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영일
총 11개의 포스트
♪ 윤석철트리오 - 도사님 펑크 후. 전원우가 크게 날숨을 뱉으며 지도에 고정해두었던 눈을 들었다. 고개 돌려 왔던 길을 돌아본다. 줄줄이 늘어진 형형색색의 연꽃 등과 뾰족한 깃발, 만(卍)자가 쓰인 간판들. 살면서 한 번이라도 보리라 상상도 해본 적 없는 것들이다. 장관이네. 전원우는 핸디캠으로 풍경을 가볍게 쓸어 담고 걸음을 재개했다. 목적지,
♪ FITZ - Spaceman 차카차카. "어." 따지자면 우연이었다. 서명호가 도서관에서 깜빡 잠들어 새벽녘에 캠퍼스를 거닐게 된 것도, 여즉 몽롱한 정신 탓에 길을 잘못 든 것도. 갑작스러운 인기척에 스프레이를 요란스레 흔들던 남자의 손이 덜커덕 멈췄다. 남자가 느긋이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 가로등이 남자의 머리 꼭지 위를 환히 비췄
♪ ADOY - Mars 뭐야... 너 인터넷 많이 하는 사람 같아. 그 말을 듣기 전에 인터넷을 관뒀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까. 최한솔이 손등으로 눈가를 벅벅 문질렀다. 눈을 부릅 뜨고 다시 보아도 선명하기만 한 문장. [나는 외계인이야.] 최한솔, 열다섯에 인터팔에서 외계인을 만나다. 카운트다운 Countdown (*대괄호 안의 말
♪ 사람또사람 - 문제의 시작 아, 진짜 덥다. 전원우가 이마에 흐르는 땀을 손등으로 훔쳐냈다. 다리는 절뚝절뚝, 손에는 한쪽 신발이 든 비닐봉지가 달랑달랑, 땀은 삐질삐질. 난리도 아니었다. 어디 교수가 그랬다던데, 아프니까 청춘이라고. 청춘 참 가혹하구나. 전원우는 정형외과에서 전치 3주 판정을 받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새벽에 동기들과 가볍게
* '팬이 아냐!(https://penxle.com/youngill/1536429162)'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 레드벨벳 - 친구가 아냐 어제 명호 형에게 고백받았다. 그리고, 형이랑 잤다. ... 그런 것 같다. 멀뚱히 내던져진 시선이 작업실 소파에 닿았다. 그곳에 검은 민소매 차림의 디에잇이 담요를 덮고 곤히 잠들어 있었다. 별수 없이
♪ 익스 - TV star [디에잇 -양도 -포카 -교환 -분철 -럭드 -판매 -제시...] 최한솔은 오늘도 서치를 한다. 사유 1, 그새 목격담이라도 떴을까 봐. 사유 2, 다른 팬들의 주접을 보고 싶어서. 사유 3, 그냥 형 보려고. 그러나 그의 눈에 띈 건 다름 아닌 악플. [디에잇 간잽했는데 유사러 먹금하는 거 보고 좀 정떨ㅋ;] 최한
원우 형은 바보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마 전교에 이찬뿐일 거다. 어쨌건 요즘 이찬은 그렇게 생각한다. 전원우는 바보다. 바보임이 틀림 없다.
나를 이렇게 대한 사람은 네가 처음이야. ... 나 혹시 구준표? 우스운 말이다만 사실이 그랬다. 적어도 후배에게 이토록 꾸준한 경계를 받는 건 처음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전원우는 많은 후배들의 롤모델이었으니까. 종종 질투 어린 시선을 받는 일도 없지 않았지만, 그마저도 머지 않아 동경으로 바뀌곤 했었다. 나 그래도 어디 가서 밉보이는 스타일은 아니
♪ 레인보우 노트 - 얘얘 원칙대로 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 빠른 열일곱 이찬은 그 명제를 뼈저리게 배우고 있었다. 정확히는 머리뼈가 저리게. 이찬이 책등으로 콩 맞아 아린 정수리를 살살 문질렀다. 그때, 옆뒤에 사람들을 잔뜩 낀 익숙한 얼굴이 가까워왔다. 전원우다. 조금이라도 면식이 있는 선배에겐 인사를 하는 게 이찬의 또 다른 원칙이며, 이찬은
♪ THE 8 - 나란히 徐明浩 서명호는 문준휘를 좋아한다. 서명호는 운명을 믿지 않는 편이었다. 하지만 서명호가 운명이라고 믿는 딱 하나가 있었다. 그건, 문준휘. 이 드넓은 지구에서 같은 나라, 같은 동네에 태어나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서로의 성장을 목격하며 살아왔다는 게 운명이라는 말 외에는 설명이 안된다고 생각했다. 없으면 안 되는, 유일무
♪ 슬로우진 - 사춘기 (*이탤릭체는 중국어입니다.) 文俊辉 문준휘는 서명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정확히는 요즘의 서명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문준휘는 서명호의 차를 훔쳐 먹으며 멀찍이 서 있는 길쭉한 실루엣을 째려보았다. 길쭉한 서명호는 길쭉한 빨대를 두 개 들고 자리에 돌아왔다. 그리고 문준휘 앞 컵에 하나 쏙, 제 앞 컵에 하나 쏙. 섬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