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유나
일주일 정도 머무른 이 방이 이제는 집 같이 느껴집니다. 룸메이트와 같이 사는 방도 이 주일만에 적응했으니 이상하진 않습니다. 습관적으로 SNS를 켰습니다. 맞다. 안 되지. 어쩔 수 없네요. 이어폰을 끼고 알고리즘이 추천해준 한 시간짜리 음악 모음을 틀었습니다. 대충 옷을 갈아입고 침대에 누웠습니다. 눈만 잠깐 깜빡였는데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던 음악
식사를 마친 선우와 가게 밖으로 나왔습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습니다. 번화가는 번화가인데 평소보다 순사들이 많았습니다. 상당수가 무기를 차고 있었습니다. "아침에도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곧 배가 들어올 것이라 말씀드렸습니다. 기억하십니까?" "네." "해미에서 출발한 기차가 도착할 때가 되면 경계가 올라갑니다." 해미. 현대에는 예성시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지갑 속 골드바 두 개를 챙겨 번화가로 내려갔습니다. 혹여나 이방인이라 사기치는 곳이 있을까, 발품을 팔며 몇몇 가게를 돌아다녔습니다. 가장 높게 쳐주는 곳을 찾아 현금으로 바꾸었습니다. 이것도 쉬운 일이 아니군요. 왜 정가 제도가 생겼고 명확한 단위가 있는지 알 것 같습니다. 사기 안 당하려니까 힘들어! 소매치기 피하려 신경 기울이는
바깥에 노을이 졌습니다. 곧 어둠이 내리겠군요. 서재로 들어가는 길목에서 심상치 않은 느낌이 왔습니다. 왜 이렇게 시끄러울까요? 사람이 웬만큼 모이지 않고서야 이렇게 시끄러울 수가 없는데. 불길한 예감은 꼭 정답이 됩니다. 서재 모퉁이를 지나치는 순간 사람들이 보였습니다. 왜 이렇게 많아요? 동네 사람 다 모였다는 표현이 딱 어울릴 모습입니다. 교실 안
"----!!" 학교처럼 보이는 건물을 지나가던 중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일본어 같습니다. 돌아본 곳에는 교복을 입은 아이들이 있었습니다. 사이에 예화가 있었습니다. 헌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朝鮮人のくせに。(조선인 주제에.)" "自分のお金で通う学校でもないじゃないか?(자기 돈으로 다니는 학교도 아니잖아?)" 어조가 심상치 않
강변을 산책하고 길을 따라 번화가로 돌아왔습니다. 사람이 많습니다. 곳곳에서 들리는 일본어가 낯설었습니다. 대도시에서는 안내방송으로 중국어와 일본어도 추가해두지만 이렇게 일상어 수준으로 들리지는 않아요. 관광객들이나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쓰는 정도? 못 알아먹겠다. 전 일어를 모릅니다. 제대로 할 줄 아는 외국어는 영어뿐입니다. 약간 배운 것까지 말하자면
예화가 가져다 준 보따리에는 옷이 있었습니다. 정말 운이 좋았습니다. 현 선우를 만난 덕분에 의식주를 전부 해결했습니다.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하지... 이곳에서 지내다 보면 방법이 생길까요? 예화가 말한 유성우는 거문고자리 유성우일겁니다. 이 주 정도는 과거의 세현에 머물러야 하니 일단 길부터 익혀둬야겠습니다. 인터넷을 아무리 뒤져도 과거 지도
일어나자마자 온 몸에서 우드득 소리가 났습니다. 처음 눕는 침대라고 관절이 비명을 지르나... 이놈의 몸뚱아리는 왜 이렇게 예민하지. 한참 스트레칭을 하고 나서야 몸이 좀 풀렸습니다. 방 안의 물건들은 어제 있던 자리에 그대로 있었습니다. 가방에 있는 물건은 모두 무사하려나. 지퍼를 열어 안에 있는 물건을 모두 꺼냈습니다. 자질구레하게 필요한 물건들은
"도련님 오셨어요?" "식사 차려뒀습니다. 드셔요." 식당 안에는 긴 테이블이 있었습니다. 그중 두 자리만 비어있었습니다. 식사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낮에 마당을 쓸고 계시던 분도 계시는군요. 이 집의 시종들일까요? 의외의 풍경입니다. 보통 영화 보면 다들 옆에서 대기하며 시중을 들었던가...? 영화도 본지 오래 되어서 가물가물하네요. 그래도
조금 걸었습니다. 으리으리한 기와집이 나왔습니다. 이 정도 규모의 기와집이 있었다니. 예성에 전통적인 방식으로 지은 건물이 있다고는 들었지만 이런 곳이 있다는 말은 못 들었습니다. 시간의 흐름은 참 많은 것을 바꾸어 놓는군요. 마침 밖으로 나오던 사람이 우리에게 인사를 건넸습니다. "누님은 계십니까?“ "급한 환자가 있어 오늘은 못 들어오신다고 합
문 너머에는 당연히 도서관의 홀이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도시에서는 보기 어려운 낯선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새까만 어둠에 잠겼던 기록실은 어디로 갔느냐는 듯 사라졌습니다. 쭉 뻗어있는 좁은 길과 양옆의 논. 그리고 모를 심고 있는 사람들만 보여요. 지금 내가 무엇을 보고 있는 걸까요. 눈을 꾹 감았다 떠도 보이는 것들은 그대로였습니다. 아주 옛날의
예성이란 이름의 도시는 세워진 지 10년이 채 되지 않는 지역입니다. 하지만 예성시의 제1도서관은 백년이 넘는 세월을 견딘 책들을 많이 소장하고 있습니다. 오죽하면 도시의 이름을 이 도서관이 소장한 책 이름에서 따왔다는 말도 있을까요. 도서관에 잠든 고서들은 일제강점기에 야학에서 수집해 수탈의 역사와 독재정권의 역사를 거쳐 지금의 장소에 자리잡았다고
누구에게나 삶의 궤도를 결정하는 순간은 찾아오기 마련입니다. 원하는 길이 될지, 생각도 못한 길이 될지, 원하지 않는 길을 선택할지. 때가 될 때까지 당사자를 포함한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저, 이 휘는 열여덟에 그 순간을 맞이했습니다. 저는 합격하고 싶은 대학을 전부 둘러보고, 마지막에 외사촌이 지내는 예성시로 내려왔습니다. 이곳에는 '예화대학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