으니 고독함에 잠겨 있을 여유가 없었다. 너 없이 나 혼자 어떻게 해야 할까, 했던 것도 결국에는 하게 되었다. 할 수 있었다. 온전히 홀로 설 수 없는 건 맞았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쉽게 무너지지도 않았다.

“아저씨도 그럼 지금 나랑 같이 가는 건가…?”

“아니, 나는 조금 더 둘러보고.”

“왜요?”

“해야 할 게 있다니까.”

“아직도?”

“그래.”

그렇구나, 라며 아이가 고개를 끄덕임과 동시에 게이트의 앞에 도착했다. 아이는 처음 보는 게이트의 앞에서 기웃거리며 처음 카르마를 만났을 때처럼 경계를 보였다.

“안전한 거야.”

“어떻게 알아요?”

“내가 만들었거든.”

“우와…. 진짜 여기에 들어가면 엄마랑 아빠 만날 수 있어요?”

“응.”

질문을 대체 몇 번이나 받은 거지. 카르마는 속으로 저게 몇 번째 물음인지 생각하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기운이 없는 것보다는 나았다. 매 순간을 두려움에 떠는 것보다는 이런 상황에서조차 궁금증이 많은 아이다운 편이 좋았다. 카르마는 조심스레 아이를 앞으로 밀었다.

“가라, 이제. 여기는 꼬마가 있을 곳이 아니니까.” 

“…네에, 감사합니다. 제가 아저씨도 빨리 가족이랑 만나게 될 수 있도록 소원 빌게요!”

“고맙다.”

배꼽 인사를 한 아이는 아까 보였던 경계심은 어디로 갔는지 게이트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다른 차원의 도착 지점은 전부 똑같으니 아마 아이를 잃은 가족은 그 자리에서 계속 기다리고 있겠지. 또한 차원 이동자에게는 같은 차원에서 온 사람을 만나 안정을 찾고 싶다는 마음이 있어서 아마 누군가 넘어오리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카르마는 아이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을 보다가 몸을 돌렸다. 한 번 더 수색해보고 생존자가 없는 것을 파악하면 이제 곧 넘어가야 했으니까. 어두워지기 시작한 하늘을 올려다봤다.

여전히 시즈가 보고 싶은 밤이었다.


카르마는 황폐한 땅에서 가만히 하늘을 올려다봤다. 어색하고 끔찍하게도 싫었던 이상한 하늘도 어느새 익숙해졌는지 더 이상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지칠 때마다 고개를 들어 내가 살아가야 할 곳은 이런 하늘을 갖고 있지 않다며 중얼거렸으니까.

마른 바람이 땅을 훑고 지나가고, 카르마는 가만히 눈을 감았다. 드디어 모든 것이 끝났다. 시즈에게 뻔뻔하게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 그러니 이젠 제자리로 돌아갈 때였다.

청명한 하늘이 보이는 곳, 밝은 태양이 지상을 비춰줬다가 어둠이 내려앉으면 은은한 달빛을 마주하게 되는 곳, 별이 보이고 다정한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 모든 것 속에 함께 존재하는 네가 있는 곳으로.

“지금 네게로 갈게, 시즈….”

차원을 넘어서 너에게로.


Side. 낯선 세계

처음 보는 사람들, 처음 보는 풍경, 무엇 하나 익숙한 것 없는 곳에서 나는 내 이름만을 간신히 붙잡았다. 아무 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안타까운 시선으로 날 바라보고 있는 사람은 일단 진정하라며 나를 다독였지만 그렇게 쉽게 진정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왜…….”

왜 제가 여기 있어요?

이곳에 있으니 이곳에 살았던 게 맞을 텐데 마치 낯선 곳에 버려진 사람처럼 모든 게 어색했고 두려웠다. 기억 하는 게 없으니 누군가 나를 찾으러 와 줄 거라는 기대조차 가질 수 없었다.

나를 안타깝게 바라보았던 여자는 한 손으로는 병원에 연락하고 한 손으로는 내 등을 토닥여줬다. 나는 얼굴을 두 손에 묻고 울음을 토해냈다.

울다 지쳐 의식을 잃고 한밤중에 깨어났을 땐 가장 처음 마주했던 그 여자가 침대 옆에 엎드려 자고 있었고 그 친절함에 감사함과 동시에 알 수 없는 기시감을 느꼈다. 엄청 아팠던 어느 날에, 하루 내내 내 옆에 누가 있어줬던 것만 같은데.

간단한 진단을 끝낸 후에 어제 이송되었던 병원해서 퇴원하니 여자는 갈 곳이 없으면 자신과 함께 가지 않겠냐고 내게 물었다. 네 기억이 돌아올 때까지 지낼 곳을 마련해주겠다고, 자신과 함께 갈 곳에는 여러 사람들이 많아 외롭지도 않을 거라고. 참 다정하고 따스한 호의였다. 감사한 마음으로 제안을 받아들였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마음 속 한구석이 텅 빈 기분이었다. 마치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것 같은 느낌.

기억하는 것은 내 이름 하나 뿐에다가 잃은 것들이 너무 많아 알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그 절망적인 감각만은 선명하게 다가왔다. 눈물이 떨어졌다.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은 무엇을 그리워하는 눈물일까.

안개가 낀 기억에는 비웃는 듯 놀리는 듯 하던 장난스러운 목소리가 있었다. 언젠가 종종 다정해지던 웃음이 있었다. 어쩌면 이렇게 평생 함께 할 수 있을 것만 같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이 누구인지 기억할 수가 없었다.

- 이봐, 시즈. 뭘 그렇게 슬퍼 하냐.

그런 말을 했다. 어떻게 생긴 사람이더라. 어떤 이름이었지? 당신이 날 찾아 왔을 때, 내가 당신을 못 알아보면 어떡해요?

나는 당신을 잃기 싫은데.

- 내가 장담하는데 넌 결국 행복할 걸. ……뭐냐, 그 반응. 아, 이게 기껏 위로를 해도…….

당신을 기억할 수 없는 건 불행한 거 아닐까? 나를 쌓아올린 내 과거가 온통 사라졌는데 나는 무엇을 믿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요?

누구에게도 닿지 못할 질문을 삼켰다. 끝없이 이어질 질문이었고, 대답 없는 질문이었다. 두려움과 불안함에 휩쓸릴 것 같아 정신을 다잡았다. 잠깐 밖을 산책하고 오는 게 좋을 것 같아 외투를 걸치고 손을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어둠이 내려앉아서 그런지 꽤 쌀쌀했다.

“아.”

무언가 손에 잡혔다. 종이?

[찾아갈게.]

그 사람이다.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도 내게 소중했을 사람. 눈물이 흐를 것 같아서 두 눈을 감았다. 아마 나는 나약한 사람은 아니었을 것이다. 쉽게 쓰러질 사람이었으며 꽤 친절하다고 추정되는 그 사람이 이런 말만 남겼을 리가 없으니까. 씩씩하게 살고 있다가 당신을 다시 만나면 웃어줘야겠다. 나는 두려운 상황에서도 잘 살았다고, 그렇게 말해주면서.

“보고 싶어요….”

빨리 안 오면, 내가 먼저 기억해내서 당신을 찾을 게요.


“저기, 괜찮으세요…?”

“시즈. 시즈 샤넌, 맞지?”

“…제 이름이 맞긴 한데요…….”

누구세요? 작게 물어오는 시즈의 목소리가 들렸다. 눈동자에는 의아함과 경계심이 뒤섞여 있었고 거리 또한 한 발자국 멀어졌다. 카르마는 시즈와 시선을 맞추며 가만히 생각했다. 무언가 문제가 생긴 게 분명하다고. 정상적인 방법으로 넘어간 것이 아니라, 쓰러진 상태에서 넘어간 것이며 본래 살던 곳과 이곳의 정보 통신은 아마 겹치는 게 없을 테니 정보의 정령이었던 시즈에게 어떤 문제가 생긴 것이 틀림없었다. 무엇 하나 쉽게 갈 수 있는 일이 없었다. 해결하는 방법을 알지 못하는 이 문제도 결국 풀어내야했다.

“카르마 자이젠이다.”

“네.”

“그리고 네… 동료지.”

“동료요? 친구라는 말을 되게… 거창하게 하네요. 그러니까 아무튼, 저랑 아는 사이라는 거죠?”

낯선 상대를 의심하는 것 같으면서도 받아들인다. 카르마가 보기에 시즈는 본인의 기억에 생긴 문제를 인지하고 있는 것 같았다. 본인의 기억을 확신했으면 당신을 안다, 혹은 모른다, 라고 확실하게 대답했을 테니까.

“으음, 친구….”

“넌 왜 여기 있었지?”

“여기 와야 할 것 같았으니까?”

차원 게이트가 열리는 곳은 사람이 잘 다니지 않는, 그렇다고 사람의 이동이 아예 없지는 않은 곳으로 지정해뒀다. 다행스럽게도 룬의 힘 덕분에 차원 이동자들의 조금 다른 모습들이나 증명되지 않는 신분을 이상하게 여기는 사람은 없겠지만 그렇다고 하늘에서 사람이 뚝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는 건 조금 위험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일부러 그렇게 설정을 했었다.

그런 한적한 곳에 시즈가 있었다. 와야 할 것 같다는 건 차원 이동자라면 누구나 갖는 그런 직감이었을 것이다. 기억만 잃었을 뿐이지 그 외에 문제가 생긴 건 없는 듯 했다.

“너, 어디서 살고 있나?”

“모르는 사람에게 함부로 집 주소를 알려줄 수는 없죠.”

“내가 지금 집이 없어. 이곳에서 얼어 죽을 순 없잖아? 너는 내가 죽길 바라나봐?”

“그건 아닌데요…. 그렇다고 제 집 주소를 알려줘서 뭐해요?”

“뭐하긴. 나도 그 근처에서 집이나 구해 볼까 했지.”

“돈은 있으시고요?”

“거지에 가까울 걸, 지금은?”

“대체 뭘 하겠다는 거예요.”

“일단 구걸부터? 난생 처음 하는 구걸이군.”

시즈는 한참동안 입을 다물지 못하고 카르마를 쳐다봤다. 무슨 이런 사람이 다 있냐는 듯한 표정에 카르마가 어깨를 가볍게 으쓱였다.

“…잠시만요. 전화 하나만 할 게요.”

“그래.”

[선생님, 지금 시간 되세요? 그게 제가 집 없는 사람…을 발견했어요. 저랑 친구 사이라고 하는 사람이긴 한데…. 네? 아뇨, 조금 이상하긴 한데 위험한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네네, 지금 선생님이랑 처음 만난 곳에 있어요. 이쪽으로 바로 오시겠다구요? 귀찮으실 텐데…! 아, 근처에 계셨구나. 네, 그럼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 게요. 감사해요!]

전화 통화를 끝낸 걸 확인한 카르마는 흙이 묻은 옷을 털며 시즈에게 물었다.

“누구?”

“음, 제가 사는 곳의 집 주인 되시는 분?”

그 선생이란 사람과 이곳에서 처음 만났다고 했지, 분명. 카르마는 멀뚱멀뚱 눈을 뜨고 있는 시즈를 빤히 쳐다봤다. 근처에 있었다고 하는 말로 봐서 그 사람도 어쩌면…….

“어디 아프세요? 아닌가, 멍 때리는 건가?”

“아파.”

“어, 네? 어디가 아픈데요?”

“머리.”

“……다치셨어요?”

“아니, 생각할 게 많아서.”

“아…….”

조금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 많이 이상한 사람이었네. 시즈가 슬금슬금 카르마와 거리를 벌렸다.


“일단 안녕하세요?”

“…맞지? 그쪽도.”

“네. 저 아이도, 당신도 맞죠?”

카르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시즈가 ‘선생님’이라고 말하던 여자가 오고 그 여자가 운영하는 보육 시설 같은 곳으로 이동했다. 가진 돈을 금으로 치환해 이곳으로 넘어올 때 몽땅 들고 왔더니 절반 정도는 사용할 수 있었다고 말하며 덕분에 이곳으로 넘어온 사람들과 함께 지낼 공간을 마련할 수 있다고 했다.

“왜 그 생각을 못 했을까…….”

카르마는 아쉬움을 담아 말했다. 빨리 모든 걸 끝내고 시즈에게 가야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저 생각을 못했다. 평소라면 혹시나 하며 떠올릴 수 있을 수준의 생각이었는데 확실히 정신이 없긴 했나보다.

“그래서 시즈의 친구라는 건 어떻게 증명할 수 있나요?”

“뭐, 그래. 확실하게 하는 게 좋지.”

고이 보관하고 있던 사진을 꺼낸 카르마는 조심스럽게 그것을 건넸다. 사진이 구겨질까 걱정하는 모습이 드러나 여자는 작게 웃고 사진을 받았다. 카르마와 시즈가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서 함께 찍은 사진이었다. 편안해 보이는 얼굴과 다정한 모습에 여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사진을 다시 돌려주었다.

“누가 봐도 시즈와 당신이군요. 좋아요. 갈 곳이 없다고 했죠? 여기서 지내세요. 시즈의 기억도 함께 찾아주었으면 하고요. 아직 아무것도 설명해주지 못했으니까.”

“고맙다.”

“상호존중의 의미로 존댓말을 써주면 더 고맙겠어요.”

“…감사합니다.”

여자는 인자하게 웃으며 방 문 쪽으로 손을 뻗었다. 그 움직임을 따라가니 문 앞에서 궁금한 얼굴로 기웃대고 있는 시즈가 보였다.

“시즈가 당신을 기다리네요.”

카르마가 작게 고개를 숙여 인사한 다음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제부터는 시즈와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었다. 무슨 대화를 해야 할지, 어떻게 해야 차근차근 다가갈 수 있는 건지. 그 모든 것은 언제나 시즈가 해왔던 일이고 카르마에게는 항상 낯선 일이었으나 이젠 해야만 하는 일이기도 했다.

“시즈.”

“네.”

“일단 이것부터 봐.”

아까 꺼냈던 사진을 그대로 내밀며 시즈에게도 보여줬다. 겉으로 크게 드러내진 않았지만 아마 나름대로 경계하고 있을 터였다.

“정말 친구네요.”

“그럼 가짜겠냐?”

“혹시 모르죠, 가짜일지도?”

“하아, 그래…….”

고개를 들어 하얀 천장을 본 카르마는 시즈가 사진을 보며 이유 모를 먹먹한 표정을 짓는 것도 모른 채 눈을 감고 머리를 굴렸다. 기억을 잃은 사람에게 뭘 해줘야 하는 거지. 함께 지냈던 시간을 떠올릴 수 있을만한 게 뭐가 있지…….

“아.”

“왜요?”

“우리 AI 만들래?”

“……네?”

아마 영원히 잊지 못할 일이며 계속해서 함께 해나가야 하는 일. 카르마는 별 거 아니라는 듯 가벼운 어조로 툭 내뱉었다.

“너랑 나랑 같이 만들었었거든.”

“하지만 전 지금 아는 게 없는데요?”

“내가 알려주면 되겠지.”

시즈가 고개를 기울였다. 당신이… 남에게 무언가를 이해하게끔 설명해줄 수 있는 사람인가요? 내 실력을 무시해? 너는 날 뭐로 보는 거지? 무시하는 건 아닌데, 일단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대답은 이상한 사람이요. 너…. 하지만 당신, 누가 이해 못하면 이걸 왜 모르냐고 구박할 타입이에요. 설명도 당신 기준으로 이런 식으로 하면 되는 거다, 하고 끝낼 것 같다고요. 네가 뭘 안다고 그래? 감이죠, 뭐.

“…두고 보자. 징글징글하게 친절하게 설명해 줄 테니까.”

“벌써부터 징그러워요.”


“됐어? 이해했나?”

“카르마 씨. 기억이 있는 저는 매우 똑똑했을 테지만 지금의 저는 제 이름밖에 모르는 상황임을 인지해주셨으며 좋겠어요. 카르마 씨의 수준은 적어도 어느 정도 기본기가 있는 사람에게나 먹힐 설명이라고 생각 안 하시나요? 일단 말하기 전에 그 설명이 정말 친절하고 상냥한지에 대해 먼저 고민해주시길 바라요. 저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자가 알아듣기에 카르마 씨의 설명은….”

카르마는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래, 잊고 있었다. 시즈가 자신이 이름 말고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말하는 것과 행동하는 것에서 예전 모습이 그대로 묻어나오다 보니 정말 잊어버렸었다. 아주 잠시, 잠깐. 머리를 꾹꾹 누르며 카르마는 시즈의 말을 끊었다. 대체 얼마나 길게 말할 생각인지.

“간략하게.”

“모르겠어요.”

시즈가 해맑게 웃으며 대답했다. 오랜만에 카르마의 찌푸려진 얼굴을 봐서 기분이 좋은 듯 했다. 아까까지만 해도 혼란이 가득한 얼굴이더니 한 순간에 얼굴이 맑게 퍼졌다.

“불만 있어도 간략하게 해라.”

“카르마 씨가 절 괴롭게 하니까 저도 카르마 씨를 괴롭히고 싶은 거죠. 머리 복잡하시죠, 그죠?”

“……복잡해서 때려치울까 하고.”

“친구라면서요. 고작 우리가 이 정도밖에 안 되는 사이였나요?”

항상 말문이 막히는 건 시즈였는데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카르마는 속으로 한숨을 내뱉었다. 주눅 들지 않아서 좋기야 하지만…. 카르마가 혼자 심각하게 서 있는 동안 시즈는 이것저것 두들겨 보더니 마치 이럴 줄 몰랐다는 듯 태연하게 말을 했다.

“아, 됐다. 이거 맞아요? 뭐가 되긴 했는데.”

“뭐야, 할 줄 알잖아.”

“장난 좀 쳐봤어요.”

“야.”

“사실 머리로는 잘 모르겠구요…. 음, 손이 기억한다고 해야 할까요? 이렇게 저렇게 하면 뭔가가 될 것 같은 기분?”

알쏭달쏭한 얼굴을 하고 있던 시즈는 컴퓨터에서 고개를 돌려 카르마와 시선을 맞춘 뒤 멋쩍게 웃으며 말을 덧붙였다.

“카르마 씨가 그렇게 이상한 표정 지을 것 같아서 말 안 하려고 했는데.”

“…내 표정이 뭐.”

“그리워 보이는 표정? 물론 다른 사람이 보면 그냥…… 날카롭고 성질 더러워 보이는 표정이지만요.”

그렇게 표시가 났나. 카르마가 이쪽으로 넘어온 지 2개월이 지났다. 누군가에게는 짧고 누군가에게는 길다 할 수 있는 시간이지만 카르마에게는 무척이나 긴 세월처럼 느껴졌다. 더 긴 시간도 홀로 버텼음에도 보고 싶어 하던 사람을 만나니 인내심이 더 짧아진 기분이었다.

“그냥 좀.”

“네.”

답답해서.

“…….”

“사람을 화나게 하는 건 말을 하다가 마는 거랬어요.”

“됐다. 그거나 계속 하지? 손이 기억한다면서. 어디 한 번 더 해보든가.”

“지금 도발하시는 거예요?”

제가 못 할 것 같아요? 시즈가 카르마를 째려보고는 다시 컴퓨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까까지 상대에게 잠시 안타까움을 느낀 스스로의 어리석음을 반성하며 시즈는 다짐했다.

각오하세요. 카르마 씨의 그 콧대를 납작하게 눌러줄 거예요. 그럴 자신은 있고? 제가 어디 쉽게 질 사람은 아니죠. 그렇지, 네 성질 머리는 괴팍하니까 지진 않겠군…. 폭력은 쓰지 말도록. 아, 진짜! 본인 성격은 뭐 안 그런 것 같아요?

기억하는 사람과 기억을 잃은 사람의 관계가 아닌 것처럼, 카르마와 시즈는 여느 때와 같은 날을 보냈다.


카르마에게는 한 가지 습관이 생겼다. 

“으음…….”

또 그러셨네.

시즈가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 아래에서 고개를 기울이며 생각했다. 카르마 씨가 밤마다 자신의 방에 들어와서 생존 여부를 꼭 확인 하고 있는 것만 같다고. 이제야 알게 되었는데 아마 내내 그래온 것 같았다. 소리 없이 들어와서 자연스럽게 침대 맡에 앉더니 숨은 잘 쉬고 있는지 확인한 다음 한참 동안 빤히 보다가 다시 방을 나서는 행동을 어쩌다 알아버린 그 날로부터 매일매일 빠짐없이 했으니까.

“아무래도 말하는 게 좋겠지?”

“뭘.”

“아악!”

“…뭐냐. 너 나한테 뭐 잘 못 했어?”

“뒤에서 갑자기 나오시면 누구라도 깜짝 놀란다구요!”

“그러냐. 그보다 뭘 말하는 게 좋다는 거야?”

시즈가 다크서클이 내려온 카르마의 얼굴을 훑어보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녜요. 나중에 말씀드릴게요.”

“심각한 거야?”

“저는 그렇다고 생각하는데…. 역시 잘 모르겠어요.”

“생각 정리 되면 말해라.”

“네~”


또다.

카르마 씨가 결국 또 왔다.

잠든 척을 계속 해야 하나, 싶었던 시즈는 오늘 이참에 말해버리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어째 안색이 점점 더 나빠지는 게 이 상태로 내버렸다간 사람이 쓰러질지도 모를 것만 같았다. 시즈는 조곤조곤하게 카르마의 이름을 불렀다.

“…카르마 씨.”

“깼어?”

“저 멀쩡해요.”

“알아.”

“근데 왜 자꾸 찾아와요?”

“불편해?”

“아뇨, 그렇게 불편하지는 않은데 카르마 씨가 잠을 잘 못 자는 것 같으니까 그러죠.”

“난 괜찮아.”

“저 어디 안 가요.”

“안다니까. 그냥 자라.”

카르마는 시즈의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정리해주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시즈에게 언젠가 털어놓을 날이 있을까? 그저 오랜 습관일 뿐이라는 말을.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네 존재가 너무 미약하게만 느껴져서 아무리 괜찮다고 중얼거려도 종국에는 두려움을 느끼고야 만다고. 카르마는 말을 삼켰고 시즈는 사라진 말을 어렴풋하게 알 수 있었다.


카르마는 그 날 이후로도 매일 밤 시즈를 찾아왔다. 시즈는 카르마를 더 이상 말리지 않았다. 그렇게 해야만 그가 평온할 수 있다는 걸 깨닫고 말았기에.


“와아, 이제 곧 끝나가요!”

시즈가 활짝 웃으며 카르마를 향해 돌아봤다. 정성 들여 완벽한 비율의 눈사람을 만든 사람처럼 행복한 표정으로 시즈는 말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카르마는 의자에 앉아 고개를 뒤로 젖히며 눈에 물수건을 올려놓았다. 기운이 넘쳐 보이는 시즈와 달리 카르마는 피곤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시즈가 밤새 컴퓨터 앞에 앉아 이것저것 물어본 탓이었다. 이건 뭔데요? 이렇게 하면 된다는 거죠? 앗, 잘못 입력 했어요! 와, 카르마 씨. 저 지금 제대로 한 것 같아요! 어찌나 쉴 새 없이 말하는지 처음에는 곧잘 대답하던 카르마도 시간이 지날수록 고개만 끄덕여주며 지칠 수밖에 없던 것이다.

“이름은 뭐가 좋을까요?”

“마음대로 해.”

“음…….”

의자 등받이에 몸을 푹 기댄 시즈가 의자를 빙글빙글 돌리며 고민했다. 마땅한 이름이 떠오르지 않는 건지 뭐가 좋을까요, 라고 중얼거리며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이름은 짓는 것에 하루를 다 투자할 셈인지 눈동자를 한 번 굴려 천장을 보고, 다시 굴려 바닥을 보고, 또 굴려서 창밖을 본 다음 개구쟁이처럼 씩 웃으며 손뼉을 쳤다.

“아! ‘카르마가 만든 줄 알았지만 사실은 시즈가 만든 천재적인 AI’라고 하는 건 어때요?”

“길어.”

“그럼… ‘브로콜리’는요?”

“…그건 먹는 거다.”

“이게 뭐예요. 제 마음대로 하라면서요.”

“좀 더 성의를 보여.”

“카르마 씨의 대답보다는 성의가 있을 텐데….”

입술을 삐죽이며 불평하던 시즈는 회전을 멈춘 의자에서 일어나 카르마의 앞까지 다가와 허리를 숙여 그와 시선을 맞췄다.

“그러고 보니….”

“또 뭐.”

“전에는 'A-1000:아널드'였죠?”

덜컹거리는 소리와 함께 카르마의 의자가 뒤로 넘어갔다. 눈을 크게 뜨고 자리에서 일어난 카르마는 입술을 몇 번 달싹이며 시즈를 보고 있었다. 시즈는 놀란 카르마를 보다가 넘어가버린 의자를 다시 세웠다.

“의자를 소중하게 대해 주세요.”

“……너.”

시즈는 조금 곤란한 듯 소리 내어 웃으며 카르마의 눈앞에서 손을 흔들었다.

“아이고, 엄청 놀라셨나보다. 이거 보이세요? 제가 손가락을 몇 개 펼쳤게요?”

“다섯 개. 아니 그보다 너, 언제 기억을…….”

“계속 조금씩 떠오르긴 했어요. 완전히 다 기억한 건 어제였지만.”

처음 카르마 씨가 사진 보여줬을 때랑 AI 만들면서도 가끔 떠올랐고, 카르마 씨가 매일 밤마다 제 생사를 확인할 때도 조금씩 떠올랐죠. 시즈는 잔잔한 목소리로 말했다. 숨을 가다듬으며 아까보다 진정한 카르마는 어제의 시즈를 떠올렸다. 평소와 다르게 이상하게 굴긴 했었다. 가만히 있다가 빤히 쳐다보질 않나, 시선을 맞춰주면 고개를 홱 돌려버리질 않나. 그러다 또 다시 가까이 와서는 아픈 곳은 없냐고 묻더니 대답도 하기 전에 됐어요, 하고 가버리기나 하고.

“말은 왜 안 해.”

“서프라이즈?”

“시즈.”

“소소한 복수인 거죠, 뭐. 쪽지에 달랑 그런 말만 남겨두고 절 내쫓다니 너무했어요.”

“…….”

변명을 하려던 카르마는 입을 다물었다. 어찌되었든 이건 저의 잘못이 맞으니까.

“아무튼!”

카르마를 보며 양팔을 옆으로 활짝 펼친 시즈가 환하게 웃었다.

“보고 싶었어요, 카르마 씨.”

“…나도.”

목이 메어 오는 탓에 말을 길게 하지 못했다. 카르마는 시즈의 앞까지 달려가 다가가 팔을 뻗어 시즈를 품에 안았다. 이렇게 다시 마주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홀로 버텨야 했는지.

“시즈.”

“네.”

“시즈.”

“여기 있어요.”

“시즈….”

“어디 안 가니까 걱정하지 말구요.”

시즈는 자신을 꽉 안고 있는 카르마의 등을 달래주듯 약하게 토닥이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혹시 우는 건 아니죠?”

“안 울어.”

시즈의 어깨에 고개를 파묻은 탓인지 카르마의 목소리가 웅얼거리는 것처럼 들렸다.

“안 놀릴 게요. 솔직해져도 괜찮아요.”

“안 운다고.”


서로에게 기대어 앉아 이야기를 듣던 시즈가 카르마에게 딱밤을 날렸다.

“아.”

“어떻게 절 떼어둘 생각을 하셨지?”

시즈는 살짝 인상을 찡그리며 카르마에게 물었다. 타박하기보다는 의아함이 섞인 말이었다. 카르마는 그런 찌푸려진 시즈의 미간을 꾹 눌러주고는 대답했다.

“시즈, 그곳은 네가….”

"같이 그곳에서 버틸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하며 좋았잖아요. 차원도 넘는데 그걸 못 하겠어요?“

“…….”

“어휴, 그냥 두려웠던 거죠? 제가 거기에 영영 남겠다고 할까 봐.”

“……응.”

카르마는 말을 아꼈다. 시즈가 남을 것이 두려웠던 것은 사실이었으며, 그 세계는 온통 시즈에게 불리한 것들뿐이라서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도 않았으니까.

“다음부터는 혼자 하려 하지 말고… 같이 해요. 이미 끝났기도 하고 결과도 좋았으니 이번 일은 넘어가주지만 다음은 봐 주지 않을 거예요.”

시즈가 짐짓 엄한 표정으로 카르마에게 말했다.

“그럼 너도 약속해.”

“뭘요?”

“너를 최우선으로 여기기로. 그리고….”

“…….”

“되도록이면 나도 너와 함께 최우선으로 여겨줘.”

카르마를 빤히 보던 시즈가 고개를 잠시 아래로 떨구었다가 웃음을 흘리며 다시 시선을 맞춰왔다.

“…에이, 이럼 어쩔 수 없잖아요. 좋아요. 그렇게 할 게요.”

자자, 새끼손가락 걸고 약속~. 시즈가 카르마를 향해 손가락을 내밀었고 카르마가 그 손에 자신의 새끼손가락을 걸었다.

“시즈.”

“듣고 있어요.”

“내내 생각해 왔던 건데.”

“네.”

“나는… 내 모든 시간들에 네가 함께 있어줬으면 하거든. 너는 어떻게 생각해?”

키르마가 느릿하게 시즈를 돌아봤다. 시즈는 그런 시선을 모르는 척 잠시 하늘을 올려다봤다가 카르마를 보며 활짝 웃었다. 다정이 가득한 맑은 웃음이었다.

“그건 제가 하고 싶은 말이에요. 카르마 씨나 말도 없이 절 버리고 가지 말라구요.”

“…나도 두 번은 너랑 못 떨어져 있겠더라.”

카르마가 옅은 웃음을 흘렸다.

“그리웠어요, 카르마 씨!”

양팔을 펼친 시즈가 카르마에게 몸을 기울이며 그를 안았다. 홀로 버틸 필요가 없어진 따스한 겨울날에, 카르마와 시즈는 평생을 약속했다.

다시 돌아온 두 사람의 겨울이었다.


 

Epilogue.

“이곳에서 다시 만드는 건 어때요?”

시즈가 카르마에게 말을 꺼냈다. 의자에서 막 일어난 카르마가 눈을 굴려 시즈를 쳐다봤다.

“…뭐를?”

의아한 듯 고개를 기울이며 되물은 카르마에게 시즈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우리와 함께할 수 있는 아널드요. 이번에는 같이 웃고 같이 즐거워할 수 있도록.”

“…….”

생각에 잠긴 카르마가 입을 꾹 다물었다. 언젠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긴 했으나 꽤 갑작스러운 타이밍이라 잠시 놀랐다. 시즈가 그 틈에 파고들어 말을 덧붙였다. 계속해서 머릿속에 담아두고 있던 내용이었다.

“우리가 살던 세계랑 이것저것 다르긴 한데… 시도하다보면 성공할 수 있을 거예요. 아니, 할 수 있어요.”

“어려운 일이 될 거야.”

“약한 소리 하지 마세요. 일단 부딪쳐보자구요. 고민해봤다 소용없다고 하셨잖아요?”

카르마가 머리를 헝클어트렸다.

“…아, 그래. 내가 너를 어떻게 이기겠냐. 해보자고, 우리의 방식대로.”


아널드?

[……카르마 자이젠, 시즈 샤넌.]

아널드의 입가에 작은 웃음이 걸렸다. 드디어 셋이 모였다.


“그러니까, 제 말이 맞다니까요?”

“틀렸어.”

“아! 그럼 아널드 씨한테 물어봐요!”

카르마와 시즈의 말을 듣고 있던 아널드가 고개를 까딱이며 대답했다.

[시즈 샤넌의 의견이 더 낫다고 판단한다.]

“거봐요!”

자신이 이겼다는 듯 주먹을 꽉 쥐고 시즈가 신나게 외쳤다. 팔짱을 끼고 있던 카르마가 헛웃음을 흘리며 시즈와 아널드를 번갈아 봤다.

“둘이 편먹고 나를 끌어내리려고 하는 군?”

“아니, 카르마 씨가 무슨 왕이라도 돼요? 저랑 아널드가 편먹고 역모 꾸며서 반역 저지르고 당신을 끌어내리게?”

[생각이 꽤 구체적인 걸 보아하니 정말 그런 계획이라도 했나?]

아널드의 옆에 서 있던 시즈가 슬금슬금 거리를 벌리며 억울한 눈으로 아널드를 쳐다봤다.

“와…. 저는 그렇게 나쁜 사람이 아니라구요.”

“쟨 대체 누구 편이냐? 양쪽을 골고루 건드리네.”

아널드가 어깨를 으쓱였다.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군. 입력이 잘못 되었다.]

“이럴 때만 꼭 저런다니까.”

카르마가 웃고 시즈가 웃었다. 아널드도 함께 웃었다.


“아무튼, 그러니까 이번 여행지는 바다로 결정~!”

“대체 왜 바다야….”

카르마의 입에서 한숨이 나왔다. 이미 아널드와 시즈가 바다에 찬성한 터라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여름이니까 시원한 게 좋잖아요!”

“집에서 에어컨이나 틀고 있으면 된다니까?”

참고로 카르마는 집에 있자는 의견을 냈다.

“전기세 나가요.”

[맞는 말이다. 아주 현실적이고 중요한 문제지.]

“……너는 좀 가만히 있어.”

아널드는 몇 마디씩 말을 덧붙이면서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시즈는 아널드와 의견이 일치해서 기뻤고, 카르마는 일상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의견 차이가 기꺼웠다.

“아널드 씨도 준비해요! 스냥폰에 방수 기능 있으니까 같이 물속에 들어갈 수 있을 걸요?”

[들어가 봤자 할 게 없다만.]

“기분이라도 내는 거죠.”

느릿느릿하게 짐을 싸던 카르마가 아널드에게 물었다.

“야, 네가 있는 곳에 물이라도 구현해주랴?”

[거절하지.]

“자자, 그래도 일단 같이 가자구요. 셋이 모였는데 하나만 두고 갈 순 없으니까!”

시즈가 손뼉을 치며 카르마와 아널드를 돌아봤다. 시즈의 얼굴에는 행복한 웃음이 걸려 있었다.

“그래, 그래. 널 누구 말리겠냐.”

카르마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고 아널드가 동의한다는 듯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여름이 돌아왔다. 시즈와 카르마만이 존재하던 영원한 겨울에서 아널드를 다시 마주한 화창한 여름날로.



[完]

 



다 썼다. 다 썼다고요. 결국 제가 이겼어요.

행복한 기분이네요. 아래는 후기입니다!

처음에는 본편에 카르마와 시즈가 함께 고등학교 생활을 하는 걸 쓸 계획이었어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내용이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삭제해버렸습니다. 카르마가 한 학년 선배로 들어가서 동아리 활동도 하고 그랬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그런 낭만을 고등학교에서 찾을 수는 없겠지요….

하나 더 얘기를 풀자면 소제목도 있었습니다.

[차원을 넘어서 너에게로(To you), 차원을 넘어서 너와 함께(With you), 차원을 넘어서도 너만을(Only you)]

앞 알파벳만 따오면 'TWO'로 카르마와 시즈 둘을 나타내고 싶었어요. 하지만 이럴 수가…. 소제목을 넣기에는 파트별 분량이 너무 짧더라고요? 눈물을 머금고 포기했죠. 그렇지만 알려드리고 싶었어요. 저는 진심이었으니까……. 

적고 보니 진짜 TMI잖아? 하지만 제가 이걸 어디에 말할 수 있을까요. 여기 아니면 말할 데가 없지….

아널드의 등장도 사실 예정에 없었는데요, 카르마 개인 스토리를 다시 봤는데 아널드가 빠지면 너무 섭섭할 것 같아서 셋이 다시 모이는 걸로 이야기를 끝냈습니다. 셋이서 함께 다시 나와 줬으면 하는 저의 작은 소망이 있어요.

여러분의 캐릭터들은 걱정하지 마세요. 다들 어디에선가 잘 살고 있을 거랍니다! 언젠가 좋은 차원을 발견해서 다 같이 모였으면 하네요.

후기 쓰면 무슨 얘기를 하고 싶다, 라는 게 있었는데 이젠 기억도 안 나네요. 뭘 하려 했지? 일단 읽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수능 끝내고 오랜만에 긴 글(본인 기준) 하나를 완성한 거라서 글이 영 어색할지도 모르겠어요. 쓰면서 저도 이게 아니지 않나? 이 생각만 했거든요. 전개가 조금 어색한 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열심히 썼으니까! 잘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말은 원래 맨 처음에 하는 건가요? 모르겠네요. 일단 전해지기만 하면 되겠죠!

또한 온리전을 함께 해 준 멤버들에게도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덕분에 이렇게 온라인 온리전을 개최할 수 있었으니까요.

그럼 언제나 행복한 하루 보내시길 바라요.

P.S. 후기가 중구난방이라 정신이 없네요. 다 썼다는 기쁨이 넘쳐서 손가락이 제멋대로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2021.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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