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호기려] 얼마나 큰가요?上

이세계 착각 헌터

발췌용 by 엉덩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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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지나면 한 번에 올리려고 했는데 트친이 부탁해서 전체적으로 수정 + 뒷내용 추가해서 올립니다

+ 감각차단... 껐다고 생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ㅋㅋ 다음에는 꼭… 건조하고 텁텁한 느낌으로 돌아오겟습니다 

"강창호 씨는 왜 이래··· 크죠?"

문득 떠오른 생각을 날것 그대로의 상태로 내뱉어버렸다. 불가항력이었다. 이 글을 보는 당신도 앞에 앉아있는 남자를 지척에서 볼 기회가 생긴다면 입 밖으로 저 문장을 내뱉었을 것이라 확신한다. 

강창호를 처음 만났던 그날, 뇌에서 복싱 챔피언이라는 단어 하나가 떠올랐다. 쉴 틈 없이 리모컨을 꾹꾹 누르다 보면 가끔 마주치는 복싱 대회 채널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몸이랬나. 거대한 키와 균형이 잘 잡힌 저 다부진 근육들에 더불어 192cm라는 흔하지 않은 키. 스쳐 지나가듯 보아도 남들보다 월등한 신체 조건을 가진 저 남성은 S급 헌터라는 조건까지 함께 붙어버린 탓에 현재는 일반인과 대화하는 것조차도 특별한 아티팩트가 없다면 아주 번거롭고 귀찮은 일이 되었다. 허나 예외적으로 쌍성계 행성에서 태어난 미지의 생물체는 그를 갓 태어난 신생아 수준으로 인지하고 있었다. 물론··· 2차 각성 전에는 한없이 작은 미생물의 상태였지만. 

아, 쓸데없이 사족이 길어졌다. 요약하자면 이렇다. 강창호는 뭐든지 너무 커서 문제였다. 과할 정도로 말이다.

"김기려··· 그거 혹시 성희롱하는 건가?"

강창호의 얼굴에는 예상치 못한 질문을 받아 당황한 티가 여실히 드러났다. 떨떠름해하는 목소리가 퍽 어색하게 느껴졌다. 김기려까지 덩달아 당황한 것은 덤이었고. 

"예? 아닌데요?"

 "그럼 구체적으로 어디가."

강창호는 금방 평소와 같은 표정을 되찾았다. 흥미를 가득 담은 그의 눈이 김기려를 응시했다. 그리고 입매를 올려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입가 끝에 드러난 보조개가 눈에 띄었다. 상대를 시험이라도 하는 듯한 태도. 보통 분위기가 이렇게 흘러갈 때면 자신에게 좋지 않은 일들이 생기곤 했기에 김기려가 썩 좋아하지 않았다. 

"그냥··· 몸이요."

"몸?"

파충류의 것을 닮은 눈이 매섭게 번뜩였다. 물론 심적인 압박 때문에 느껴지는 김기려의 착각일 테지만, 아무튼 번뜩였던 것 같다. 점점 더 짙어지는 미소를 보아하니 김기려도 자신이 무언가를 잘못 건드렸다는 건 아주 잘 알 수 있었다. 예기치 않게 그의 스위치를 눌러버린 걸까. 목뒤에서 땀 한 방울이 주룩 흘러내렸다. 강창호의 눈치를 보길 몇 초. 이후 김기려는 머리에서 울리는 경고 종 소리를 듣자마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다급하게 탁자 위를 짚고 일어나 의자 다리를 뒤로 차는 신랄한 몸동작을 보였음에도 팔이 붙잡혀버린 게 천추의 한이었다. 신체 강화 계열의 능력을 갖춘 데다, 본래도 출중한 실력을 보유하고 있던 강창호에게는 눈에 훤히 보이는 행동이었기에 눈에 뻔한 결과였다.

'이새끼가 또 왜 이럴까?'

 

억울함이 치민다. 이거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 몇만년간 쌓인 데이터를 뒤져보아도 본인의 잘못이 아니라는 결과만이 남았다. 김기려의 잘못이 아니라면, 결국에는 저 쨍한 보라색 모발 소유자의 변덕이라는 소리다. 김기려는 본인이 이쪽 부류에서 초행자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 채 오로지 맛이 가버린 -본인만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강창호의 동공만을 주시하고 있었다. 혹여 쓸데없는 짓을 하면 저 자의 생식관을 없애버리자는 살벌한 다짐과 함께. 

김기려의 머리가 잡생각으로 가득차고 있을 때, 강창호는 앞을 향해 느릿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재빠른 몸놀림으로 도망치지 못하게 팔을 붙잡았던 건 어디 전생이라도 된다는 듯이 행동하는 꼴에 기가 찼다. 떨떠름한 표정으로 강창호를 마주하니, 그는 이미 김기려를 잔뜩 긴장시켰던 미소는 말끔하게 지운 뒤였다. 퍽 진중해 보이는 표정에 다시 한번 목뒤로 식은땀이 흘렀다. 

"저···."

강창호는 김기려의 장갑 끝 사이 틈을 벌려 자신의 굵은 손가락을 천천히 집어넣었다. 벌레가 기어다니는 것처럼 바닥 안쪽을 느릿하게 쓸어 넘기고, 직전에 짧게 다듬어둔 손톱 끝으로 살살 긁어내렸다. 그러자 김기려의 몸이 가볍게 튀어 올랐다. 기분 나쁜 감각이 척추를 타고 올라와 뇌를 강타했다. 강창호가 예상했던 반응이다. 김기려의 얼굴에는 서늘한 분노가 담겨있었다. 

"제 말 어디가 또 자극되었는지 모르겠는데, 싫습니다."

"왜지?"

분노 뒤에는 당혹감이 따랐다. 

'평소라면 시답잖은 문장 몇 마디 얹다가 물러서곤 했을 텐데. 오늘은 왜 이렇게 끈질겨?'

 동시에 의문이 일렀다. 강창호와 김기려가 입을 맞춘 행위는 총 세 번. 아무리 인간들의 문화를 모르는 외계인이라 한들, 이쯤 경험했다면 '그런 분위기' 라는 것정도는 머리로 이해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평소 같았다면 적당히 입을 맞추고, 혀를 섞고, 숨이 찬 김기려가 강창호를 밀어내면 끝나는 행위였을 터. 입 밖으로 내뱉지 않는 암묵적인 룰이 아니었나? 지금 이 상황은 익숙지 않다. 예측할 수 없으니 겉으로 티나지 않는 마음속 불안감이 저절로 몸집을 키워갔다. 손 안쪽으로 들어와 그러한 시그널을 보내는 것도, 그를 이해한 자신도, 이에 답하라는 듯 달라붙는 시선도 전부 불쾌하기 짝이 없다. 

'어쩔 수 없군. 강창호의 성욕을 없애줘야겠다!'

수많은 지식들 속에서 겨우 찾아낸 해답이었다. 번거로운 수술이 되겠지만, 이후의 본인을  위해서라면 불가피한 일이었다. 

'그래. 역시 난 친절하다니까. 일단 강창호의 생식관을 잘라내자.'

정신 놓은 투명한 초록 젤리 외계인이 싱글벙글 눈웃음을 짓고 있을 무렵. 강창호는 반대쪽 팔을 뻗어 김기려의 허리를 감싸 안아 끌어당겼다. 그 탓에 중심을 잃어 발을 헛디뎌버리곤 자연스럽게 강창호의 폼 안으로 안겨버렸다. 포옥. 지금 이곳이 극악무도한 동인녀가 만든 세계관이었다면 분명 그런 효과음이 났을 테지. 

"···."

"흠."

"저기."

"생각 중이야."

'뭘.' 

강창호는 사람을 불안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오매불망 제 답변을 기다리는 꼴이 보기 좋은 건가. 그런 취향을 가지고 있는 걸까. 딱히 그래 보이지는 않았는데.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쓸데없는 망상만 더해져 간다. 

"너는 내 몸이 크다고 했지?"

"예? 예. 그렇게 말하기는 했습니다만···."

"그럼 내가 얼마나 큰지 더 알려줄까?"

불안감이 엄습했다. 이건 아니다. 지금 빠져나가지 않으면 전생까지 통틀어 인생에서 제일 후회할 법한 사건이 터질 것 같다는 외계인의 직감이 뇌에서 솟구치고 있었다.

"괜찮습니다."

"그래. 나도 괜찮아."

뭐요? 그렇게 반문하고 싶었으나 김기려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더는 들어주지 않겠다는 듯 강창호가 김기려의 턱을 우악스럽게 잡아챘다. 예고 없는 행동에 혼란스러운 나머지 안쪽으로 파고드는 손가락을 저지할 틈은 존재하지 못했다. 검지와 중지로 안쪽을 파고들어 김기려의 혀끝을 잡고 바깥으로 잡아당겼다. 금방이라도 헛구역질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 강창호는 사람을 이러한 모양새로 만들어버리곤 또다시 무언가 고민하는 듯한 얼굴로 깊은 생각에 빠졌다. 

'허리를 감싸고 있는 팔이 없었다면 빠져나올 수 있을 텐데!'

급격하게 속이 안 좋아졌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김기려는 순간적으로 머리가 잘 돌아가지 못했다. 어느 정도였냐면, 지금 당장 강창호의 팔을 자르기 위해 마력을 끌어올리는 시도를 하기 직전이었으니. 하필 조잡한 것들만 모아둔 지구에서, 가장 품질이 좋은 물건 순위에 들어가는 용의 눈을 가진 남자가 눈앞에 있던 터라 이는 금방 저지당했다. 

평탄하게 흐르던 김기려의 마력에 변화가 생기자, 강창호는 곧바로 행동에 돌입했다. 김기려의 타액에 흠뻑 젖은 손가락을 빼내고 입을 맞춰온 것이다. 그에 맞춰 새까만 삼백안이 요동쳤다. 강창호는 평소와 달리 적응할 수 있는 잠시간의 시간도 주지 않은 채 고개를 비틀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단번에 밀고 들어온 강창호의 두꺼운 혀는 얽히고설키며 강하게 빨아들이고 입안을 휘저었다. 강창호가 한 번 마음을 먹으니 전혀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김기려는 뱃속이 푹 꺼지는 듯한 기분을 적나라하게 느꼈다.

처음 입을 맞췄을 때, 강창호에게 배운 점이 있다. 서로 눈을 감는 게 행위에 대한 예의라는 것. 하지만 드높은 자존심을 가지고 계신 대마법사님이 처음부터 순순히 그의 말을 들은 것은 아니었다. 무드가 없다느니, 만날 때마다 핸드폰만 잡고 있던데 인터넷에서 이런 건 배운 적 없냐며 잔소리 폭탄을 쏟아붓길래 어쩔 수 없이 강창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에 따르면서도 참 번거롭게 산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지만, 이왕 이렇게 되어버린 거 인간들의 장단에 제대로 맞춰주자 결심하였다. 그리하여 지금까지 강창호의 말을 착실하게 들으며 눈까지 감아줬었는데. 하필 이라고 해야 할지,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김기려는 눈을 감지 못했다. 이유는 위에서 길게도 풀어놨으니 알아서 이해하리라 믿는다. 그렇게 처음으로 외계인이 두 눈두덩이를 위로 올린 채 한 키스는,

'X발. 지금까지 나만 눈 감은 채로 하고 있었던 거야?'

그 어느 때보다 배신감이 차오르는 최악의 감정만을 남겼다. 

겉보기에 무감정한 두 눈이 서로를 마주했다. 한치의 움직임조차 보이지 않는 서늘한 눈동자들은 온전히 강창호를, 김기려를 응시하고 있었다. 상체에만 한 컷을 잡아 바라본다면, 흑백 영화에 나올 법한 건조하고 덤덤한 접촉을 하는 중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 밑 상황은 정반대를 달리고 있었다. 김기려가 뒤로 물러서려고 할 때마다 강창호에게 잡힌 허리 탓에 빠져나가는 것이 불가능했다. 오히려 더 끈덕지게 달라붙어선, 무슨 이유에서라도 김기려를 놓아주지 않겠다는 무언의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 목이 아프다. 다른 건 다 제친다고 해도 목 통증이 너무 심했다. 망할 놈의 192cm. 조금은 이쪽을 배려해 줄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김기려는 쓸데없이 신경 쓸 요소가 너무 많았다. 강창호에게 몸을 맡긴 채 공중에 띄워진 발을 추하게 휘적일 때면 자존감이 점점 깎여나가는 기분을 느끼고, 먼저 시선을 뗴지 않는 길쭉한 세로 동공을 마주하며, 고통에 또 고통을 더해오는 목 통증과 서서히 아려오는 혀를 온몸으로 맞부딪치다 보니 몸에 점점 힘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강창호는 도르륵 눈알을 굴려 점점 좁혀들어가는 김기려의 미간을 바라보다 이내 움직임을 멈추고 입을 떼어냈다. 그렇다고 하여 팔까지 풀어준 것은 아니었다. 자신에게서 떼어놓고 싶지 않다는 욕망을 강창호의 행동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콜록, 콜록! 밀린 숨을 한 번에 몰아쉬었다. 쉬고 있던 목이 깜짝 놀라기라도 했는지 과하게 따끔거렸다. 매체에서는 코로 숨을 쉬는 게 옳은 답이라고는 하지만 그것도 적당히 해야 커버가 가능한 것 아닌가. 강창호처럼 사람 눈이 까뒤집힐 정도로 해오면 이 방법에도 한계가 있다. 김기려가 생리적인 눈물을 그렁그렁 매달고 혼미한 정신을 겨우 되찾아가고 있을 때였다. 뒤편에서 무언가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곧이어 강창호가 다시 한번 입을 맞춰왔다. 

'아··· 씹.'

모른 척을 해주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다. 달그락. 입을 맞춤과 동시에 안으로 무언가가 흘러들어왔다. 무언가··· 아주 작은 타원형 모양의 알갱이 하나. 김기려는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하얀 알약을 떠올렸다. 뜯지도 않은 새것이라 호기심이 생겨 끈질기게 물어보았음에도 모든 질문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무시하길래 관심을 끈 지 오래였는데, 이런 용도였을 줄은 감히 의심도 하지 못했다. 강창호에게 너무 익숙해져 버린 탓에 과거의 그 악랄함을 잊어버린 걸까. 의식은 점점 붕 떠오르고, 혀는 아려오고, 아랫배는 전보다 더욱 욱신거려오는데, 강창호는 약이 녹을 때까지 떨어질 생각이 없어 보였다. 알약을 따라 혀를 움직이다 보니 더욱 끈덕지게 달라붙어 오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우읍, 으··· 허억!" 

이제 와서 다정한 연인 코스프레라도 하겠다는 걸까. 강창호는 제대로 숨을 쉬지 못하는 김기려를 위해 잠시 입을 떼고 가만히 응시하기를 몇 번 반복했다. 어차피 10초도 채 되지 않는 짧은 휴식 시간이라 별다른 의미는 없었다.

김기려는 이 짓을 몇 번이고 반복하다 보니 뇌가 녹는 감각이 느껴지는 착각을··· 아니, 착각이 아닌 것 같은데. 진짜 죽겠다. 오늘만 경고 종이 몇 번이나 울리는 건지 다 세어보지도 못하겠다. 기껏 환생해서 이 몸뚱아리를 여기까지 키워뒀는데 키스 하나로 죽어버릴 순 없지. 꿀꺽. 김기려는 결국 알약을 목 너머로 삼키는 선택지를 골랐다. 남은 것 중에서는 그나마 나은 선택인 줄 알았고, 실제로 강창호가 모든 움직임을 멈췄으니 아주 성공적인 도박이었다. 다행히도 이번에는 허리에 감긴 팔까지 함께 풀어주었고 말이다. 

드디어 발이 평평한 바닥에 닿았다. 김기려는 이 사실에 감격스러운 기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타액으로 범벅이 된 입가를 소매로 닦으며 뒤로 물러났다. 강창호는 비틀거리는 걸음걸이를 구경이라도 하듯 바라보았다. 턱, 철퍼덕···. 발뒤꿈치에 침대 받침대가 걸려 뒤로 힘없이 넘어져 버렸다. 휙 돌아간 시야 때문에 머리가 어지러웠다. 아니, 어지러운 원인이 온전하게 시야 때문인 것은 맞나? 김기려는 전과 다를 바 없이 숨을 몰아쉬며 천장을 올려다봤다. 시간이 꽤 흘렀음에도 바쁘게 움직이는 김기려의 폐는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 몸에 힘이 없었고 눈은 풀린 지 오래였다. 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몸에 체력을 전부 사용해, 차마 지친 기색을 숨길 수 없었다. 몸 위로드리는 거대한 그림자만 없었더라면 이대로 눈을 감고 잠들었을 텐데. 아니, 그냥 꾸역꾸역 눈을 감았어야 했다. 이후에 단전에서부터 온몸으로 열기가 퍼질 것이라는 걸, 성에 무지한 외계인이 어떻게 예측할 수 있었겠는가? 김기려는 통탄하며 눈동자를 굴렸다. 새까만 삼백안의 끝에는, 입꼬리를 실쭉하게 올린 강창호가 존재했다.

"S급한테도 잘 드는군."

숨이 점점 가빠졌다. 어쩐지 폐도 자꾸만 욱신거렸다. 김기려가 이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인 이유는, 뇌가 눈앞의 강창호를 거대한 포식자처럼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점점··· 마력의 불씨가 작아지는··· 것처럼······.

어?

'아. 이거 설마 단순한 흥분제가 아니라 일시적으로 헌터 각성 이전에 때로 되돌아가게 만드는 약인가? 아, 아니지? 아니지, 창호야? 제발 아니라고 해.'

"최근에 재미있는 약을 입수했어. 너한테 써보고 싶었거든."

'아니라고하라고이개X끼야.'

"매번 반응이 무미건조해서 재미가 없었는데···. 이번 기회에 새로운 너를 많이 알아갔으면 해."

낮은 웃음소리가 뒤를 잇따른다. 강창호는 김기려의 장갑 안으로 느릿하게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벗겨낸다. 주인의 손에서 벗어난 새까만 두 장갑은 작금의 상황에서의 역할을 다했기에 그대로 땅바닥에 추락했다. 강창호는 다시 김기려에게로 집중했다. 익숙한 손놀림으로 재킷의 단추를 풀고, 천천히 셔츠를 벗겨내면.

"잠들면 안 돼."

달빛을 받아 반짝이는 송곳니가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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