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함께

루시이브

언제나 by 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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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에게 사랑을 말하자

너는 알고 있다 말하며 미소지었지

그제야 내가 존재하는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백색의 천사가 붉은 심장을 가졌을 때

꼭 이런 기분이었을까

| 향돌, 심장을 가진 천사

" ... ...난 그런 거 안 바라는데. "

바라는 게 뭐가 있겠는가. 늘 그랬다. 항상 자신의 생각보다 많은 것을 주려 하지 않았던가. 바라는 것보다, 아니 바라기도 전에 내밀어왔다고 생각하는데. 낮게 눈동자를 내리까는가 싶더니 다시금 들어 올려 네 눈을 마주했다. 보랏빛, 보랏빛. 그토록 사랑하는 보랏빛 눈동자. 나지막이 말 하나 뱉고는 잠시 입을 닫았다. 말보다는 생각이 먼저 필요했다. 무엇이든 쥐여줄 듯 굴어도 이따끔 너는 한참 멀게만 느껴질 때가 있었다. 몇 번이고 곁에 있겠노라, 말하고 들어도 이상하게 불안해져 언제든 훌쩍 떠날 것만 같은 느낌이 들고는 했다. 이상한 게 맞겠지, 그럴 리가 없을 텐데 말이야.

남겨지는 것은 싫다. 떠나고 없는 사람을 그리워하고 싶지 않았다. 슬퍼하기도 싫었고, 아파하기도 싫었다. 어찌 보면 선례에 대한 자연스러운 거부 반응일지도 몰랐다. 그래도 두 번은 싫어. 당연한 것이어도, 그것이 맞는 일이어도 싫었다. 옳고 그름을 떠나서, 그저 싫다고 여겼다. 기껏 용기 낸 일의 끝이 무엇보다 가장 피하고 싶어했던 결과라면, 글쎄. ...잘 모르겠다. 가정일지라도 그리 생각해보고 싶은 일이 아니었으니까. 괜한 걱정을 하고 싶지 않았고 이로 인해 더 불안해 하고 싶지도 않았다. 뱉었던 말들이 있는데, 내가 불안해할 수는 없잖아. 의미 없는 생각, 잡생각이라 여기며 이를 떨쳐버리고자 애썼다. 아마도 필요는 없을 테니까.

네게 비하다면 한참 모자랄 수도 있을 터였다. 바란다면 모든 것을 네게 주겠다, 라고 말할 수도 없었고 그럴 능력도 없었다. 어쩌면...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사소한 말 하나, 행동 하나가 전부일지도 몰랐다. 물론 그 언행에 마음에 없는 무언가가 섞인 적은 없었다. 마음만 담아 전하기도 힘든데 어찌 다른 것까지 담겠어. 그럼에도 본질은 변하지 않으니까. 작은 말이나 행동은 자꾸만 보잘것없어 보여서, 때로는 정말 이걸로도 괜찮은 것인지 의문이 들고는 했다. 입 밖으로는 낼 수 없는 하찮은 의문에 불과하겠지만 말이다.

손이 닿아왔다. 제 뺨을 어루만지는 손길이 기분 좋았다. 스스로 뻗은 손이면서 당황하는 모습에 흐릿하게 웃고는 하였다. 조심스레 닿아오는 손에서 생각보다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귀엽다, 사랑스러워. 자신보다 큰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모습을 보면 그보단 귀엽다거나 예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나만 알면 좋겠어. 남에게 알려주고 싶지 않은, 독점욕일까. 거기까진 생각이 미치지 않았지만 맞는 말일지도 몰랐다. 고작해야 피부가 맞닿은 것, 고작해야 마주어 바라보고 있을 뿐인데 어째서 이리도 좋다고 느끼는 것인지. 다른 사람에게 줄 몫은 없구나, 생각하며 예전에 보았던 네 모습을 조금 알 것도 같았다. 손길 하나에서 느껴지는 다정함, 손길 하나에서 느껴지는 조심스러움, 그 모든 것이 마음에 든 나머지 전부 갖고 싶다는 생각마저 해버렸으니까.

" ...루시엘은 이만큼이나 날 사랑하나. "

웃음을 흘렸다. 너무도 예쁜 사람, 너무도 사랑스러운 사람, 너무도 아끼는 사람. 사랑해 마지 않는 이 사람 곁에서 평생을. 네가 주는 사랑이 좋았고, 그만큼 네게 사랑을 주고 싶었다. 너라면, 루시엘이라면 얼마든지.

말 한마디에 불과한 것이 구원같이 거창한 것은 되지 못할 것 같았다. 그렇게 대단한 사람은 못 된다고 스스로 생각하였으니까. 말하자면, 그래. 사랑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나부터 열까지, 처음에서부터 끝까지, 전부 사랑인 것을. 건네었던 말의 의미를 그대로 담은 말이었다. 자신이 뱉은 말 하나에 네가 반응하는 것을 전부 눈에 담고 싶었다. 눈물이 고이는가 싶던 눈부터 웃으며 파르르, 하고 떨리던 눈썹에까지 눈길이 향했다. 네게 눈이 닿을 때면 번번이 사랑이라 불리우는 감정을 느끼고는 했다. 그저 보고만 있어도 그런 것을, 욕심이 커질 수도 있겠다. 스스로도 감당하지 못할 만큼 커져 버리면 어쩌나. 먼일일지도 모르지만 조금의 걱정은 되는 것을.

사랑한다며 네가 전해온 말. 어쩌면 제가 전한 말에 대한 대답. 어쩌면 한 치의 거짓도 없을 너의 진심. 자신의 답이 이어지기도 전에 닿아오는 입술에 눈이 조금 커지는가 싶었고 금세 눈 한번 깜빡였다. 영원 같던 시간이 이제는 찰나로 느껴졌다. 조금 더, 더 길었으면 좋았을걸. 절절하게 닿아왔던 사랑한다는 말, 오롯이 자신만을 부르는 그 이름에 어찌 반응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자꾸만 조금 전의 감각이 생생하게 떠올라서 무슨 표정을 지으면 좋을지 알 수가 없었다. 생각이 이어지기도 전에 먼저 나간 행동은 너를 쫓아가 다시금 입술을 맞물리는 것, 바랐던 것처럼 조금만 더 길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맞대었고 이어진 네 말에는 작은 웃음소리로 대꾸하였다.

약지에 닿은 네 입술에 어딘가가 간질거렸다. 시선이 약지에 머물렀다. 양 뺨이 조금은 붉게 물들었을지도 모르겠다. 당겨진 입꼬리에 곱게 휜 눈매가 드러났다. 나지막이 덧붙인 말에 저도 널 따라 나지막하게 답했다. 기대해도 돼? 기다리고 있을게, 라고. 무겁게 느껴지기도 했던 말이지만 이제는 그 무게보단 네가 먼저라서 평생이든 뭐든 좋았다. 부디 곁에 오랫동안 있어 줘. 당연하게도 그 기간은 길면 길수록 좋겠는데 말이지. 늘 그랬듯 조금의 장난스러움을 담아 웃어 보였다.

... ...아, 차마 전부 대답할 수 없는 말들뿐이었다. 다른 의미로 해석될 여지조차 없는 정직한 말들이었다. 지금과 상황이 달랐어도 사랑했을 거라니, 잠시나마 가졌던 불안이 의미를 잃고 말았다. 그렇다면 나는, 그런 너를 사랑하지 않았을까. 확신에 가깝다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너와 연결 지을 몇 개의 고리만 있었다면 순식간이었을 텐데.

" 지금은-... "

말끝을 흐리고는 환하게 웃었다. 말해서 뭐 하겠는가. 이미 사랑하고 있는데. 네가 없으면 안 되겠어, 라고 생각할 정도로 사랑하고 있는데. 이어지는 네 말들에 생각했다.

' 아, 나도 분명 너를 사랑했겠구나. '

라고.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눈물에 흐려진 네 눈동자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어째서 눈물이 나오는지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사랑한다고 말해주는 네게, 나 또한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었다.

사랑해, 루시엘.

사랑해, 내 사랑.

사랑해, 나의 전부.

사랑해, 사랑해. 몇 번이고 말해도 부족한 것 같았다. 함께할 긴 시간 동안 계속해서 말하면 채워질까. 직접 해보면 아마 알지 않을까?

수없이 많은 사랑을 전할 테니, 네가 받아줬으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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