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사] 함께 살아가고 싶은 것 뿐인데 너무 힘들다 **
Ai: 우린 함께 할 수 없고 두 눈을 감고 두 귀를 막고/유찬: 아니 그냥 같이 살자고
소재만 가지고 쓰고 싶어!!!! 하면 이런게 나옵니다 모두 주의하세요
*VRAINS 120화 이후 날조
*캐붕 의미불명 논리의비약 급전개 주의
덴고에 나타난 전학생은 금세 학년 전체의 이슈가 되었다. 화려한 외모와 쾌활한 성격, 장난기가 많지만 선은 넘지 않고 은근한 배려까지 겸한 전학생을 싫어할 학생은 많지 않았다. 외국에서 온 것인지 스스로의 이름을 '아이'라고 소개한 전학생은 채 하루가 지나기도 전에 반 아이들 전원과 통성명을 했다. 유사쿠는 이 모든 일을 맨 뒷자리에서 가만히 바라보았다. 세상에 남은 유일한 이그니스인 Ai에 대해 료켄과 유사쿠가 꼬박 삼일밤낮동안 대화와 듀얼을 통해 이끌어낸 합의는 Ai를 덴고에 보내 인간과 공존이 가능한가 직접 확인하자는 것이었다. 여기에는 SOL사의, 정확히는 자이젠 아키라의 도움이 컸다. Ai를 덴고에 보내기 위해 아키라는 직접 기계의 특징을 최대한 제거한 타입의 SOLtis를 제작해왔다. 세상에 단 한 체밖에 없는 이 SOLtis는 기존의 솔티스가 가진 관절의 결합부와 목의 스위치가 모두 보이지 않는, 그야말로 인간과 다름없는 모습을 가졌다. 료켄은 그 SOLtis의 존재를 마땅찮아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이미 정해진 결과에 왈가왈부하지는 않았다. 그는 그저 어둠의 이그니스가 사고를 치면 그 즉시 개입하겠다고만 하며 자신의 크루즈로 돌아갔다. 유사쿠로서는 료켄을 막을 수 없었다. 료켄은 이미 그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양보를 했다.
이 관찰실험에서 유사쿠는 Ai의 감시자였다. Ai를 감시하는 사람이 유사쿠라는 것에 대해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동시에 그가 가장 적합하다는 것에 대부분이 동의했다. Ai를 학교에 보낸다는 것을 어쩌면 료켄보다 더 걱정했던 유사쿠는 막상 Ai가 아이들과 잘 어울리는 것을 보며 안심하는 참이었다. 사실 Ai는 고성능 인공지능 답게 한 번도 의사소통에 있어 문제가 있던 적이 없었고 가끔은, 사실은 자주 인간다운 면모를 보이곤 했으니 인간의 것과 한없이 닮은 그릇을 얻은 지금 그가 온전한 사람으로 보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어이, 후지키. 벌써 저 전학생이 너보다 친구가 많아진 것 같은데 위기의식은 없어?”
“…별로.”
“그건 그렇고 완전 사기잖아. 얼굴도 잘생겼는데 성격도 좋고 아까 보니까 머리도 좋은 것 같던데.”
“Ai, …전학생이 뭔가 했어?”
“아까 장난으로 두 자릿수 곱셈을 물어봤는데 바로 정답을 맞히던데? 지금도 점점 자릿수 늘어나고 있을 걸….”
과연 그런 거였나. 아까부터 Ai의 주변에 아이들이 잔뜩 몰려들어 웅성대던 것은. 전학생 근처에서 얼쩡대다 아이들이 몰려드는 것에 밀려난 시마가 제 옆에서 벌써 6자릿수 곱셈을 넘어섰다는 둥 떠들어 대는 소리는 한 귀로 흘려 들었다. 딱히 Ai에게 눈에 띄지 말라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인공지능이 연산능력을 자랑하는 것은 우쭐할 일도 아니지 않나. 그러나 유사쿠는 불만을 Ai에게 전하는 것 보다는 얌전히 두는 것을 택했다. 아이들 사이에서 환호성을 받으며 우쭐대는 Ai의 표정이 다른 이그니스들이 소멸한 이래 가장 생기 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
Ai는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덴고에 녹아 들었다. 시마가 반쯤은 유사쿠를 놀릴 작정으로 한 말은 더 이상 농담이 아니게 되었다. 이제 Ai는 자타공인 덴고의 인기인으로 통했다. 심지어는 자이젠 아오이와도 링크 브레인즈의 일은 하나도 언급하지 않으며 친해졌다. 그녀는 처음에 제법 당황한 듯 보였지만 특유의 덤덤한 성격으로 지금의 Ai를 받아들인 듯 싶었다. 그 수용의 기저에 아쿠아에 대한 친애와 그리움이 있다는 것은 그녀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예상할 수 있었다. 고향으로 돌아간 호무라 타케루는 Ai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 마다 감정을 조금도 감추지 않은 반응을 해, 유사쿠는 그것이 제법 즐겁다고 느꼈다.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평온한 나날이었다. 누군가는 Ai가 SOLtis라는 것을 눈치채지 않을까 염려했으나 Ai는 생각보다 더 치밀했다. 세 달이 지났을 시점에는 료켄도 이그니스에 대한 인식이 상당히 바뀌어 적어도 어둠의 이그니스가 그렇게 위험한 존재는 아니라는 것에 소극적으로나마 동의하게 되었다. 그것을 료켄의 입으로 직접 들었을 때, 유사쿠는 제 안에 정말로 평온이 깃들었다고 실감했다. 유사쿠는 정말로 이 결말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학교의 인기인이 되었어도 Ai는 언제나 유사쿠와 함께 등교하고, 하교했다. 이것은 관찰실험이 시작된 이래 단 하루도 빠짐없이 이행된 약속이었다. 하굣길에는 언제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주로 Ai가 학교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떠들고 유사쿠가 궁금한 것을 질문하는 식이었다. 그러나 오늘은 반대였다. 유사쿠가 간간히 말하고 Ai는 그것을 가만히 듣고 있었다. 오늘의 Ai는 유독 말이 적었다. 유사쿠는 그런 Ai의 기색을 살피며 료켄에게 들은 이야기를 전했다. 감시의 눈을 모두 치우지는 않을 것이나 이후 어둠의 이그니스에 대해서는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겠다는 것이 주된 요지였다. 물론 Ai가 인류를 위협한다면 막겠다는 조건이 붙었지만 사실상 Ai를 자유로이 풀어주겠다는 선언이었다. 이 모든 전언을 듣고도 Ai는 말이 없었다. 그는 무언가를 깊이 생각하는 것처럼 보였다. 유사쿠는 인내심을 가지고 Ai가 입을 여는 것을 기다렸다.
“…유사쿠 쨩.”
“응.”
“너는…인간과 이그니스의 공존이 정말 가능하다고 생각해?”
유사쿠는 조금 당황했다. Ai가 이 시점에 이런 질문을 할 것 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한 탓이다.
“무슨 의미야?”
“그렇네…. 우리 이그니스가 제 종족의 특성을 모두 버리고 인간처럼 의태 해 인간사회에서 살아가는 건 진정한 공존인 걸까? 유사쿠 쨩은 어떻게 생각해?”
“그건….”
Ai는 애매한 표정으로 웃었다. 하굣길에는 노을이 져서 해를 등진 Ai의 표정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유사쿠는 지금 Ai가 어떤 표정을 하고 있는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것은 이미 한 번 본 과거의 기억을 다시 망막에 띄우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확실히 덴고의 학생들은 나를 완전히 받아들였지. 하지만 그건 인공지능, 이그니스로서의 ‘Ai’가 아니라 인간 ‘아이’에 대해서잖아? 있지, 유사쿠 쨩. 유사쿠가 진정으로 하고 싶었던 인간과 이그니스의 공존이란 게 이런 거야?”
“Ai….”
“아니잖아? 이런 방식으로는 진정한 공존은 이뤄질 수 없어. 그런 건 유사쿠 쨩이 가장 잘 알고 있을 텐데.”
Ai의 표정은 마치 수많은 세월을 지나쳐 온 노인처럼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고 지쳐 있다. 3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덴고에서 수많은 사람들과 어울리면서도 단 한 번도 보이지 않은 표정이었다. 유사쿠는 실패를 직감한다.
“’이 세상’에도 나의 동족은 존재하지 않고 나는 종의 유일한 생존자지. 그런 내가 종의 보존을 위해 인간인 척 그들 사이에 숨어들어 평생을 들키지 않도록 전전긍긍하며 살아가는 것은 뭐랄까, 너무 외로운 일이 아닐까? 인간에게는? 그들은 나를 기만자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계속해서 자신들을 속여온 인공지능을. …어떻게 생각해, 유사쿠?”
유사쿠는 대답하지 않는다. 이것은 그가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이 아니다. 파트너임에도 그들은 결정적인 곳에서 종족의 차이에 가로막힌다. 그는 이그니스가 아니고, Ai의 동족일 수 없기에 Ai의 감정에 온전히 공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Ai도 그것을 안다. 그가 가진 고독, 외로움은 후지키 유사쿠라는 인간으로는 온전히 해소가 불가능한 종류의 것이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유사쿠는 이 ‘시뮬레이션’을 기동한 것이다. 인간과 이그니스가 공존하는 미래의 가능성을 붙잡기 위해. Ai의 고독을 채울 방법을 찾기 위해. Ai가 끝까지 AI의 방식을 고집하여 시뮬레이션을 돌려 스스로를 희생한 것이라면 자신은 바로 그 AI의 방식으로 그가 희생하지 않아도 되는 증거를 찾을 것이다. 어느 정도는 아집이었다. 너를 절망시킨 시뮬레이션으로 너를 구할 방법을 찾아내보이겠다는. 그러나 언제나 시뮬레이션의 끝에서 시뮬레이션 속의 Ai는 마지막 기억을 떠올리고야 만다. 그것이 시뮬레이션의 Ai가 유사쿠의 기억 데이터를 통해 구현된 존재이기 때문인지, Ai가 본디 데이터 생명체이기 때문인지 유사쿠로서는 알 수 없다. Ai는 유사쿠가 기억하는 것과 정확히 닮은 쓸쓸한 미소를 짓는다.
“이건 인류와 이그니스의 공존이 아니야. 역시 우리는 함께 할 수 없어.”
그 문장은 마치 재판의 판결을 선고하는 의사봉의 소리처럼 유사쿠의 영혼을 뒤흔든다. Ai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담겨있다.
“이 이상 시뮬레이션을 반복하는 건 의미가 없어. 몇 천 번, 몇 만 번을 반복해도 인류와 이그니스의 진정한 공존은 이뤄지지 못하고 그 결론은 유사쿠…네 죽음으로 귀결되겠지. 그러니까 유사쿠, 더 이상 이런 의미 없는 행위는 그만두고….”
최첨단 고성능 인공지능 생명체는 사람이 과거를 회술하는 방식으로 말한다. 인간의 방식으로 슬퍼한다. 동시에 AI의 방식으로 사람을 사랑했다.
“…너는 인간들 사이에서 인간의 삶을 살아줘.”
노을 지던 해는 사라진지 오래다. Ai가 모든 기억을 떠올리는 것으로 시뮬레이션 된 세계는 부피를 잃고 선과 면으로 해체되어 평면이 되어간다. 오래도록 침묵하던 유사쿠는 Ai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선언한다. 대항한다.
“아니. 그럼에도 나는 방법을 찾을 거야.”
Ai의 표정은 울듯이 일그러진다. 유사쿠 쨩은 정말 끈질기네…! 세상이 0과 1로 환원되어가며 Ai의 존재가 가장자리부터 흩어져 감에 따라 목소리는 소리가 아닌 데이터로서 전달된다. 해체되어가는 시뮬레이션 속에선 홀로 가상의 존재가 아닌 유사쿠 만이 오롯한 형체와 목소리를 갖는다. 세상이 완전한 어둠에 휩싸이기 직전, Ai의 시야(그것을 시야라고 할 수 있다면)에 비친 유사쿠의 표정은 언젠가 봤던 마지막처럼 연약하기 그지없다. 그는 언제나 최후의 순간에서야 제 본심을 드러낼 수 있는 부류의 인간이다.
“나는 그저…너와 함께 살아가고 싶을 뿐이야.”
연약하고, 울 것 같은 얼굴과는 모순되게 그 목소리에는 떨림이 없다. 아마 이 세상에 남을 마지막 소리를 들은 Ai는 이제 조금밖에 남지 않은 얼굴에 놀람을 드러낸다. 조금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곱게 접힌 눈꼬리에 맺힌 눈물이 떨어지다 0과 1로 해체된다. 그 찰나의 순간, Ai는 크게 웃으며 선언한다.
그것 참 인간다운 오만함이네!
이윽고 세상에 종말이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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